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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28화 (28/220)

〈 28화 〉 제 5화. 새침한 아라크네.(2)

* * *

본능은 저 유혹을 참아?

라고 나를 자극해 댔지만, 방금 전 똘똘이가 경고했던 것을 떠올리며, 순간 차오르는 욕정을 참아냈다.

섹스를 하고 싶다고 아무 때나 섹스를 해대면 그게 섹스머신이지 인간인가?

"아이린. 네 마음은 알겠지만, 일단 네가 말한 아라크네부터 만나고 나서..."

라면서 다가가 반 쯤 벗겨진 속옷을 추슬러 주는데, 똘똘이가 껄떡 대는 게 느껴졌다.

그래. 똘똘아.

응? 이게 아니라고? 근데 이미 늦었는데.

속옷을 추슬러주자 아이린의 욕정이 가득한 눈빛이 잠시 차분히 가라 앉는 게 보였다.

그러자 성난 똘똘이가 껄떡 대면서 붉게 달아오르는 게 보였다.

미안 똘똘아. 네 의도를 잘못 이해했구나.

아이린이 흠. 흠. 하더니 평소에 청초한 표정으로 돌아오더니 입을 열었다.

"오빠야. 22층에는 혼자 갔다 오는 게 좋을 거야."

"응?"

"22층에 있는 아라크네 언니야는 조금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거랑 나 혼자 다녀오는 거랑 무슨 차이인데?"

내 말에 아이린이 나보고 잠시 자리에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라크네 언니야는 마왕군에 합류한 이유가 나랑 비슷해. 원래 아라크네 부족은 둥지를 틀면 웬만해선 그 둥지를 튼 지역 밖에는 나가지 않거든."

"응."

아이린의 설명이 이어졌다.

아라크네 부족은 인간 왕국에서 떨어진 어느 숲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룸룸왕국. 즉 아이린의 버섯왕국과 달리 인간과의 교류도 없었고, 숲 자체가 인간의 손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라, 찾는 이도 없었다.

그러던 도중 어느 왕국에서 망나니 왕자가 아라크네와 섹스하고 싶다고 찾아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엄청 특이한 성벽을 가졌던 그 왕자는 정작 아라크네와 만나고 나자 괴물들이라며 그녀들의 집을 불태웠고, 그 복수로 왕자를 죽여버렸다고 한다.

그 후에는 왕국에서 왕자의 죽음을 이유로 대대적인 토벌을 시작했고, 아라크네가 몰살 직전 단 하나의 아라크네만 탈출하여 마왕군에게 구조 됐는데, 그것이 지금 미궁 22층에 있는 아라크네 사린이라고 했다.

"나야 엄마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심적 부담이 덜했지만, 아라크네 언니야는 아닐거야."

아이린의 조언에 따라, 잠시 예전에 과거에 군인들에게 점령 당해 몰살 당한 어떤 평범한 마을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마을에서 어떤 여자 아이 한 명만 살아남아 그때의 참상을 알렸었는데, 어쩌면 그 여자 아이 당사자가 아라크네 사린하고 똑같은 경우 아닐까 했다.

비록 종족이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다 지만 상황은 비슷해 보였다.

당시 그 여자 아이가 PTSD 때문에 한참을 고생하다가 입양하여 후에 관련된 서적을 내고 할머니가 되어 죽은 이야기를 어느 다큐멘터리에 봤는데.

그 당시 그 여자아이가 할머니가 되어 했던 이야기가 기억났다.

아직도 저는 혼자가 무섭습니다. 부모님이 군인들을 피해 지하실에 저를 숨겨 주셨을 때, 들려오는 발소리와 비명 소리 그것들이 사라지고 이어지는 정적과 어둠.

어둠도 당연 무서웠지만, 제일 무서운 건 홀로 남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아라크네 사린의 경우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탈출이라 했으니 어둠과 정적은 없었겠지만, 홀로 남았다는 그 감정 만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

잠시 생각을 곱씹다가. 아이린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22층에는 혼자 가 볼게. 그럼."

"응. 오빠야. 그럼 22층 입구까지는 같이 가 줄게."

내 손을 붙잡는 아이린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안내에 따라 버섯 유흥 단지로 향했다.

[레벨:6]

[나이:32]

[직업:자지용사]

[스탯 힘 10 체력 25(­6) 민첩 10 지능 5 지혜 5 운 999]

[성검: 똘똘이(부식, 미약생산. 포자생산. 발키리 검술. 신체 분리.)

루루와 섹스 한 후로 확인을 제대로 못해봤는데, 에슬리와 한발 뺀 직후 체력 계산은 맞았는데, 레벨업이나 새로운 기술 혹은 똘똘이의 변화가 없었다.

혹시 새로운 얘랑 섹스 한다고 무조건 레벨과 스킬이 생기는 게 아닌가?

상태 창 시스템에 잠시 의문을 느끼다 보니 어느새 22층에 도착한 버섯 송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오빠야. 나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힘내."

"응. 알았어. 좀만 기다려 금방 다녀올 테니까."

아이린의 응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아이린과 이렇게 말을 주고 받다 보면 뭔가 가족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세계로 넘어와서 가족이라...

어떻게 보면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같이 살고, 가족과 마찬가지로 서로 챙겨주다 보니까. 이런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22층은 1층보다 훨씬 어둡고 음침했다.

