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제 9화. 라미아 파티.(2)
* * *
사르륵. 시르륵.
기묘한 소리와 함께 노천탕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응?"
그러다가 입구 쪽에 노천탕의 담 역할을 하는 허리 높이의 돌 담 벽 위에 두 팔을 포개어 턱을 올린 채 목욕을 하고 있던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딱 보아도 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외모에 푸른색의 긴 생 머리 위에 조개 모양의 머리핀을 하고 있는 청순하게 생긴 여자아이.
"아...안녕."
내 인사에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던 여자아이가 두 팔을 배게 삼은 그 상태 그대로 고개를 스윽 내렸다.
그리고 내 똘똘이와 내 몸을 한번 스윽 훑어보더니 두 팔을 풀고 돌 벽을 두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벼...변태닷! 히익!"
동공이 파충류처럼 길쭉하게 변한 소녀가 뒤로 몸을 휙 돌리더니 이내 물속으로 머리를 퐁당 담갔다.
"변태?"
"변태라고?"
그리고 곧 온천탕 안이 술렁술렁이더니 해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온천탕의 물이 범람할 듯 내 눈앞까지 해일이 다가오더니 곧 거짓말처럼 해일이 훅 하고 꺼졌다.
"인간?"
"인간이라고?"
그리고 해일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것은 인간 모양의 상체에 배꼽 아래로 거대한 뱀의 몸통을 가진 여성들이었다.
대충 스물? 아니. 뒤에 있는 것까지 따지자면 스물은 훨씬 넘는 다양한 모습에 라미아들이 나타났다.
머리 색부터 헤어 스타일, 심지어 알몸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체 또한 완전한 인간형이 있냐 하면은 옆구리나 머리까지 살짝 비늘로 덮여 있는 이들도 있었다.
근데 비늘이 덮여 있는 몸을 한 이들도 인간의 외형에 아름다운 비늘이 붙어 있는 모양이라 상체만 보자면 살짝 인어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한마디로 생물학적인 거부감이 없이 오히려 신비로워 보이는 이미지가 든다는 것이었다.
"맞네? 정말 인간이야!"
"어머. 어머. 저기 아래 좀 봐봐."
마치 사랑스러운 동물을 바라보는 것처럼 저마다 감탄사를 내 뱉으며 내 몸을 훑어 보이는 라미아들을 보며,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레미를 만나러 왔어! 레미를 만나게 해 줘."
내 말에 라미아들이 일동 시익 웃으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싫은데?"
"널 뭘 믿고?"
"레미님을 만나려면 우리를 설득 해야 할 걸?"
저 마다 라미아들이 한마디 씩 내 뱉자, 순식간에 주변이 시장 바닥이 되었다.
"지금 지하 미궁이 위험해. 용사의 부하가 쳐 들어올 거야."
내 말에 라미아들이 일동 웃음을 터뜨렸다.
"어머어머. 용사의 부하가 쳐들어온대."
"용사가 아니라 그 부하가?"
전부다 내 말이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하는 듯 비웃음 가득한 모습으로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리고 곧 흘겨보던 시선이 음침해지나 싶더니 갑자기 길쭉하면서도 가느다란 혓바닥을 거의 가슴까지 닿듯이 길게 늘어뜨렸다.
거의 손가락 하나 크기로 갈라진 얇은 혓바닥이 시르륵 시르륵 소리를 내면서 현란하게 움직였다.
"거짓말쟁이는 혼내 줘야겠지?"
"응. 맞아. 마침 입고 온 옷도 완전히 변태 복장이잖아. 혹시 일부러 우리한테 당하러 온 걸지도 몰라!"
"어머. 완전 변태 아니야?"
"응. 맞아. 라미아를 우습게 알다니, 저런 인간은 불알에 정액 한 방울 안 남게 쭉 쭉 쥐어 짜줘야지."
"어머. 찬성이야. 찬성."
제일 선두에 서 있던 커다란 라미아들이 내게 다가왔다.
인간의 상체를 닮은 모습이지만, 크기는 2배 정도 커 보이는 라미아들이 온천 탕 담벼락을 넘었다.
상체만 놓고 보자면 내가 서 있는 키와 거의 맞먹는 커다란 덩치.
심지어 인간의 비율에 따라서 생긴 가슴 또한 거의 함지박 만하게 컸다.
두 손으로 받쳐도 모자를 만큼 커다란 가슴 두덩이가 내 머리 앞에서 출렁거렸다.
"자...잠깐. 난 진짜 미궁이 위험해서..."
