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제 12화. 일주일. (11)
* * *
세라자드를 구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묶여있던 나무 줄기를 그아라의 도움을 통해 간단하게 풀고, 잠시 우리를 지켜보던 거대한 나무들을 지나 숲에서 꽃밭으로 다시금 들어왔다.
[안뇽! 나무 아죠씨들!]
숲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나무들을 향해 텐션이 높게 두 팔을 이리저리 흔드는 그아라.
그나저나 내 속으로만 말하는 것 같은데, 린과 달리 모두에게 들리는 텔레파시 같은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세라자드를 구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세라자드가 심각하게 그아라를 보고 있었으니까.
"주인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라자드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서 스윽 그아라를 바라보았다.
"작은 아가씨께도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응! 응!]
텐션이 올라 신이 난 그아라가 몸을 흔들 흔들거리면서 춤을 췄다.
그나저나 이 조그마한 몸에 얼마나 에너지가 넘치는 건지 보고만 있어도 나도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조금 쌓이지만.
[응? 아빠. 힘들오?]
"아니... 아니야."
[아빠. 힘내 해 주까?]
그러면서 꽃에 남아있는 황금 꽃가루를 두 손으로 퍼 올렸다.
이거 양을 보니까 아까 전 한 번 그리고 지금이랑 한 번 더 하면 꽃에 있던 황금 꽃가루가 전부 사라질 것 같았다.
[아니야! 아빠. 이거 천천히 생교!]
그러면서 허리를 수그려서 꽃 안에 모여 있는 황금 색 꽃가루를 긁듯이 품에 안았다.
"천천히 라면 언제 쯤?"
[음... 모루게써.]
확실히 천천히 다시 생긴다고 하면 계속 충전 되는 것이니 엄청 좋은 것 같은데.
[쬬아! 아빠가 좋아하면 나도 쬬아!]
그래. 얼떨결에 그아라의 대답에 반응해주고 있자, 유심히 나와 그아라를 번갈아 바라보던 세라자드가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문득 나를 뜨문 뜨문 바라보더니 이내 가슴에 두 손을 꼭 모아 쥐었다.
무슨 행동인지 유추가 어려웠는데, 뭔가 간절히 바라는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아래층으로 가자. 세라자드 몸은 괜찮지?"
끄덕이는 세라자드.
"네. 주인님. 그보다 작은아가씨는 어느분의..."
그러면서 주위를 살피던 세라자드의 시선이 꽃밭 중앙에 핀 거대한 꽃봉오리를 보다가 이내 꽃 반지 위에 자라난 그아라를 보았다.
세라자드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역시... 주인님. 정력도 좋으시군요..."
그러면서 잠시 내 사각 팬티를 바라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다음에는 펠라만이 아니라 제대로 섹스를 해주던가 해야겠다.
꽃밭을 벗어나 우리가 들어왔던 숲의 반대쪽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나무 두 그루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마치 게임에서 가끔 등장하는 나무의 정령 엔트처럼 나무 기둥에 사람 모양의 얼굴이 주름져 있었는데, 우리 일행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아라를 보고는 이내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고 나서 숲이 살짝 갈라지는 느낌과 함께 잔디와 풀들도 스르륵 길을 열어주듯이 비켜 섰다.
숲이 끝나는 구간. 그 곳에 다시 숲 같은 느낌이 사라지며 동굴의 천장이 생겨났다.
그리고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나자, 그아라가 갑자기 흥분해서 허우적 대기 시작했다.
[와아! 와아! 모홈이다!]
마치 신규 매장 앞에서 춤을 추는 풍선 인형처럼 마구 몸을 허우적 대던 그아라의 움직임에 세라자드가 피식 웃다가 나한테 웃는 모습을 걸리더니 이내 고개를 훽 돌려서 무표정하게 얼굴을 고쳤다.
세라자드도 웃긴 웃는구나.
더욱이 웃는 모습이 엄청 예뻤다.
싸우는 모습을 뺴면 영락 없이 정갈한 메이드의 교본처럼 보이는데, 웃는 모습을 보니 청초해 보인다고 할까나?
물론 세라자드의 내면과 과거를 알고 있는 내 기억이 청초라는 단어에 밑줄을 죽 죽 그었지만 보이는 모습이 그랬다는 말이다.
[무야호!]
그아라의 환호와 함께 계단을 뚜벅 뚜벅 내려갔다.
돌로 만들어진 어두운 남색 빛깔의 나선 형 계단.
항상 층을 이동하는 계단은 이렇게 생겨서 빙글 돌아서 내려가는 구조였는데, 굳이 왜 이런 식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다가 사라졌다.
[아빠. 아빠. 요기 아래에는 뭐가 있쒀요?]
그아라가 내 손가락을 붙잡고 흔들면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아라의 위치가 중지에 착용 되어 있는 반지에 있다 보니.
자신에게 가까운 내 손가락을 쥐고 흔들면 살짝 모아 쥐었던 중지가 펴지면서 자연스럽게 엿을 날리는 모습이 되었다.
혹시나 세라자드에게 엿을 날릴까 봐 방향을 잘 조절하면서 그아라를 보고 있자니, 대답의 타이밍이 늦었다.
"작은 아가씨 밑에 층에는 아우라스라고 하는 미노타우르스 걸과 몇 몇의 미노타우르스 걸들이 있습니다."
