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08화 (108/220)

〈 108화 〉 제 13화. 시스템. (6)

* * *

아직 무언가가 모자른 걸까?

다음 초상화로 스윽 시선을 옮기자 꼬리가 스르륵 줄어들면서 사라지는 감각과 동시에 온 몸을 덮던 비늘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그 다음은 알라우네 아라아라.

만난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딸인 그아라를 반지에 심어 나에게 전달해준 정령계열의 아가씨.

호접지몽을 통해 과거를 공유하기도 했고, 난생 처음 밀실 섹스를 해본 상대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숨막힐 정도로 푹 빠져서 잘 몰랐는데, 다른 아가씨들과 달리 많은 대화나 만남이 있던 상대도 아니었다.

이는 아우렌도 마찬가지였지만.

아우렌은 실시간으로 만나는 중이라 추가로 대화나 만남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아라아라는 아니었다.

거대한 꽃봉오리가 되어버린 그녀.

잠시 만났을 때의 장면을 생각하다 보니, 몸 안에서 기이한 기운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상쾌한 기분과 동시에 몸 안에서 흘러나오는 특이한 향이 서서히 주변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생명의 기운이랄까?

잠시 가라앉아 있던 똘똘이가 서서히 발기하면서,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주변을 녹색 빛깔로 채워나갔다.

그리고 천천히 머리가 따뜻해지면서 포근한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루루 때와 다르게 머리가 청명해지는 느낌.

머릿속이 개운하게 개인다는 느낌이 더 맞을까?

깨우침 보다는 무언가 걱정 근심을 걷어낸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깨끗해지는 머릿속과 더불어, 몸 안에서 피어나는 녹색의 기운이 주변의 우주와 뒤 섞이더니 이내 우주가 주위가 다른 배경으로 바뀌어 나가기 시작했다.

발을 디디고 있던 은하수가 대지로 바뀌며 녹음이 피어나고, 우주 같던 공간은 평범한 하늘과 땅이 존재하는 평지로 바뀌며, 대지 위로는 꽃과 나무들이 초스피드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마치 실시간으로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 같은 창조력에 놀라움을 느낄 때 쯤.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녹색 기운이 곧 사방팔방으로 퍼지면서 자라난 꽃과 나무들 사이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빠!"

그리고 손가락에 있던 꽃반지에서 그아라가 뾰로롱 튀어나오면서 순간 펄럭이기 시작했다.

원래 있던 녹색의 몸이 아닌 사람처럼 살색으로 변해, 투명한 날개를 달고 있는 그아라의 모습.

처음에 꽃반지에서 태어날 때 까지 있던 어린 모습 그대로긴 했으나, 꽃반지에 있던 은색의 잎사귀를 몸에 돌돌 감아 중요한 부위는 전부 가린 상태.

더욱이 나비의 날개 같은 외형에 잠자리 같이 투명한 네 갈래의 날개를 펄럭이는 그아라가 내 곁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아빠! 나 날 수 이써!"

날개가 자라나고, 피부색도 바뀌었지만 외형은 그대로에 혀 짧은 것도 그대로인지 열심히 팔랑팔랑이면서 주위를 배회하던 그아라가 주변에 피어난 꽃들과 나무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헤 하고 입을 벌렸다.

"우와."

주위를 둘러보다가 내게 날아오는 그아라를 향해 손가락을 뻗자, 그 위에 그아라가 착석하면서 자신이 나왔던 꽃반지를 두 손으로 툭 툭 두들기며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빠. 갑자기 엄청 쌔져써!"

내 손가락에 걸터 앉은채로 주변에 날아다니는 녹색의 기운을 두 손으로 허우적 대면서 뭉뚱그리던 그아라가 이내 자그마한 솜털 크기의 기운으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이내 그것을 곰인형처럼 꼬옥 끌어안자, 그 기운이 서서히 그아라에게 흡수되는 것이 보였다.

물론 어느정도 흡수되면서 그아라의 날개가 반짝이는 것 같다가, 이내 그 흡수가 멎었다.

"나도 썌져써!"

그러면서 그아라가 꽃반지에 있던 황금색 가루 위에서 몸을 뒹굴더니 날개를 활짝펴고 팔랑팔랑이며, 내 주변을 날기 시작하자 내 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녹색 기운이 이내 덩어리지듯이 뭉쳐지더니 이내 그 덩어리가 녹색의 알 같이 변해서 바닥에 툭 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땅에서 무언가 뽕 하고 꽃잎이 올라왔는데, 평범한 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특이한 마력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 꽃에서 무언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좀 더 주변에 녹색 기운을 뿜어내다가 서서히 꽃반지로 돌아가 쓰러지듯이 잠들려는 그아라를 보면서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고, 다음 초상화로 시선을 옮겼다.

처음 보았던 우주의 배경이 아니라 녹음이 우거진 산림지대 한복판에 서 있는 나를 관조하면서 다음이자 마지막인 초상화를 시야에 담았다.

방금 전이라고 해야 할까? 반신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관계를 가진 아우렌의 모습이 초상화에 그려져 있었는데, 그 옆으로 빈 초상화들이 빙글 빙글 돌면서 자신들도 채워달라는 듯이 춤추고 있었다.

