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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34화 (134/220)

〈 134화 〉 제 16화. 이상한 현상. (4)

* * *

루루와 연결된 푸르스름한 기운에 청명한 느낌이 깃들기 시작하자, 주변에 야광으로 빛나던 모든 것들이 힘을 잃듯이 시들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느낌이 시들시들해진다는 느낌이었지, 실제적으로 시들시들해진 것은 아니었다.

무의식적으로 루루의 오빠가 뻗은 손에따라 푸르스름한 기운이 넘실거린다.

그리고 나는 이 기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나도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마나가 주변에 흩어질 듯 아지랑이 지다가 이내 다시금 손 끝으로 흡수 된다.

"오...오빠? 몸에서 빛이 나."

지금의 루루와 비교헀을 때 훨씬 소심해보이는 어릴적의 루루가 눈망울이 촉촉하게 젖은 상태로 나를 쳐다본다.

처음에 루루를 만났을 때만해도 소악마 같은 모습이었는데, 지금의 어릴적 루루의 모습은 그저 귀엽기만 했다.

어느 순간부터 S성향을 가진 소악마로 성격이 뒤틀린 걸까?

잠시 루루를 쳐다보던 시선이 다시금 숲을 향한다.

기이할 정도로 숲이 두 아이들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듯이 길을 터주기 시작했다.

나무와 풀을 물론이고, 바닥에 있던 자갈마저 땅으로 숨듯이 사라지자 곧 아무것도 없는 밤갈색의 흙길이 완성 되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걸음을 걸으며, 마주 잡은 루루의 손을 조심스레 끌었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된 것 같은 느낌.

나를 기점으로 모든 것이 후퇴하는 느낌과 함께 흙길을 계속해서 걸었다.

밤하늘처럼 아름다운 숲의 배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그것이 이어질 때 쯤. 칠흑처럼 아름다운 빛나는 어둠을 간직한 모습의 여인이 눈 앞에 나타났다.

어느 별나라 공주님처럼 은하수 처럼 빛나는 하얀색의 프릴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칠흑빛깔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내 앞에 마주 섰다.

기억을 엿볼때 권능을 사용해 마주보았던 여자 용사나, 이제는 알 수 있는 반신의 자리에 위치한 라미아 레미와 마주했던 그 인간 같지 않은 시선이 나를 바라보았다.

반신.

마신은 이 세계에 반신이 이 곳에 소환 되었던 용사들만을 말했지만, 사실은 그 외에도 반신이 꽤 존재하는 것 같았다.

비록 과거를 엿보는 것처럼 여자 용사 때처럼 반신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권능이 나를 주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시익 웃는 여인의 시선.

인간치고는 동공이 콩알처럼 굉장히 작아서 뭔가 날카로운 눈매를 따라 굉장히 날카로운 이미지가 느껴졌는데, 뭐랄까?

광기와 집착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동공의 크기만 다르지 그런 기운이 나풀나풀 흘러나오는 여인이 천천히 루루의 오빠인 나를 향해 다가왔다.

바닥을 걷고 있지만 걷고 있지 않고 있는 것 같은 가벼운 걸음.

칠흑의 머리카락과 상반되게 새하얀 프릴 원피스가 모델처럼 마르고 길쭉한 몸에 착 달라 붙어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녕 꼬맹이들아. 길을 잃었니?"

고혹적인 목소리와 함께 주변에 나무를 비록한 숲이 순간 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숲이 아니라 이 공간 자체가 동요하는 건가?

그녀의 목소리에 당황하는 루루의 오빠의 심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윽고 그 당황하는 감정이 붙잡고 있던 루루의 손까지 이어진다. 내 몸 뒤에 숨으며, 머리를 살짝 등에 파 묻는 루루의 모습.

살짝 뒤로 돌렸던 고개를 다시금 앞으로 돌려서 눈 앞에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누구일까?

소년의 의문과 내 의문이 겹쳤다.

"누...누구세요?"

가느다란 소년의 음성이 내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반응이 없는 눈 앞의 여인.

자세히 보면 키가 늘씬한 체형만큼 키가 엄청 커 보인다.

그래도 이건 루루의 오빠의 입장에서의 느낌. 대충 짐작해보자면 180cm 가까이 되는 키 인가?

내 본래의 키와 비교하면 주먹 하나 정도의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 숲의 주인. 마녀 안드레아 라고 한단다."

안드레아 라는 이름이 머릿속에 각인 되듯이 계속 맴돈다. 그리고 지금 내 눈높이보다 훨씬 커다란 그 마녀 안드레아가 내게 다가와 허리르 숙여서 눈 높이를 맞췄다.

"꼬맹이들이 무슨 이유로 이런 깊숙한 숲까지 들어오게 되었니?"

검은색의 자그마한 동공과 각막 때문인지 하얀 공막이 마치 하얀 스케치북에 점을 찍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눈동자에 홀리듯이 시선을 고정하고 있자니, 루루의 오빠의 몸이 살짝 뒤로 물러나 루루를 가로 막는 것이 느껴졌다.

"우...우리는 먹을 것을 찾아서 들어왔을 뿐이야..."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당차게 내 뱉어지는 목소리에 눈 앞에 마녀가 기묘한 웃음을 지었다.

