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 제 12화. 일주일. (13)
* * *
머리 위를 누르는 엄청난 압박감에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몸 위로도 육중한 무언가가 나를 꾹 밀어내듯이 바닥에 밀착 시켜 버렸다.
"이인가안. 어디이가아?"
순간 넘어진 상태에서 잔디가 얼굴을 찌르면서,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에서 갑자기 몸이 뒤로 스윽 잡아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발목에 무언가 감긴 것 같은 느낌과 동시에 질질 바닥에 끌리다가 순간 다리가 허공에 들렸다.
그리고 머리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과 동시에 거꾸로 뒤집힌 시야가 보였다.
수북이 자라난 하얀색 털과 검은 얼룩들.
그리고 허벅지에서 아슬아슬하게 사타구니까지 자라난 털과 음모와 보슬보슬한 하얀 털로 뒤엉킨 음부를 지나 인간처럼 매끈한 살색의 허리와 거대한 가슴이 순서대로 보였다.
배꼽 바로 아래까지 닿는 거대한 가슴의 장면이 주욱 이어지고 나서 거꾸로 뒤집힌 흑발의 미녀의 얼굴이 보였다.
풍겨지는 느낌은 야만 전사의 느낌이면서, 약간 나른해 보이는 눈매를 가진 인상.
그런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나를 훑다가 이내 내 하체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호오..."
커다랗고 단단한 두 손으로 내 허리를 딱 붙잡은 그녀의 모습과 동시에 발목을 묶고 있던 감각이 스르륵 사라졌다.
그러면서 검은색의 전기 줄 같은 꼬리가 스르륵 그녀의 뒤로 사라지는 걸 보니 내 발목을 묶고 있던 것이 꼬리인 것 같았다.
"이인가안. 여어기인 어떠엏게에 오온거지이?"
느리고 살짝 웅웅 하고 울리는 목소리에 그녀를 자세히 보니까, 인간과 성대의 구조가 달라서 그럴까?
아니면 덩치가 커서 그런 걸까?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 때 덩치와 키가 엄청 큰 얘가 있었는데, 걔도 이렇게 말이 좀 느렸었던 것 같은 기억이 있다.
"대애다압?"
"윽."
그녀의 우악스러운 손아귀 힘이 내 허리를 으스러뜨릴 기세로 조여 왔다. 다행히 마갑 때문에 조인다는 느낌만 있고 통증이 엄청 크지는 않았지만 숨이 막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음 소리가 튀어나왔다.
"무우~. 시인으음소오리가아 야아르읏하구우나."
신음 소리가 야릇하다고?
[주인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마갑이 버틸 수 있는 악력을 슬슬 초과하고 있어.]
꾸즈즉
보니 얇은 장판처럼 퍼져있던 마갑이 우겨지는 소리와 함께 내 허리에 느껴지던 압력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콱 하는 소리와 함께 마갑이 버티지 못해 우겨지는 것과 동시에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충격이 엄습해 왔다.
"후웁."
숨이 콱 막히듯이 허리가 꽉 조여지면서 뭔가 뼈에서 우드득 소리가 났다.
"무우~. 왜에 가압자아기이 야악해애져었지이?"
"웨엑..."
순식간에 입에서 채액이 토해져 나오면서 허리가 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압박해 오던 힘이 줄어들었지만, 허리가 빠진 것 같이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이내 내 허리를 잡고 있던 우악스러운 손이 내 허리를 주물럭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두둑. 두두둑.
뼈가 다시금 조립되는 느낌과 함께 통증 대신에 허리에 파스를 붙인 것 마냥 화악 하고 뜨겁게 달아올랐다.
"내에 마알 자알 아안드을려어?"
딸랑딸랑.
그 순간 길게 늘어지듯이 울려 퍼지던 그녀의 목소리 대신 딸랑딸랑이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완전 청명한 종소리가 아닌 약간 뭐라고 해야 하지? 시골에서나 들을 법한 약간 빈약한 방울 종소리.
"이제 잘 들릴라나아~?"
종소리가 멎고 뒤집힌 미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참고로 입고 있는 옷이 거의 비키니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옷이라 그런지 얼굴 옆에 털 하나 없는 깨끗한 겨드랑이가 같이 보였다.
