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제 12화. 일주일. (4)
* * *
"맨드레이크는 알겠는데 알라우네는 뭐야?"
내 질문에 세라자드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뗐다.
"숲의 정령이라고 보면 됩니다."
"숲의 정령?"
숲의 정령 같은 거면 요정 같은 건가?
아니, 근데 왜 숲의 요정이 왜 마왕군에?
"네. 숲의 정령입니다. 보통은 커다란 식물이나 꽃에서 태어나는 이들인데, 인간들의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하여, 마왕군에 합류했습니다."
알라우네야 인간이 미안해.
"능력이 어떻게 돼?"
"기본적인 능력은 아이린과 마찬가지입니다. 향으로 상대방을 유혹하거나 잠재우거나, 혹은 자연계 마법으로 상대를 구속하거나 공격합니다."
음. 기본적인 능력은 아이린과 같다라.
직접 부딪혀 봐야 알겠는데?
일반적인 동굴 배경이 끝나고, 마치 영화 촬영 장소 마냥 숲과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는 동굴 내부로 들어섰다.
아마 다른 층들과 마찬가지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하늘과 풍경이겠지만. 너무나 감쪽 같아서 진짜 동굴 안에 들어와서 숲을 마주한 것처럼 시야가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맑게 개인 하늘. 그 아래에 펼쳐진 수풀을 맨발로 밟자 사그작 하는 소리와 함께 잔디가 발바닥을 폭신폭신하게 감쌌다.
그러고 보니 맨발로 이런 숲을 들어올 일이 없어서 그저 벌레나 흙이 묻어서 발이 지저분해질 것이라고 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현실은 또 달랐다.
발을 감싸는 잔디의 감촉과 의외로 흙바닥임에도 깨끗한 발바닥을 내려다 보면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초입부분은 우거진 수풀과 잔디 바닥으로 되어 있고, 간간히 들꽃들이 피어 있었는데, 간혹 벌레 같은 것이 있어도 내가 내 딛는 걸음에 따라 미리 그 자리에서 피하는 것이 보였다.
근데 벌레라고 생각해서 지구에 있던 그런 곤충들을 생각했는데, 그것들과 또 외형이 다르다.
반딧불? 아니 이런 낮에 오색 빛깔로 빛나는 몸통을 가진 벌레였는데, 작아서 외형이 잘 보이지 않는데 곤충과 또 생김새가 달랐다.
오히려 사람의 모양? 아니 나비? 날벌레?
행글라이더처럼 날개를 펴고 활강하는 녀석들도 있었고, 나비처럼 파닥 파닥이면서 날아서 피하는 녀석들이 있었다.
촤작. 촤작.
어느새 무릎까지 오기 시작한 수풀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섰다.
세라자드가 바로 옆에서 따라 오기는 했는데, 갑자기 슬쩍 슬쩍 걷는 보폭이 줄어드는 것이 아마도 허벅지에 계속 닿는 수풀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좀 더 길어지면 노 팬티인 세라자드는...
"주인님?"
"에흠."
잠시 애로한 상상을 하던 내 표정을 읽은 세라자드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얼굴을 붉혔다.
지구에서는 상상도 못할 관대한 정조 관념에 감사하며 계속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우드득.
응?
갑자기 바닥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나무 뿌리 같은 것이 바닥을 슬금슬금 기어가는 것이 보였다.
마치 뱀 같이 스르륵 움직이는 모습에 내 옆에 마주 걷던 세라자드가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주인님. 옵니다."
어느새 검을 뽑아 든 세라자드가 주변에 검을 휘두르자, 수풀이 베어 흩날리며, 우리 주변에 둘러 쌓인 나무 뿌리들이 보였다.
개중에 나뭇가지처럼 보이는 것들이 머리 위에도 덮치듯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는데, 세라자드가 검을 들어 허공에 스윽 베어내자, 주변에 잘려나간 나뭇가지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 모습에 나도 등에 맨 창을 꺼내 쥐기 위해 등 허리 쪽으로 손을 옮겼는데,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었다.
응?
재빨리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내 창을 빼앗아 달아나는 나뭇가지가 보였다.
린!
[응.]
순식간에 내 반지가 빛나면서 마갑 벨트가 내 허리에 생겨나면서 촉수 가닥이 튀어나왔다.
팟. 팟.
순식간에 뻗어나간 수십 개의 촉수 가닥이 내 다리를 노리고 달려드는 나무 뿌리와 주변에 달려드는 나뭇가지를 쳐 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창을 빼앗아 달아나가던 나뭇가지를 붙잡더니 창을 빼앗아 내 쪽으로 돌아왔다.
"어디서."
양 손으로 푸른 빛으로 빛나는 삼지창을 들고 주변에 다가오는 나뭇가지를 찔렀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간 나뭇가지가 줄기가 되어 순식간에 내 삼지창을 감쌌다.
웃.
갑자기 시작된 힘겨루기에 있는 힘껏 삼지창을 빼앗기지 않게 창대를 잡아 당기자 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근처에 있던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들썩였다.
하지만 들썩임 이후에 다시금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서서히 삼지창이 나무들이 우겨져 있는 곳으로 잡아 당겨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안 돼."
그대로 삼지창을 붙 잡은 상태로 붕 하고 몸이 떠올랐다.
"주인님!"
세라자드가 검을 춤추듯이 빙글 빙글 돌면서 나뭇 가지와 뿌리들을 잘라내며 내게 다가오려는 모습이 보였다.
"세라자드!"
