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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72화 (72/220)

〈 72화 〉 제 10화. 소드 마스터. (9)

* * *

루루의 실험실을 빠져나와서 라미아 모습으로 다시금 변신을 하자, 뒤따라 오던 사린이 급하게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은색의 스커트를 내게 내밀었다.

"서방님. 급한 대로 이거라도."

"고마워. 사린."

사린에게 스커트를 받아 든 후에 꼬리부터 옷을 스윽 집어 넣은 후 훌라우프를 올리듯이 배꼽 아래까지 들어 올렸다. 그런 후에 사린이 등 뒤로 다가와 스커트를 살짝 만지자, 허리에 딱 고정되면서 똘똘이가 스커트 안에 가려졌다.

뭐, 약간 허한 기분이 느껴지는 건 똑같았지만,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노출광 패션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스커트라기 보다는 스코틀랜드의 남자 전통 의상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니까 또 그렇게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색상은 다녀오시면 넣어드릴게요. 서방님. 디자인도 조금 고치고요."

두개의 팔과 여섯 개의 거미 다리를 움켜쥐면서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서 연구실 아래에서 야리와 요네, 그리고 에슬리가 사다리를 타고 미끄러지듯이 올라왔다.

"자...잠깐만 치호야."

야리가 재빠르게 내게 다가오더니 가지고 있던 보따리 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이건 회복 물약이고, 이건 상처에 바르는 약이야. 그리고 이건 부적인데 딱 한번 위험한 공격에서 몸을 보호해주는 실드를 만들어내 줄 거야. 그리고 이건.."

보따리 장수 마냥 계속해서 무언가를 꺼내서 주는 야리에게서 딱 부적만 받고 나머지는 돌려주었다.

그런데 부적을 받아 들고 보니까, 뭔가 한국에서 보던 부적과 달리 푸른색 종이 위에 마법진 같은 것이 황금 빛으로 수 놓아져 있었는데.

딱 보아도 엄청나게 귀한 물건이라는 사실을 한 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다친 곳은 에슬리가 치료해줄 수 있으니까. 이것만 받을게. 고마워. 야리."

"응. 부적은 그냥 신체에 접촉한 상태에서 위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자동으로 발동 될 거야."

야리에게서 부적을 받아서 어디다가 둘까 하다가 삼지 창의 창대 중간 쯤에 부적을 칭칭 감았다.

위급할 때 한번은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몸에 보관하는 것보다 언제든 손에 들고 사용할 수 있게 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좀 더 좋은 물건들도 만들 수 있는데, 아직 시간이 부족해서... 그리고 치호."

야리가 다가오더니 내 볼에 입을 쪽 맞췄다.

"꼭 살아남아야 해. 나 미궁에서 안 나가도 좋으니까. 너랑 함께 하고 싶어."

"알았어."

수줍은 표정의 야리가 살짝 뒤로 물러나자, 요네가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렸다.

"훈련한 시간은 적지만 기본기는 탄탄하게 배웠으니까. 분명 써 먹을 수 있을 거야."

두 뱀 아가씨의 응원에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전투는 처음이지만, 어떻게 든 해볼게."

"힘내. 김치호."

"그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활짝 웃어주었다.

"김지호의 몸은 걱정하지 마. 혹시 소드 마스터에게 밀리더라도 내가 어떻게 든 책임지고 도망치게 해줄 테니까."

제일 늦게 올라온 에슬리가 육체 화를 풀고 푸른 액체 상태로 변해 내 등과 허리를 꽉 껴안듯이 달라 붙었다.

그 모습에 살짝 사린의 표정이 움찔하고 경직되는 것 같았지만, 내가 사린을 보고 살짝 웃자 이내 표정을 풀고 마주 웃었다.

"금방 다녀올게."

사다리를 통해 고개를 빼꼼 내민 루루와 야리 요네에게 인사를 하고, 에슬리와 함께 먼저 나와 있던 세라자드와 합류 헀다.

"주인님. 이거라도."

먼저 연구실에서 나와서 뭘 하나 궁금했는데, 어디서 인가 가져온 동물의 두개골로 만들어진 투구를 가져와서 내 머리 위에 씌워주었다.

내부를 깨끗하게 닦아 놓았는지 향긋한 꽃 냄새가 났는데, 사이즈 또한 머리에 딱 맞아서 머리를 살짝 흔들어보았는데, 턱과 정수리 쪽이 딱 맞아서 흔들리지가 않았다.

"잠시."

혹시 투구가 머리에서 빠질 까봐 세라자드가 가지고 있던 엮은 거미줄을 이용해 턱 끈을 만들어서 내 턱에 딱 맞게 투구에 고정했다.

"다 됐습니다. 주인님."

세라자드가 메이드복을 입은 상태로 조심스럽게 내가 입은 망토와 투구, 그리고 이번에 새로 입은 사린이 만들어준 스커트의 맵시를 고쳐주었다.

"어차피 싸우면 흐트러질텐데."

"그래도 마음가짐입니다."

