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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44화 (44/220)

〈 44화 〉 제 8화. 전환점.

* * *

"어...어?"

자세히 보니 아이린의 피부가 좀 더 살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전에는 백옥 같은 피부였다면 지금은 좀 더 사람에 가까워졌다 랄까?

그리고 붉은 마녀 모자 버섯 위에도 자그마한 버섯들이 추가로 피어 있었고.

외형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아이린?"

"응. 응. 오빠야. 아이린이야."

반갑게 나를 맞이해주는 아이린이 내게 다가와 그대로 침대에 뛰어들듯이 안겼다.

"다행이야. 못 일어나는 지 알았어."

"응?... 못 일어나다니?"

"그게..."

"오빠가 무리하는 바람에 체력이 한계까지 다다랐었다고. 내가 급하게 마력 결계를 안쳤으면, 오빠는 이미 복상사 했을 거라고."

그러면서 입구에서 루루가 나타나 걸어왔다. 검은 로브에 라이프 배슬인 황글 목걸이를 차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전과 달리 검은색 로브가 좀 더 윤기 있고 깨끗해 진 것 같았다.

아니 입고 있는 로브의 재질 자체가 바뀐 것 같은데?

"어휴. 내가 옥상에 올라가서 세라자드의 인격을 수정하는 동안 오빠랑, 아이린 언니랑, 에슬리 언니랑 완전 난교 파티를 벌였다고. 도서관 1층 전체가 세 사람의 채액으로 물난리가 난 듯이 바닥이 잠길 정도 였다니까?"

고개를 저으며 다가오던 루루가, 누군가를 소개하듯이 문 옆에서 비켜 섰다.

"정리는 여기 사린 언니가 도 맡아서 했고."

응? 사린?

입구에서 깔끔하게 드레스를 차려 입은 사린이 걸어 나왔다. 전과 다르게 인간처럼 통통하게 오른 살색의 몸에, 상체가 딱 달라붙고 하체가 펑퍼짐한 귀부인 같은 푸른색의 드레스.

그리고 그 드레스 뒤로 흑요석처럼 반질반질 해 보이는 여덟 개의 거미 다리가 보였다.

응? 원래 여섯 개에 인간의 팔이 두 개 달려 있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다리 또한 인간의 두 다리가 드레스 아래로 살며시 보였다. 그럼 다리가 총 12개가 되는 건가?

"서방님."

단숨에 내 쪽으로 다가온 사린이 단아한 모습으로 침대 위에 무언가를 살포시 내려다 놓았다.

뭘까? 하고 바라보니 마치 군대에서 받았던 전투복처럼 각 잡히게 접혀 있는 옷 두 벌이 놓여 있었다.

옷?

옷이라고?

감격한 표정으로 사린을 바라보니, 인간처럼 변한 눈동자 사이에 빛나는 붉은 동공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이 세상에 나만 존재하는 것 같이 쳐다보는 사린에게서 뭔가 소름이 돋는 것 같은 집착이 느껴졌다.

홀리.

살짝 시선을 피해 사린이 내려놓은 옷을 내려다 보았다.

하나는 옷이 아니라 망토 같았는데, 집어서 활짝 펴보니 확실하게 내 몸을 한 면만 가릴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망토였다.

그리고 그 밑은...

이 것도 옷이 아니라 푸른색의 사각 팬티였다. 심지어 똘똘이가 있는 부근에는 커다란 단추가 두 개가 달려 있는... 근데 이거 단추 사이 폭이 넓다 보니 잘못하면 똘똘이가 튀어나올 수 있게 설계된 것 같다.

"서방님. 입으시지요."

홀리...

사각팬티를 들고 있다보니, 기대하는 표정의 아이린과 세라자드, 그리고 루루와 사린의 표정이 순차적으로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루루의 새 로브나, 세라자드의 메이드복을 보면 사린이 만든 옷 같은데. 왜 나만 이런...

"기다려 봐."

이불을 걷고 버섯 침대에서 내려와 주섬 주섬 사각 팬티를 입었다.

