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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09화 (109/220)

〈 109화 〉 제 13화. 시스템. (7)

* * *

서로 검은색 정장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나와 린의 모습을 번갈아보면서 역시 옷은 정장이 가장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옛날이나 지금 들어서나 가장 공통적인 생각이었는데.

정장은 보기에도 깔끔하고, 입는 것도 익숙해져서인지 이제는 어렸을적 입었던 교복들보다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변화한 린의 모습을 보니까 훨씬 한결 인상이 똑 부러져 보이는 외모에 가슴과 엉덩이가 올록볼록 들어가고 나온 것이 보이니.

확실히...

이거 신체 능력 대신에 외모에만 신경 쓴 거 아니야?

의심의 눈빛으로 린을 바라보니, 린이 고개를 휙 돌리며 시선을 피하는 것이 보였다.

역시나.

그나저나 내 몸의 일부로 만들어진 신체라 그런지 거의 모델이나 연예인 뺨은 후려칠 정도로 예쁘게 생겼는데도, 별 감흥이 들지 않는다.

약간 여동생 같은 느낌도 들고.

그나저나 안에 초상화에서 린의 모습이 없던 걸 보면, 뭔가 능력을 땡겨 쓸 수도 없다는 사실.

아니지 오히려 린이 내 능력의 일부를 끌어 쓴다고 해야 하나?

린과 무언가가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드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들었다.

다만 반신이 되어서 그런지 마치 어렷을 적 꿈 꿔왔던 슈퍼맨에 가장 근접한 상태가 되었다는 신체적 느낌이 계속 강렬하게 들었는데.

이건 나중에 따로 테스트를 해봐야 알 것 같았다.

"주인님!"

갑자기 옆에서 애타는 목소리와 함께 세라자드가 내 곁으로 달려오는 모습을 처음으로 주변의 배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린과 교감을 할 때엔 주위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며칠동안 검은 구체에 갇히셔서 엄청 놀랐습... 어?"

갑자기 내게 달려오던 세라자드가 흠칫 내 앞에 있는 린을 바라보더니 나와 린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어? 주인님이 두 분?"

아니 어딜 봐서, 린은 여자 잖아?

"응? 나?"

린이 세라자드를 향해 묻자, 세라자드가 입을 벌린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세라자드의 메이드 복도 다시 한번 만들어줄 필요가 있어보이는데.

여기저기 헤진 곳을 마나로 겨운 곳과 밋밋해 보이는 부분에 장식이나 구두도 만들어 신기고 싶었다.

줄곧 맨발로 다녀서 걱정이었는데, 사린의 능력과 루루의 능력을 살짝 섞으면 마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서 구두 형태로도 충분히 가공이 가능할 것 같았다.

물론 수리나 강도 같은 경우는 자체적으로 마나를 꾸준히 밀어 넣으면 되니까.

"네... 주인님이... 두 분."

내 곁까지 다가온 세라자드의 고개가 빠르게 번갈아 가며 움직였다.

저 정도면 어지러울 법 한도 한데, 듀라한이라서 그럴까? 머리통이 자유자재로 날아갈 때도 그렇고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어도 어지러움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김린이야. 음... 구면이긴 한데.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나를 스윽 바라보며 묻는 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갑으로 세라자드를 타락시켰던 것도 린이고, 듀라한으로 만들어서 이 지경까지 만든 것도 린이었다.

그러고 보니 세라자드가 린의 정체를 알면 어떻게 반응하려나?

잠시 뒷일을 상상하다 보니 어느새 뭔가 상황을 납득해버린 세라자드가 린에게 다가가 허리를 공손하게 숙이면서 말했다.

"둘째 주인님이시군요. 첫째 주인님과는 또 다른..."

하면서 린의 주위를 빙글 빙글 돌면서 잠시 모습을 살펴보던 세라자드가 얼굴을 붉혔다.

아니. 린은 여자잖아.

왜 얼굴을 붉히는 거야?

"응. 그래."

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당당하게 세라자드의 어깨를 붙잡더니 내 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가까이 다가온 세라자드에게서 뭔가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나하트.

내 심장 옆에 생긴 조그마한 마나하트가 갑자기 활성화 되면서 심장처럼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 앞에 있던 세라자드 내부에 있는 마나하트가 내 눈에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바짝 말라붙어 쪼그라든 푸른색의 마나하트.

그 마나하트에서 새어나오는 마나가 온 몸에 퍼져나가 세라자드의 몸을 무한하게 순환 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 양이 너무나 미세해서 어떻게 마나가 무한하게 순환하는지 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적은 양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내 마나하트의 요동침과 함께 세라자드의 마나하트가 살짝 자극을 받는 모습이 보였는데.

