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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73화 (73/220)

〈 73화 〉 제 10화. 소드 마스터. (10)

* * *

찰랑 인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무릎까지 오는 기다란 금빛 머리카락.

이미 한번 진창에 구른 듯이 여기저기 찌그러진 갑옷에 검댕이가 묻은 붉은색의 갑옷.

일부의 팔목과 발목 관절 부분을 제외한 모든 것을 감싼 전신 갑옷에, 북유럽 시대의 투구처럼 보이는 날렵한 선으로 되어 있는 투구.

일자 형 투구 구멍 안에서 붉은 안광이 반짝하고 빛났다.

"후우.... 후우..."

별다른 말 없이 짐승처럼 호흡을 내 뱉던 그녀가 이가 빠진 거대한 대검을 어깨에 걸친 상태로 우리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마족들... 전부 없앤다."

붉은 안광이 점멸하듯이 번쩍이더니 순간 잔상이 남는 것 같은 움직임과 함께 내 앞까지 도달한 여기사의 모습과 함께 바람이 폭발하는 것 같은 풍압이 뒤늦게 따라왔다.

­캉.­

눈으로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속도 감에 당황하고 있을 때. 어느새 옆에서 다가온 세라자드가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여기사의 대검은 검으로 받아쳐 내는 모습이 보였다.

­캉. 캉. 캉.­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빠른 공방이 세라자드와 여기사 사이에서 벌어졌다.

여기서 끼어들어서 삼지 창으로 무언가를 해본다고?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끼어들었다가는 방해라고 할 정도의 수준 높은 공방이 오갔다.

전보다 한층 빨라진 세라자드가 메이드복 드레스 자락을 펄럭이면서 팽이 돌듯이 보이지도 않는 초고속 회전으로 여기사의 대검을 쳐내자.

갑자기 여기사가 대검을 거두더니 기세가 확 바뀌기 시작했다.

방금까지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바람 같이 움직였더라면.

지금은 마치 태산이 눈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묵직해지면서 주변 공기가 달라졌다.

그리고 대검 또한 눈에 띄게 푸른 기운으로 뒤덮이면서 여기사의 발검 자세조차 약간 눈높이가 낮아졌다.

"주인님. 조심하세요."

달라진 기세에 바짝 긴장한 것 같은 세라자드의 모습이 보였다.

에슬리가 슬쩍 뒤로 물러나서 육체 화로 인간 형으로 변신하는 모습이 살짝 보였는데, 그 모습이 현재의 세라자드와 비슷했다.

"나도 가담할게."

그러면서 세라자드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성숙해 보이는 거유 모양의 메이드로 완벽히 모습을 바꾼 에슬리가 머리에 천사링에서 환한 빛을 뿜으면서 양 손에 하얀 장갑을 만들어내며 격투 자세를 취했다.

­팡­

공기가 터지는 소리, 그리고 동굴 바닥이 갈라지는 굉음과 함께 대검을 들고 있던 여기사가 휙 하고 뛰어 올라 세라자드를 향해 대검을 높게 들었다.

단숨에 반 토막을 내겠다는 기세로 대검이 내려 찍음과 동시에, 세라자드가 두 손으로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쾅!­

절대로 철과 철이 만나서 날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공기가 찢겨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쿠릉.­

바닥이 무너지는 것 같이 땅바닥이 파이면서 대검을 검으로 받아낸 세라자드의 몸이 단숨에 무릎 꿇어졌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것 같더니 이내 자세가 좀 더 무너지려 하자, 에슬리가 그런 공중에 떠 있는 여기사의 몸을 날라차기로 떨어뜨렸다.

­휙. 휙.­

가볍게 뒤로 착지 하며 물러난 여기사가 다시 한번 붉은 안광을 피어 올리며, 도약할 자세를 취했다.

"고맙습니다."

무릎을 꿇고 뒤로 넘어갈 것 같은 자세에서 다시금 일어선 세라자드가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털어내며 다시 한번 검 위로 마나를 불어넣었다.

"말한 시간에 회복부터 해. 가짜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마나량 자체는 소드 마스터니까. 정면 승부는 피해."

"네. 알겠습니다."

에슬리가 다시 한 번 두 주먹을 꼭 쥔 자세로 파이트 자세를 취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사가 그런 에슬리를 향해 낮게 도약해 단숨에 거리를 좁히더니 그대로 에슬리가 반응하기 전에 몸을 베어버렸다.

­촥.­

피 대신에 액체로 변한 에슬리의 채액이 허공에 흩날리며, 액체 상태로 돌아가다가 다시 육체화로 잘린 몸을 연결시킨 에슬리가 그런 여기사의 몸을 뒤에서 붙잡아 암바를 걸었다.

"큭."

거칠게 여기사가 몸을 털어내자, 에슬리가 관절기에 들어가면서 손에 쥐어져 있던 대검을 어떻게든 떼어내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재빠르게 삼지 창을 든 상태로 여기사에게 접근해 대검의 날을 삼지 창 사이에 끼어 넣으며 땅에 힘껏 박아 내렸다..

푹.