버섯 왕국인 50층은 인공 태양이라도 떠 있는지 꽤나 밝은 분위기였지만, 이 곳은 완전히 어두컴컴한 동굴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약간 푸른색의 달빛 같은 빛줄기가 동굴 내부를 비추고 있어서 한치 앞이 안보이거나 하는 건 아니었으나.

한 100미터 정도 앞은 어두워서 안 보였다.

윽.

스윽. 스윽. 발끝에 끈끈이 같은 점액질이 묻어 났다.

뭔가 기분이 나쁜데... 어차피 이 정도는 나중에 에슬리에게 부탁하면 깨끗해 질 테니까.

­찌걱. 찌걱.­

말라붙은 음료수가 바닥에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발 밑에서 울려 퍼졌다.

근데 동굴이 그리 커 보이진 않는데, 중간 중간 기둥 같은 것들이 계속해서 보였는데, 기둥이 제법 커서 그 뒤에 사람이 여럿 숨을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졌다.

어느 정도 계속해서 들어가자 주변에 거미줄 같은 흰 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근데 점도가 너무 떨어져서 내가 손으로 한번 스윽 휘젓자 실들이 끊어지면서 마치 솜사탕처럼 흩어져 버렸다.

일반의 거미들이 설치하는 거미줄도 끊어지는 건 쉽게 끊어져도 점도가 어느 정도 있는데, 이건 거의 실타레 급이었다.

­스윽. 스윽.­

거미줄을 해치면서 걷다 보니 막다른 길이 나왔다. 잠깐만 동굴인데 막혔다?

좌 우 쪽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길.

지금까지 동굴이 길이 아니라 커다란 커다란 공동 같은 느낌이었다.

일단 좌측으로 꺾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은 아니지만, 뭔가 막혀 있다는 기분이 드니까 공포 게임의 한 장면 같이 느껴졌다.

­촤륵. 촤륵.­

그러다가 뭔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에 그 쪽을 바라보았다.

기둥.

커다란 동굴 기둥 뒤에서 뭔가 거무스름한 막대기 같은 것이 나타났다가 샤샤샥 사라지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라크네 사린인가?

기둥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자 기둥 뒤에서 무언가가 빼꼼 튀어나왔다.

흑빛깔의 엄청나게 반짝반짝 거리는 머리카락. 그리고 거대한 검은 초코볼 같은 눈.

확실히 인간을 닮았으면서 인간의 모습이 아닌 얼굴이 나타났다.

인간처럼 눈 쪽에 있는 두 개의 커다란 초코볼 눈에 이마 쪽에 있는 자그마한 초코볼 눈 6개. 내가 아는 거미 몸 구조로는 겹 눈인가?

그리고 사람 처럼 있는 코와 입. 그 모습에 왠지 부조리가 느껴졌다.

피부는 약간 남색과 검정색을 섞어 놓은 어두운 파란색이었는데, 입술은 그보다 피부색보다 좀 더 진한 색이었고, 코는 작고 오똑해서 마치 잘 만들어진 인형의 코처럼 느껴졌다.

"너 인간이지?"

열린 입술 사이에서 유난히 툭 튀어나온 것 같은 하얀 송곳니 두 개가 보였다.

방금은 일부로 감추려고 했던 것인지. 이번에 말하고 난 뒤에는 입술 밖으로 거의 턱까지 닿을 송곳니가 드러났다.

"응. 맞아.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어."

"으으..."

내 말에 그녀가 내 얼굴을 보다가 점차 시선을 내리더니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벼...변태야? 왜 옷을 벗고 있어?"

검푸른 얼굴 위에 약한 홍조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게 평범한 반응이지. 너무 이세계에 적응하고 있어서 인가 알몸의 지금이 어느 순간 평범하게 느껴졌다.

"그건 여러가지 사연이 있어. 그래서 너한테 도움을 청하러 온 거야."

"아니! 왜 발기까지 한 건데?!?"

"아니, 여기엔 이유가."

가까이 다가가서 대화를 하려 하자 그녀가 기둥 뒤로 숨어버렸다.

"오...오지마. 이 변태야."

그래. 이 반응이 정상이지.

물론 그렇다고 내가 변태는 아니다.

"자... 잠깐만. 사린."

"응? 내... 내 이름은 어떻게 안 거야?"

"아이린에게 들었거든."

"아이린? 아이린을 만났단 말이야?"

다시 기둥 뒤에서 사린이 빼곰 얼굴을 내밀었다.

검푸른 피부에 살짝 홍조가 떠올라 있는데, 눈이 초코볼처럼 생겨서 사람처럼 동공이나 각막, 홍채 이런 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럴까? 뭔가 곤충 인간과 대화 하는 느낌도 들었는데, 자세히 보니 속눈썹은 있는 것 같았다.

"응. 아이린을 만나서 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 그리고 네가 옷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내 이야기를?... 그러면 내가 인간을 싫어한다는 걸 알 텐데..."

"난 그런 인간들하고 달라. 난 이세계에서 온 인간이거든."

"이세계에서 온 인간?... 그럼 용사야?"

그러고 보니 이세계에서는 소환된 인간이면 전부 용사 인줄 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아이린의 어머니를 통해서 용사가 되긴 했지.

문제는 일방적이고 자지용사 라는 게 문제였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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