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제 12화. 일주일. (2)
* * *
샤워를 마치고 나서 연구실로 나와 먼저 빨아서 루루의 마법으로 건조 시킨 사각 팬티와 망토를 다시 입었다.
팽팽하게 팽창하는 내 사각 팬티를 내려 보면서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희한하게도 한번 발기가 죽었다가 살아나서 그럴까?
온 몸의 활기가 돌고 있었다. 물론 발기가 죽었을 때 만큼 개운한 느낌이 아니라 한번 똘똘이에 경유하면서 살짝 약해졌다가 심장 쪽에 도달하면서 다시 강해지는 느낌인데.
"으... 으..."
아직 루루와 야리가 샤워 중이라 먼저 나와서 루루가 만들어 놓은 대형 선풍기 앞에서 머리를 말리는데, 저 구석에 놓인 X자 모양의 구속구에 사지가 쇠사슬로 묶여 있는 황녀가 정신을 차리는 모습이 보였다.
호오.
이세계에 와서 처음 인간과 제대로 대화를 해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황녀 앞으로 다가갔다.
"여...여긴?"
때 하나 없는 깨끗한 알몸 상태로 묶여 있는 황녀.
몸매는 이 정도면 꽤나 나이스한 몸매이다. 키는 약간 작아서 170cm가 안 되어 보였는데.
가슴은 외국 여자들처럼 풍만하고 엉덩이도 튼실 해 보이는 것이 전형적인 항아리 몸매의 소유자였다.
뭐,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내가 관계를 가진 몬스터 아가씨들보다는 못하지만.
인간이라는 점이 중요한 거지.
"으... 넌..."
인상을 찌푸리면서 나를 바라보는 황녀를 향해 팔짱을 끼며 가까이 다가갔다.
"난 자지의 용사. 김지호다."
"뭐?..."
"자지의 용사라고."
내 말에 황녀가 주름살이 잡힐 정도로 이맛살을 구겼다.
"그게 뭔 개소..."
그러다가 내 아랫도리를 보더니 헉 하고 숨을 삼켰다가 이를 악문 얼굴로 몸을 구속 도구에 바짝 붙였다.
"오지 마. 이 변태 같은..."
"후후후..."
그러고 보니 제국의 황녀라고 만 들었지. 제국이 뭐 하는 곳인지 그리고 황녀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루루가 대충 제국군 기사들의 기억을 꺼내서 용사의 부하들에게 쫓기고 있다 고만 들었지.
그 외에 내용은 듣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물어볼까?
"너 제국에 황녀지?"
내 물음에 입을 꾹 닫더니 고개를 돌렸다.
"묻는 말에 잘 대답해 주면 죽이지 않고 살려 줄게."
"필요 없다. 그냥 죽여라."
긁적.
말을 잘못 꺼냈나? 차라리 협박 대신에 다른 말을 할 걸.
이렇게 단호하게 죽여라 해버리니까 할 말이 없네.
"농담이었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나는 이세계에서 와서 이쪽 세계에 대해선 잘 모르거든."
이 곳 마왕군 아가씨들이 대충 설명은 해줬지만, 아무리 그래도 인간에게서 듣는 거는 또 다를 수도 있으니까.
"거짓말 마라. 자지의 용사라니. 그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단 말이다."
고개를 돌려 나를 강렬한 눈빛으로 노려 보는 그녀의 얼굴에서 뭔가 강단 같은 게 느껴졌다.
이거 뭔가 쉽게 쉽게 대화를 풀어나가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거짓말 아니야. 지금 마왕을 무찌른 인간 쪽 용사 있지? 그 여자랑 나랑 같은 세계에서 왔어. 지구라고."
"지구... 정말 그 여자랑 같은 세계에서 왔단 말이냐?"
"그래. 그렇다니까. 음. 말로만 하면 못 믿겠으니 증거를 보여 줄게."
그렇게 말한 뒤에 망토를 휙 젖히고 몸을 돌려 세웠다. 그리곤 사각 팬티를 훌렁 내렸다.
"무... 무슨 짓이냐!"
내 엉덩이 양쪽에는 에슬리의 언니인 에아린이 새겨진 낙인이 있었다. 뭐 뜻은 거시기 했지만, 이것 만큼 나를 이세계에서 소환 했다는 증거가 없지.
스윽 뒤를 돌아보니 황녀가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휙 돌린 채 내 쪽에서 시선을 떼고 있었다.
"증거를 보여 준다니까?"
"네 놈이 변태인 증거를 보여 준다는 거냐? 흥. 이미 놀랄 만큼 흉물스러운 자지 때문에 네 놈이 변태인 것은 진작에 짐작했다."
뭔 소리야?
똘똘이가 크면 변태라고?
"아바마마가 말씀하셨다. 인간 중에 자지가 말 자지 만큼 큰 인간은 백이면 백 변태 자식들이라고."
무슨 자녀 교육이 그래?
아니지. 이건 내 편견이다. 이세계는 또 다를 수 있잖아?
"아니. 일단 절대 똘똘이를 보여 주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살짝 눈을 떠서 봐 봐. 내 낙인이 영 좋지 못한 곳에 위치한 것 까지는 이해하는데. 엄한 사람을 자꾸 변태로 만들지 말아 줄래?"
"아니. 일단 네 놈 차림부터 완전 변태잖아?"
그건 반박 못하겠네. 사린이 옷을 만들어 주는 거라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나도 대 놓고 사린에게 뭐라 요청하거나 따진 적은 없으니까.
그리고 이제 와서 생각하는 건데 사실 이 것도 어느 정도 적응 하다 보니 마치 집안에서 혼자 있을 때 빤스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그런 해방감?
