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89화 (89/220)

〈 89화 〉 제 12화. 일주일. (8)

* * *

콘돔?

마치 사정 직후의 콘돔으로 똘똘이를 휘감고서 놓지 않으려는 것 같이 질척이면서 늘어지는 감촉.

똘똘이를 반 쯤 빼자, 똘똘이에 휘감긴 녹색 점막 같은 것이 보였다. 뭐라고 해야 하지?

녹즙?

녹즙을 젤리같이 만들어서 천처럼 얇게 만들어 똘똘이에 코팅 한 것 같은 모양.

동시에 싱그러운 풀 냄새가 진동했다.

옛날에 강원도 산기슭에서 캠핑을 갔을 때 새벽에 맡을 수 있었던 신선한 풀내음이 달콤한 향을 지워버리며 주변에 가득 퍼졌다.

깨끗하고 산뜻한 자연향에 머릿속이 맑게 개이는 느낌과 함께 아까 전 하비욧을 당하며 사정당 할 때 눈 앞에 잠시 아른거렸던 상태창이 눈에 들어왔다.

[레벨:24]

[나이:32]

[직업:자지용사]

[스탯 힘 50 체력 50(­20) 민첩 15 지능 10 지혜 10 운 999 남은스탯 10]

[성검: 똘똘이(부식, 미약생산. 포자생산. 발키리 검술. 신체 분리. 점도 조절. 마력 결박. 자가 분열. 왕가의 피. 라미아+. 라미아 변신. 달변가. 불사, 호접지몽.)]

어느새 레벨업을 해서 새로운 스킬이 생겨 있었다.

호접지몽이라... 딱 이름만 보아선 무슨 스킬인지 감이 안 잡혔다.

이럴 때는 본인한테 물어보는 것이 빠를 것 같은데.

"아라아라."

"흐읏♡"

섹스에 정신이 홀딱 빠진 것인지 아니면 집중한 것인지 내 목소리를 못 듣고 계속해서 흥분한 상태로 신음 소리만 내 뱉고 있었다.

그러면. 일단 써볼까?

섹스를 하는 도중이라 조금 걱정되긴 했는데, 새로운 스킬은 못 참지.

[호접지몽을 사용합니다.]

수욱 똘똘이가 다시금 아라아라의 보지로 삽입되는 느낌과 동시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리고 서로 연결되는 느낌과 함께 모든 감각이 어디로 인가 빨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통로. 무지갯빛의 길쭉한 원통 형의 통로를 지나가자, 무언가 우주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런 우주 위로 형형색색의 야광 불 빛들이 무지개처럼 지익 지익 그어지더니 이내 거대한 구형 TV가 눈 앞에 턱 하니 나타났다.

잠시간의 지지직 거리는 흑백 대기 화면.

내 몸을 둘러보니 내가 이세계로 넘어오기 전 항상 입던 하얀색 와이셔츠에 검은 정장 바지의 복장에 검은 구두를 신은 내 모습이 보였다.

머리를 만져보니 짧은 머리에 살짝 올백처럼 넘긴 깔끔한 머리가 손에 잡혔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오랜 회사 기간을 다니던 그 여느날과 다른 없는 복장.

허공에 무지갯빛 무지개가 깔리면서 TV쪽으로 연결됐다.

뚜벅. 뚜벅. 그 위를 걸으면서 TV쪽으로 걸어가자 흑백 화면이 지지직 거리면서 화면 조정으로 바뀌더니 이내 그 안에서 아라아라의 모습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화원.

말 그대로 꽃과 풀이 지평선 끝까지 화려하게 피어난 들판.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길게 이어진 꽃밭 위로 피어난 거대한 꽃 무리들.

난생 처음 보는 어마어마한 꽃밭의 규모와 기이할 정도로 평화로운 공간.

해가 지고, 해가 뜨고를 반복하며, 꽃이 죽고 다시 피고 심지어 커다란 꽃에서 아라아라와 같은 여인의 모습의 알라우네들이 꽃봉오리가 활짝 펼쳐지면서 깨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다.

간간히 알라우네끼리 소통을 하듯이 조잘거리기도 하고, 꽃이 죽어서 다시 필 때에는 그 색이나 종이 바뀌기도 했다.

수 없이 이어진 평화의 시간.

빨리 감기를 하는 것 같이 수 없이 해가 뜨고 달이 뜨고 별이 진다.

TV에 두 손을 가까이 가져다 대자, 화면 안에만 있던 풍경이 마치 VR 화면처럼 마치 실제 장소처럼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 들어서자 마치 내가 한 마리의 나비가 된 것처럼 자유롭게 꽃밭을 거닐 수 있게 되었다.

활짝 펼쳐진 날개와 파닥이면서 꽃밭 위를 날아다니는 신비한 감각.

