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제 10화. 소드 마스터. (4)
* * *
"빨리 소드 마스터를 막아야 한다며."
"맞아... 그랬지. 근데 레미가 나보고 막으라고..."
나와 야리의 대화에 가까이서 듣고 있던 마미요와 요네의 눈동자가 길쭉해졌다.
"선지자님?"
"너. 마신님의 계시를 레미님에게 전해야 한다며."
아, 잠시 딴 생각하다가 말 실수를 해버렸다.
"음. 음... 그러니까 소드 마스터가 쳐들어온다는 게 마신님의 계시입니다. 그러니까... 하하하..."
마미요는 둘째 치고 요네가 부들부들 떨면서 나를 노려보는 게 당장이라도 삼지창으로 나를 후드려 팰 기세다.
"미안! 그러니까 선지자. 그래 선지자는 맞아. 말 그대로 마신님에게 계시를 받았으니까. 근데 그건 라미아 파티 건이고, 레미를 만나려고 했던 건 소드 마스터의 일 때문이었어!"
단숨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자, 마미요가 두 손을 꼬옥 모으고 두 귀를 닫더니 현실 부정을 했다.
그리고 요네는 흥 하고 콧방귀를 한 번 끼더니 무릎 꿇은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일으켜 세웠다.
"거짓말을 한 건 잘못 된 일이지만, 마신 님께서 너를 통해서 라미아 파티를 한 건 알겠으니까. 굳이 무릎까지 꿇을 필요는 없어. 다신 마신 님을 엮어서 거짓말은 하지 마."
아무래도 요네 또한 마신의 독실한 신자인 듯 마미요와 다르게 상황을 납득한 것 같았다.
물론 마신에 대한 이야기는 진짜였으니까. 마미요는 개인적으로 뭔가를 납득한 듯 아까 전처럼 공손하게 나에게 다가와 무릎에 묻은 흙 먼지를 털어주었다.
"선지자님께서 어떤 이유로 그런 말씀을 하신지는 이해가 갑니다. 다만 마신님에 대한 전언은 조금 조심스럽게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알았어."
평소의 말투로 돌아오자, 마미요가 가볍게 한숨을 내 뱉더니 요네 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적당히 하세요. 상황이 어찌 됐거나 이 분은 선지자님입니다. 더 이상의 무례는 제가 용서 못합니다."
내 앞을 보호하듯 막아선 상태로 요네를 향해 말하는 마미요의 행동에 살짝 감동했다.
앞으로 달변가 스킬은 적당히 상태를 보고 써야겠다.
"일단 레미의 말을 전할게. 요네 너는..."
"알고 있어. 따로 말 안 해도 돼. 레미 님께서 네 훈련을 담당하라고 하더라고."
어떤 방법으로 레미가 요네에게 얘기를 전달했는지 궁금하긴 했는데, 내가 지금까지 접했던 마왕군 중에 갭을 달리 할 정도로 독특한 라미아였다.
어떻게 보면 간혹 강력한 능력으로 나타나는 마신보다도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을 정도였으니.
그러고 보니 마왕군 간부면 루루가 속해 있는 총사령관보다 직책이 높은 쪽이었지?
"선지자님 저는?"
요네에게 말하고 난 뒤 뭔가 기대감이 가득한 마미요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 보니 레미는 요네와 야리만 데려가라고 했는데, 다른 라미아들은 어떡하지?
심지어 마미망에게는 책임지겠다는 말까지 했는데.
"그..."
아, 나를 못 따라온다고 못 만나는 건 아니니까. 마미요를 연락 책으로 쓰면 되지 않을까?
혹시 라미아들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나를 만나야 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하면...
"마미요에게는 중요한 일을 부탁할게. 나는 지하 미궁 1층으로 돌아가니까. 그 동안 이 곳에 남아서 라미아들을 관리해주었으면 해. 물론 연락 책도 겸해서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선지자님."
내 말에 곧이곧대로 고개를 숙이면서 긍정하는 마미요의 모습을 보다가 살짝 미묘한 감정이 들었는데.
이내 떨쳐냈다. 일단 지금은 소드 마스터가 우선이다.
"야리 요네. 얼른 지하 1층으로 가자. 지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라도 일단은 빨리 다른 일행하고 합류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아."
"그래."
"으응..."
바로 대답하는 요네와 뭔가 껄끄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야리를 데리고 라미아 온천 탕을 지나, 입구로 돌아갔다.
"오빠야!"
입구에 도착하자 거대한 버섯 송이 건물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아이린의 모습이 보였다.
피부색이 새하얀 색에서 좀 더 살색으로 변한 탓일까?
단 벌의 검은 프릴 속옷만 입고 두 다리를 모아 쭈그려 앉아 있는 아이린의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뭔가 야릇해 보였다.
"응. 다녀 왔어."
옆으로 야리와 요네가 살짝 고개를 숙여서 아이린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레미 언니가 뭐래?"
언니라... 뭔가 언니라고 부르기엔 왕 언니 같은 포스가 느껴졌지만, 뭐.
"내가 알아서 하라는 데?"
"응? 알아서 하다니? 오빠야?"
"내게 막을 능력이 있으니까, 이번은 알아서 막아보라고... 아, 그리고 이 둘은 나한테 도움을 줄 거라고 데려가라고 했어. 이쪽은 야리. 이쪽은 요네야."
내 말에 살짝 벙 찐 듯이 내가 소개한 야리와 요네를 바라보던 아이린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오빠야. 우리는 망했어."
