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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7화 (17/220)

〈 17화 〉 제 3화. 듀라한X마갑 태그섹스. (5)

* * *

어렸을 적 수영장에 놀러가 처음으로 눈을 감고 물속 깊이 잠수했던 느낌.

물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본능과 물속 깊이 잠수해 있다는 설레임이 공존하는 그런 묘한 감정이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던 그 때의 감정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둥. 둥.

어둠 속에 유영하듯이 떠다니는 내 몸.

그냥 나갈까?

지금이라도 나가면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수면간을 하려는 아이린을 말릴 수 있을지 몰랐다.

­춥다.­

깰까? 하고 의식이 다시금 붕 뜨려는 순간 어디선가 쓸쓸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트락시안의 설산. 너무나도 추웠지.­

갑자기 어두웠던 배경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산의 배경으로 바뀌었다.

가끔 보면 다큐멘터리에서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에 한 어린 아이가 서 있었다.

금발 머리의 토끼 가죽 옷 같이 여리여리한 털 가죽을 입은 어린 아이.

곧 죽을 것 같이 비틀비틀 거리며 추위에 떨던 그녀가 결국 허허벌판 같은 눈길 위에 쓰러졌다.

부들부들.

한 생명체가 바스라지는 마지막 발버둥이 이어졌다.

하지만 쏟아지는 눈보라는 일어서려는 아이를 눈 속에 파묻었다. 점자 다리가 눈 속에 파묻히고.

몸 전체가 그 다음 머리와 손만 남았을 때.

눈보라를 뚫고 하늘에서 하얀 빛줄기가 내려왔다.

­신과의 첫 만남. 그건 너무나 좆같은 만남이었다.­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게 걸쭉한 욕설이 흘러나오면서 주위 배경이 변했다.

그리스 신전처럼 보이는 대리석 기둥에 커다란 제단 같은 것이 놓여 있는 곳에서 아이는 성장하여 소녀가 되어 있었다.

한 고등학생 쯤 되어 보일까 하는 나이의 소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백색 갑옷을 입고 무릎을 꿇은채 기도를 올렸다.

­신은 내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 또한 신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주위로는 많은 것을 원하고 바라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신전을 나서자 그녀를 만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 중엔 귀티가 좔좔 흐르는 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배불뚝이 상인들, 삐까번쩍한 갑옷을 입은 기사들.

그리고 저 멀리 접근은 하지 못한 채 기도만 올리는 낡고 헤진 옷을 입은 시민들이 보였다.

아니 분명 느껴졌다. 이 또한 그녀의 감정일까?

­향락에 빠진자들. 재물에 미친자들. 권력에 휘둘리는 자들.­

그녀의 앞에 몇 몇 사람들의 스치듯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모두가 한결 같이 그녀를 이용하려는 자들.

바라는 것이 없는 그녀에게 오로지 바라기만 하는 자들.

­내가 원하는 것은 없었지만, 내게 원하는 것만 있던 자들.­

다시 암흑 속에 빠진 소녀의 앞에 거대한 왕성이 솟아 오른다.

그리고 주변이 연무장 처럼 생긴 공터로 변하며, 소녀는 손에 나타난 검을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열 번... 백 번...

끝 없이 검을 휘두르는 소녀의 주변으로 밤에서 아침으로 아침에서 점심으로 점심에서 저녁으로 배경이 휙 휙 바뀌어갔다.

­나는 강해져야 했다. 그 누구도 원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았지만. 나는 강해져야 했다.­

[의식세계의 깊은 곳에 관여합니다. 심층세계로 들어갑니다. 심층세계에서는 자아의 발현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내 몸이 사라지는 감각과 함께 그녀의 시야에서 모든 게 보이기 시작했다.

백지.

아무런 목적이 없는 삶 속에서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는 그녀의 삶은 무료 그 자체였다.

아무런 목적 없이 텅빈 마음.

나 또한 이런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있었다.

수능 직후.

목표 했던 것을 이루지 못하고, 홀로 내버려 졌을 때.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내 삶을 보호해주던 학교라는 울타리도 사라지던 그 때.

나는 모든 것에서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세라자드 그녀는 평생을 이런 기분에서 살아왔다.

가슴이 아팠다.

당시 며칠 동안 끙끙 앓아왔던 나 조차 인생의 트라우마 될 정도였는데.

그녀는 그러한 삶을 현재 진행형으로 살고 있었다.

어두운 공간 서서히 자라나는 그녀의 몸.

바뀌지 않는 주위 배경.

아물지 않는 정신적 피로.

두근. 두근.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마치 내 심장이 뛰는 것 같이 고양감이 온 몸 가득히 차올랐다.

강적.

지금까지 허수아비나 대련으로만 실력을 쌓던 그녀에게 전쟁이라는 명목 아래에 살아있는 생명체와의 전투가 시작됐다.

[심층세계와의 동기화로 인하여 대상의 기억과 기술을 전수 받습니다.]

인간, 괴물, 마족, 생체병기.

다양한 적들과 싸우면서 느껴지는 고양감으로 인하여 뭔가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을 때 쯤.

어느새 전쟁은 끝나고 그녀는 모두에게 발키리라 불리게 되었다.

