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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17화 (117/220)

〈 117화 〉 제 14화. 용사의 선봉대. (7)

* * *

파직 파직.

검은 마력이 전기처럼 스파크를 튀기며 ,소드 마스터의 몸에서 피어오른다.

아마 제어하지 못할 정도의 신체 파장을 몸 안에서 일으키는 것 같은데.

저런 식으로 신체를 혹사 시키는 것은 거의 신체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1회용 인형으로 쓰고 버릴 거란 말이지.

그 예로 지금 몸을 조종 당하고 있는 소드마스터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아... 용사님께서 제 안에 강림을..."

응. 아니구나. 그냥 광신도였구나.

피눈물을 흘리며 감격하는 소드마스터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온 소드마스터 전원이 하얀색의 전신갑옷에 간간히 붉은색의 문양이 그려진 갑옷을 입고 있어서 신경을 안썼는데, 자세히 보니 목이나 장갑 쪽에 장미 문양이 들어가 있었다.

과거 처음 용사의 추격대를 상대하고 과거를 훔쳐보았을 때 잠깐 보았던 것 같은데. 장미 기사단이라고 했던가?

순간 기억의 폭풍이 파노라마 치듯이 내 뇌리를 훑고 지나갔다.

맞다. 장미 기사단. 여자 용사가 소환 당했다는 왕국의 유일한 기사단이라고 했지.

어쩌다가 용사의 편에 서서 세뇌가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니지 세뇌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바쳤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간에 용사의 권능에 물든 이상 이미 그녀의 정신은 멀쩡했던 기사 시절의 정신이 아닐 테다.

"지금까지 수고했다. 이제 그만 쉬렴."

그 말과 동시에 마치 태엽이 모두 풀어진 인형처럼 소드마스터의 몸이 한번 축 늘어졌다가 이내 다시금 팽팽하게 잡아 당겨졌다.

검은 마력의 실이 힘 없이 늘어진 소드마스터의 몸을 쓰러지지 않게 잡아당기는 것 같더니, 곧 피부의 안에 핏줄을 이식하듯이 검은 마력이 몸 곳곳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리 위에 있던 검은 먹구름이 그녀의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머리에 있는 모든 구멍을 향해 흡수 됐다.

그 동안 공격할까도 생각 해봤는데, 일단 이 여자 용사의 권능에 대해서 알아도 볼겸 그대로 지켜보았다.

어차피 나중에 상대해야 할 권능이니까.

"어떻게 살아남아 있는 건지 몰라도. 마왕의 미궁에 있는 걸로 보아 마신에게 간택받은 용사인가?"

"아니. 그렇진 않은데."

"그러면 어떤 신에게 선택받아서 소환 된거지? 아무리 봐도 동양인인 것 같은데."

동양인... 잠깐만. 딱 한국인이 아닐까 하고 콕 찝어서 말하지 않는 걸 보니 조금 이상한데.

나는 딱 보는 순간 이 여자가 한국에서 소환된 여자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는데.

"뭐, 어차피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그렇지.

이 건 여자 용사의 말이 맞다.

"어째서 날 죽이려는 거지?"

"너를 콕 찝어서 죽이려는 게 아니다. 그 미궁에 있는 모든 것을 없애려고 하는 거지. 지금쯤이면 마왕도 부상을 입고 잠들어 있을 거라, 내 부하들로만으로도 상대할 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

본래 소드마스터의 육신이 금발 단발 머리의 여성이라 그런지, 붉은 눈동자가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는다.

"내겐 마왕을 제거할 의무가 있다."

"의무가 있다면서 왜 네가 소환한 왕국을 멸망시켰지?"

황녀의 기억을 토대로 보았던 사실 중 하나를 물었다.

"멸망 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었거든."

어깨를 으쓱하는 그녀의 모습에 약간 이질감을 느꼈다.

멸망 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

보통은 왜 멸망을 시켰는지 혹은 문답무용으로 나올텐데. 기묘하게 내게 묻는 듯한 화법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는 너는 왜 마신에게 소환 당한 용사도 아니면서 왜 마왕군을 지키고 있는 거지?"

"그게 말이지. 나도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거거든."

그 말에 여자 용사의 조종을 받는 소드마스터가 잠시 입술을 매만졌다.

"그럼 방해하지 말고 꺼져 줄래? 나는 의무적으로 마왕과 마왕의 잔당들을 처리해야 하거든."

내가 반신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경계하는 걸까?

처음에 무턱대고 죽일 거라고 호언장담하던 것과 이번엔 제안이라는 것을 해온다.

근데 제안치고는 너무 일방적이지 않나?

"싫은데?"

거두절미하고 고개를 저었다. 이것 저것 이유를 붙이기에 어차피 들어줄 상대가 아니었다.

애초에 자신을 소환한 왕국을 멸망시키고 미친년처럼 페미니즘을 밀어 붙이는 여자와 대화가 통할 것이란 생각도 안했다.

물론 지금은 정상인처럼 내게 제안을 해오고 있지만, 그게 속임수가 아닐거란 증거가 없었다.

"그래?"

내 말에 아무 미련도 없다는 듯이 쿨하게 반응하는 그녀를 보며, 역시 기대조차 안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뭐, 같이 청소해버려야지."