같은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러모로 움직이기 편하기도 하고. 특히 야한 짓을 할 때엔 이 복장이 편했다.
"내가 왜 굳이 너한테 거짓말을 해? 그리고 인간 쪽 용사가 보낸 부하들한테서 구한 것도 나야."
물론 세라자드가 구했지만. 나도 한 몫 거들었으므로 구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그건."
"그러니까. 믿고 눈을 떠 봐."
"으읍..."
이를 악 문 황녀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슬쩍 눈을 떴다. 그리고는 갈팡질팡하는 눈동자가 내 몸을 스윽 훑더니, 이내 내 엉덩이 쪽에서 시선이 멈췄다.
"어...? 저...정말이구나."
내 양쪽 엉덩이를 번갈아 보던 황녀가 다시금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하다. 진짜 이세계에서 소환 된 자구나. 엉덩이를 갑자기 까길래 진짜 변태인 줄 알았다."
음. 이건 나도 반박 못하겠네. 왜 에슬리의 언니인 에아린은 나를 소환하고 엉덩이에 낙인을 새겨 넣었을까?
보통은 그런 낙인은 손이나 발 혹은 등 같은 데다가 하지 않나?
아니지. 생각 해보면 이쪽 마왕군 아가씨들 케이스로 비교하면 불알에 낙인을 새기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그러니까... 이세계에서 온 네가 자...지의 용사란 말이지?"
"그렇다니까."
팬티를 스윽 올린 후에 다시 뒤로 돌아서 황녀와 마주 섰다.
"팬티 올렸으니까 이제 눈 떠도 돼."
내 말에 황녀가 스르륵 눈을 뜨는 것이 보였다.
그나저나 은발에 푸른 눈동자의 미녀가 나를 바라보면서 눈가를 파르르 떠는 것이 묘하게 중독되는 쾌감이 있었다.
더욱이 알몸이기도 하고.
"그... 그런데 왜 나는 알몸에 여기 묶어 놓은 것이냐? 서... 설마 나를 범하려고?"
음. 황녀의 말에 뭔가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알몸 상태로 묶어 놓은 것도 내가 아니고. 나를 범할 거냐? 라는 질문에도 대답하기가 애매했다.
"일단 오해부터 풀고 시작해야겠네. 일단 황녀. 이름부터 알려주겠어?"
내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황녀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파냐 데 그란데시아다."
"파냐 데 그란데시아?"
"그래. 그란데시아 제국의 두 번째 황녀 파냐라는 뜻이지."
"그럼 이름이 파냐?"
"그래."
"그래. 좋아. 파냐. 네가 혹시 마지막에 용사의 추격자들한테 쫓기면서 어디까지 도망쳤는지 기억나?"
"음. 제국 국경 안쪽에 있는 작은 마을에 있던 공동묘에 있는 지하 동굴까지 도망친 기억은 난다."
"사실 거기가 마왕성에서 패배한 일부 마왕군이 숨어든 장소 중 하나거든."
굳이 미궁이니 마왕까지 있다고니 얘기 까지는 안했다. 어차피 나도 마왕은 못 만나봤고, 굳이 다 말해봐야 나중에 무언가 일이 터졌을 때 수습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니 지금은 어느 정도 감춰진 진실만.
"마왕군이?... 이 제국 안에 숨어 있었단 말이냐?"
"그래. 지구 말로는 등잔 밑이 어둡다 라는 속담이 있지. 그 말대로야."
"등잔 밑이 어둡다라... 말 그대로의 속담 같군."
"맞아. 그리고 지금 나는 마왕군 한테 협력하고 있는 중이기도 해."
"너... 용사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 자지의 용사지."
"그럼 마왕 용사도 아닐텐데 왜..."
"용사라고 꼭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애초에 나를 소환 한 게 마왕군이기도 하고."
"마왕군이 소환했다라... 그것도 자...지의 용사라니."
"혹시 파냐 너는 자지의 용사에 대해서 아는 건 없어?"
"그...그런 건 모른다. 전혀."
"그래?"
아쉽군. 마왕군 아가씨들은 전혀 모르는 모습이라서 혹시나 기대했는데.
"그러면 마왕군이 나를 이렇게 포박해 둔 것이냐?"
"맞아."
"날 구해다오. 나를 구해서 제국 왕성까지 나를 데려다 준다면 네게..."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된 것인지 파냐가 다급하게 내게 부탁을 해왔다. 근데 말하는 도중에 내 앞에 알몸의 루루가 나타나 허공에 마법진을 한 번 스윽 그렸다.
그러자 벙어리가 된 것인지 파냐가 말이 끊긴 채로 입을 벙긋 벙긋 하기만 했다.
"어디서 우리 오빠를 꼬시려고 해."
루루가 허리에 손을 얹고는 화난 포즈로 파냐에게 꾸짖듯이 말을 쏘아 붙였다.
그러더니 연구대로 도도도 달려가 검은 로브를 챙겨 입고는 서랍 안에서 내 불알에 붙였던 마법진이 그려진 파스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재빠르게 파냐의 양쪽 유두에 갖다 붙였다.
딱.
루루가 손가락을 딱 하고 허공에 부딪히자 유두 위에 붙인 두 개의 마법진이 붉게 변하면서 스파크 같은 것이 일어났다.
파직. 파직.
붉은 색의 전기 같은 것이 유두에서 흘러나오자, 갑자기 파냐의 두 눈동자가 커지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온 몸을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비명 소리를 내 뱉는 것 같았는데, 좀 전의 루루의 마법진 때문인지 소리 없이 발버둥 치던 파냐의 아랫도리에서 노란 물줄기가 터져 나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