마치 케이크에 포크를 꼽듯이 바닥에 삼지창이 움푹 박히면서 대검이 바닥에 고정 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 모습에 이제 됐다.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시야에 뭔가 날아드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본능 적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퍽.­

으윽!

얼굴 뼈가 함몰 되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상체가 뒤로 확 꺾여버렸다.

"김지호!"

에슬리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면서, 세라자드가 검을 들고 에슬리에게 묶여 있는 여기사를 베어내기 위해 달려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주인님! 위험했잖아!]

쓰러졌던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얼굴을 두 손으로 만져보니 무언가 가면 같은 것이 내 얼굴에 씌워져 있는 촉감이 느껴졌다.

[씨! 보니까 자기가 위험할 때만 본능적으로 조용히 하라는 명령이 풀리잖아!]

린의 평소처럼 투덜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얼굴에 씌워져 있던 것이 스르륵 허리로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마갑도 있었지. 라미아 변신이나 삼지 창에 생각이 쏠려 있다 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린. 라미아의 몸으로도 변신이 가능해?

[당연하지.]

린과 생각을 공유한다고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몸 위로 검은 액체들이 스르륵 올라와 몸을 덮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손 끝으로 검은 액체가 흘러나오더니 이내 손가락이 촉수처럼 변해서 길쭉하게 길어졌다.

"으아아앗!"

팡 하고 다시금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여기사가 서 있던 곳을 보니 세라자드와 에슬리가 서로 반대쪽으로 튕겨나가며 푸른 기운을 온 몸에 휘감고 기합을 내지르는 여기사의 모습이 보였다.

금발이 푸른 마나의 기운과 뒤 섞여 마치 번개가 일어나듯이 파직 파직 거리고, 온 몸에서 흘러나온 마나의 기운이 전신에 흘러넘쳤다.

"이런..."

반발의 여파로 내 옆까지 튕겨 나온 세라자드의 머리와 몸이 분리 되면서 몸은 다시금 전투 자세를, 머리를 내 품에 굴러 들어왔다.

"주인님..."

상체를 일으킨 상태로 마갑을 몸에 두르고 길어진 손을 힘껏 채찍 휘두르듯이 내질러서 바닥에 꽂혀 있던 삼지 창을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

동시에 대검이 바닥에 삼지 창에 걸린 상태로 함께 날아왔는데, 세라자드의 몸이 달려와 검을 천장에 꽂히게 집어 던지고 서는 대검을 받아 들었다.

이걸로 소드 마스터는 맨손이 되고 세라자드는 대검을 상태.

더욱이 나는 삼지 창을 회수한 대다가 몸에서 촉수를 내 뿜을 수도 있는 상태였다.

"더러~운 한남~충!"

늘어진 허스키한 목소리로 더러운 한남충을 외친 여기사가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설마 아니겠지?...

"크윽... 크큿."

순간 여기사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푸른 기운이 붉은 기운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전신에서 검은색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딱 봐도 뭔가 엄청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윽... 소드 마스터로 완전 각성했군요. 근데 흐르는 마나의 기운이 역 순환 되는 걸로 보니 생명력을 불태워서 강제로 각성한 것 같습니다."

삼지 창을 들지 않은 왼손에 들린 세라자드의 머리가 그렇게 말하면서 침음을 삼켰다.

설마 했는데 여기서 더 강해진다고?

방금 전까지 솔직히 세라자드와 에슬리의 기개로 어느 정도 먹히나 싶었던 참이었는데, 방금 상태로 각성하면서 격이 달라진 느낌이 충분히 들었다.

"흡!"

어느새 다가온 에슬리가 등 뒤에서 여기사를 노리고 팔꿈치로 목을 내리 찍었는데, 미동도 없이 얻어 맞던 여기사가 스윽 하고 몸에서 기운을 방출하자 팡 하는 소리와 함께 에슬리가 하늘을 향해 솟구 쳤다.

"아악!"

에슬리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그녀의 몸이 육체 화를 풀고 액체 상태로 허공에 비상하는 모습이 보였다.

"에슬리!"

­철퍽.­

저 멀리 슬라임처럼 둥근 액체 상태로 변한 에슬리가 바닥에 착지 하면서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며, 가서 상태를 확인해 봐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갑자기 눈 앞에서 검은색 아지랑이를 피우던 여기사가 손을 들어서 내 쪽으로 뻗었다.

"주인님! 피하세요!"

세라자드의 외침과 동시에 삼지 창에서 빛이 반짝이면서 내 몸을 감쌌다.

바사삭. 사라지는 삼지 창에 감긴 부적과 함께 생겨난 내 앞에 실드에 검은색 창 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지잉. 지잉.­

기이하게 진동이 울리던 검은색 창이 사르륵 사라지면서 실드가 걷혔다.

그리고 그 너머로 어느새 검은색 아지랑이로 만들어진 검을 들고 이 쪽을 향해 걸어오는 여기사의 모습이 보였다.

"주인님. 저를 주인님의 자지에 꽂아 주세요!"

다급한 세라자드의 목소리와 동시에 내 몸에서 뻗어나간 수십 개의 촉수가 여기사가 다가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내 몸에서 뿜어져 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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