라미아로 변신하면서 생겼던 뱀의 하체와는 또 다르다. 그리고 지금 날개는 내가 따로 집중을 하지 않아도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날아다녔다.

내가 알고 있는 사자성어인 호접지몽과는 완전히 다른 능력.

뭔가 섹스할 때 도움이 되는 스킬 인지 알았는데, 그것과 전혀 다른 능력인 것 같았다.

마치 아이린의 도움을 받아 세라자드의 과거를 보았을 때와 같은...

"아라아라."

"응? 왜 엄마?"

그러다가 꽃밭 한가운데에 거대한 꽃들이 밀집 되어 있는 공간에서 아라아라와 좀 더 커다란 아라아라가 나란히 피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천천히 그 사이로 날아가자, 순간 아라아라의 모습이 불투명해지면서 세상이 멈추듯이 빠르게 흘러가던 시간이 멈췄다.

그리고 정확히 아라아라가 엄마라고 불렀던 거대한 모습의 아라아라가 나를 정확히 쳐다보았다.

거대한 꽃봉오리 사이에서 피어난 소나무 크기의 아라아라의 모습.

정확히 보면, 무릎까지 닿는 머리 길이나 몸매가 소녀가 아니라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다.

더불어 자세히 보니 머리에는 가시 덩굴로 만들어진 면류관과 가시 덩굴을 머리 중간 중간에 브릿지처럼 넣고 있는 모습.

머리 위에 꽃 외에 아무런 치장이 없는 아라아라와는 또 다른 모습.

"어서오세요. 귀인이시여."

모두가 멈춘 것 같은 정지된 세계에서 거대한 아라아라. 즉 아라아라의 엄마로 추정되는 거대한 알라우네가 나를 정확히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귀인이라면 나를 보고 말하는 건가?

"맞습니다. 귀인이시여. 혹시 몰라 마지막 후화에게 남겨 놓은 안배가 드디어 귀인을 접하게 됐군요."

화악.

뭔가 투명한 홀로그램처럼 나무의 거대한 나무 모양의 투명한 모습이 거대 아라아라의 뒤에 나타났다.

그나저나 내가 그저 생각하는 것들을 마치 린 처럼 읽고 있다.

"귀인께서는 이세계에서 오셨군요."

스슥.

조그마한 아라아라가 옆으로 스윽 밀려나듯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우주 같은 공간으로 다시 배경이 바뀌면서 거대한 아라아라가 우주에 뿌리를 내리듯이 나타났다.

"신들이 떠난 세계라... 귀인께서 머무시는 행성을 떠난 외우주의 신 중에 한 분이 귀인을 이쪽 세계로 불러들였군요."

신? 아니 그것보다 신들이 떠난 세계라는 건 지구를 말하는 건가?

아니. 잠깐만. 어차피 내 생각을 읽는다면...

혹시 저를 이세계로 불러들인 신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의 신이군요. 이런... 저보다 격이 높은 신이라서 알려드릴 수가 없어요."

??의 신...

지난 번에 상태창에서도 그렇고 마신도 외우주의 신인데 격이 높아서 정체를 알 수가 없다고 했지?

"마신이 남아 있군요. 인신도 남아 있을 테고."

나를 보던 거대 아라아라가 내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나비였던 몸이 다시금 평범한 회사원이던 몸으로 되돌아갔다.

"호접지몽. 제가 가진 신의 힘 중 일부입니다. 원래라면 내 마지막 아이에게 건네주었던 힘이지만, 귀인께서도 갖게 되셨군요."

신의 힘?

"네. 그렇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신들 중 하나 인 나무의 신 ??? 이세계를 떠나기 전에 남긴 제 전언이 당신에게 닿아,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거랍니다."

갑자기 또 다시 신이라니...

거기다가 나무의 신? 뭔가 세계수 같은 느낌인가?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군요."

근데 왜 갑자기 내게 나타난 거죠?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제 후화에게 남긴 마지막 전언이자, 이세계를 구원할 귀인께서 궁금한 점을 답변하기 위해 남아있기도 한 거랍니다."

후화라는 건...

"당신이 지금 만난 아라아라. 그녀가 제 마지막 후화입니다. 인간들 기준으로는 후인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자 저나 이세계를 구원한다니...

제가 용사긴 한데 그런 일은...

"구원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의미와 뜻이 있지요. 그리고 그대는 지금 자각하지 못하지만 외우주의 신에게 직접 선택 받은 만큼 열심히 활약을 하고 있지 있습니다."

활약을 하고 있다고요?

그냥 저는 섹스하고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구하고 있는 중인데?

내 말에 나무의 신이 그저 빙긋 웃었다.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물어보셔도 된답니다. 저도 귀인께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이 있으니."