일단 아우렌의 초상화에 집중하자, 검은 머리의 폭유의 몸매를 가진 아우렌의 초상화로 다시금 푸른 빛줄기가 휘감겼다.

곧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녹색의 기운이 사라지면서, 벌어졌던 꽃반지의 봉오리가 닫히며, 그아라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곧 전신에 활력이 흘러넘칠 듯이 뿜어져 나오면서 바지가 찢어질 듯 팽창하기 시작했다.

거의 터질 듯이 아랫도리가 불타오르는 느낌에 재빠르게 마나를 이용해서 바지를 짧은 치마로 변신시키자, 거의 팔뚝만큼 커진 똘똘이가 보기에도 흉측할 정도의 혈관을 불끈불끈 내뿜으며 성내고 있었다.

홀리...

손이 닿으면 화상을 입을 것 같을 정도로 후끈하게 달아오른 똘똘이를 보면서, 내 몸안에 엄청나게 휘몰아치는 활력을 온 몸에 분산 시켰다.

그러자 온 몸의 근육들이 울끈불끈 팽창하더니 이내 헬스장에 가면 간혹 보이는 온 몸이 근육으로 이루어진 식스팩의 건장한 체격으로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바지에는 마치 펌핑을 하듯이 근육들이 꿀렁꿀렁이더니, 어마어마한 괴력이 용솟음치는 걸 느끼면서 아우렌의 초상화에서 재빠르게 시선을 뗐다.

이대로 가다간 겨우 만들어 놓은 전성기의 몸이 우락부락한 괴물의 몸으로 변해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의한 것이었는데.

초상화에서 시선을 뗌과 동시에 모든 초상화들이 스르륵 한 곳에 모여서 중첩되더니 그 아래에 내 몸이 지나갈 만한 블랙홀이 생기며 나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이제 볼일이 끝났으면 나가라는 걸까?

전성기의 몸에서 잔근육이 붙은 몸매가 된 내 몸 상태를 내려다보며, 발기가 가라앉은 것 까지 확인하고서 나서는 치마를 바지로 변신 시킨 후에 블랙홀로 걸어갔다.

처음 들어왔을 때 우주로 보이던 공간이 울창한 산림지대가 된 것이 조금 신경 쓰였으나, 어차피 여기가 현실세계는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길게 생각할 것 없이 블랙홀 안으로 몸을 던졌다.

어두운 공간을 지나 찰나의 번쩍거림이 눈 앞으로 가로막은 후에 보이는 것은 이제 인간의 육체를 얻은 린의 모습이었다.

이제는 내 성을 이어받아서 김린이 되긴 했지만.

맞닿은 이마를 살짝 떼자, 린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기초적인 권능의 사용법은 익힌 것 같네. 물론 권능이 만능은 아닌지라 숙련도를 쌓아야 하겠지만."

이마를 떼고 한 걸음 정도 떨어진 상태로 린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조금 전 이마를 맞댔을 때 보다 몸 상태가 총체적으로 변화해 있었다.

심상세계라고 해야 할까? 그 곳에서 내가 경험했던 초상화들의 기본적인 힘이 내 안에 자리 잡혀 있는 것이 느껴졌다.

초상화가 푸른 빛줄기로 휘감겨 있을 때 만큼은 아니지만, 시선을 뗀 후로 살짝 그 기운들이 내 몸에 남아있던 것 정도.

딱 그 정도가 내 몸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해서 심상세계에서 경험했던 힘들을 일깨웠다.

방법을 누군가가 딱 알려준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한번 씩 경험했던 것이라 그런지.

잠들어 있던 힘 들을 깨우기 시작한 것 처럼, 하나하나 능력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맨 처음 몸의 주름들이 전부 사라지고 골격과 장기들의 위치가 미묘하게 움직이면서, 젊었을 때의 몸으로 신체가 변화했고.

아이린의 포자 같이 퍼지는 마나와, 녹색의 청명한 기운이 몸 밖으로 흘러나오며.

그리고 모든 감각이 전체적으로 살짝 또렷해지면서, 피부가 단단해지고, 근육들이 마치 펌핑을 한 것처럼 변화하기 시작했다.

심장 맞은 편에는 엄지 손가락만한 마나 하트가 생겨나고, 그로 인해 외부에 있던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초상화가 활성화 됐을 때와 비교하면 10분의 1도 되지 않을 정도의 변화였지만.

그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내 신체는 이제 반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탈인간화 됐다.

"좋은데?"

그것 때문에 그럴까?

눈 앞에 있던 린의 육체도 한층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느껴지는 마나보다는 신체적인 특징들이 변화하는 것으로 보아.

나와는 또 다른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 같았다.

내 변화된 신체에 맞춰 다시금 마나로 옷을 짜서 만들어 입자, 심상세계에서 겪었던 그대로의 정장을 입은 모습이 되었다.

이세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복장이긴 했지만, 뭐 어떠랴?

지금 이 옷이 가장 편안하고. 마나로 만들어진 옷이기에 움직임에도 불편한 점이 없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