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제 4화. 루루의 실험실.
* * *
한바탕 정리가 끝난 막사에서 나오자,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해골들이 걸어왔다.
아마 창과 방패를 들고 서 있는 걸로 보아 내부에 보초를 서는 해골들 같았는데, 나를 한 번 보고 내가 업고 있는 알몸의 세라자드를 한 번 보고 난 뒤 아이린을 쳐다보았다.
"아, 사령관 루루님에게 부하로 인계 받았어요."
아이린이 내게 업혀 있는 세라자드를 가리키자, 해골 병사 둘이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수신호를 주고 받는 것 같더니 길을 열어주었다.
"오빠야. 어떻게 사령실부터 갈 거야?"
현재 아이린의 손에는 피규어처럼 변한 마갑이 들려있었다.
당연하지만 마갑은 갑옷에서 저렇게 변해버린 후 계속해서 훌쩍이고 있다.
아까 살짝 피규어로 변한 마갑을 살펴보았는데, 관절 같은 부분도 잘 구현 되었는지 팔 다리가 만지는 대로 잘 움직였고, 살짝 드레스를 입은 아래를 보니 가터밸트 같은 검은 팬티와 그 안에 주름 같은 것도 잘 구현 되어 있었다.
아이린이 심심해서 피규어를 계속 만지작거렸는데, 희한하게 마갑의 영혼이 민감한 부위를 건드릴 때마다 신음 소리를 흘렸고.
이에 맛 들린 아이린이 루루에게 주지 말고 자신이 갖고 싶다고 말했는데, 거절했다.
일단 혹시 모르니 루루에게 맡겨서 위험 할 수 있는 점은 배제하고 돌려받은 다음 그 때 가서 생각해볼 참이었다.
"응. 일단 사령실로 가서 루루에게 맡기고..."
내 등에 업혀서 아직 까지 잠들어 있는 세라자드를 바라보았다. 아까 전 떨어져 나갔던 머리를 다시 붙인 상태라 지금 내 어깨에 걸쳐 있는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전형적인 금발 머리의 미녀의 모습.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고 잠들었음에도 강인한 표정이 엿보였다.
내 부하라...
이세계에 와서 어쩌다 보니 부하까지 얻게 되는 구나.
심각한 M 성향이라 좀 걱정이 되는데, 마갑 영향 일수도 있고, 원하던 대로 섹스도 했으니 뭔가 바뀌지 않으까 하고 좋게 생각해본다.
"하악. 주인님."
홀리.
바...바뀔까?
"오빠야. 여기!"
먼저 나아가 사령실 앞까지 도착한 아이린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사령실 문 너머로 루루가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는 게 보였다.
"크크크. 인간. 내 위대한 연구의 보탬이 되기 위해 금세를 못 기다리고 찾아왔구나."
응. 아니야.
"앗. 사령관님."
뒤늦게 루루를 발견한 아이린이 들고 있던 마갑 피규어를 루루를 향해 내밀었다.
"응? 이게 뭐냐? 호오?"
아이린이 내민 마갑 피규어를 본 루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더니 이내 아이린에게서 마갑 피규어를 받더니 곧바로 두 손으로 허리 부분을 잡고 만세 자세로 피규어를 들어 올렸다.
설마 저 녀석 팬티를 입었나 확인 하는 건가?
잠시 그 자세로 마갑 피규어의 가랑이 사이를 유심히 살펴보던 루루가 드레스 자락을 젖혀보기 위해 손으로 조물락 거리다가 잘 되지 않자 곧바로 가슴 부분을 조물락 거리기 시작했다.
하앙♡ 그...그만해.
"호오. 살아있는 생체 병기라?"
조물락 거리던 루루의 손이 푸른색으로 빛나자, 곧 마갑 피규어 내부에서 촉수 같은 것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촉수들이 루루를 공격하기 위해 팔을 타고 내려가 루루의 목덜미 쯤에 닿을 때.
"멈춰라. 하등 생물아."
루루의 한마디에 촉수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오?"
어떻게 한 거지?
유심히 루루를 살펴보았지만, 손에 푸른빛이 흘러나오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어보였다.
혹시 리치만의 특성이라던가 능력 같은 건가?
"크큭. 재미있는 장난감이야. 분명 우리 최고 사령관님의 손을 탄 것 같지만, 이 천재 리치 루루님의 손에 닿으면 뭐든지 내 입맛대로 고칠 수 있지."