"어머. 어머. 이 인간 봐봐. 평범한 인간의 자지 보다 훨씬 큰데?"
으악 시발. 내 말은 완전히 무시한 채 덩치가 큰 라미아 셋이 나보다 훨씬 커다란 머리를 서로 들이밀며, 나를 품 평하듯이 말한다.
사르륵.
바닥에 싸리 빗질을 하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면서 라미아들의 하체가 바닥을 부드럽게 쓸며 내게 다가왔다.
"어머. 진짜야. 저 정도면 하르, 네 팔뚝 정도 되겠는데?"
그 말에 뒤에 있던 라미아들도 빠르게 돌담벽을 넘기 시작했다.
이거... 그냥 도망쳐야 하나?
아니 도망친다고 해서 해결 될 게 아니야. 다시 한 번 말을 잘 꺼내 보자,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는 이야기도 있잖아? 차근차근 다시 한번 이야기를..
"어머. 어머."
마치 바겐세일 현장에 달려드는 주부들처럼 우르르 몰려 온 라미아들이 내 주변을 둘러쌌다.
그리곤 순식간에 주변에 알몸의 여성들의 상체와 형형색색의 뱀 몸통과 꼬리들이 현란하다 싶을 정도로 주변에서 움직여 댔다.
시르륵 사르륵.
혓바닥에서 나는 바람 소리와 바닥에 쓸리는 뱀비늘의 마찰음이 귓가를 어지럽혔다.
조금 떨어져 있을 때는 몰랐는데 라미아들이 가까이 다가오니 뭔가 특유의 물 냄새라고 해야 할까. 비린내는 아니고 락스칠한 수영장의 냄새? 같은 묘한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분명 위급한 상황인데, 냄새가 기분이 좋다...
어렸을 적에 이런 특유의 물 냄새가 나는 수영장에서 좋아하는 누나랑 수영을 했었는데, 나중에 기운이 빠져서 물 위로 못 올라가서 엉덩이를 밀어 올려줘서 올라간 적이 있었지.
그때 느낌이 아주 말캉말캉 했었다. 부끄러운 내가 그 누나를 밀어 올려주고 나서 발기해서 물 밖으로 못 올라오자, 누나가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왜 못 올라오냐고 막 나를 다그쳤던 기억이 추가로 떠오른다.
아,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때에는 여자의 가슴을 본 적도 만져 본 적도 없던 때라 엉덩이를 만졌던 촉감 만으로 몽정을 했던 기억이 났다.
아니... 잠깐. 지금은 이런 과거를 떠올릴 때가 아니지.
"잠깐. 내 얘기 좀 들어봐. 나는 지하 미궁 50층에서..."
"어머. 어머."
다가온 라미아들 중에 가장 예뻐 보이면서 가장 큰 라미아가 내 곁에 다가오더니 엄청나게 매끈해 보이는 푸른 빛의 비늘로 뒤덮인 꼬리를 허공에 빙글빙글 돌리더니 마치 로프처럼 내 몸을 질끈 둘러 쌌다.
억.
너무나 순식간이라 반응을 하기도 전에 두 다리가 허공에 붕 뜨는 감각이 느껴졌다.
"몸은 하나도 단련이 안 돼서 말랑말랑 한데, 여기 만은 훌륭하게 단련한 것 같네."
"아니! 내 얘기를 좀!"
마치 놀이 공원에 있는 기구에 탄 것 마냥, 두 팔과 허리가 뭔가 미끌미끌한 감촉의 뱀 꼬리에 묶여서 허공에 휘저어졌다.
으윽.
"어머나."
꼬리가 점점 허리부터 시작해서 온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꼬리가 두꺼워질 수록 팔과 다리가 꼼짝달싹 할 수 없을 정도로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에슬리 때와는 또 다르게 온몸이 완전히 압박 되어 꼼짝도 못하는 느낌. 순식간에 머리까지 올라온 두꺼운 꼬리가 내 입을 틀어 막아버렸다.
그런데 이 중 유일하게 뱀의 꼬리가 감싸지 않은 곳이 있었다.
"어디 보자."
그리고 꽁꽁 묶인 내 몸이 순간 어디론가 스윽 땡겨지는 느낌과 함께 커다란 라미아의 얼굴이 보였다.
아름다우면서도 약간 성깔이 있어 보이는 것 같은 도도한 얼굴 표정이 시야에 잡힌다. 근데 머리 크기가 아닌 거의 자동차 타이어 크기 쯤 되어 보이는 커다란 머리다 보니.
