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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32화 (132/220)

〈 132화 〉 제 16화. 이상한 현상. (2)

* * *

방금까지 이상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던 아이린의 눈동자가 부드러워졌다.

"오빠야. 오빠야도 만만치 않은 이상한 현상을 겪었네?..."

조금은 부담감을 덜은 것 같은 표정.

그런가?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까지 겪은 일들. 심지어 반신에 오르기 까지의 과정이 순탄한 과정은 아니였지.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고 있는 이 힘도, 능력도 전부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의 연속이기는 했다.

"그렇지 뭐."

약간 덤덤하게 말하자, 아이린이 피식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지 아이린은 이렇게 해맑게 웃는 모습이 예쁘다. 아무래도 여기에서 만났던 몬스터 아가씨들 중에서 가장 인간에 가깝기도 하고, 성격도 인간과 비슷했으니까.

더욱이 여기에서 관계를 제일 많이 맺은 사람 중에 한 명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가장 섹스를 많이 한게 에슬리인가? 그 다음이 아이린이고.

그 다음은... 잘 모르겠네. 가끔씩 정신을 잃었을 때도 있었다 보니.

습관적으로 머리를 긁적이자 아이린이 슬쩍 내부에 있는 침대와 그 위에 벌어진 상황을 잠시 훑어보다가 침을 꼴깍 삼켰다.

"오빠야. 지난 번에 보니까 똘똘이가 많이 커진 것 같던데... 혹시 안 맞으면 어떡하지?"

아이린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 보다 훨씬 커지긴 했지만. 지금 상태라면 아이린에게 삽입하기는 좀 과도한 크기이긴 하지.

"이제 크기는 조절이 가능해서 상관 없어. 물론 전에 했을 때 보다 꽉 끼긴 하겠지만."

작게 줄일 수 있다고 똘똘이가 꽉 쪼이는 쾌감을 놓칠 수 는 없지.

"그래? 다행이다. 오빠야."

진짜 다행이다는 듯이 한숨을 가볍게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하는 아이린을 보다가 문득 내가 반신에 오르면서 다들 능력이 무언가 추가 됐던 것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슬쩍 심상세계에서 아이린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권능을 활성화 시켰다.

그러자 아이린의 몸 주변으로 흰색의 솜뭉치 민들레 꽃씨 같은 자그마한 빛 덩어리들이 생겨나더니 이내 주변에 퍼지듯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어? 오빠야?"

당황해하는 아이린의 모습과 함께 몸에서 퍼져나온 빛 덩어리들이 허공에 흩날리며 바닥에 착지하더니 이내 꾸르릉 하는 소리와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어?"

"무우?"

침대가 흔들릴 정도의 진동에 기절해 있던 야리와 요네, 그리고 아우렌을 비롯한 바닥에 누워 있던 미노타우르스 걸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다른 미노타우르스 걸들도 나랑 섹스 하기를 원한다고 좀 전에 아우라스와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잠깐. 그러면 지금은 조금 곤란한데. 일단 자리부터 피하고 볼까?

"아이린. 일단 내려가자."

갑작스레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새로운 힘에 당황한 아이린의 손목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아래로 내려가는 나선형의 계단을 통해 어마어마한 높이를 자랑하는 책장의 숲을 지나 버섯 도서관 1층에 도착하자, 그제야 위에서 누군가가 스르륵 미끄러지듯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야리네 요네 아니면 그 둘이 동시에 내려오는 것 같은데?

그 후에 쿵 쿵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미노타우르스 걸인 것 같다.

1층에 도착한 나는 얼굴을 붉히고 있는 아이린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나가자."

아이린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면서 빠르게 도서관의 문을 열고 나가자 위에서 웅성웅성거리면서 빠르게 1층으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툭. 툭.

가볍게 바닥을 박차며 달리자, 조금 허덕이는 걸음의 아이린이 입고 있는 옷자락을 움켜 잡은 채 휘날리지 않게 고정했다.

그러다가 속도가 안나오는 것을 느끼고선 그대로 아이린을 공주님 안기 자세로 끌어 안은 상태로 바닥을 통 통 튀며 달렸다.

반신에 오르면서 신체적으로 엄청나게 스팩이 상승했기 때문에.

여러 능력과 권능이 겹치면서 살짝 뛰어가는 것 자체가 예전에 전력으로 뛰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마치 어렸을 적에 보았던 지붕을 날아다니듯 뛰어다니는 대도처럼 거의 소리 없이 경보로 달리던 나는 아이린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빛덩이리와 함께 주변의 숲이 변화하는 것이 보였다.

처음 이 곳에 도착해서 내 정액에 있는 생명력으로 버섯 왕국을 살릴 수 있을 거란 말대로, 이번에는 아이린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생명력의 빛이 주변의 황폐한 버섯 왕국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처음 중구난방으로 자라나 있던 버섯들이 마치 정원사의 손을 거친 것처럼 일정한 크기와 규칙을 갖춘 모습으로 자라나기 시작했고, 숲의 일부가 마치 움직이듯이 공간을 벌리거나 좁히면서 성벽이나 담벼락 처럼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라아라를 만났던 꽃밭 이전의 숲처럼 자아를 가진 듯이 모습을 변화하던 숲과 버섯들.

