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75화 (75/220)

〈 75화 〉 제 10화. 소드 마스터. (12)

* * *

뚝. 뚝.

삼지 창의 푸른 창 촉을 따라 흐르는 여기사의 피가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그리고 검푸른 마나의 기운이 흘러넘치던 그녀의 몸에서 마나가 허공에 흩날려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이...이런... 용사님..."

바들바들 떨면서 손가락 끝을 움직이던 여기사가 마지막으로 내 멱살을 잡으려는 듯 손을 뻗다가 이내 손을 축 늘어 뜨리며 숨이 멎었다.

이겼다...

소드 마스터를 상대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대로 내가 삼지 창을 여기사의 몸에서 뽑아내자 그녀의 몸이 한번 들썩 거리다가 바닥에 축 늘어졌다.

­파앗!­

그리고 구멍 난 복부에서 마나가 흘러나와 주변에 퍼져나가다가 나와 세라자드 그리고 에슬리의 몸으로 일부 흡수 되는 모습이 보였다.

"하하..."

두 다리가 있으면 주저 앉아 쉴 정도로 하체의 힘이 풀렸다.

뱀의 꼬리가 꽉 휘감아 쥐고 있던 여기사의 허리를 풀자 내 꼬리의 압력으로 인해 뭉개진 그녀의 두 다리가 드러났다.

얼마나 꼭 쥐었는지 사후 직후 뼈들이 다 부러진 것처럼 보였는데.

그 모습에 뒤늦게 헛 구역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사람을 죽이다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난생 처음 내 손에 피를 묻혀서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이 뒤늦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흥건한 핏물로 얼룩진 팔과 전신의 모습이 천천히 보였다.

두근 두근.

첫 살인에 대한 흥분 감일까? 아니면 생사결을 통해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일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멈추지 않는다.

"수고하셨습니다. 주인님."

어느새 내 똘똘이에서 떨어져 나와 원래의 몸과 결합한 세라자드가 자신의 붙은 머리를 조율하면서 내게 다가와 내 몸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조심스레 자신이 입은 옷의 소매로 피로 얼룩진 곳을 닦아 주던 세라자드가 마지막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던 기사에게 다가가 목을 휙 하고 검으로 베는 것으로 전투를 마무리 지었다.

분명 나는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세라자드는 확인 사살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끄응... 기절했었나 보네. 소드 마스터는?..."

전투가 끝나고 잠시 멍 때리고 서 있는 동안 에슬리가 정신을 차리고, 세라자드가 여기사의 시체를 반듯이 정리했다.

그리고 잠시 뒤 뒤쪽에서 다다다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달려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다들 괜찮아요?"

루루의 목소리와 함께 루루를 포함해 사린, 요네, 야리가 내 쪽으로 달려왔다.

라미아 변신을 해체하고 마갑또한 해제하자 원래의 두 다리와 사각 팬티에 붉은 망토를 두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린 수고했어.

[별 말씀을.]

린의 대답과 함께 루루가 달려오던 그대로 내게 안기듯이 날아들었다.

"오빠 안 다쳐서 다행이야!"

그대로 삼지 창을 바닥에 내 던지며 루루를 받아 들자, 루루가 베시시 웃으면서 내 머리 위로 수상한 액체가 들어 있는 비커를 기울였다.

주르륵.

푸른 액체. 아마 에슬리의 채액을 연구해서 만든 회복 제 같았는데, 정수리에 닿는 것과 동시에 머리가 태양빛을 쬔 듯 따뜻하게 몸이 달궈지는 느낌이 들었다.

따듯함과 동시에 마음 한구석의 긴장이 녹아내렸다.

그리고 온 몸에 파스를 붙인 듯이 전신이 시원해지면서 온 몸 구석구석 뭉쳐 있던 곳과 뻐근하던 곳이 눈 깜짝할 새에 가볍게 풀어졌다.

"으... 미안. 일격에 나가 떨어질 줄은 몰랐는데."

어느새 몸을 회복하여 육체 화까지 마친 에슬리가 좀 전의 세라자드처럼 메이드 복을 입은 모습으로 깜빡 깜빡 전기가 나가기 직전의 등처럼 빛나는 천사 링을 달고 걸어왔다.

에너지가 없는 걸까? 안고 있던 루루를 바닥에 내려놓아 주었다.

그리고는 마치 야근을 일주일 동안 한 것처럼 어깨가 축 쳐진 몸으로 피곤해 보이는 에슬리에게 다가가 가볍게 안아주었다.

"아니야. 고생했어. 너 덕분에 이길 수 있던 거야."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세라자드도 같이 껴안아 주었다.

"세라자드도 고생했어."

"주인님..."

둘을 껴안고 나니까 루루 일행이 부러운 눈빛으로 우리 쪽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너희들도."

좀 더 팔을 넓게 벌리면서 루루 일행을 보고 눈 짓을 하자, 다들 와서 나를 덮칠 기세로 끌어 안아졌다.

물론 여섯 명이 넘어가자 팔로 전부를 끌어안기보다는 온 몸으로 여섯 명을 안는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 그러다가 살짝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웃."

말캉한 특유의 에슬리의 촉감이 등에서 느껴지면서 뒤로 넘어졌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음...

잠깐. 누구야? 내가 넘어진 틈을 타서 누군가가 내 팬티 안에 손을 넣고 똘똘이를 만지작 거리는 거야?

"자...잠깐. 일어나게. 다들 비켜 봐."