각을 맞추듯이 꼼꼼하게 맵시를 고쳐준 세라자드가 자신의 옷 맵시도 고치고는, 근처에 있던 해골병사에게 검을 한 자루 빌렸다.

"아무 검이나 써도 돼?"

"어차피 마나를 다루면서 부터는 마나 감응도가 높은 검 외에는 전부 똑같은 검입니다."

세라자드의 말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에슬리는 루루에게서 무언가를 받는 모습을 보았다.

"다들 다치지 마세요!"

루루가 손을 흔들면서 마중을 하고 나서 곧바로 연구실로 쇽 하고 들어갔다.

그 다음 야리, 요네, 사린 순으로 연구실로 내려간 후에, 나와 세라자드 에슬리는 이렇게 셋은 막사를 나섰다.

소드 마스터.

얼마나 강할까?

소설이나 만화에서 봤을 때에는 전부 저마다 경지나 설명이 제멋대로라서, 어떤 소설에 소드마스터는 산을 가르고 바다를 갈랐고.

어떤 소드 마스터는 그저 마나로 검을 만드는 경지 중 하나라 자그마한 왕국에도 서너 명이 존재할 정도로 그저 강한 검사로 치부 될 경우가 있었다.

맞아 5년 전에 봤던 어떤 소설에서는 소드 마스터만 만 명을 거느린 제국도 나왔었지.

경지는 고작 철을 잘라버릴 정도의 수준이었던가?

"세라자드. 소드 마스터는 얼마나 강해?"

전에 아이린이나 루루에게도 물어본 적이 있었지만, 마왕군을 상대로 그 잣대를 쟀기 때문에 직관적이지가 않았다.

"음. 얼마나 강하다는 개념을 어떻게 설명해드릴까요?"

"그... 직관적으로 어떤것 까지 벨수 있다든지. 아니면 병사로 따지면 몇 명까지 상대할 수 있다든지."

내 질문에 잠시 세라자드가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경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성이라면 성문을 벨 수 있고, 성벽은 한번에 베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병사를 기준으로 하면 대략 천 명까지는 거뜬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성문이라... 성벽이라면 돌로 만들어진 성벽일 테고, 산을 베거나 성을 통째로 벨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까지 오르면 성벽 자체를 일격에 벨 수 있지만, 그건 아무런 방해가 없을 때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마법적인 장치나 일반적인 성벽이 아니라면 단번에 베는 것은 어렵지요."

소드 마스터라고 만능은 아닌 것 같았다.

한마디로 완전 치트키 적인 존재는 아니고, 전차 수준이라고 보면 될까?

음. 현대에 비교하려니까 애매하네.

"확실한 건 가짜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마나량이 소드 마스터에 비견 된다면, 어제 만났던 소드 중급 익스퍼트 수준의 기사가 수십이 덤벼도 못 이깁니다."

"소드 상급 익스퍼트라면?"

용사가 보냈던 중급 익스퍼트의 병사들이 마지막에 상급 익스퍼트로 변해서 덤볐을 때 당시의 세라자드의 마나량으로는 버거웠다.

"소드 상급 익스퍼트라면... 아마 가짜 소드 마스터라는 가정하에 열에서 스무 명까지 상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미아로 변신한 상태로 유연한 허리 놀림으로 앞으로 미끄러지듯이 나아가던 나는 점점 익숙해지는 이동 법에 살짝 변칙 적인 움직임도 줘보고, 상체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중간 중간 삼지 창을 기묘한 자세로 막는 행동을 하다가 살짝 균형을 잃을 것 같으면 세라자드나 에슬리가 붙잡아 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경쟁이 붙더니 내가 얌전히 가기 시작하니까.

둘이 서로 묘한 시선을 주고 받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계속해서 빈 동굴을 걷다 보니 앞에서 지지직하고 두꺼운 옷가지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 같은 팡 소리가 동굴 내부에 울려 퍼지자, 내 머리통 만한 크기의 털이 복슬복슬한 검은 거미들이 우르르 우리 쪽을 향해 기어왔다.

크기는 조금 크지만 분명 사린이 진화할 때 함께 태어났던 아이들 같은데...

­키익. 킥.­

커다란 두 눈에 앙증맞은 팔 다리가 나 있고, 털이 복슬복슬한 탓인지 징그럽기보다는 뭔가 귀엽게 생긴 거미들이 내 곁을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 듯이 한쪽 다리를 들고 흔들면서 지나갔다.

인사라도 하는 걸까?

반사적으로 삼지 창을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손 인사 하듯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녀석들이 나를 따라 손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우르르 나를 지나쳐 막사가 있는 방향으로 기어갔다.

혹시 사린 대신에 녀석들이 거미줄 덫을 설치하고 있던 걸까?

­쾅! 쾅!­

동굴이 무너질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입구에 다다르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십 겹으로 쳐진 거미줄이 나타났다.

그리고 지지직 하고 거미줄이 찢어지는 소리가 겹겹이 들려오더니 곧 눈 앞에 있던 거대한 거미줄이 사선으로 북 하고 찢어지며 한 인영이 그 안에서 튀어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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