그리고 죽어 있던 것처럼 축늘어져 있던 거대한 버섯 모양의 집들이 마치 살아나듯이 파릇파릇하게 솟아나면서 주변에 활력을 뿌리기 시작했다.

버섯 모양의 집과 건물들이 살아나면서 정체를 알 수 없던 거대한 버섯 모양의 건물들이 바닥에 솟구치면서 동시에 그 주변으로 자그마한 버섯들을 잔뜩 뿌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버섯 왕국 안을 달리다보니 잔디로 만들어진 보도가 생기면서 중간중간 버섯이 발 위로 밟히면서 기분 좋은 탄력감을 주었다.

마치 엠보싱으로 이루어진 장판 위를 걷는 느낌? 잔디마저 부드럽게 받쳐주다보니 뭔가 총체적으로 친환경에 휩싸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가 공기도 좋고.

아라아라의 숲만큼 상쾌한 공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버섯 왕국의 길을 통통 걷다 보니 어느새 왕국 끝자락에 있는 버섯 엘리베이터. 즉 이동식 마법진이 그려진 건물에 도착했다.

따로 아이린도 이 건물에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만 말하고 명칭을 말하지 않아 그냥 엘리베이터로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린. 저거."

"아. 오빠야. 듀렌트 버섯 순간이동 마법소."

"그래."

그래. 그런 명칭이었지. 뭔가 판타지스러운 버섯 이름이 앞에 붙어있었지.

"도착하면 바로 가동해서 지하 1층으로 이동하자."

지하 1층에는 현재 사린, 세라자드, 린이 있다. 잠깐. 그러고 보니.

잠시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사라져서 허전해진 손가락.

아라아라의 딸.

그아라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터... 아니지 분명 용사의 선봉대가 올 때까지는 내 손가락에 붙어 있었던 것 같은데.

"오빠야. 뭘 찾아?"

버섯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나서 아이린이 마법진에 힘을 불어넣는 동안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내게 아이린이 마법진의 활성화를 마치고 물어왔다.

"아니... 그아라 라고 손가락만 한 알라우네가 있는데."

아이린은 그아라를 만난 적이 없다. 물론 내가 잠든 사이에 만났다면 모를까.

"아, 그 꽃 모양의 반지에 있는 자그마한 아이 말이지?"

만났구나.

"그 아이라면 아마 린과 함께 있을 거야. 그 아이가 이곳 저곳에 돌아다니고 싶다고 하니까 린이 그 아이를 챙기는 걸 봤었거든."

"린이?"

"응. 오빠야."

반짝이는 빛줄기가 내부를 휘감더니 이내 살짝 부유감이 들었다가 주변이 일그러지는 현상과 함께 다시금 마법진에서 빛줄기가 올라왔다.

이걸로 이동이 끝난 것이다.

몇 초도 걸리지 않는 순간이동.

역시 아이린 없이 이 미궁을 돌아다니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 같다.

버섯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조금 동굴 길을 걷자 지하 1층에 있는 전진 기지에 도착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한창 전진 기지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에 휘어잡혀 있었다.

무언가 달그락 달그락 거리는 뼈가 부딪히는 소리를 내 뱉는 해골들과 질척하게 살점을 바닥에 끌고 다니는 좀비 무리들.

정신 없이 무언가를 수행하듯이 전진 기지 내부를 해집고 다니는 모습에 잠시 아이린과 내가 입구에 가만히 선 채 무슨 일인가 구경을 하다가 이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단 전진 기지 내부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지?"

아슬아슬하게 부딪힐 것 같으면서도 스쳐 지나가는 해골 하나를 살짝 피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루루가 머무는 막사인 사령실에 도착해 있었다.

이 곳도 전진 기지 내부와 똑같이 입구를 지키는 해골 병사 하나 없이 입구가 훵하게 개방되어 있었는데, 아이린과 함께 그 안으로 들어서자 초조한 낮빛으로 입구 밖으로 걸어나오는 사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린?"

"아... 아앗. 서방님?"

심각한 얼굴 표정으로 잠시 수심에 빠져 있던 것 같은 사린의 얼굴 표정이 나를 발견함과 동시에 활짝 개였다.

그러다 빠르게 시선을 돌려 내 옆에 서 있는 아이린을 보고선 칫 하고 혀를 차는 모습까지.

사린의 질투심 하나는 이 곳에 있는 그 어떤 몬스터 아가씨들보다 유별난 것 같다.

"응. 간만이네."

내 말에 사린이 두 손을 모아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 보다가 이내 두 손으로 내 손을 꼬옥 붙잡더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서방님... 강해지셨군요."

사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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