그 말에 역시나 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어린 리치라고 해도 마왕군 사령관에 위치에 있는 루루이다.
어린 만큼 더더욱 그 능력이 뛰어나기에 그 위치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유능해 보였다.
물론 곰돌이 팬티 같은 유아 패션은 좀 그랬지만.
"호오, 이건 선물인가?"
루루가 반짝반짝이는 눈빛으로 아이린을 쳐다보자 아이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건 오빠야의 거에요."
그 말에 루루가 재빨리 내쪽을 바라본다.
"원래 이 세라자드가 입고 있던 마갑인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변해서 말이야."
"오호?"
"그래서 내가 사용할 수 있게 끔 개조할 수 있나 해서 맡겨보려는 거야."
"한마디로 나한테 개조를 맡긴다. 이거지?"
"응. 맞아."
"좋아. 그럼 개조는 어느 수준까지 원하지?"
루루의 눈빛이 음흉하게 바뀌었다. 마치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상인과도 같은 눈빛이었는데,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저런 표정을 지으니, 뭐랄까?
친척네 집에 갔을 때 아직 초등학교를 다니던 조카가 나를 속여 먹여서 용돈을 타내려고 하던 매의 눈과 같아 보였다.
"음. 일단.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고,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 그리고 지금 갖고 있는 세디스트 같은 성향은 절대 고쳐줬으면 좋겠어."
내 말에 루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 추가할 게 없냐고 물어오는 루루에게 잠시 피규어 상태로 변한 마갑을 바라보았다.
갑옷이라는 건 애초에 몸을 보호하기 만들어진 보호구이다.
근데 지금은 보호구 보다는 뭐 장식용에 가깝게 바뀌었으니까. 어찌 되었든 간에 원래 갑옷 상태로 변해서 내 몸에 착 달라 붙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함부로 촉수를 꺼내지 못하게 하고, 원래의 갑옷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끔 하면 좋겠어. 그것도 내 몸에 딱 맞게 말이야."
루루가 내 몸을 훑어보다가 똘똘이 쪽에서 시선이 멈췄다.
"좋아. 그건 문제 없어. 다만 연구를 시작하려면 네 정액이 필요해. 주인 인식을 시키려면 주인이 되는 자의 유전자 만큼 좋은 게 없거든?"
결국 내 정액이냐.
왠지 이세계로 와서 내 정액이 만능 화폐처럼 쓰이는 것 같은데. 그래 어차피 가진 거라곤 몸뚱이 뿐이니까.
"알았어."
내 대답에 루루가 오에 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들고 있던 마갑 피규어를 로브 안에 집어 넣으며 좀 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럼 어디 내 연구실로 가볼까?"
잠깐 업혀 있는 세라자드를 옆에 다가온 아이린에게 건네주고, 루루를 바라보았다.
"연구실은 먼 곳에 있어?"
"아니. 사령실 바로 아래에 있다! 아참 그리고 공주 넌 여기에 있도록! 내 연구실은 좁아서 여러 명이 못 들어가거든."
흥분한 루루가 두 손을 꼭 쥐고선 성난 것처럼 얼릉 들어오라는 듯 사령실 입구로 돌아갔다.
"아이린 잠깐 기다리고 있어 줘."
세라자드를 업고 있는 아이린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빠야. 조심 해야 해."
"응. 알았어."
조심 하라는 이야기는 루루가 듣지 않게 조용히 조잘거린 아이린을 두고, 루루를 따라 사령실로 들어갔다.
"자자! 열려라 연구실!"
루루가 사령실 소파가 있던 자리에서 두 손을 들어올려 만세 자세를 취하면서 손에 푸른색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소파가 옆으로 스윽 움직이더니 그 아래로 맨홀 뚜껑 크기의 구멍이 나타났다.
"크크. 얼른 따라 와라. 인간."
그대로 루루를 따라 맨홀 구멍 같은 곳을 따라서 들어갔다.
구멍 안으로 향하는 길은 계단이 아니라 사다리로 되어 있었는데, 희한하게 벽에 불빛처럼 환하게 빛나는 돌들이 박혀 있어서, 그것들이 조명 등 역활을 해 전혀 어둡지 않았다.
약 건물 1층 높이 정도의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대충 사령실보다 조금 더 넓어 보이는 공간이 나타났는데.
아까 전에 아이린보고 좁다가 따라오지 말라고 했던 게 거짓말이란 것이 금방 드러났다.
