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 제 14화. 용사의 선봉대. (6)
* * *
9명의 소드마스터와 루루 정도 되어보이는 마나량을 가진 마법사.
그래. 자비란 필요 없겠지.
단숨에 발목을 붙잡고 있던 마법사를 그대로 바닥에 내리 꼿듯이 몸을 수직 낙하시켰다.
그리곤 인간 몽둥이를 휘두르듯이 바닥을 향해 마법사를 있는 힘껏 내동댕이쳤다.
퍽.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구겨진 갑옷과 동시에 몸의 거의 반쯤 접히다시피 구부러지며 허리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뒤 이어 제일 먼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머리 부근에서는 반쯤 파괴된 머리통과 함께 뇌수와 핏자국이 주위를 흥건히 적시기 시작했다.
즉사.
동시에 당황해 하는 세 명의 소드 마스터의 사이에 착지한 나는 당황해 하는 레이피어 소드마스터의 멱살을 그대로 붙잡았다.
발악하려는듯 빠르게 온 몸에서 마나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지만, 그 전에 어마어마한 괴력을 품은 팔을 그대로 있는 힘껏 뻗어 심장이 있는 부근을 관통시켜 버렸다.
울컥 하고 입안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는 소드 마스터의 경악한 표정과 함께 나는 그대로 양 옆에서 빛 나는 검을 들고 나를 노리고 들어오는 소드 마스터들의 움직임에 가볍게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곤 내가 있던 자리에 레이피어 소드마스터의 몸체를 갖다 대자 곧 두 명의 소드마스터의 검이 레이피어 소드마스터의 몸을 삼등분 내버렸다.
또 다시 당황하며 분노하는 두 명의 소드마스터를 상대로 이번에는 조각난 시체를 방패 삼아서 뒤로 훌쩍 물러나면서 들고 있던 시체를 발로 걷어차 소드마스터들에게 던졌다.
자신들의 동료였던 것도 상관 없는지 거침 업이 베어서 넘기는 모습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 피가 흩뿌려지는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둘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발 부근에 모이는 마나의 흐름과 동시에 잔상을 남기듯이 빠르게 내 양 옆으로 찔러 들어오는 두 소드마스터.
마치 쌍둥이 혹은 거울을 비대칭으로 대고 복사하는 것 같이 움직이는 둘의 모습에 살짝 기가 찼다.
그래도 뭐.
순간 온 몸에 힘을 꽉 주자 근육이 부풀어오르며, 온 몸에 한 여름날의 밤처럼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부작용으로 하체에 있던 똘똘이 또한 부풀어오르는게 느껴졌지만, 다행히 남아 있는 마나가 전부 옷으로 흡수되면서 옷이 찢어지는 참사까지는 막아냈다.
좀 전까지도 괴력으로 인해서 어마어마하게 힘이 쌔진 것이 느껴졌지만.
이번에 몸에 있던 근육들이 부풀어 오르면서는 그냥 온 몸에 철갑을 두른 듯이 힘이 응축되고 압축 되는 기분이 들었다.
스윽.
두 팔을 벌려서 두 소드마스터가 다가왔을 때 힘을 빡 줘서 합장을 했다.
팡!
공기가 터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내 바로 옆을 베려고 자세를 잡고 달려오던 소드마스터 둘이 소닉붐에 잠시 정신줄을 놓으며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이 보였다.
그냥 합장만으로 이 정도 괴력이라니.
순간 자세가 흐트러진 두 소드마스터를 향해 재빠르게 손을 뻗어 목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으윽!"
두둑.
엄지로 목을 꾹 누르고 뼈를 들어올리자, 목이 뚝 부러지면서 두 명의 소드마스터가 순식간에 축 늘어졌다.
탱.
두 사람의 손에서 장미 모양이 수놓은 검이 떨어지고, 목이 부러진 시체를 바닥에 내 던지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소드마스터가 아닌 대부분의 병사들은 잘리거나 터진 시체가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중간중간 상처입은 미노타우르스 걸들이 보였지만 신체의 결손이나, 심각한 부상자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 소드마스터들은 대부분 자기 몫을 하는 아가씨들에게 제압 되어 있었다.
물론 대부분 죽었지만, 아우라스와 사린과 싸운 소드마스터는 죽지 않고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속박당해 있었다.
[좋았어! 대 승리야!]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점차 가라앉으면서, 각자 전투의 마무리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마법으로 이쪽을 향해 말을 걸어오던 루루가 해골병사들을 끌고 와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도 잠시 내가 끝장 내버린 소드마스터들의 시신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털고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이 곳에 와서 시체를 몇 번 봤다 하지만, 이렇게 잔인하게 도륙 낸 시체 여럿을 보는 건 익숙하지 않았다.
근데 특이한 것은 처음에는 거부감이 느껴졌던 인간의 주검이 이제는 약간 부서진 물건을 보듯이 거부감이 덜하다는 정도?
그리고 그런 감정 때문인지 왠지 내가 내가 아닌 느낌이 살짝 들었다.