발키키. 발키리.

끝 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맥이 탁 풀려버리면서 주위가 다시금 조용해 졌다.

다시 한 번 찾아온 정적.

그리고 지금의 듀라한의 모습만큼 성장한 그녀가 푸른 하늘이 펼쳐진 고원에서 뻥 뚫린 것 같이 시원시원한 배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무료하게 서 있던 그녀가 순간 자신의 몸을 살펴보다가 문득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평화로운 배경 속에 한 말 한쌍이 나타나 초원을 달리며 신나게 교미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심장이 다시금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 그녀는..

­아, 섹스하고 싶다.­

전투처녀 발키리란 이명을 버리고 싶어졌다.

시간이 흐른다.

그녀는 노력했다.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 좋다는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그들은 그녀의 성벽을 이해해 주지 못했다.

왜 안될까?

그녀는 강자가 좋았다. 그래서 강자와의 싸움이 즐거웠고.

섹스 강자와 섹스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신의 사자라는 점. 그리고 전투처녀라는 점. 그 두 가지가 항상 발목을 붙잡았다.

더욱이 꽉찬 20대의 나이는 이세계에서 이미 결혼 적령기를 놓친 나이였다.

그리고 귀족사회의 여러가지 이유로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여러모로 쓸모 있는 장기말.

꼭두각시. 허수아비.

여러가지의 수식어들로 치장된 그녀의 삶은 이미 타인의 소유물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저주 받은 마갑이 있다는 소문을 접하게 되었다.

엄청나게 강력한 갑옷이지만 그만큼 사용하는 기간이 길 수록 사용자를 좀 먹어 향락의 끝으로 인도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소문.

그녀는 그 마갑을 우여곡절 끝에 얻어 착용하게 되었다.

[죽어. 죽어버리라고. 노처녀 따위가 입을 수 있는 갑옷이 아니야.]

전에 입던 순백의 갑옷과는 전혀 반대되는 흑색 갑옷.

그녀의 전신을 옳아매듯 조여오는 그 저주받은 갑옷은 그녀에게 심한 매도를 하며, 정신적인 대미지를 주기 시작했다.

[죽어버리고. 허수아비 주제에. 죽어버려. 왜 사냐?]

[살아서 뭐해? 재미도 없는데, 향락? 풉. 내가 네 놈한테 그런 극상의 쾌락을 줄 지 아냐?]

정신적으로 몰아붙이는 마갑의 정신공격에 그녀는 점점 자존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마갑에 굴복해버렸다.

하루하루 매도를 하는 마갑으로 인해 그녀는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고.

그녀는 얼마 가지 못해 자신이 머물고 있던 도시를 멸망시켜버렸다.

성욕에 사로잡혀 왕국을 떠돌며, 마을을 파괴하던 그녀는 결국 왕국의 기사들에게 붙잡혀 사형장 앞에 섰다.

마갑에 매도 당해 버려 완전히 새로운 쾌락에 눈을 뜨게 된 그녀.

그녀는 난생 처음 맛보는 성적인 쾌락에 물들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 버렸다.

"하악. 하악. 마갑님. 좀 더 저를 매도해주세요♡"

마갑에서 뻗어나온 촉수에 자신의 성기가 유린당하는 극한의 쾌감에 몸을 맞겨 곧 목이 잘릴 것이라는 현실도 잊어버리고.

그녀는 끝 없는 쾌락속에 몸을 맡겨버렸다.

­스악! 쿵!­

단두대의 칼날이 떨어지면서 잘린 그녀의 머리가 데구르르 사형대 위를 굴렀다.

그때까지도 그녀는 이 쾌락이 끝나지 않을 것 처럼 좋아했다.

영원히 이어질 것 만 같은 쾌락.

그 쾌락의 끝에 어느 여성이 자신의 앞으로 다가와 머리와 신체를 가져가는 것으로 그녀의 기억이 끝났다.

점점 다시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세라자드에게서 몸이 분리 되자 순식간에 욕지거리와 함께 구역질이 올라왔다.

시바아알.

뭐야, 시발? 완전 인간 같지도 않은 변태새끼를 부하로 받았잖아?

몸이 다시 처음 처럼 물 속에 잠긴 느낌이 들었다.

안 돼. 이 년은 글렀어. 자기가 목잘려 죽는 것 까지 느끼는 미친년이야. 얼른 탈출해야...

­저기요?­

얼른 돌아가자. 돌아가자.

­새로운 주인님이신가요? 하악♡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 제발 저를 매도해주세요.­

으아악! 찐텐 미친년이다!

­미친년... 아아♡... 얼마만에 들어보는 욕설인지 제발. 주인님♡ 좀 더... 좀 더...­

시바아알. 얼른 나가야 돼. 난 나가고 싶다. 난 나가고 싶다.

­주인님♡ 하악♡ 너무 좋아요. 좀 더 저를 천박한 돼지 같은 년이라고 매도해주세요.­

미친년아 싫어어어어~!

사람 살려! 여기 미친년이 있어요!

­아아... 주인님. 나가시려는 군요. 좋아요. 같이 나가요.­

안 돼! 이 미친년아~!!!

으아아아악!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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