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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07화 (107/220)

〈 107화 〉 제 13화. 시스템. (5)

* * *

세상에. 무슨 게임도 아니고...

발꿈치에 힘을 꾹 주고, 발을 쭉 뻗어 발차기를 날리자 팡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릴 적에서나 보았던 만화에서나 볼 법한 연출이 눈 앞에서 펼쳐지니 엄청나게 신기했다.

이번에는 온 몸에 마나의 순환을 빠르게 돌리자, 마나하트가 거칠게 요동치는 것과 동시에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심장도 마나하트와 공명하듯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면서 혈액과 마나가 결합되면서 온 몸에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 온 몸에 가득찬 마나가 요동치면서 전신이 자동차 엔진처럼 쿠르릉 하고 요동치기 시작했다.

드드득 전신에 퍼지는 새로운 감각과 동시에 온몸이 흉기라도 된 것 마냥 휘두르면 무엇이든지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은 감각이 전신에 느껴졌다.

스윽.

손날을 만들어 팔을 휘두르자, 공간이 잘려나가듯이 손을 휘두른 궤적이 잠시 무저갱처럼 검게 변하더니 쩌적하고 금이 갔다가. 이내 은하수의 배경이 살짝 먹혀들어가듯이 빨려들어가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다.

홀리.

온 몸에서 힘이 흘러넘쳤으나, 뭔가 더 실험해 볼 것이 없어 일단 다음 초상화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전신에 흘러넘치던 마나가 증발하듯이 사라지며, 심장 옆에 느껴지던 마나하트가 점점 작아지다가 이내 존재감 조차 희미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마나하트가 있는지 없는지 몰랐던 때 보다 나은 상황이 된 지금.

나는 다음 초상화인 루루를 바라보았다.

연보랏빛 머리에 어린 소녀의 모습에 어른스러운 이목구비를 가진 조금 묘한 인상의 루루.

녹색빛깔의 눈이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그녀의 초상화의 주변으로 푸른빛 줄기가 화려하게 감싸자, 이내 내 몸에서 또 새로운 변화가 느껴졌다.

아이린 때 마나하트가 아닌 몸 내부에서 마나가 생산 되어 사방팔방으로 먼지처럼 피어오르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외부에서 마나가 끌어 당겨져 몸으로 흡수 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몸이 진공청소기라도 된 것 마냥 주위의 마나를 끌어당기더니 이내 몸안에서 불가사의한 힘이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방출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몸 안에 응축된다는 느낌으로 힘이 쌓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것들이 사악 흩어지면서 몸에 공허함만이 남았다.

그리고 모든 장기의 감각이 하나하나 사라지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마나하트와 공명하듯이 뛰던 심장의 심박동이 사라지고, 간, 위, 대장 등등 소화기관이나 여러 신장들의 감각이 서서히 죽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배고픔이 사라지고, 숨 쉬는 것조차 필요 없어지고.

모든 감각이 없어지듯이 사라지면서, 몸이 차게 식자. 모든 것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의 은하수니, 초상화니.

어째서 이것들이 내 앞에서 나타난 걸까?

왜 어째서 나는 반신이 된 걸까?

내 앞에 나타났던 외우주의 신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째서 나는 이세게로 소환 된 것인가?

전에 있던 의문점과 알 수 없기에 묻어두었던 일들이 객관적인 시점에서 보니 뭔가 이어질 듯 말 듯 한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무지성으로 결정하고 묻어 두었던 일들이 무언가 연결고리가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가 명확하지는 않은 느낌.

촥.

그리고 정신세계가 무언가에 연결되는 느낌과 동시에 내 앞에 머리 크기만 한 블랙홀이 생겨났다.

그 안에 본능적으로 손을 수욱 집어 넣자, 무언가 손끝에 걸리는 느낌과 함께 책 한 권이 내 손에 쥐어져 블랙홀에서 빠져나왔다.

가죽 표지에 고급스러운 종이로 만들어진 두꺼운 백과사전 급의 책.

자세히 보니 표지에 사람 손가락 뼈인지 모를 것들이 치덕치덕 발라져 있었는데, 그것이 괴기스럽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비밀스럽다는 느낌을 살려주고 있었다.

천천히 책을 펼쳐보니, 그 안에 있던 내용이 스윽 머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한 장 한 장 마다 사진으로 찍은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머릿속에 각인되는 느낌.

방금 전 넘겼던 페이지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니 마치 실시간으로 눈 앞에 둔 것처럼 그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스윽. 스윽.

점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읽는다기 보다 책의 내용을 복사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거의 천 페이지는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책을 전부다 읽은 나는 책을 다시금 블랙홀에 집어넣었다.

근데 왜 나는 갑자기 블랙홀 같은 곳에서 책을 꺼낸 걸까?

그리고 왜 본능적으로 그 책의 내용을 기억한 걸까?

잠시간의 의문이 들었으나, 무언가 나를 둘러싼 이 의혹들을 해결하려면 이 책이 필수라고, 본능적인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이제는 다음 아가씨의 능력을 확인 할 차례.

앞에 주욱 늘어서 있는 초상화 중. 루루의 다음. 즉 사린의 모습이 나타났다.

처음 거미 인간이었을 때 보다 훨씬 인간처럼 변한 외모의 그녀의 모습.

