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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53화 (53/220)

〈 53화 〉 제 9화. 라미아 파티.(3)

* * *

"내 말 좀 들으라고!"

힘이 50에 달해서 몸이 튼튼해진 것인지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 한 뒤,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 하는 라미아의 꼬리를 힘껏 말아 쥐었다.

거대한 덩치의 라미아를 한 손으로 붙잡다니... 진짜 세지긴 세진 것 같았다.

"아....아흑. 이... 이. 건방진 인간이?"

내 손에서 빠져나가려고 뱀으로 된 하반신이 팽팽하게 늘어났다. 그러면서 내가 말아 쥔 꼬리를 힘껏 잡아당기자 라미아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단 주위에 나를 붙잡기 위해 다가오는 다른 라미아들을 보면서 어렸을 적 보았던 레슬링 영화가 떠올랐다.

그래. 이렇게 둘러 쌓였을 때에는 그 기술 밖에 없지.

"무...무슨 짓을 하려는 거에요?"

나머지 한 손으로도 라미아 꼬리를 붙잡고 선 다리에 힘을 빡 주었다.

그리고 오른쪽 발을 중심으로 잡아 왼쪽 발과 원심력을 이용해서 몸을 휙 틀었다.

"꺄아아악!"

있는 힘껏 라미아 꼬리를 붙잡은 채 오른쪽 발 뒤꿈치를 이용해 몸을 빙글빙글 돌렸다.

레슬링 기술로 일명 자이언트 스윙이라 불리는 기술을 라미아의 꼬리를 붙잡은 채 시전하자, 어떻게 든 버티려고 했던 라미아도 중심을 잃고 몸이 허공에 붕 떠오르더니 이내 나와 함께 빙글빙글 돌면서 주변에 달려드는 라미아들을 전부 밀쳐내기 시작했다.

"그...그만! 꺄아아악!"

내가 휘두르고 있던 라미아에게서 비명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자 주변의 라미아들이 기민한 움직임으로 재빨리 물러서는 모습이 보였다.

근데 여기까지는 그래 생각해 뒀는데. 이제 어떡하지?

점점 가속력이 붙으면서 빙글빙글 돌자, 서서히 나도 어지러워 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보통 레슬링에서는 이때 쯤 되면 돌리던 상대를 던져버리는데, 지금은 던져버렸다가는 곧바로 둘러 싸여서 집단 린치를 당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렇다면 이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천천히 중심 측을 입구 방향 쪽으로 옮기면서 빙빙 돌리자, 점점 몸이 그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오오...

입구까지 다시 되돌아가면 지금 같은 공동이 아니라 좁고 구불구불한 통로였기에 끽 해야 라미아 두 세마리가 겨우 낑겨서 들어올 만한 곳이었다.

그 정도라면 50까지 올린 내 힘으로 어느 정도 대항이 가능할 것 같았다.

빙글빙글.

입구로 다가갈 수록 토할 것 같이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리고 이미 내가 빙빙 돌리던 라미아는 기절했는지 입에 게 거품을 문 채로 축 늘어져서 빙글빙글 돌릴 때마다 축 늘어진 두 팔이 다가오는 라미아들을 후두려 쳐 냈다.

좋았어. 거의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쯤. 나는 입구 반대편에 모여든 라미아들을 향해 내가 들고 있던 라미아를 집어 던졌다.

휙하고 날아간 라미아가 네 마리의 라미아들 사이로 날아가 받아지는 모습을 보고는 재빨리 입구를 향해 달렸다.

쉬리릭.

입구에 거의 도착한 순간 갑자기 내 앞에 라미아 한 마리가 나타났다.

처음 이 곳에 들어왔을 때 보았던 어리고 덩치 작은 라미아.

나를 변태라며 지목하고는 온천탕으로 도망쳤던 푸른 머리의 고등학생 삘 나는 라미아 소녀였다.

"변태 인간 녀석. 여긴 못 지나간다!"

알몸의 헐벗은 라미아들과 달리 유일하게 푸른색 갑옷을 입고 있었다.

물론 인간의 모습인 상체인 몸통만 보호할 수 있게 나시 처럼 생긴 여리 여리하게 생긴 비닐 갑옷이었는데.

무기는 별도로 없는지 여리 여리한 두 팔로 주먹을 쥐고 선 나와 싸울 것 같이 자세를 잡고 있었다.

무투가 타입인가?

인간의 상체에 달하는 부분은 말 그대로 고등학생 정도의 사이즈, 그리고 뱀인 하체 부분은 내 키만큼 길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조금전까지 상대했던 라미아들은 대부분 꼬리로 뭔가를 하려고 했던 모습인데, 이렇게 인간처럼 두 주먹으로 뭔가 해보려는 모습이 독특해 보였다.

뭐, 어쨌거나 뒤에 서서히 다가오는 라미아들의 기척을 보니, 일점 돌파 밖에 답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뭐 갑옷 하나 입었다고 뭐가 바뀌겠어?

아참. 마갑 나와라 오버.

[듣고 있다. 주인님. 흥. 내가... 너무 도와드리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으아악! 싫어! 싫다고! 이런 내가 너무 싫어서 주인님에게 죄송합니다.]

아마도 루루의 개조가 너무 훌륭한 탓에 마갑이 고통 받는 것 같아 보이지만, 뭐.

변신이다. 마갑.

[으아악! 적어도 마갑이 아니라 이름으로 부르라고!]

이름?

[다이세나 폰 마크라운 하이린 이다.]

너무 길어. 그냥 마갑으로 하자.

[린! 린이라고 불러라!]

그래. 그럼 린이라고 부르지 뭐.

[으으윽... 어쩌다 내 신세가... 아무리 마신님의 축복을 받았다지만.]

