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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18화 (118/220)

〈 118화 〉 제 14화. 용사의 선봉대. (8)

* * *

나와의 일합에서 마나와 신체적인 면에서 밀린다고 판단한 여자 용사가 조종하던 소드마스터의 몸을 낮게 웅크리기 시작했다.

마치 네발 달린 짐승이 두 발로 서서 앞발로 나를 공격하려는 자세 처럼 보이는 모습.

세라자드의 기억과 발키리 검술에서 대항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나 기술들이 떠올랐지만, 대체로 저렇게 나오는 공격은 변수가 많아. 대처하기가 어려웠다.

아마도 여자 용사의 의도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검술. 변수.

세라자드로 인해 발달한 마나의 기감이 요란하게 위험하다는 경종을 울렸다.

하단으로 들어오는 검술은 대부분 변수가 많고, 신체적인 능력의 우위점을 포기한 자세기 때문에 변칙적인 움직임 또한 대처하기 어렵다.

물론 그만큼 위에서 내려 찍는 기술에 치명적이긴 하지만.

아무리 내가 세라자드의 기억과 검술을 빌려온다고 해도. 용사의 검술보단 아니겠지.

이렇게 되면 나도 힘대 힘으로 밀고 나가는 수 밖에.

검 끝에 마나를 불어 넣으며, 일순간에 점이 되어 달려드는 소드마스터의 모습에 자세를 바꿔 위로 점프를 했다.

이렇게 되면 점프를 한 나를 공격하기 위해 여자 용사는 소드마스터의 허리를 펼 수 밖에 없고...

응?

소드마스터의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이면서 오히려 짐승 처럼 낮춘 자세에서 살짝 다리만 쭉 펴더니 이내 검 끝에 마나를 싣기 시작했다.

위험하다.

머릿속에 경종이 울려퍼지면서, 공중에서 발 끝에 마나를 모아 터뜨렸다.

팡.

하고 발끝에서 커다란 탄산이 터지는 것 같은 느낌과 동시에 몸이 핑그르 돌면서 앞으로 살짝 나아간다.

그리고 내가 방금 머물던 자리에 검기라고 해도 어울릴 정도로 날카로운 마나의 단면도가 스윽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푹. 하고 동굴의 천장에 거대한 일자 모형의 균열이 생기면서 다시금 소드마스터가 내 쪽을 겨누며 다시금 발도 자세를 잡는다.

­스릉.­

다시금 발 끝에 마나를 모아 다시금 허공에 몸을 튕겼다.

몸의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 다시 사용한 탓인지 몸의 중심은 물론이고 시야조차 뒤집혀져 상황을 알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공중제비 돌듯이 몸을 말려는 상황에서 다시금 등에 무언가가 날아드는 느낌이 들었다.

마나의 잔류. 바람.

보이지는 않지만 피부와 주변에 흩뜨린 마나의 기감에 의해 점차 위험이 기정사실화 되는 것이 느껴졌다.

맨처음 주변에 흩뜨린 잔류한 마나가 날카로운 것에 베이듯이 갈라지고, 그 틈 사이로 빠르게 날카로운 마나가 흘러 들어온다.

이대로 라면 위험하다.

마나하트를 쥐어 짜내듯이 마나를 끌어 모아 등 허리쪽에 집중했다.

­퍽!­

둔기로 등을 후려치듯이 어마어마한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입에서 피가 한웅큼 터져 나왔다.

그리고 공중에서 그대로 붕 떠오른 상태로 저 멀리 날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둔탁하게 느껴지는 기감과 신체의 고통.

그리고 무언가가 바닥을 통통 튀기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마나하트를 쥐어짠 탓인지 온 몸에 잔류하던 마나가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 더욱이 허리에 얼마나 강한 일격을 맞았는지 척추 뼈 일부가 함몰 된 것 같았다.

­캉.­

검이 부러지다 못해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내 앞으로 몸이 절반으로 잘린 세라자드의 신체가 보였다.

그리고 내 몸에 무언가 찐득한 액체가 탁 달라 붙는 것 같더니 이내 어디론가 낚아 채듯이 끌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파삭 파삭 하고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다급한 모습의 사린이 나를 끌어 안더니 이내 어디론가 던져 버렸다.

휙 휙 바뀌는 시야.

갑자기 마나하트를 쥐어짜낸 덕분인지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그러는 사이에 말랑말랑한 감촉과 함께 흐릿한 시야 속에서 에슬리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보였다.

"지호..."

순식간에 온 몸이 녹아내리듯이 따뜻해지면서 등 허리 부근이 찜질을 하듯이 뜨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러면서 서서히 시야가 또렷해지면서 집중력과 흐트러졌던 기감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마나하트는 잔뜩 쥐어 짠 탓인지 세라자드의 권능이 풀리면서 처음의 자그마한 마나하트로 돌아와 있었다.

"이런..."

"괜찮아?"

에슬리의 품에서 벗어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찰나의 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눈 앞의 모습을 보니 처참했다.

수십이 넘던 루루의 해골 병사들은 죄다 박살 나있고, 두 동강이 난 세라자드의 육체는 자그마한 거미들에게 의해 어디론가 운송되고 있었다.

더욱이 아우라스의 튼튼한 육체가 동굴 외각에 부딪혀 찌그러져 있었고, 미노타우르스 걸의 절반 정도 되는 인원이 소드마스터의 검에 당해 쓰러져 있었다.