그리고 사다리 끝에 다다라 루루를 바라보자, 녀석이 그 넓은 공간 안에 가득 들어차 있는 수 많은 작업대와 가구 같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무언가 챙기는 것이 보였다.
설마 이상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니지?
아니 애초에 정액을 뽑는 다는 것 부터 이상한 짓의 범위에 들어가나?
"얼른! 얼른! 내려 오는 거다!"
흥분한 루루가 비커와 스포이드 같이 생긴 것을 양손에 들고 나를 향해 보챘다.
저 모습을 보니 초등학생때 과학시간만 되면 흥분 해서 과학실에 달려가던 한 여자아이가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동창들에게 그녀가 이과를 나와서 K대 까지 갔다고 들었는데, 잘 지내려나 모르겠다.
"야, 근데 너 정액 뽑는 법은 아는 거지?"
아까 전 루루가 거칠게 내 똘똘이를 뽑아 내려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불안해졌다.
시발. 혹시 불알을 잘라내서 정액을 가져가겠다 뭐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이 몸은 자지에 관해선 마스터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 저길 보아라."
루루가 스포이드를 든 손으로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진열장 같은 곳이 보였다.
그리고 그 곳엔...
홀리.
수백 개의 잘라진 자지와 불알들이 박제 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 중에는 인체 해부도처럼 조각 조각 낸 것도 있었다.
"크크. 어떠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자지와 불알들은 내 손에 공략되었지."
잠시 위를 쳐다보고 재빠르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시바아아알. 여기서 똘똘이를 잃을 순 없어!
"야...! 야! 도망치지 말거라!"
순간 사다리를 붙 잡고 올라가던 손이 무슨 접착제를 발라 놓은 것 마냥 떨어지지 않았다.
어어... 시발 이거 좆 된 거 같은데?
"크크. 발악하지 말고 얌전히 내 실험체가 되거라."
애초에 정액을 뽑겠다면서 그렇게 거칠게 내 똘똘이를 다룰 때 부터 눈치 챘어야 했다.
저 녀석에게 있어 똘똘이는 지적 대상의 호기심일 뿐이지 성적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니 성지식 또한 전무할 수 밖에 없었다.
"야이. 미친년아! 내 똘똘이를 어쩔 생각이냐!"
내 말에 갑자기 내 손과 발이 사다리에서 떨어지면서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
그리고 천천히 몸이 둥둥 떠오른 상태서 루루가 있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어쩔 생각이긴. 크크크... 어짜피 여기선 자지로 뭔가 할 것 도 없잖아?"
여러모로 할 게 많습니다.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루루의 눈 앞에 도착했다.
으으... 에슬리 때와 다르게 팔 다리만 움직이지 못하고 다른 부위는 힘을 주는 대로 꿈틀 꿈틀하고 움직였다.
"자... 잠깐만 아까 얘기랑 다르잖아. 분명 정액만 필요하다고."
"그랬지.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 살아있는 생체 병기를 보니까 팟 하고 뭔가 생각나더라고. 그래. 혹시 자지도 이렇게 잘라내서 생체 병기로 영구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미친. 지금 분명 내 똘똘이를 잘라내겠다고 했어.
"잠시 준비가 끝날 때 동안 거기에 잠시 묶여 있도록 해."
루루가 허공에 푸른 빛으로 빛나는 손을 휙 휙 휘두르자. 내 팔 다리가 쭉 펴지더니 이내 대자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주위를 돌려보니 내 몸이 허공에 그려진 푸른 마법진 위에 매달린 모양이었는데, 루루가 다시 한번 손집을 하니까 내 몸이 허공에 서 있는 상태에서 누워 있는 상태로 바뀌었다.
한마디로 실험대 위에 올려진 마냥 내 몸이 허공에 떠 있는 상태.
"어디 보자... 준비를 하기 전에."
루루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자신의 가슴 팍까지 떠 있는 내 몸 앞에 섰다.
위험해... 진짜 위험해.
혹시 아까처럼 똘똘이가 발키리 검술? 을 사용해서 한 번은 막는다고 쳐도 지금 상태에서 루루가 한번만 공격하고 나서 에이 하고 포기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아까 전처럼 반격도 할 수 없는 상태.
"요 놈. 요 놈. 크크."
루루가 내 앞에 서 더니 자그마한 손에 쥐어진 말캉말캉한 스포이드로 내 귀두 끝을 찰싹 찰싹 때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