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제 5화. 새침한 아라크네.(8)
* * *
단 하나의 교감 없이 치료라는 목적 아래에 의무적으로 섹스를 하다 보니 의외로 사정까지의 시간이 길어졌다.
"오빠야."
사정을 마치고 사린의 구멍에서 똘똘이를 빼자, 걸쭉한 정액이 무너진 댐처럼 푸륵 하고 구멍에서 같이 빠져나왔다.
꿀꺽 하고 옆에서 아이린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지만, 모른 척해주었다.
"그... 괜찮아?"
가까이 다가온 아이린이 자리에 쭈그려 앉더니 내 불알을 향해 후후 하고 바람을 불어주었다.
"응... 괜찮아."
여차하면 분리할라고했었는데, 너무 거칠게 다루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알을 스치는 동안, 사린의 상태를 살폈다.
섹스로 몬스터를 치유한다는 게 이번이 두 번째이다.
잠시 뭔가 사린에게서 하얀 불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음부부터 시작해서 몸통을 집어삼킨 빛이 서서히 사린의 몸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오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아이린."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광경에 아이린을 바라보았더니 입가에 흥건하게 정액을 묻힌 아이린이 응?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내 입가에 묻은 정액을 스윽 손등으로 닦아냈다.
설마...
홀리...
바닥에 흥건하게 흘러내렸던 정액이 흔적만 남고 사라져 있었다.
파삭.
윽! 갑자기 사린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눈앞을 가렸다.
그리고 잠시 태양처럼 눈부심에 눈을 감았다가 떴더니, 아이린의 시선이 사린 쪽을 향해 있는 게 보였다.
뭐가 어떻게 됐... 어?...
사린이 있던 자리에 거짓말 처럼 엄청나게 커다란 하얀 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그 커다란 알을 보호하듯이 수 많은 알들이 널려 있었는데, 대부분이 타조 알보다 커 보였다.
"무...무슨 일이 있던 거야?"
방금 전 아이린에게 시선을 뺏겼던 게 억울해졌다.
쩌적...
그리고 아주 찰나의 시간에 빛이 사라지며, 그 커다란 알 한 가운 데로 지그재그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적 소리를 내며 알이 쪼개지며, 서서히 양 옆으로 벌어진 알 사이에서 아주 작은 거미 여인이 나타났다.
흑발의 물결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검은 눈에 붉은 동공을 가진 딱 봐도 굉장히 요염하면서도 박력 있게 생긴 미녀의 얼굴.
그리고 인간처럼 살구색의 전신을 뒤덮는 피부에 팔과 다리 부분에 거미처럼 갑각이 드문드문 피부 위에 덮여 있고, 마지막으로 등 쪽에 전신을 뒤 덮으고도 남을 정도로 길쭉하고 두꺼운 거미 다리 여섯 개가 몸을 보호하듯이 감싸고 있었다.
마치... 그래 우주 전쟁 게임에서 보았던 외계 종족 여왕님과도 닮은 비쥬얼의 모습.
여섯 개의 거미 다리가 활짝 펴지면서 벌어지던 커다란 알을 일격에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리고 거미 여인. 즉. 사린으로 추정되는 여인이 내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것처럼 인간처럼 자라난 다리를 이용해서.
파자작.
큰 알이 산산조각 나면서 깨진 탓인지 주변의 자그마한 알들이 일제히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그곳에서 검은 털을 가진 내 머리통만 한 거미들이 마구잡이로 껍질을 깨고 나오기 시작했다.
으아악! 징그러워.
수 많은 거미들을 뒤에 두고 거미여왕이 된 사린? 맞겠지? 그래 사린이 천천히 걸어온다.
"후후..."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며 여섯 개의 거미 다리로 뭔가를 꿰뚫듯이 팽팽하게 뒤로 상태로 다가오던 사린이 점점 내게 다가올 때쯤.
갑자기 내 목에 있던 황금 목걸이에서 자그마한 빛이 흘러나왔다.
튀어! 인간 놈아! 저거에 꿰뚫렸다가는 바로 황천길이다!
루루?
방금 황금 목걸이를 통해 루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처음 만났던 그 꼬맹이의 코맹맹이 목소리로.
얼른! 이대로 내 라이프배슬까지 파괴되면 나도 황천길이단 말이다!
"아이린!"
나와 마찬가지로 벙찐 얼굴로 사린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린의 손을 낚아 챘다.
그리고 그 순간 옆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채찍처럼 늘어난 6개의 거미 다리가 아이린이 서 있던 자리를 훑고 지나갔다.
"오...오빠야!"
쾅!
"서방니임?"
아이린이 있던 자리에 생겨난 자그마한 크레이터에 소름이 돋았다. 방금 그 자리에 아이린이 계속해서 있었으면 저 거미 다리에 몸이 관통 됐을 거다.
내 곁으로 잡아 당겨 품에 안은 아이린을 이끌고 그대로 뒤도 보지 않고 달렸다.
쉬익! 쾅!
내가 지나간 자리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뭔가가 발치에 내리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
쾅! 쾅!
중간 중간 무언가의 파편이 내 등과 발을 가격했지만, 계속해서 달렸다.
멈추면 그대로 죽어버릴 것 같은 공포감이 내 이성을 마비 시켰다.
"오...오빠야!"
내 품에 안긴 아이린을 꽉 끌어안고 달렸다.
다행히 라면 다행일까?