가소롭다는 것인지 아니면 흥미롭다든지 그런 여러가지 감정이 비춰지는 눈꼬리와 입꼬리 그리고 가벼워 보이는 손동작 까지.

다양한 감정을 여러 모습으로 투영시킨 마녀 안드레아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낮추었던 눈높이를 서서히 거둬 들였다.

꼿꼿히 펴지는 허리만큼 마녀 안드레아가 루루와 루루의 오빠를 내려다 보는 시선에서 여러가지 감정이 추측이 되기 시작한다.

미묘하다.

보통 사람이라면 하나 혹은 두 세개의 감정을 표정이나 몸의 움직임으로 나타낸다.

그리고 그런 감정의 제어에 통달한 사람은 감정을 숨길 줄 알고.

그런데 마녀 안드레아는 반대로였다.

단 하나의 표정 움직임에서 수십 가지의 감정이 느껴졌다. 표정이나 움직임 하나만으로 머리가 과부화 될 정도로 많은 생각이 든다고 할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토악질이 나올 것이고, 어느정도 제어가 가능한 사람도 정보의 과부하로 머리가 어질거릴 정도의 감정의 집합체.

그런 마녀 안드레아가 잠시 두 아이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자 그것이 권능의 하나였는지 루루의 오빠의 몸에 빙의한 내 정신력도 서서히 마모되어 가는 것이 스르륵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뭐랄까? 여자 용사 때는 무언가 확 나에게 권능이 와닿는 느낌이었다면, 방금은 스물스물 나를 엿보는 것 같은 느낌.

물론 엿보는 것이라는 게 정확히 반신에 달한 내가 아니라 내가 빙의한 루루의 오빠였지만. 정신력의 일부가 마모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은 확실히 반신에서도 강한 측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영부영 쌓은 반신의 위치라는게 아니라는 듯.

그녀가 손을 휘 휘 젓자, 숲의 모습이 완전히 변하기 시작하며 커다란 공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나무 뿌리와 함께 그것이 얽기섥기 얽히면서 나무 뿌리로 만들어진 거대한 오두막 집이 만들어졌다.

"먹을 거라면 저 안에 잔뜩 있단다."

방금 만들어진 오두막을 가리키며 마녀가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한번 여러가지 감정이 담김 표정. 비웃음인지 화사한 웃음인지, 친절한 미소인지, 그것도 아니면 위협이 담긴 미소인지.

미묘하게 치켜올라간 한쪽 입꼬리가 수십가지의 미소를 담은 채 두 아이를 인도한다.

꼬르륵.

뒤에서 한쪽 손으로 주린배를 잡고 있는 루루를 본 루루의 오빠가 결심했다는 듯이 마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진짜 먹을 게 있나요?"

그 말에 마녀가 눈꼬리로 웃음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새 하얀 한기가 입가에서 새어 나올만큼 창백한 피부의 그녀의 모습이 순간 밤하늘 같은 숲의 그늘에서 벗어나자 흉측한 몰골의 반쪽이 나타났다.

조금 전까지는 그늘 같은 것에 가려져 반쪽의 새하얀 피부만 보였다면, 지금은 죽은 것처럼 밤푸른 빛의 나머지 반쪽 피부가 보였다.

마치 화상자국 같이 신체의 절반을 가로지르는 일그러진 경계선과 함께 나타난 밤푸른 빛의 피부.

어떻게 보면 죽어서 파랗게 질려버린 피부, 혹은 썩어서 변질된 피부처럼 보이는 그런 반쪽짜리 신체에 루루의 오빠인 내 몸이 일순간 경직됐다.

조금 전까지 마녀라고 했던 탓일까?

변질 된 것처럼 보이는 반쪽 짜리의 피부가 보이기 전까지 들지 않던 위화감이 순식간에 온 몸의 기감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위화감이 경계심으로 뒤바뀌면서 두려움의 감정으로 바뀌기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마녀.

조금 전까지는 그저 특이한 인간처럼 보이던 그녀의 모습이 순간 괴물 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내 시선과 감정을 느낀 것인가?

눈 앞에 서 있던 마녀 안드레아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변했다.

"도망칠거니?"

안드레아가 만들어낸 오두막으로 향하려던 내 발걸음이 뒤로 주춤거렸다.

그리고 곧 몸 안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가 흉포하게 뻗어오는 마녀의 붉은 마나를 걷어냈다.

붉은 마나와 푸른 마나가 격렬하게 뒤엉키며 싸울 때.

루루의 오빠는 벌벌 떨고 있는 루루를 품 안에 끌어 안았다.

그리고 곧 마나의 폭풍이 일어나듯이 두 사람의 주변에 푸른 마나가 휘감기고, 곧 두 아이의 위로 붉은 마나가 마치 해일처럼 쏟아져 내렸다.

콰콰가각.

마치 거친 파도가 절벽을 깎아 내리듯이 서로 부둥켜 앉은 채 자리에 주저 앉은 두 아이 머리 위로 마나의 해일이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아이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푸른 마나가 점차 줄어들고, 루루와 루루의 오빠인 몸에 빙의한 내 머리 위로 붉은 마나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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