"으윽."
갑자기 나를 위 아래로 흔들어 보는 미노타우르스 걸의 목소리와 함께 린의 마갑이 완전히 해제되었다.
[아빠! 어지로워!]
뽕 하고 꽃 반지에서 그아라가 튀어나오자, 내 허리를 붙잡은 상태에서 거의 쓰레기통 털듯이 위 아래로 열심히 흔들던 미노타우르 걸이 움직임을 멈췄다.
"어어? 이건 또 뭐지?"
미노타우르스 걸이 나를 붙잡고 있던 한쪽 손을 놓고는 축 늘어져 있는 내 손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하체를 굽혀 있는 힘껏 미노타우르스 걸의 안면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그래도 힘을 50이나 올리면서 라미아를 두 손으로 붙잡고 자이언트 스윙을 할 정도의 힘을 갖고 있기에 잠시라도 나를 붙잡고 있는 손을 놓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번개 같은 속도로 내 발차기를 옆으로 피하는 것이 보였다.
"무우. 그래. 지금은 다른 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러더니 내 손에 있는 꽃 반지를 향하던 미노타우르스의 걸의 손이 내 목을 붙잡더니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나를 뒤집었다.
그러자 뒤집혔던 시야가 원 상태로 돌아오며, 내 눈높이에 있는 미노타우르스 걸의 얼굴이 자세히 보였다.
"컥..."
"어떻게 여기에 온 거야? 인간이?"
목에 강철로 만들어진 철사로 숨을 못 쉬게 콱 틀어 막힌 것처럼 어마어마한 악력이 내 목을 짓눌렀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마치 한국인 여성이 장신의 키로 오랫동안 헬스와 여러가지 운동을 병합하면 가능할 것 같은 근육질의 몸매와 얼굴.
물론 동양 적인 이미지보다 약간 서양 적인 이미지가 더 강한 그녀가 나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 맞다. 목을 붙잡고 있으면 말을 못하지?"
목을 붙잡고 있던 손아귀의 힘이 한순간 휙 사라지며, 다시금 허리를 감싸는 손길에 느껴졌다.
이번에는 근데 허리 살짝 아래인 골반도 포함해서 쥐는 바람에 그녀의 손 바로 아래에 똘똘이가 닿았다.
"응?"
그녀가 자신의 손 아래에 닿은 내 똘똘이를 인식했는지 내 얼굴에서 시선을 살짝 내렸다.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살짝 한 측으로 기울인 상태로 눈이 마치 활자로 휘었다.
"어머. 이거 인간 주제에 훌륭한 물건을 달고 있네?"
내 팽팽하게 부푼 사각 팬티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내 얼굴을 다시금 보더니 씨익 웃었다.
[아빠. 왕찌찌가 말을 해.]
그아라 시점에서는 가슴밖에 보이지 않는지, 쾌활한 목소리와 함께 순간 허리를 붙잡고 있던 미노타우르스 걸이 나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숨 내 뱉으면 닿을 거리까지 가까이 그녀의 얼굴과 가까워지자, 문득 그녀의 얼굴이 고혹적으로 보일 정도로 아름답게 생겼다는 생각이 뒤 늦게 들었다.
평소에 이상형이 여전사 같은 스타일이었던 탓이었을까? 미묘하게 여전사 같이 다부진 몸매와 표정, 그리고 이목구비가 뚜렷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에 지금 내가 붙잡혔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로.
[아빠!]
순간 황금빛 가루가 눈 앞에 아른 거리며 뭔가 몽롱하던 정신이 확 깨어났다.
[아빠. 이상해져써!]
어느 사이에 시점이 미노타우르스 걸의 얼굴에서 정수리로 바뀌어 있었다.
살짝 고개를 숙여보자, 그녀의 시선이 내 사각 팬티에 불끈 튀어나온 똘똘이에 머물러 있는 것이 보였다.
"자...잠깐!"
계속해서 말을 하고 싶었지만, 계속되는 허리 압박과 목 조르기에 당해서 말을 못 뱉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딱 말할 수 있는 상태라 재빠르게 미노타우르스 걸을 향해 외쳤는데, 그 전에 그녀가 내 사각팬티에 있던 거미줄 밴드 부분을 입술로 물어서 팬티를 아래로 스윽 내리는 것보다 느렸다.