스윽 스윽. 팬티를 입어서 허리춤 까지 스윽 끌어올리니, 뭔가 안정감과 함께 뿌듯함이 느껴졌다.

드디어 이세계에 와서 입는 첫 옷이라니.

촉감이 평소에 있던 사각팬티보다 훨씬 부드럽고 시원했다.

마치 벗고 있을 때보다 더 상쾌하고 든든해진 기분.

심지어 내 상시 발기 상태인 똘똘이를 위해서 앞 부분이 도톰하게 튀어나왔는데, 그 덕분에 팽팽하게 늘어진 사각 팬티가 헐렁 할 것 같은 팬티를 안정감 있게 잡아주고 있었다.

"주인님 팬티를 입으신 모습도 우람하셔서 멋지시네요."

"오빠야. 딱 맞는다."

"응. 딱이네. 딱."

"후후후."

세라자드 아이린 루루 사린 순으로 내 팬티 착용 소감을 말했다. 그나저나 사린 진화라고 해야 하나?

하체가 거미였는데, 인간의 몸으로 바뀐 후에 성격 자체가 조금 변한 것 같다. 처음 진화 때도 변한 게 느껴지긴 했는데. 전에는 새침데기 같은 소심한 소녀 같던 성격이라면.

지금은 소공녀 느낌이 물씬 나는 스타일로 바뀌어 있었다.

입고 있는 옷 때문인 걸 수도 있지만, 확실히 나를 대하는 태도나 사소한 행동이 그러했다.

"어디 보자."

팬티를 입은 상태로 허리를 돌려보았다.

입기 전과 달리 피부에 비단 같은 촉감이 쓸리는 게 뭔가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에슬리는?"

미약에 중독된 기억의 중간 중간 드문드문 아이린을 탐할 때의 모습이 기억났는데, 그때마다 무언가 기억에 거슬리듯이 에슬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감촉은 있었지만 뭐 랄까? 제대로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느낌?

분명 무언가 변화하면서 바뀐 것 같았는데...

으... 그나저나 미약의 효과가 나에게 까지 끼칠 줄은 몰랐다.

분명 정신이 날아갈 정도로 그렇게 기분이 좋았던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다시 한번 미약 효과에 중독 되고 싶을 정...도는 안되겠지?

방금 같은 경우는 루루가 막아줘서 운이 좋게 살아남은 거지.

체력이 전부 소진되면 죽는 나로써 미약 효과는 어떻게 보면 자폭 버튼이나 마찬가지였다.

"에슬리 언니야는..."

말 끝을 흐리는 아이린의 모습에 설마 하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뭔가 잘못 된 것일까?

"흐응. 날 찾았어?"

하지만 내 걱정과 달리 문 쪽에서 들려오는 에슬리의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에슬...리?"

"흐응? 왜?"

헐?

문 앞을 바라보니 웬 천사가 서 있었다.

아니.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 천사의 외형을 한 미녀가 머리 위에 천사링까지 띄운 채로 서 있었다.

온 몸이 반짝 반짝 빛난다고 해야 하나?

"내 바뀐 외모에 홀딱 반했구나?"

섹시한 포즈를 짓는 천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슬리 맞아? 그 슬라임?"

"흐응. 맞지. 김지호. 이거 볼래?"

순간 천사처럼 보이던 미녀의 모습이 푸른 액체 모습으로 변하더니 서서히 형태를 잃고 흘러내렸다.

근데 머리 위에 있던 천사링은 어디에 떠나지 않고 푸른 액체의 모습으로 변한 에슬리의 머리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슬라임 모습으로 돌아갈 수 도 있지만, 육체화가 완벽해져서 육체화 상태를 유지하는 게 오히려 더 편해졌어."

그러더니 다시금 미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금빛이 맴도는 웨이브 진 장발 머리에, 티하나 없이 깨끗해 보이는 살색 피부. 그리고 시원시원해 보이는 이목구비와 머리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천사링.

그리고 중요한 것은.

꿀꺽.