이제 반신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주는 아니지만 살인이 익숙해져서 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몬스터 아가씨들과 감정이나 기억들을 공유해 가는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살인 그 자체에 대한 감정과 개념이 무뎌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소드마스터들의 시체를 지나 어느새 포박까지 마친 두 명의 생존자. 소드마스터들에게 다가가자, 입에 루루의 마법붕대로 재갈이 물린 두 소드마스터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다른 소드마스터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인간족 여자 용사가 보낸 선봉대인 만큼 둘 다 여성이었는데.
남성혐오증이 가득한 것 같다.
이 둘도 용사에게 세뇌된 상태일까? 마음 가슴 응어리진 검은 마력이 보인다. 계속해서 검은 마력에 휩싸인 마나 하트와는 다르게 이미 심각할 정도로 훼손된 신체 내부.
이미 아우렌에게 집중했던 권능이 풀려서 일까?
서서히 온 몸의 기감과 동시에 마나와 다양한 기운들이 몸속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잠시 살아있는 소드 마스터의 내부를 살펴보다가 용사의 권능이 발현됐는지 순간 마나하트를 옥죄던 검은 마력이 서서히 물감이 번지듯 신체에 퍼지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다.
불길함.
무언가 안 좋은 예감이 드는 순간.
내 손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방금 전 전투가 끝난 후에 집어 들고 있던 삼지창.
그것을 재빠르게 두 소드마스터 중에 하나의 미간을 향해 조준해 내 뻗었다.
푹.
두부를 이쑤시개로 쑤시는 감촉과 동시에 삼지창이 머리를 뚫고 지나가는 묘한 감각이 손끝에 느껴졌다.
그리고 재빨리 삼지창을 뽑아, 옆에 있던 소드마스터의 머리도 꿰뚫려는 순간, 무시무시한 기운이 남은 소드 마스터에게서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서늘한 감각.
재빨리 삼지창을 놓은 상태로 재빨리 뒤로 물러서자, 전투를 마무리하고 어느정도 끝낸 몬스터 아가씨들이 내 주변으로 다가왔다.
"생각보다 쉽게 막았네?"
"서방님. 멋진 활약이셨어요."
에슬리와 사린이 다가와 내게 한마디 씩 던지다가 이내 내가 심각한 얼굴로 포박되 있던 소드마스터 하나를 해치우고 다른 소드마스터를 죽이려 하는 모습을 보며 흠칫 했다.
일단 둘의 반응에 잠시 신경을 쓰는 찰나. 조금 늦어진 행동에 순간 서늘한 감각이 눈 앞까지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삼지창으로 전신을 가드하듯이 곧추 세우고, 자세를 굳히자 곧 엄청난 검은 마력이 실체화 되듯이 소드마스터의 몸에서 둥실둥실 떠올랐다.
검은 먹구름이 머리위에 떠올라 있는 것 같은 모습.
단숨에 몸을 포박하고 있던 사린의 거미줄이 끊어지며, 소드마스터의 눈에서 시뻘건 안광이 흘러나왔다.
딱 보아도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
순간 드는 위화감에 내 뒤에 붙은 에슬리와 사린을 가리듯이 뒤로 살짝 물러나며 자리를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금 둘을 보호하듯이 삼지창으로 빙글 빙글 돌리면서 소드마스터에게서 나오는 불길한 기운을 걷어냈다.
"응?"
"서방님?"
둘 다 저 불길한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듯 그저 의아한 표정으로 소드마스터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 불길한 기운. 분명 과거에 나를 시선 만으로 죽일 것 같아 보였던 여자 용사의 권능이었다.
물론 그 때엔 그게 권능인지 조차 몰랐는데,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내게 가부장이라는 기본적인 권능이 생겨났듯이 여자 용사에게도 메인이 되는 권능이 생겼겠지.
그걸로 반신에 올랐을 테니 절대 만만한 능력이 아니었다.
나도 지금 반신에 오르면서 생긴 권능 만으로 아까 소드마스터를 손쉽게 해치우지 않았나?
거기에다가 나와 반신이 된 기간이나 권능의 숙련도를 따지면 압도적일 정도로 차이가 날 것이다.
스윽.
뿜어져 나오던 기운이 서서히 주변을 잠식하듯이 뿌리내리고, 검은 먹구름 같은 권능의 기운이 소드 마스터의 몸에 실처럼 가느다란 검은 마력을 뿌려 대더니.
이내 꼭두각시 인형처럼 온 몸에 검은 마력이 실처럼 온 몸에 연결된 소드마스터.
그리고 두 눈에 뿜어져 나오던 붉은 안광이 서서히 가라앉아 붉은 눈동자가 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지난번 용사의 추격대를 해치우고 나서 보았던 용사의 모습이 잔상처럼 소드마스터 등 뒤에 펼쳐지며,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스키하다고 해야하나?
확실히 이세계로 와서 들었던 다른 인간들의 말투와 달리 착 가라앉은 차분한 목소리와 한국 특유의 말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