순간 그것을 느낀 세라자드가 화들짝 놀라면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주인님. 제 마나하트가..."

공기가 완전히 빠져나가 쭈글쭈글해진 마나하트가 내가 가까이 다가감과 함께 약간 번데기처럼 얇지만 두께를 갖기 시작하면서 재생되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말라비틀어져 있는 상태에서 껌딱지 정도 수준까지 살짝 두께만 생긴 것 뿐이었지만.

그 안에서 생산되어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양이 많아지기 시작하자, 세라자드의 몸에 순환하는 마나의 줄기가 자세히 보이지도 않던 실선에서 서서히 실처럼 가느다랗지만 눈에 보일정도로 늘어나 있었다.

"오..."

그 신기한 모습에 반대로 내가 세라자드에게 가까이 다가가 마나하트가 서로 맞닿게끔 끌어안자, 내 귓가에 그녀의 거친 숨소리와 좀 더 마나하트의 두근거림이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끌어안은 상태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포옹을 풀고 그녀와 한 걸음 정도 거리를 두자, 그녀의 마나하트가 방금 전 껌딱지 수준에서 아주 미묘하게 부풀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처럼 확연하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늘어난다 라는 사실을 확인 한 순간.

그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주인님. 제 마나하트에서 마나가 흘러나오고 있어요."

빠르게 순환하는 그녀의 마나의 순환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무래도 내가 반신으로 각성하면서 네 마나하트를 치료할 방법을 찾은 것 같아."

세라자드는 본디 발키리 시절 마나하트에 신성력을 불어넣어 마나와 신성력을 섞어 특이한 마나를 만들어내 운용했었다.

하지만 신을 믿지 않으면서 신성력을 잃어버렸고, 반쪽이 된 마나 하트는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완전히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

그러면서 듀라한이 되면서 그저 일반의 인간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과 검술만 남은 그녀는.

이제 서서히 마나를 회복하고 있었다.

더불어 내가 반신이라서 그럴까?

내 마나하트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의 기운이 그녀에게 천천히 흡수 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그 행위로 그녀의 마나하트가 조금씩 고쳐지고 있는 것 보다는 내부에서 순환하고 있는 마나의 줄기가 조금 다른 빛을 띄기 시작한 정도.

아마도 원래 발키리 시절의 그녀의 마나가 이러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자신의 마나의 줄기의 힘이 변화하는 것을 느낀 세라자드가 돌연 움직임을 멈추더니 눈에서 눈물을 뚝 뚝 흘리기 시작했다.

"아아... 주인님... 주인님께서 반신의 계열에..."

그러면서 두 손을 모아 발키리 시절 신에게 올리던 기도의 자세를 취한 그녀가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앉아 경건한 자세로 고개를 수그렸다.

마치 나를 신으로 대하듯이 떠받을여지는 것 같은 분위기와 느낌에 조금 이질감과 동시에 뭔가 오만한 감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린의 시선을 느끼고는 정신을 차렸다.

아직 나는 신이 아니다.

돌연 그런 생각이 들면서, 정신을 차리자 린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세라자드. 나는 이제 막 반신이 된 거지. 신이 아니야."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세라자드를 일으키자,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주변의 검은 배경이 스르륵 사라지면서 초원의 배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 배경이 사라진 곳에 둥그렇게 모여들어 있는 거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간의 사이즈로는 도저히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가슴과 3m가 넘는 키를 가진 미노타우르스 걸들.

내가 반신이 되기 이전에 논과 초원에 늘어지듯이 누워 있던 모든 미노타우르스 걸들이 깨어나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 앞까지 다가온 아우렌을 제외하고 형형 색색의 머리카락과 민감한 부위만 겨우 가린 것 같은 비키니 모습의 가죽옷을 입은 그녀들이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고 앉기 시작했다.

어째서 라는 의문이 들기 전에 내 곁에 다가온 아우렌이 다른 미노타우르스 걸과 마찬가지로 한쪽 무릎을 꿇고 내 앞에 몸을 수그렸다.

"미천한 미노타우르스 걸의 부족장 아우렌이 반신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조금 전까지 나와 섹스를 했다고는 믿기지 못할 정도로 정갈한 모습으로 나를 향해 인사를 올리는 아우렌의 모습을 보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을 해보다가 내 앞에서 어깨를 으쓱하고 있는 린을 바라보았다.

"반신이 되면 기본적으로 딱 느껴지는 기운 자체가 달라. 지구의 말로 아우라라고 해야 하나? 후광이라고 해야 하나? 애네들한텐 너한테서 그런 기운이 보이거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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