직각으로 팽팽하게 발기한 똘똘이가 팬티 밴드에 잠시 걸려서 버텼지만, 이내 입술로 야무지게 물어 흔드는 그녀의 움직임에 곧 훌러덩하고 팬티가 벗겨졌다.
[앗! 아빠 꼬추!]
그아라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살짝 손가락을 벌려서 내 아랫도리를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응? 드디어 이야기 하는 거야?"
입술에 물고 있던 팬티를 휙 멀리 던져버린 미노타우르스 걸이 내 거대한 똘똘이를 눈 앞에 두는 순간 갑자기 맹수의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보다 이 훌륭한 물건은 절대 인간 사이즈라고 보기 어려운데..."
혼잣말을 중얼거린 그녀가 다시금 나를 올려다보았다가 이내 똘똘이를 바라보더니 혀로 볼 안을 스윽 긁으면서 볼살이 팽창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가 내 똘똘이에서 겨우 시선을 뗀 그녀가 다시금 나를 내려서 내 얼굴과 시선을 마주했다.
"인간.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그게... 사실 사람을 찾아서 왔어."
"사람? 누구? 다른 인간은 여기에 온 적 없는데?"
"아이린이라고 버섯 왕국의 공주야."
내 말에 그녀가 잠시 생각하듯이 시선을 하늘에 두었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무우... 모르겠는데?"
소 울음소리를 가볍게 내 뱉은 그녀의 반응에 잠시 저 멀리 바닥을 구르는 세라자드의 머리와 저 멀리 날아갔던 몸이 서서히 합쳐지는 모습이 보였다.
다급했는지 잠시 몸에 머리를 잘못 꽂아 넣었다가, 허둥 대면서 몸과 머리의 방향을 일치시킨 그녀가 재빨리 검을 뽑아서 살짝 몸을 수그린 발도 자세로 달려왔다.
"주인님을 놓아...!"
거의 자전거가 풀로 달리는 속도로 들이닥치면서 검을 뽑아 들던 세라자드가 이내 발차기로 가볍게 발도 하려는 검을 검집에 다시 박아넣는 미노타우르스 걸의 움직임에 자세가 무너져 내렸다.
쓰러지듯이 한 바퀴 굴러가면서 칫 하는 소리와 함께 미노타우르스 걸의 뒤로 돌아가서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다시금 발도 하려는 그녀를 이번에는 검은 꼬리가 그대로 뺨을 후려쳤다.
퍽!
전깃줄처럼 굵어 보이는 그녀의 꼬리의 싸다귀에 세라자드의 몸이 거짓말 처럼 부웅 날아갔다.
다시금 머리와 몸이 분리되는 그녀의 모습에 방금 전 벗어나기 위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리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 시체 냄새 나는 얘가 자꾸 덤비네?"
가소롭다는 듯이 세라자드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미노타우르스 걸이 나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그래서. 너는 아이린이라는 얘를 찾아서 왔다는 거야?"
"응... 지금 지하 미궁 1층으로 용사의 부하들이 쳐들어오고 있거든. 그래서 아이린이 지하 미궁에 지원을 요청하려고 내려갔다는 얘기에 찾으러 내려온 거야."
내 말에 미노타우르스 걸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우. 그렇구나. 그래도 자고 있는 나를 그렇게 짓궂은 방법으로 깨우다니."
범인은 그아라 지만 혹시 해코지를 당할까 무서워 입을 다물었다.
적어도 그아라의 잘못은 내 잘못이나 마찬가지니까.
"그 얘를 찾기 위해 내려 왔다는 건 둘째 치고, 일단 나를 짓궂은 방법으로 깨웠으니, 벌을 받아야겠지?"
벌?...
그러더니 미노타우르스 걸이 나를 다시금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 30cm를 넘는 거대한 똘똘이가 그녀의 시선에 닿았다. 그리고 내 귀두에 그녀의 콧바람이 닿자, 살짝 똘똘이가 껄떡 거리면서 쿠퍼액을 찔끔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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