부탁이라니...

궁금한 거라면... 역시 나를 불러들였다는 외우주의 신은 둘째 치고 저는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대가 하기 나름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 잘하면!

그러면 내 로또도...

"로또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대가 꼭 원하는 거라면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또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궁금한 점이라면 너무 많아서 문제인데...

천천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들을 정리해서 질문했다.

여기는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이며, 내가 가진 스킬들은 어떻게 된 건지. 그리고 마치 소설에서나 볼 법한 상태창이라는 게 나한테 나타난 건지.

이 모든 것은 XX의 신 때문이라며 나무의 신이 대답했다.

질문을 하라고 해 놓고 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외우주의 신 탓이라며 질문에 대답하는 나무의 신이 고개를 저었다.

"귀인께서 물어보는 것들 대부분은 XX의 신과 관련된 질문들이군요. 제가 대답하고 싶어도 제 격이 낮아서..."

격이 낮다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무의 신은 정말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혹시 신들이 왜 이세계를 떠나는 건가요?

"하나의 세계가 완성되면 신들은 다른 세계로 넘어가 창조를 다시 시작합니다. 이는 창조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사명이랍니다."

창조신...

그러니까 신들이 세계를 떠나는 건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가 완성 되었기 때문이란 건가요?

"그렇습니다. 대신 가끔 가다가 완성된 세계를 관망할 뿐이지요."

그러니까 이세계는 인신과 마신만이 남아있고, 아직은 완성된 세계가 아니라는?

"그렇습니다. 인신과 마신이 떠나면 그 세계도 완성되겠지요."

지구는요?

"완성된 세계에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간혹 신이 버리는 세계 또한 있긴 하지만, 그렇다면 그 곳은 생명 혹은 죽음도 없는 세계이겠지요."

지구가 완성된 세계라는 말씀인 거죠?

"그렇습니다."

너무 친절히 궁금한 점을 답변해 주는 나무의 신에게 추가로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마왕과 용사.

그리고 인간들의 국가와 마왕군의 관계까지.

그에 대해 나무의 신은 딱 내가 아느 정도까지만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그 외에는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 답변 해 줄 수 없다고 했고.

그렇게 대화가 길어 질 때 쯤.

서서히 우주의 공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아라아라의 신음 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귀인이여. 내 마지막 후화를 부탁 드립니다. 완성된 세계라고 해도 종의 멸망은 존재합니다. 그러니... 그녀를... 그리고 당신의 신의 의지를 이어가시기를..."

우주가 무너지며, 나무의 신의 모습이 사라지고 어디서인가 나를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무너지는 우주 너머 나를 지켜보는...

하얀...

그리고 단편적으로 머릿속에 잊혀졌던 기억들처럼 아라아라의 기억 일부가 마치 눈 앞에서 본 것처럼 내 뇌리 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좀 전의 광활한 꽃밭 위로 어떤 소녀가 나타났다.

은색 드레스를 차려 입은 고귀한 소녀.

사뿐히 꽃들을 즈려 밟고 나타난 소녀를 아라아라는 따끔한 일침을 날렸고, 곧 이어 아라아라와 소녀가 말로 다투기 시작했다.

왕국의 공주인 소녀는 어리숙했고, 무지했기에 생명을 가벼이 여겼다.

그런 소녀를 향해 아라아라는 계속해서 화를 냈고 그녀의 엄마가 그런 아라아라를 다독여 서로 화해하게 되었다.

그런 후에 소녀는 아라아라와 친해지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배웠다.

하지만 그런 관계도 약 3년.

그 후에 꽃밭의 옆에 있던 숲에서 왕자가 살해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군대는 꽃밭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 와중에 왕의 군대는 알라우네들을 발견했고, 귀중한 연금술의 재료가 되는 맨드레이크 까지 발견되자 꽃밭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추후에 알게 된 공주가 이를 막고자 왕성에서 빠져나왔지만 그 와중에 실수로 병사들이 그 공주를 살해해 버렸다.

그리고 그 원인과 범인을 전부 꽃밭에 있는 알라우네 탓으로 돌려버렸고.

꽃밭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알라우네는 강력했지만, 이세계의 알라우네는 기본적으로 꽃밭이 아닌 곳에서는 살아갈 수도 이동할 수도 없었다.

아라아라는 불타오르는 꽃밭을 보며 절규했다.

그 와중에 그의 어머니는 그런 아라아라를 살리기 위해 머리 위에 있던 꽃을 꺾었다.

그리고 숲에서 탈출하던 한 아라크네에게 아라아라의 씨앗을 갖고 도망쳐 달라고 부탁했다.

그것이 지금 아라아라가 마왕군에 합류한 이유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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