순간 폭발적으로 흘러나오던 검은 기운이 소드마스터의 몸으로 빨려들어가더니 이내 응축되고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기운과 힘을 정제한다고 해야 하나?

물론 기본적인 마나하트가 단단해졌다거나 신체가 독특하게 변화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소드마스터가 가지고 있던 몸의 모든 권한 그것도 잠재력이나 신체의 제한까지 풀어지면서 온 몸에 응축 되는 것이 느껴졌다.

좀 전까지 느껴지던 위험하다는 감각도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오히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되려 위기감이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둘 다 물러나."

지키면서 싸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단숨에 정신을 집중시키며, 정신세계에 있던 세라자드의 초상화를 집중적으로 바라보았다.

아우렌의 능력은 방금 사용했기 때문인지 검게 물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역시 쿨타임 같은 것이 있던 걸까?

세라자드의 초상화가 활성화 되자, 곧 두근 두근 거리는 소리와 함께 심장 옆에 또 다른 심장의 박동소리가 심장의 박동소리에 맞춰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온 몸에 혈액들이 혈관을 흘러가는 간질거림과 그 옆에 청량함을 뿜어내며 같이 흘러가는 마나의 기운이 온 몸을 휘감는 것이 느껴졌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느낄수 있는 생소한 느낌과 감각.

심장박동 소리는 운동을 거칠게 하거나 흥분했을 때 간혹 느낄 수 있지만, 혈액이 움직이는 느낌을 느끼는 것은 마치 수십만 마리의 개미떼가 온 몸을 일정하게 지나가는 것 같이 일괄적인 감각을 부여하고 있었다.

동시에 혈관이 수축하면서 덩달아 넓어지는 마나회로는 마나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를 온전히 담아내고 있었다.

"후우..."

한겨울이 아님에도 마나로 이루어진 입김이 입밖으로 새어나오면서 온 몸이 서늘하게 식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느낌 뿐이지만.

그 덕분인지 모든 감각이 정면에 있는 용사가 조종하고 있는 소드마스터에게 집중하는 것이 느껴졌다.

검은 마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본래 푸른색이던 소드마스터의 마나하트를 쥐어짜듯이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터질듯이 아귀 사이로 팽창하는 마나하트의 표면들.

그렇게 쥐어 짜내듯이 분출된 마나들이 마나회로를 통해 팽창하다 못해 혈관들을 터뜨리면서 혈액 속에 침투하는 것이 보였다.

본래라면 마나 역류로 인해서 사지가 터지면서 폭발해야 하지만, 검은 마력이 마나에 잠식되자, 오히려 몸속의 모든 것들이 검게 물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면서 소드마스터를 조종중인 여자 용사가 서서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손가락 하나하나 까닥까닥이면서 딱딱하게 움직이던 것이 서서히 실제 사람이 움직이듯이 부드러워지고, 축 처진듯 늘어져있던 머리가 바짝 곧추 세워지며.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와 망막에 무언가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권능 중에 하나일까?

서서히 소드 마스터의 검은 마나가 전신에 요동치기 시작하면서 움직임을 조종하자, 나는 찰나에 시간에 스윽 옆으로 회피했다.

잔류한 마나가 내 몸을 훑고 가는 기분 나쁜 감각과 동시에 잔상을 남기며 소드마스터가 내 옆을 발도 자세로 훑고 지나가는 게 보였다.

마나의 흐름으로 예측한 움직임이지만, 이 정도면 세라자드의 능력이 아니었으면 피하기는 어려웠을 거다.

­슥.­

­삭.­

뒤 늦게 허공이 베이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마나의 잔류가 위로 솟구치는 느낌과 함께 나는 허리에 있던 검을 뽑아 들어 일도양단을 하듯이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둘렀다.

­캉.­

내가 불어넣은 마나가 좀 더 많았는지, 서로의 검이 부딪히면서 마치 물감이 팍 터지듯이 부딪힌 검면에서 마나가 터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도 힘겨루기 하듯이 검면이 맞닿아 있는 상태.

사선으로 내 목을 나를 올려 벨라는 소드마스터와 그것을 가드하듯이 직선으로 내려 찍는 내 검과 자그마한 면의 접촉.

스르릉.

소리를 내며 서로 칼날 흘리기를 할듯이 미세한 힘겨루기가 계속 되다가 이내 내가 검에 마나를 좀 더 불어넣자, 팡 하는 소리와 함께 소드 마스터가 짐승처럼 웅크린 자세로 물러나는 것이 보였다.

물론 그 와중에도 한 손으로는 지면을 검을 쥐고 있는 손으로는 혹시나 내가 들어올 것을 대비해서 안면 가드를 한 상태로.

어디서 검을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세라자드의 기억과 지식.

그리고 권능의 영향인지 지금의 첫 일합으로 상대방의 역량이 어느 정도 파악 됐다.

마나나, 육체적인 능력은 내가 위. 그러나 검술 실력은 여자 용사 쪽이 위였다.

한마디로 세라자드의 발키리 검술이 밀리는 형태.

물론 그럴 것이라고는 대충 예상은 했지만 확실하게 밀리는 상태다 보니 입맛이 씁쓸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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