처음 초코볼 같던 여섯 개의 눈도 지금은 2개의 인간의 눈과 자그마한 문신처럼 보이는 네 개의 초코볼 눈이 인상적인 미녀의 모습이었다.

지잉.

아까 전까지는 감각에 걸리지 않던 푸른 빛줄기가 초상화에 휘감기는 느낌과 함께, 그 빛줄기 안에 수 없이 많은 문자와 문양들이 얽혀있는 것들이 보였다.

이 것도 루루의 능력일까?

초상화 주변으로 빛줄기가 전부 둘러 싸여있을 때. 문자와 문양들이 보이지 않고 그냥 순수한 빛 줄기로 모습이 바뀌었다.

그리고 곧 죽었던 온 몸의 감각들이 살아나면서 오히려 모든 감각이 미쳐 날 뛰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시야가 확장되듯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뚜렷해지면서 보이지 않던 시야각까지 시야가 보이기 시작했다.

뭔가 새롭게 시야가 뻥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잠시 머리가 아파왔지만, 이내 적응이 되면서 우주 배경의 은하수의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비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 느끼지 못했던 내 특유의 사람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더불어 내 몸에서 배출되는 땀 냄새와 온갖 특이한 향이 숨을 통해서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손가락 끝에 마나를 집중해서 휘 휘 젓자 손가락 끝에서 실처럼 뽑아져 나온 마나들이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마치 실뜨기처럼 얽기섥기 얽히기 시작했다.

"신기하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마나 실뜨기는 마치 포승줄 처럼 만들어져 사람을 구속하기 딱 좋게 만들어졌다.

흠. 그러고 보니 이거 잘만 운용하면 구속 플레이도 가능...

고개를 스윽 스윽 젓고는 사린이 했던 것처럼 내 옷을 만들 듯이 정교하게 마나를 뽑아내 그림을 그리듯이 천천히 옷모양을 만들어갔다.

평소에 이러한 손재주도 정교함도 없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숨 쉬듯이 편했다.

다만 집중력이 꽤 요구되서 옷을 만드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어렵다거나 정교함이 흐트러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

집중력이 끝을 맺고 마나로 원하던 옷의 원형을 다 만들고 나서 바느질을 마감하듯이 마나를 매듭지어 꾹 하고 찢어내자.

마나로 이루어진 옷이 찬란하게 빛나더니 이내 내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정장과 하얀 와이셔츠로 변해 허공에 떠올랐다.

정신을 집중해 마나로 이루어진 옷을 입는 다고 생각을 하자, 이내 옷이 내 몸에 착 달라 붙는 느낌과 동시에 마갑과는 또 다른 느낌의 감촉이 온 몸을 뒤 덮었다.

마치 또 다른 신체처럼 몸 위에 입혀진 검은색 정장과 하얀 와이셔츠를 내려다 보면서, 처음 회사를 입사했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때보다는 좀 더 젊어진 육체에 인간이었을 때 보다 훨씬 초월적인 능력을 가진 지금의 내 모습을 내려다 보면서.

나는 다음 초상화로 시선을 옮겼다.

다음 초상화는 초상화라기보다는 가족 사진에 가까울 정도로 초상화 여럿을 합친 만큼 커다란 액자 모형을 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 나와 관계를 가졌던 수 많은 라미아들과 함께 그 정중앙에 마미앙과 야리가 서로 가운데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커다란 초상화에서 푸른 빛줄기가 빠르게 휘리릭 휘감기자, 이내 내 하체가 뱀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변화를 시작하자 입고 있던 검은 정장 바지도 그에 맞춰서 서서히 원통형의 치마처럼 변해갔는데, 변화를 멈추고자 생각하니.

뱀의 꼬리처럼 변해가던 하체가 점차 다시 인간형의 다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엉덩이 꼬리 뼈 주변으로 무언가 새로운 감각이 돋아나는 느낌과 함께 바지의 허리춤 위로 무언가 불쑥 튀어나왔다.

꼬리라고 해야 하나?

새로이 생겨난 감각에 제 3의 손이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뇌에서 명령을 내리자 내 다리만큼 길게 늘어난 꼬리가 내 앞에 휘감기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

잠시 몸의 중심이 흐트러지는 느낌도 잠시.

꼬리의 움직임이 서서히 익으며, 몸의 중심또한 꼬리에 의해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꼬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마치 뱀의 꼬리처럼 수 많은 비늘을 철갑처럼 두른 상태.

꼬리를 힘껏 휘둘러보니. 어마어마한 착력과 함께 꼬리 끝이 찡하게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는 마치 채찍을 휘두르는 것 처럼 꼬리 끝에서 소닉붐이 일어나며, 공간이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뒤 늦게 터져나왔다.

세라자드 때처럼 마나가 아니라 순수하게 육체 자체가 강해진 것 같은 느낌.

슬쩍 몸에 있던 기본 마나를 움직이자, 서서히 온 몸이 딱딱하게 굳는 느낌과 함께 온 몸에 비늘 같은 것이 올라왔다.

그리고 단단해진 비늘이 온 몸을 감싸자, 촉감이 전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음.

나쁘지는 않은데 세라자드 때와 비교하면 뭐랄까?

세라자드 때는 아파치 헬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라미아들 같은 경우는 장갑차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하나?

어찌 됐든 뭔가 새로운 지식 같은 것들도 많이 생긴 것 같은데, 루루 때와 비교하면 조금 모자르다는 느낌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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