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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93화 (93/220)

〈 93화 〉 제 12화 일주일. (12)

* * *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미노타우르스 걸에게 다가갔다.

바닥은 황금 색의 솜털 같이 생긴 잔디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곳의 감촉이 좋은 것인지 옆으로 누워 있는 미노타우르스 걸들이 전부 숙면을 취하듯이 깊이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스윽 뒤를 돌아 들판을 바라보니 저 멀리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심어진 언덕 위 그늘 진 아래에도 이와 비슷한 미노타우르스 걸들이 누워 있는 것들이 보였다.

[아빠. 찌찌. 찌찌 커!]

흥분한 그아라가 몸을 흥분한 표정으로 두 팔을 꼭 모아 쥐고 선 연신 흔들어 댔다.

그나저나 저 작은 몸으로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니까. 왠지 귀엽다는 느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너무 작아서 눈 코 입이 잘 보이지 않는 게 흠이긴 하지만 모션을 큼직 큼직하게 취해주니까. 어떤 기분인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그래 알았어."

"주인님. 일단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시는 게."

세라자드가 조심스럽게 내가 다가가던 것을 멈춰 세웠다.

다가가지 말라. 위험한 건가?

그래도 아이린의 소재를 알아내려면 직접 물어보는 쪽이 빨랐다. 특히 아라아라가 자신의 층을 지났다고 하니, 이 곳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아이린의 소재를 알아내려면 물어보는 게 빠를 수 있어."

참고로 이 곳 들판도 아이린의 버섯 왕국 못지 않게 넓었다.

보통 동굴 층 층 마다 규모나 크기가 전부 달랐는데, 지금까지 들려 본 곳 중에서는 아이린의 버섯 왕국이 가장 컸고, 그 다음이 지하 1층, 그 다음이 라미아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지금 이 들판의 규모로 보자면 거의 서울의 동 하나의 크기만큼 커다래 보이는 것이 아이린의 버섯 왕국 급으로 크다고 해야 하나?

"미노타우르스 걸 들은 전부 전투 민족입니다. 잠들어 있을 때는 온순하지만 깨어 있을 때는 전투 혹은 식사 밖에 안 하는 종족입니다."

전투 혹은 식사라...

"물론 잠들어 있는 시간이 길어서 전투나 식사 시간도 짧은 편이지만..."

"얼마나 잠들어 있길래?"

"보통 12시간에서 18시간 사이를 잠들어 있는다고 합니다."

잠깐 그 정도면 그냥 잠드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거잖아?

[아빠. 찌찌. 찌찌!]

찌찌를 외치는 그아라 때문에 신경이 살짝 분산 됐다가 세라자드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전투 민족이라... 전투 능력이 출중 한 세라자드가 긴장해서 나를 붙잡을 정도면 현재 본인 혹은 본인 이상의 실력을 가졌다 보면 될 것 같은데.

"많이 쌔?"

"네. 많이 쌥니다. 보통 미노타우르스 걸들은 미노타우르스 보다 훨씬 강합니다. 그래서 강자를 우상시 하는 그녀들의 부족은 보통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미노타우르스 들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당연히 번식 활동도 안하고요."

불쌍하구나 미노타우르스들...

잠깐 그렇다는 얘기는 미노타우르스 걸들은 아마존 같은 개념의 아가씨들이란 말인가?

순간 저 커다란 가슴을 달고 있는 3M의 거인 여성이 열심히 격투를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가 출렁 대는 가슴 때문에 뭔가 엉성하게 싸우는 모습이 상상 돼. 풉 하고 웃음이 나왔다.

"미노타우르스들은 보통 핼버드라 불리는 도끼와 창을 결합한 무기를 사용하는데, 미노타우르스 걸들은 보통 맨 손이나 양손 검을 이용해 싸웁니다."

세라자드의 설명에 잠시 듣고 가기로 생각했다.

"미노타우르스 걸들은 인간 세계에서는 기어 다니는 재앙이라고 불릴 만큼 까다로운 상대였습니다. 기어 다닌 다는 얘기는 주로 아무데서나 노숙을 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구요."

"그녀들은 강자를 우상시 하는 특성 때문에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 되는 자들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입맛대로 유린합니다."

이어지는 세라자드의 설명에 순간 라미아 때가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여기 벼가 있는 논도 그렇고 저쪽에 초원 언덕에 있는 미노타우르스 걸도 그렇고, 숫자가 제법 꽤 됐다.

"예전에는 왕국 하나가 미노타우르스 걸 다섯 명에게 유린 당한적도 있습니다."

홀리?

"다...다섯 명으로?"

"네. 당시 유린 당한 왕국에는 소드 마스터가 한명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 다섯이나 있었는데 철저하게 유린 당했습니다. 심지어 당시 해당 왕국의 10살 밖에 안됐던 왕자는 미노타우르스 걸에게 납치 당해 공공장소에서 대 놓고 강간까지 당했습니다."

아니... 미노타우르스 걸 당신들은 대체...

꿀꺽.

세라자드의 설명에 아무 생각 없이 미노타우르스 걸들의 가슴을 보고 품평 하던 내 과거가 얼마나 무지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심지어 눈에 보일 정도의 거리까지 왔으니, 실수라도 깨우기라도 하면...

[아빠! 찌찌!]

응?

손톱 만한 크기의 그아라가 비비탄 크기의 잎사귀를 둥그렇게 만 덩어리를 어디로 인가 던지는 것이 보였다.