여섯 아가씨를 슬쩍 밀어내자 순식간에 내 팬티 안에 느껴지던 손길도 재빠르게 도망치는 것이 느껴졌다.

범인이 누구지?

여섯 아가씨를 일으켜 세운 후에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여섯 명의 표정을 살폈는데, 다들 물음표를 띄우는 것 같은 표정에 입을 열었다.

"누구야? 누가 이 혼란한 틈을 타서 내 똘똘이를 만졌어?"

내 말에 여섯 명의 아가씨들이 서로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이제 와서 아무도 아닌 척 해봐야...

스륵.

뭔가 팬티 위가 살짝 들리는 느낌과 동시에 약간의 해방 감이 느껴졌다.

응?

하고 고개를 수그려 보니 주먹 만한 거미가 한쪽 발을 들어 내 쪽을 향해 인사를 하며 팬티 안에서 기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너냐?

그리고 작은 거미가 폴짝 뛰어내려 사린에게 다다닥 기어가 그 뒤에 숨었다.

하하.

가벼운 해프닝에 웃고 있자니 내 사각 팬티 다리 쪽에서 스윽 하고 납작한 슬라임이 흘러 내려와 에슬리 뒤에 스르륵 숨는 모습이 보였다.

하, 진짜.

고개를 털면서 어느새 여기사의 시체를 수습 중인 루루의 부하들과 잘린 머리를 받아 드는 루루의 모습이 보였다.

피가 뚝 뚝 떨어질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무언가의 마법 적인 후 처리를 했는지 피가 멎으면서 잘린 단면조차 차갑게 얼어 있었다.

"몸은 데스 나이트의 재료로 쓸 거고, 머리는 전처럼 기억을 파헤쳐 볼 거야. 물론 지난번과 달리 안전 장치도 잔뜩 할 거고."

루루가 차분하게 내게 설명해 주자, 다들 무언가 할 게 있었다는 것처럼 주변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서방님. 저는 잠시 덫도 다시 설치 해야 하고, 해야 할 일도 있어서 잠시."

"치호. 전투도 끝났고, 나는 잠깐 전투에 쓸만한 약재가 있는지 버섯 왕국에 다녀올게."

"김지호. 다음 훈련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둔 게 있으니, 준비가 끝나면 라미아 전사들의 훈련장으로 와."

"주인님. 잠시..."

세라자드만이 내 옆에 다가와 내 옷에 묻은 먼지나 핏자국을 다시금 닦아주고.

에슬리가 내게 다가와 혹시 다친 곳이 있나 체크 해 준 후에 무언가 할 일이 있다면서 사라졌다.

"아이린은 아직 안 왔어?"

모두가 흩어지고 나서 세라자드와 루루만 남아 루루에게 물어보니, 루루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안 왔어. 그래서 말이야. 오빠. 내 연구실로 따라와 보겠어?"

루루가 싱긋 웃으며, 소드 마스터인 여기사의 머리를 들고 앞장을 섰다.

연구실에 되돌아오자 세라자드는 연구실 입구를 지키겠다며, 사령관 실에 머물렀고 결국 나와 루루 단 둘 이서 연구실로 내려오게 되었다.

"음. 오빠. 이전과 달리 다른 층에서 물자 들이 제법 도착해서 말이야."

좀 전과 달리 연구실 내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나무 상자들이 연구실 외각 근처에 잔뜩 쌓여 있었는데.

언제 이런 걸 가져다 놓은 거지?

의문이 드는 순간 그 옆에 아직 까지 기절한 채 매달려 있는 제국의 황녀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안 깨어나다니. 대충 현실 시간으로 하루 정도는 넘게 지난 것 같은데.

잠시 벌거벗은 황녀를 감상하고 있다 보니 쌓여 있던 나무 상자들에서 뭔가를 주섬 주섬 꺼내든 루루가 그 앞에 있던 연구대에 그것들을 내려놓았다.

잉크? 그리고 종이. 전에는 그런 것들이 하나 없이 오롯이 박제와 장식장 혹은 비커와 연구 도구들만 보였는데.

"원래 마왕성에 비축해 놓았던 물건들인데. 급하게 가져오다 보니 보급 물품들이 뒤섞여 버려서... 이제 와서 정리가 대충 끝난 것 같아.

루루가 마법으로 나무 상자들에서 푹신푹신해 보이는 가죽 의자들을 꺼내 연구대 앞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원래 서서 사용하는 용도 인줄 알았는데, 의자가 따로 있었구나.

그리고 작은 상자들에서 이것저것 용품들이 꺼내져 나왔는데, 철로 만들어진 도구들도 보였고, 유리나 천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나 일회용품들도 튀어나와 둥둥 떠다니며 제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건 여기. 저건 저쪽에..."

저게 마력의 응용일까? 엄청 편해 보이는데.

마치 염동력처럼 물건들을 둥둥 띄워서 이 곳 저 곳에 날려 보내는 모습을 보니. 배우면 분명 쓸만한 곳이 많아 보였다.

열심히 상자들 앞에서 정신력을 집중하고 있는 루루의 무방비한 뒤로 다가가 잠시 고민했다.

"흐음. 이 물건은 어디다가 놓지?"

루루의 기술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

특히 마법 같은 경우는 배우기 어려웠기에 더더욱 손 쉽게 배우는 방법이 내게는 있었다.

"루루. 지금 나랑 섹스 할래?"

귓가에 조심스럽게 속삭이자, 화들짝 놀라며 루루의 귓볼이 빨개지는 모습이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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