일부는 치명상을 입어 죽어 있는 걸로 보였고, 일부는 신체 일부가 잘려나가 쓰러져 있었고, 그 수는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안 돼!"

재빠르게 나아가려는 내 몸을 에슬리가 붙잡았다.

"지호 갈 때는 가더라도. 이걸."

미노타우르스 걸이 당하고 있자, 삼지창을 들고 있는 요네가 용사에게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에슬리가 내게 내민 것은 그런 요네가 들고 있는 삼지창이었다.

잘 보니 내가 들고 있던 검은 이미 내 손에 없었다.

아까 부상을 입을 때 떨어뜨렸던 걸까?

받아 든 삼지창은 아까 전 소드마스터를 해치웠던 내가 쓰던 삼지창이 아니다. 아무래도 요네가 미리 에슬리에게 건내 준 새 창 같은데.

원래 사용하던 푸른색의 삼지창과 다르게, 하얀색의 산호초 같은 삼지창이었다.

용도가 다른 것일까?

전에 주었던 삼지창은 마나를 흡수 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여자 용사가 깃든 소드마스터 에게는 효과가 없으니까 다른 용도의 삼지창을 준 것 같다.

그나저나 지금 요네도 들고 있는 삼지창이 하얀색이었는데. 의외로 세라자드가 한번에 나가떨어졌던 것 치고 의외로 가드를 성공하고 있다.

분명 권능이 발동한 세라자드가 강하기는 훨씬 강할텐데.

하얀색 삼지창을 쥐고 마나를 불어넣어 보았다.

그러자 곧 삼지창에 마나가 내 신체처럼 느껴질 정도로 주욱 빨려들어가더니 이내 삼지창 자체가 마나로 이루어진 창이 된 것처럼 견고해진 것 처럼 느껴졌다.

무슨 재료로 만든거지?

푸른색 삼지창이 일부 마나를 무효화 한다면 지금의 창은 확실히 마나와 동조를 일으키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요네가 잘 버티는 것도 삼지창 덕분인 것 같은데.

상태를 보아하니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빠르게 삼지창을 강화한 상태로 소드마스터 쪽으로 달려가려 하다가 순간 내 권능 상태가 풀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서는 정신을 집중했다.

아우렌의 초상화와 세라자드의 초상화의 불이 꺼져 있다.

남은 초상화들을 바라보다가 라미아들이 그려진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야리와 마미앙 그리고 수십의 라미아들이 그려진 대형 초상화.

초상화의 외각이 푸른 불빛으로 불타기 시작하면서 현실세계로 시야가 돌아온다.

그리고 순식간에 소름이 돋아나듯이 온 몸에 돋아나는 은색의 비늘과 함께 꼬리뼈에서 꼬리가 돋아났다.

동굴 안이라 바람이 흐리지 않지만 살 위로 돋아난 새하얀 비늘 위에 바람이 느껴지듯 매끈한 기류가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스윽. 스윽.

팔을 뻗어보자 세라자드나 아우렌 때와는 또 다르게 어마어마하게 매끈하게 팔이 뻗어지며 바람이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턱. 턱.

비늘이 돋아난 다리를 빠르게 딛자, 몸이 가벼워지다 못해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발가락에 힘을 주고 앞으로 쓰러지듯이 달리자, 순식간에 소드마스터 앞에 도달했다.

이를 악문 상태로 소드마스터의 검을 삼지창으로 받아내는 요네 앞으로 나타다 소드마스터의 검을 걷어냈다.

"이젠 내가 상대할게."

"지호!"

소드마스터의 검을 삼지창의 창날에 끼운 상태로 그대로 날을 부러뜨릴 기세로 확 삼지창을 돌리자, 소드마스터가 검을 비스듬히 눕히고 팔과 몸을 팽이처럼 한 바퀴 휙 돌렸다.

그러면서 삼지창 날에서 빠져나온 검이 마치 레이피어처럼 내 심장을 향해 확 하고 달려든다.

삼지창을 두 손으로 잡은 상태로 찔러 들어오는 점 형태의 검을 창 촉 사이에 끼어 넣은 다음 창을 돌려 잡아 그대로 검을 끌어들이듯이 자세를 무너뜨렸다.

창의 움직임에 따라 살짝 자세가 무너지려다가 재빨리 검을 버리고 뒤로 물러서는 소드마스터가 곧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검 한 자루를 집어 들더니 다시금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비록 비전투 라미아들이 모인 권능이긴 했지만, 애초에 라미아들의 특성이 모이고 모여서 그런지 전투 라미아인 요네 급의 창술이 손 안에서 펼쳐치고 있었다.

­휙.­

빠르게 다가오는 소드마스터를 향해 창을 붕붕 돌리면서 순간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찔러 들어오는 검을 맞받아쳐냈다.

­캉. 캉. 캉.­

마치 투사체를 걷어내듯이 창 끝에 요란한 울림과 함께 검이 튕겨나가는 스파크가 일었다.

잠시 소드마스터를 조종하던 용사가 변칙적인 검술을 펼치며, 빈틈을 찔러 들어오려 했지만, 즉각 돌리던 창을 멈춰 세워 창 촉으로 칼 촉을 정확하게 튕겨내듯이 걷어냈다.

창과 검의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거리 차이 때문인지 방어하는 게 의외로 쉬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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