어?...

순간 그아라가 벌인 행동에 어버버 하는 동안 그아라의 손을 떠난 잎사귀 덩어리가 10M 정도 떨어져 있던 제일 선두의 미노타우르스 걸의 얼굴에 툭 하고 맞고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움찔.

설마 저 작은 잎사귀 덩어리에 미노타우르스 걸이 깰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코를 실룩실룩 하던 그녀가 엣취 하고 재채기를 하더니 눈을 스윽 뜨는 것이 보였다.

"무우?"

누운 자세에서 살짝 상체만 일으킨 자세로 주위를 둘러보던 미노타우르스 걸의 게슴츠레 한 눈이 나와 마주쳤다.

"이인가안?"

느릿 느릿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눈을 비비적 거리자, 거의 짐볼 크기의 커다란 두 가슴이 두잉 두잉 하고 허공에서 흔들렸다.

지금 깨어난 미노타우르스 걸은 다른 미노타우르스 걸보다 가슴이 좀 더 크고 우람 했다.

더욱이 모든 미노타우르스 걸들이 그렇지만 인간 여성의 몸에 젖소 얼룩 무늬의 비키니 같은 가슴 보호대와 엄청 나른해보이는 표정의 미녀의 얼굴이었다.

다른 젖소들과 달리 확연히 눈에 뜨일 정도로 검은 머리카락을 거의 엉덩이 길이까지 기른 전체적인 야만전사의 느낌이 나는 육체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커다란 가슴 때문인지 다른 미노타우르스 걸 보다 좀 더 다듬어진 체형이 더 언밸런스하게 느껴졌다.

"이인가안이다아..."

늘어지게 말을 내 뱉은 그녀가 주위를 휙 휙 둘러보다가, 아직 까지 잠들어 있는 미노타우르걸들을 확인하고 선 입맛을 다시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저 앉아 있는 자세에서는 대충 크다고 생각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니, 확실히 거의 3미터에 달하는 키와 거대한 가슴이 오를 수 없는 절벽이 되어 내게 뚜벅 뚜벅 걸어왔다.

"주인님. 뒤로 물러나십시오."

어느새 검을 빼든 세라자드가 앞으로 달려나가며 뚜벅 뚜벅 걸어오는 미노타우르스 걸을 향해 춤 추듯이 몸을 빙그르 돌렸다.

마치 춤을 추듯이 검을 휘두르며 싸우는 그녀의 전투 스타일과 아무런 생각 없이 다가오는 것 같은 미노타우르스 걸이 꽝 하고 부딪혔다.

그리고 동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세라자드의 잘린 머리통이 내 쪽으로 날아옴과 동시에 주먹으로 부러진 검날이 동시에 하늘에 솟구쳤다.

세라자드의 머리는 그저 미노타우르스 걸과 충돌한 것으로.

그리고 검은 미노타우르스 걸의 몸과 부딪히는 동시에 강도에 밀려 부러진 것으로 보였다.

"주인님!"

야구 공처럼 내 품 안에 소옥 날아온 세라자드 머리가 날 올려다보며 말했다.

"도망치세요!"

­퍽.­

미노타우르스의 걸의 팔에 툭 하고 부딪힌 것 같은 세라자드의 몸이 저 멀리 우리가 걸어왔던 입구 쪽으로 힘 없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무려 소드 익스퍼트 중급 여섯을 압도하던 세라자드였다.

더욱이 두 번의 전투로 익스퍼트 상급 까지는 상대 가능할 정도로 성장까지 한 세라자드였다.

최소 소드 마스터.

마나가 아닌 육체 만으로 소드 마스터 이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신나게 몸을 흔들던 그아라를 반지 안으로 밀어 넣고는 뒤를 보고 달렸다.

린. 도와 줘!

분명히 따라 잡힐 거라고 생각한 내 다급한 부름에 꽃 반지 옆에 있던 마갑의 반지가 번쩍이더니 이내 검은 액체가 흘러나와 내 몸을 덮었다.

촉수가 아닌 내 신체를 보호하는 마갑의 모드.

마치 검은 슈트 처럼 촥 달라 붙은 마갑의 모습에 안심하며 달리다가 뒤를 살짝 바라보았다.

응?

내 뒤를 바짝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던 미노타우르스 걸이 가만히 서서 나를 멀뚱 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왜 안 따라오지?

내가 잠시 상황을 보고 있자, 갑자기 내 품 안에 안겨 있던 세라자드의 머리가 나를 올려다 보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주인님! 빨리 도망치세요!"

"응? 안 따라오는데?"

"아닙니다. 안 따라 가는 게 아니라..."

순간 멀뚱 멀뚱 나를 바라보던 미노타우르스 걸이 준비 운동을 하듯이 팔 다리를 쭉 쭉 늘려가며 몸을 풀더니, 이내 자리에 웅크려 앉았다.

뭐지?

­쿵.­

마치 개구리가 점프를 하듯이 웅크려 앉았던 미노타우르스 걸의 몸이 하늘에 붕 떠올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내가 있는 곳까지 날아오기 시작했다.

홀리...

­쿵­

재빨리 뒤를 돌아서 도망치려고 발을 떼는 순간 갑자기 눈 앞이 어두워졌다.

마치 거대한 나무 아래에 들어선 듯이 앞과 바닥이 검게 그늘 지면서 어두워진 시야와 동시에 쿵 하고 무언가 머리를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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