아이린의 망했다는 선언 이후 나는 야리와 요네를 데리고 미궁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오던 도중 아이린은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보겠다며 사라졌고.
결국 미궁 지하 1층 사령관 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루루와 에슬리 그리고 사린과 세라자드까지 합류하고 나자 내가 해 준 이야기에 다들 침묵을 지켰다.
"흐응. 결국은 실패한 거네? 유일하게 전력이라고 볼 수 있는 이 라미아 전사 아가씨도 이번 전투에는 참여 할 수 없다고 하고."
"괘...괜찮아 오빠.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레미가 그렇게 얘기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레미도 이 곳이 뚫리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에슬리가 뚱한 표정으로 요네를 보며 말하자, 루루가 재빠르게 사이에 끼어들어서 내 두 손을 덥썩 붙잡으며 흔들었다.
"이쪽 아가씨는?"
에슬리가 나보다 조금 커다란 푸른 액체 미녀 상태로 야리에게 다가가자, 야리가 흠칫 거리며 에슬리를 바라보았다.
"겁쟁이구나. 너. 흐응... 전혀 도움이 안되겠어. 김지호."
야리를 향해 겁쟁이라는 말을 던진 에슬리가 실망한 표정으로 야리에서 시선을 떼고 선 내게 다가왔다.
"김지호."
머리에 달린 노란색의 천사 링이 찬란하게 빛났다.
"전보다 강해진 것 같네. 그리고 똘똘이도 침착해진 것 같고."
인간을 닮은 액체 상태의 상체를 수그려 내 똘똘이가 있는 곳에 시선을 맞춘 에슬리가 혀를 내밀면 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서 사각 팬티를 바라보며 말했다.
"앗 그러고 보니."
루루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사각팬티 쪽으로 시선을 내렸고, 사린 또한 약간 붉어진 얼굴로 내 사각 팬티로 시선을 옮겼다.
"서방님.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아니야."
뭔가 다들 오해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 레미가 했던 것과 외우주의 대한 것도 자세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자지의 신이 내린 축복을 완화했다는 말이군요."
사린의 축약된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니까 온 몸에 활력이 도는 게 어쩌면 레미가 말했던 그대로 내 힘으로 소드 마스터를 막을 수 있을 지도..."
"안돼요."
"안됩니다."
"안 돼. 오빠."
여섯 아가씨가 동시에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걔 중 가장 강하게 반대를 하는 것은 세라자드 였다.
"주인님께서 조금 강해지셨다고 하시지 만 그래 봐야 소드 유저를 상대로도 어려우실 겁니다."
그러면서 세라자드가 메이드복을 입은 상태로 살짝 고개를 숙이며 내 앞으로 다가와 한쪽 손을 내밀었다.
"제 손을 잡아보세요. 주인님."
여자 치고는 제법 잔 근육이 붙어 있는 세라자드의 손을 그대로 맞잡았다.
내 오른팔과 그녀의 오른팔이 마치 허공에서 팔 씨름을 하는 자세 그대로 얽혔다.
"있는 힘껏 움직여보세요. 주인님."
세라자드의 목소리에 50에 달해 라미아를 휘두르던 그 힘 그대로의 힘을 오른팔에 폭발 시켰다.
이를 악물고 넘치는 힘을 오른팔에 담았지만, 어째서 인지 내 팔에 힘만 들어갈 뿐 세라자드의 팔은 미동도 없었다.
"마나라는 겁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역대 급으로 힘을 쏟아붓고 있는데, 세라자드의 팔에서 희미한 푸른색의 빛이 맴도는 것이 보였다.
"마나를 다를 수 있냐 없냐는 힘의 상성을 뒤엎을 수 있습니다. 주인님. 그러니 마나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일반인의 체력을 가진 남성도 이길 수 없어요."
아무런 힘 없이 천천히 내 팔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는 세라자드를 보며 뭔가 허탈감이 들었다.
"그래서 제가 훈련을 시킬 예정입니다."
세레자드의 설명에 요네가 끼어들면서 세라자드의 팔을 붙잡았다.
그 모습에 세라자드의 이맛살이 살짝 찌푸려지는 모습이 보였다.
"마나도 없는 민간인인 주인님을 훈련 시키겠다고요?"
상당히 언짢아 보이는 표정의 세라자드가 요네의 팔을 쳐내기 위해 손을 터는 순간, 푸른색의 기운이 요네의 팔에 물줄기처럼 휘감기는 것 같더니 이내 손에서 손목 팔목 어깨 순으로 용이 승천하듯이 물줄기가 빙글빙글 팔을 휘감아 어깨에 올라가더니 이내 반대쪽 어깨로 이어져서 반대 쪽 팔로 푸른 기운이 흘러나와 허공에 흩어졌다.
"이건..."
"라미아 일족의 비기 중 하나인 마나의 흐름 뒤틀기 입니다."
라미아 일족의 비기...
잠깐만 근데 라미아 관련된 10개의 스킬 중에는 없었는데?
"라미아 전사들이 사용하는 기술이군요."
자신의 마나를 반대쪽 팔로 흘러내며 마나를 증발 시키는 모습을 본 세라자드가 잠시 그런 요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팔 위로 점점 푸른 기운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윽..."
눈에 보이는 푸른 기운이 거의 불투명한 얼음처럼 파랗게 굳어 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 요네가 잡고 있던 세라자드의 팔을 놓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