멀리 에서 보았을 때는 그저 예쁜 여자의 얼굴처럼 보였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뭔가 사람이면서도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커다란 사람 머리.
티비에 나오던 키가 엄청 큰 사람들을 우연히 현실에서 만났을 때 느껴지던 그 덩치의 압박감과 괴리감이 라미아에게서 느껴졌다.
나를 지켜 보던 라미아의 커다란 입술이 달싹였다.
만약 입을 연다면 내 허벅지 쯤은 단숨에 집어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입술 크기에 압박이 들어 속으로 외쳤다.
마갑. 마갑!
[야이! 주인님아! 이제 와서... 이 상태에서는 변신이 불가능해!]
뭐? 이 쓸모없는 마갑이!
[이...이익. 주인님아! 네가 쓸모... 없지 않고 너무 대단하십니다. 아악!]
어쨌든 마갑은 어떻게 할 수 없고, 온 몸은 라미아의 꼬리에 꽁꽁 묶인 상태였다.
그나마 머리와, 똘똘이가 있는 사타구니 쪽은 꼬리가 감싸고 있지 않는 게 다행이랄까...
잠깐 이거 다행인 거 맞아?
파직.
순간 스파크가 이는 것 같이 눈 앞에 푸른색 배경의 홀로그램창이 떠올랐다.
[레벨:10(+10)]
[나이:32]
[직업:자지용사(마)]
[스탯 힘 10 체력 25 민첩 10 지능 10 지혜 10 운 999 남은스탯 60 ]
[성검: 똘똘이(부식, 미약생산. 포자생산. 발키리 검술. 신체 분리. 점도 조절. 마력 결박. 자가 분열. 왕가의 피. 마신의 축복.)]
전에 하얀색의 게임 같은 홀로그램 창에서 휘황찬란한 푸른색의 보석 색깔로 변한 상태 창의 모습과 함께 내 레벨 옆에 +10 레벨이라는 추가 레벨이 붙은 것이 보였다.
스탯도 10이 남아 있던 것에서 60으로 변해 있었고, 스킬에는 마신의 축복이라는 것도 있었다.
아마 축복이니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버프 같은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혹시 레벨 10이 뻥튀기 된 것이 축복의 능력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툭. 툭.
성난 똘똘이가 상쾌한 바람을 맞으면서 밖으로 노출되는 느낌이 들었다.
윽. 일단 지금은 그래. 아껴 놨던 스탯부터.
"어머나."
내 똘똘이에 가까이서 살펴보던 라미아가 가느다란 혀를 내밀면서 내 성난 똘똘이를 위협하는 것 같은 모양새를 취했다.
"이 정도 두께에 길이라니. 마치 오크의 자지 같잖아?"
오크의 자지...
아니지. 일단 스탯을...
[스탯 힘 10>20 남은 스탯 50]
순간 내 몸에 활력이 마구 몰아치면서 온 몸이 단단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근데 뱀의 꼬리가 너무 단단해서 랄까?
왠지 힘은 넘치는데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스탯 힘 20>30 남은 스탯 40]
"어머. 발악 하는 거야?"
으윽. 평소에 운동 좀 해 놓을 걸.
뭔가 좀만 더 할 것 같으면 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부족하다.
[스탯 힘 30>40 남은 스탯 30]
어디에서인가 숨어 있던 근육들이 나타나 넌 할 수 있어 하면서 응원을 보낸다.
전력을 다해 온 몸에 묶인 뱀 꼬리를 밀어냈다. 근데 이게 함정이었던 건지 조금 밀리나 싶었던 뱀의 꼬리가 미끄덩 하는 느낌 같은 게 들면서 어렵게 밀어내던 내 몸을 다시 한번 처음처럼 꽉 옥죄었다.
[스탯 힘 40>50 남은 스탯 20]
"으아악!"
부풀어 오른 것 같은 단단한 근육들이 느껴지면서 뱀의 꼬리가 스르륵 끊어질 듯 팽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좀만 더 하면...
"어...어머나?"
핑그르르.
온몸을 휘감던 꼬리가 마치 도망가듯이 휘리릭 풀리면서 허공에서 팡 하고 내 몸에서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팔, 다리, 온 몸 구석구석이 단단해진 것 같은 느낌과 동시에 지금이라면 주먹으로 건물 벽도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올랐다.
순식간에 내 몸을 감싸다가 빠져나가는 라미아의 꼬리를 한 손으로 붙잡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