[미노따우로수 골?]
"네. 엄청나게 커다란 소의 뿔과 꼬리, 그리고 하체를 가진 거인족 여성입니다."
[아빠보다 커?]
"네. 큽니다."
나보다 크다라... 단순히 그리스 신화 만화나 가끔 소설에 등장하는 소 머리 인간에 가슴만 달린 모습인 줄 알았는데, 뭔가 또 다른가 보다.
하긴 슬라임이 여성처럼 막 변하고, 아라크네가 변신해서 인간처럼 걸어 다닐 때부터 이 세계는 내가 알고 있는 판타지 소설 세계관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세라자드도 듀라한 인 것 치고는 듀라한이란 이미지는 목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제외하고 전혀 안 느껴졌지?
슬쩍 세라자드의 잘린 목의 단면을 바라보다 보니 세라자드의 시선이 마주쳤다.
"흠. 흠."
시선을 떼서 계속해서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주위의 배경이 다시금 바뀌었다.
한 다섯 걸음 정도의 공간은 널찍한 동굴의 공간이었지만, 그 경계선 너머로는 위층의 숲과 또 다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황금 색의 누런 벼가 외곽에 한 가득 자라 있고, 축구 하기 딱 좋아 보이는 드넓은 들판과 초원이 가슴을 뻥 뚫리게 했다.
그러고 보니 저거 누런 벼...
쌀이잖아? 쌀! 쌀이라고!
"쌀!"
단숨에 초원의 경계선을 넘어 누런 벼가 있는 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러자 아삭 아삭하고 잔디가 발바닥에 밟히는 기분 좋은 감촉과 동시에 아침 이슬이 묻어 있는지, 순간 미끌미끌한 바닥에 살짝 미끄덩 하면서 슬라이딩을 했다.
아프지 않게 뒤로 벌러덩 자빠지자, 주위에서 신선한 풀내음이 진동했다.
[꺄핫! 아빠! 재미써!]
마치 태클에 걸려 쓰러져 있는 축구 선수처럼 잔디 위에 초라하게 누워있자, 어느새 나를 따라온 세라자드가 나를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워 주었다.
아 창피해.
[아빠. 또 하자 또!]
혼자 신나서 온 몸을 흔드는 그아라를 보면서, 잠시 침착해진 마음으로 저 멀리 있는 누런 벼를 바라보았다.
직장 생활 도중 출장을 가는 길에 KTX 기차 창문 밖으로 보였던 누런 곡물 밭이 생각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들판이나 평원에서 힐링 해 본 적이 있었나?
회사를 다닐 적만 해도 나중에 나이 먹으면 귀농이나 할까? 하는 생각은 해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이런 곳을 방문 해본 기억은 없었다.
윗 층의 꽃밭이 호화로웠다면, 이 곳 들판은 밋밋하면서도 편안했다.
천천히 벼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다 보니, 벼가 누렇게 익은 공간에 무언가 편안하게 옆으로 누워 있는 존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통통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육덕지다고 해야 하나?
분명 날씬한 몸매는 아니고, 그렇다고 뚱뚱한 몸매도 아닌 그런 거대한 여인들이 마치 옆으로 누워 TV를 보는 자세로 바닥에 늘어지게 누워 있었다.
잠깐만... 저게 미노타우르스 걸인가?
살짝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하얗고 검은색 얼룩 무늬의 털과 발굽이 있고, 허벅지 위로부터는 인간처럼 매끄러운 살색의 살이 드러나 있다.
젖소. 허벅지까지 젖소에서다가 그 위로는 인간의 모습. 신기한 것은 젖소라는 설정을 그대로 따온 것인지 가슴이 어마어마하게 컸다.
어느정도냐면 지금까지 만났던 몬스터 아가씨들 중에서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에슬리의 거대화 모드가 물론 크기 면에서는 더 커다랗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상체의 대부분을 꽉 채울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거대하진 않았다.
한마디로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커다란 가슴으로 인해 뭔가 확실히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인식될 정도였다.
폭만 따져도 거의 배꼽 아래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엄청나게 넓었고, 길이또한 얼마나 기다란지 거대한 짐 볼 두 개가 사람 몸에 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터질 것 같은 가슴. 저거를 달고 과연 걸어 다닐 수 있을까? 라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유에 자연스럽게 입이 떡 벌어졌다.
[아빠. 저기. 저기. 찌찌 엄쩡 커!]
"응... 보고 있단다."
더욱이 누워 있는 자세 때문인지 터질 것 같이 눌려 있었는데, 그래도 기본적인 탄력감이 뛰어나서 그런지 보기 흉할 정도로 축 쳐져 있지는 않았다.
저기 가슴에 파 묻힌다면...
꿀꺽.
아니. 아라아라 때도 느낀 거지만 거대한 가슴에는 그만한 탄력감과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저 커다란 가슴이 얼마나 탄력감이 있을지는 눈으로 보아도 딱 감이 잡히는데.
아마 저 가슴에 빠졌다가는 아마 다른 가슴에는 관심도 안 갈 정도로 폭력적인 가슴에 허우적 댈 것이 뻔했다.
왜 옛말에 키스를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있어도 섹스를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마찬가지로 어마어마한 거유에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나중에 빈유는 보이지도 않게 된다.
물론 취향 차이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건 정말 극 소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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