빨리 상대는 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알았어.]

린의 대답과 동시에 팔찌에서 검은 막이 흘러나와 순식간에 내 상체를 탄탄한 갑옷 상태로 바꾸었다.

근데 갑옷이라기 보다는 뭔가 검은 슈트? 라고 하는 게 더 어울려 보이지만.

그리고 루루가 말했던 공격 기능이라고 하던 촉수 수십 가닥 또한 갑옷 아래로 튀어나와 마치 살아있는 오징어 다리처럼 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격은 내가 할 테니까. 수비만 네 노옴... 주인님이 하세요.]

아직 교정이 필요한지 여러 차례 말투가 바뀌는 마갑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대로 눈 앞의 라미아 소녀를 향해 달려나갔다.

이제 힘은 50. 사람보다 몇 배는 무거운 라미아조차 들고 휘두를 수 있을 정도로.

"다시 한번 말해두는데, 난 변태도 아니고! 정말 미궁이 위험해서 레미를 만나러 온 것 뿐이야!"

그리고 라미아 소녀 또한 나를 향해 좌 우로 몸을 흔들며 스윽 스윽 미끄러지듯이 다가왔다.

"웃기는 소리! 변태 주제에!"

­팡!­

라미아 소녀의 손과 내 손이 마치 깍지를 끼듯이 부딪히자, 순간 손에서 날 것 같지 않은 가죽 터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동시에 어마어마한 힘이 내 팔을 가볍게 짓누르듯이 순간 어깨 뒤 까지 팔이 꺾여 나가는 것이 보였다.

응?

­빠득.­

"아아악!"

팔이.. .팔이...

어깨가 탈골 된 것인지 덜렁거리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는 두 팔과 서서히 붓기 시작하는 어깨와 통증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주인님... 약해.]

으아악!

내 팔!

으으윽!

"붙잡았다. 변태 인간."

꾸욱.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과 함께 마갑의 갑옷이 원래의 팔찌로 되돌아오면서 팔과 허리가 동시에 라미아 소녀의 꼬리에 묶여졌다.

"아아아악... 아파!"

어깨가 붓다 못해서 팔의 감각이 점점 사라져갈 때 쯤.

라미아 소녀가 그대로 나를 허공에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아아...!"

휙 하면서 시야가 순식간에 밤하늘로 바뀌었다가 이내 거꾸로 뒤집힌 온천탕의 돌 담과 수 많은 라미아가 보였다.

서...설마. 이거...

­쿵!­

"으억!"

정수리가 으깨지는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이빨이 달달 떨리면서 순식간에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찰싹. 찰싹.­

으음...

­찰싹. 찰싹.­

으음....

아으아...

­찰싹. 찰싹.­

"으으... 그만..."

타오를 듯이 아픈 어깨의 고통에서 천천히 눈을 뜨자, 머리에 피가 쏠리는 느낌과 함께 거꾸로 된 미녀의 얼굴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왔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우욱...

지끈거리는 두통에 목구멍에서 쏟아져 나오는 토악질을 그대로 내 뱉었다.

"쿨럭. 쿨럭.... 우웩."

재빠르게 눈 앞에 있던 미녀의 얼굴이 멀어졌다가 이내 내 토악질이 헛구역질인 것을 확인한 미녀의 얼굴이 다시금 가까워졌다.

"어머. 어머. 나를 그렇게 거칠게 다루더니 우리 전사 일족 중 가장 막내에게 힘 싸움에 밀려서 붙잡히다니."

­찰싹. 찰싹.­

자세히 보니 내 볼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것이 보였는데, 퉁퉁 부어 있는 푸른색의 말랑말랑 해 보이는 뱀 꼬리였다.

"정말이지. 못 된 인간이네요."

내 뺨을 때리던 꼬리가 땅으로 스윽 꺼지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거꾸로 된 시야이니까, 거꾸로 묶여 있는 내 머리 위로 향하는 것 같은데...

어억!

­찰싹. 찰싹.­

짜릿하게 전신에 울려 퍼지는 충격에 고개를 들어 올려 보니, 팬티가 벗겨진 채로 양 옆에서 두 다리를 붙잡고 있는 라미아의 모습과 빨갛게 부어 있는 내 똘똘이가 보였다.

"자자. 다들 이 변태 인간에게 벌을 주세요!"

홀리.

내 앞에 있던 푸른 머리의 덩치 큰 라미아가 물러서자, 곧 상체를 헐벗은 수 많은 라미아가 내 앞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리곤 마치 진동 로터처럼 흔들리고 있는 꼬리를 치켜 세우더니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자. 줄을 서세요. 일단 이 인간 녀석에게 다친 부족원부터 벌을 주는 거랍니다."

"저요! 저요!"

그러자 열 마리가 넘는 라미아가 손을 번쩍 번쩍 들었다.

"어머. 어머. 그러면 제일 어린 부족원부터 시작하는 거랍니다."

"얏호!"

그 말에 가자 선두에 서 있던 20대 나이 또래로 보이는 인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라미아가 환호성을 지르며 두 손을 불끈 쥐는 모습이 보였다.

도마뱀처럼 녹색 빛이 나는 뱀의 하체에, 옆구리부터 시작하여 볼까지 살짝 올라와 있는 녹색 빛깔의 비늘.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녹색 동공이 가느다랗게 길쭉해 지면서 두 갈래로 갈라진 뱀의 혀를 낼름낼름 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변태 인간. 가만히 있어야 돼? 응?"

가까이 다가온 라미아가 내게 다가와 쉬르륵 하면서 혀로 내 볼을 살짝 핥더니 혓바닥을 스르륵 늘어뜨렸다. 그리곤 살짝 미소를 짓더니 이내 목 위로 머리가 휙 하고 올라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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