세라자드를 뛰어넘는 거대한 가슴과 굴곡 진 엉덩이였다.

세라자드의 가슴 사이즈만 해도 거의 규격 외라고 생각했는데, 에슬리의 지금 모습은 그냥 폭유 그 자체였다.

와우 저 정도면 가슴 한쪽을 두 손으로 떠 받쳐도 될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응~."

기세 당당해진 에슬리가 두 팔로 가슴을 받치듯이 팔짱을 꼈다.

그리고 당연히 내 시선 또한 그쪽으로 향했고.

"서방님?"

순간 내 앞으로 시야를 가리듯이 사린의 웃고 있는 얼굴 표정이 나타났다. 물론 눈은 웃고 있는데, 입가는 파르르 떨리는 것이 당장이라도 나를 쥐어 짤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아. 미안. 사린. 이 팬티랑 망토 정말 마음에 드는데?"

대화를 돌리기 위해 일부로 팬티를 입은 허리를 죽 내밀면서 말하자, 사린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서...서방님도 참."

오옷!?

하면서 손으로 내 팬티 위를 찰싹 때렸다. 근데 하필 이면 그 부분이 똘똘이다 보니 성난 똘똘이가 팬티의 단추 사이로 빼꼼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앗. 귀여워라."

아이린의 목소리에 여성 일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귀여운 건가?

뭔가 팬티 사이에 불끈 하고 삐져나와 있는 똘똘이를 내려다 보며, 자괴감에 고개를 숙였다.

"정말 잘 만든 팬티에요. 우리 똘똘이가 너무 귀엽게 보이잖아요."

여성 일동이 모이자 수다가 시작됐는데, 대부분이 내가 입은 팬티 사이로 삐져나온 똘똘이 이야기 뿐이었다.

"흐응. 맞아. 저 우람한 똘똘이가 저렇게 귀엽게 보일 줄은 몰랐는데."

"맞아. 오빠의 똘똘이가 너무 애처로워 보여서 귀여워!"

사린이 내 뱉은 말에, 에슬리가 받아치고, 루루가 감탄했다.

그리고 나는 발가벗은 임금님의 기분을 느끼면 망토를 걸친 채 팬티의 기능을 상실한 팬티를 입은 채 버섯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물론 껄떡껄떡 거리며 팬티 사이를 좀 더 비집고 나오려 하는 똘똘이를 보며 루루 말대로 애처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 물론 똘똘이가 아니라 내가 말이다.

"앗. 그나저나 여기에 모인 이유가 있잖아요."

"아.. 아... 맞아요. 언니. 지금 막 정신을 차린 오빠도 들어야 할 정도로 긴급한 일이 생겼어요."

아이린의 말에 루루가 고개를 끄덕이며 모여 있는 여성 일동 사이로 커다란 마법진을 그렸다.

그리고 그 위로 거대한 안개가 깔리더니, 서서히 넓고 얇게 퍼지면서 웅덩이 같은 투명한 막을 만들어냈다.

"사실 총사령관님께 먼저 보고를 해야 하는 내용인데, 오빠나 언니들에게 먼저 상의하려고 아직 손은 안 쓴 상태에요."

스윽 스윽. 투명한 막 위에 루루가 다시 한번 손으로 마법 진 몇 개를 그리자, 곧 투명한 막 위로 무언가의 영상 같은 것이 펼쳐졌다.

바닥에 눕혀 놓은 둥그런 LED 모니터 같다고 해야 할까?

살짝 오목 하게 들어간 막 위로 커다란 탁자 크기의 영상이 펼쳐졌는데, 그 위에는 길쭉하면서도 익숙한 동굴의 길이 펼쳐져 있었다.

"잠시."

루루가 다시금 손을 휘휘 젓자, 길쭉한 통로가 확대되면서 어떠한 장면이 시야에 잡혔다.

"인간들이잖아?"

확대된 시야에서는 하얀 제복을 입은 은발의 소녀와 갑옷을 입은 기사로 보이는 남성 세 명.

그리고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붉은 제복을 입은 여성들이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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