창대를 잡고 있던 한 손을 놓는 순간 창대를 붙잡고 있는 손을 나무 줄기가 휘감았다.
그리고 창대를 놓은 손을 세라자드를 향해 뻗었는데, 아슬아슬하게 닿을 듯 말듯하다가 간발의 차로 세라자드가 놓치는 것이 보였다.
"주인님!"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내 쪽을 향해 다가오다가 나무 줄기에 속박당하는 세라자드를 보면서, 거대한 나무가 있는 곳까지 몸이 붕 떠올라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훕."
혹시 모를 충격에 이를 악물자, 스윽 하는 소리와 함께 사사삭 하고 싸리 빗질 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거꾸로 세라자드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등 뒤로 하염 없이 날아가던 내 몸을 무언가가 강타했다.
윽.
그냥 부딪힌 건데 몸이 부서질 것 같이 아프면서 몸이 빙글 돌아, 삼지창과 함께 끌려가는 방향이 보였다.
수풀, 나무.
끌려가는 속도가 거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속도만큼 빠르다.
슉. 슉.
움직이는 배경과 내가 통과할 수 있게 끔 나뭇가지와 잎사귀들이 마치 피해주듯이 움직였다.
어디까지 끌고 가는 거지?
창대를 쥔 팔이 나뭇 가지에 묶여 있는 상태라 꼼짝 없이 끌려가는데, 서서히 나무 숲을 지나 환하게 빛나는 형형 색색의 꽃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공터에 한 없이 핀 꽃 밭.
휘웅.
붕 떠올랐던 몸이 마치 그네 끝자락에서 뛰어 내리듯이 허공에 떠오른다.
"어...어?"
내 팔과 삼지창을 감싸던 나무 줄기가 풀어지고, 그대로 허공에 풀려 난 내 몸이 꽃 밭 위로 붕 떠올랐다.
떨어지면 제법 아프...
"와아! 인간이다!"
꽃 밭 한 가운데 누가 봐도 킹 사이즈 침대 크기의 거대한 꽃이 피어 있었는데, 그 꽃봉오리가 열리면서 거대한 크기의 녹색 소녀가 나타났다.
두 손으로 나를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팔과 손.
녹색의 덩쿨 같은 것들이 꽃잎에서 뻗어져 나와 내 삼지창을 빼앗으면서, 동시에 떨어지는 내 몸을 툭 툭 쳐서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더니, 이내 소녀의 품 안에 착지하게끔 착지 장소를 유도했다.
"야호. 고마워요. 나무 아저씨."
내가 날아온 방향으로 소리치며, 손을 흔들던 소녀가 내가 품 안에 떨어지는 동시에 두 팔과 손으로 나를 아기 다루듯이 가볍게 받아냈다.
"얼마만의 인간이야? 츄릅."
소녀의 품 안에 안긴 상태에서 향긋한 꽃내음이 진동했다.
그리고 소녀의 입가에서 흘러내린 침이 내 볼에 떨어지자, 거기에서 지독할 정도로 달콤한 냄새가 풍겨져 나왔다.
꿀? 아니 달고나? 하여튼 입 안에 순식간에 침이 고일 정도로 엄청난 단내가 진동했다.
"인간?"
"응?"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꽃봉오리에서 나타난 녹색 소녀를 올려다 보았다.
아직 덜 익은 몸매에 녹색 잎사귀 같은 것들 가슴에 붙이고 있고, 하체는 꽃봉오리 깊숙한 곳에 박혀서 보이지 않는 몸.
슬쩍 꽃봉오리 깊숙한 곳을 보니 허벅지와 사타구니가 살짝 보였는데, 그 아래는 꽃 안에 묻혀 있었다.
그리고 보지가 있을 자리에도 가슴처럼 얇은 잎사귀가 마치 비키니처럼 중요 부위를 가리고 있었다.
"응? 어디를 보는 거야?"
내 시선을 느꼈는지 녹색 소녀가 내 시선을 따라 내 몸을 훑어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식기를 찾는 거야?"
"푸훕."
생식기라는 말에 순간 빵 터졌다가, 이내 내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는 웃음기를 지웠다.
일단 지금 이 녹색 소녀. 아마 좀 전에 세라자드가 말했던 알라우네? 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거대한 꽃에서 나타난 소녀기도 하고, 피부색이 녹색인데 뭔가 징그럽다 거나 이상하다는 느낌보다는 신비롭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 난 이 꽃밭의 주인인 아라아라야. 여기에는 무슨 일로 왔어?"
어? 상식적인 질문에 잠시 당황 했다가 입을 열었다.
"자... 잠깐 누굴 찾으려고 지나가는 길이었어."
"누구?"
"아이린이라고... 버섯 왕국의 공주야."
"응? 아이린?... 아! 아이린!"
자신을 아라아라라고 밝힌 녹색 소녀가 무언가 기억났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근데 아이린은 여기 안 왔는데?"
"53층에 있을지 몰라서 내려가는 중이었거든."
"아하. 그렇구나!"
고개를 다시금 끄덕인 아라아라가 나를 보더니 시익 웃었다.
"근데 왜 내 생식기는 쳐다 봤어?"
"잠깐. 그건 실수로..."
"응? 실수라고 치기엔 수술에서 꽃술 냄새가 이렇게 진하게 나는데?"
"응? 수술?"
"응. 수술. 여기 말이야."
나를 안고 있던 두 손을 살짝 움직여, 한 손가락으로 사각 팬티 안으로 내 팽팽하게 발기한 똘똘이를 정확히 가리킨 아라아라가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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