전보다 높아진 민첩과 힘이 밑 바탕 되어 아이린을 안고 달림에도 지구에서의 현역 시절의 속도 정도가 나왔다.
쾅
바로 내 다리 옆에 아슬아슬하게 꽂히는 거미 다리들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내가 아무리 달린다고 해도 직진으로 달리는 건데 이렇게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달리고 있는 내 가랑이 사이 아래에 꽂히는 거미 다리를 보면서 머릿속을 비웠다.
"으아아악! 사람 살려!"
타조 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 단숨에 22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곤 입구에 봉긋 솟아있는 송이 버섯 엘리베이터를 향해 몸을 던졌다.
데굴데굴. 시야가 빙글빙글 돌면서 바닥에 그려진 마법 진이 파랗게 빛나는 게 보였다.
"으에에에~?"
구르면서 내 품에서 벗어나 구석으로 데굴데굴 굴러 간 아이린이 벽에 기댄 채 헤롱헤롱거리는 게 보였다.
일단 나 또한 구르던 것을 멈추고 바닥에 드러 누운 채로 내가 방금 통과해 꾹 닫혀 있는 입구를 바라보았다.
"휴우..."
푸른 빛이 찬란하게 내부를 감쌌다.
일단 위기는 넘긴 것 같...
쩌적.
순간 뭔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입구 쪽에서 거미 다리 여섯 개가 파고 들어 왔다.
에이 설마...
아이린 얘기로는 이 송이 버섯은 소드 마스터의 일격도 버틸 정도...
"서방님?"
그리고 여섯 개의 다리가 파고 든 공간에서 사람 머리가 들어 갈 정도의 구멍이 생겨나면서 그 너머로 사린의 얼굴이 보였다.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세요? 후후..."
찌찍.
붉은 동공을 빛내면서 사린이 나를 보고 시익 웃었다. 하지만 곧 강제로 열렸던 구멍이 서서히 다시 봉합 되기 시작하면서 구멍이 작아 졌다.
"아아... 서방님. 금방 찾아 뵙겠습니다. 그럼 그 때까지 안녕히..."
사린이 원래 저런 캐릭터였나? 싶을 정도로 소름이 돋는 미소와 함께 거미 다리가 빠져나가면서 입구가 다시 닫혔다.
"흐응."
버섯 도서관으로 돌아오자, 수 많은 슬라임들과 함께 입구에 기다리고 있던 에슬리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루루는 어떻게 하고?
라고 말 하려고 했는데, 열려 있는 입구를 슬쩍 바라보니 세 명의 슬라임 소녀에게 묶여서 간지러움을 당하고 있는 루루의 모습이 보였다.
"꺄하하핫! 그만 해! 그만 하라고!"
심지어 알몸 상태에서 나한테 했던 자세 그대로 붙잡힌 채 괴롭힘 당하고 있는 루루를 보자니.
방금 전까지 목숨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 있었지만, 뭔가 기분이 통쾌해졌다.
"크크큭."
사악하게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에 에슬리가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흐응. 어때 갔던 일은 잘 해결 됐어?"
"그게요. 언니야. 잘 풀린 건지 안 풀린 건지 모르겠어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었는데, 옆에서 대신 대답해 주는 아이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특유의 콧소리와 함께 나와 아이린의 몸을 살펴보던 에슬리가 고개를 리듬을 타듯이 고개를 살짝 까닥 이다가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에슬리를 따라서 나와 아이린도 내부로 따라 들어갔다.
"꺄하하핫! 니네... 니네 용서 못... 꺄하학 흐윽."
안에 들어서자, 루루가 정신 없이 웃다가 우리를 보고 뭔가 말을 하려다가 다시 실성 하듯이 웃어 댔다.
한 명이 겨드랑이를 두 손으로 간지럽히고 있고, 한 명이 발바닥을 한 명이 허리를 간지럽히면서 슬쩍 슬쩍 루루의 몸을 액체로 덮어갔다.
크윽. 이 몸을 이 몸을 구하란 말이다!
하지만 라이프배슬로는 의사를 전달 할 수 있는지 황금 목걸이가 빛나며 루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에슬리가 내 목걸이에 손을 뻗더니 이내 만지작 만지작거렸다.
"김지호."
"왜?"
"이거 루루의 라이프배슬이지?"
"응."
"흐응. 그러면 이걸로 루루를 각인해서 부하로 써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
"각인?"
"원래 리치는 라이프배슬이 거의 심장이나 마찬가지인 물건이거든. 그래서 원래 라이프배슬에 각인을 새기면 그 리치를 자신의 수하로 부릴 수 있어."
으윽! 듣지 마라. 듣지 마라!
루루의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호라. 이 놈을 내 부하로 써 먹는 다라.
순간 루루의 실험실을 비롯해 1층에서 보았던 언데드들이 기억 속에 떠올랐다.
"그러면 그 부하들도 부려 먹을 수 있을까?"
"흐응. 당연하지."
"그럼 어떻게 각인을 하면 돼?"
"흐응. 두 가지 방법이 있는 데, 하나는 라이프배슬을 네 심장에 박는 것."
"그...그건 좀 힘들 것 같은 데."
"응. 두 번째는 라이프배슬에 네 강력한 생명력을 불어 넣는 거지."
"응? 그 말을 정액을 말 하는 거야?"
"그래. 맞아... 근데 아무래도 목걸이다 보니까. 여기에 다가 넣고 정액을 부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데."
그러면서 에슬리가 어디선가 가져온 커다란 비커를 내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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