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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35화 (135/220)

〈 135화 〉 제 16화. 이상한 현상. (5)

* * *

다시금 눈을 떴을 때 내가 빙의한 루루의 오빠에 대한 루루의 일부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루산.

평민이었기에 성이 없는 루루와 마찬가지로 루산이라는 두 글자의 이름을 가진 이가 루루의 친오빠였다.

과묵하면서도 다정한 성격의 그가 다시금 눈을 뜬 곳은 마녀의 오두막 안이었다.

붉은 마나에 침식 당한 상태여서인지 온 몸에서 새어나오는 푸른 마나 막 위에 빨간 마나가 마치 상처에 진 딱지처럼 다닥 다닥 붙어 있었는데, 루산의 시야에 잠시 그것들이 보였다가 이내 사라져버렸다.

본능적으로 흘러나오던 마나가 잠잠해지면서 마녀 안드레아의 마나 또한 깔끔하게 증발해버린 것이었다.

"까딱하면 위험할 뻔 했어. 꼬맹이들."

약간 허스키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비음이 섞였다고 해야 하나?

말꼬리를 늘어뜨릴 때 특유의 허스키한 비음을 섞어서 말을 내 뱉는 그녀가 점차 다가왔다.

하얀색의 웨딩 드레스 같기도 한 가벼운 프릴이 들어간 원피스에 새하얀 피부와 밤하늘색 피부가 비정상적인 불규칙하게 반으로 나뉘어 있는 모습.

마치 인형을 꿰다 재료가 모잘라 다른 재료로 대체해 만들어 놓은 것 같이 기워 놓은 것 같은 반쪽 짜리 피부가 오두막 내부에 쏟아져 내리는 은은한 달빛에 비춰져 기괴하게 보였다.

"으..."

정신을 차린 루산이 주위를 살펴보았다.

어린아이 시점이라 그런지 시야가 느리게 모든 것을 한번 스윽 훑듯이 지나간다.

그러다 바로 자신이 누워 있던 나무로 된 침대 옆에 있는 루루를 바라보았다.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어린 루루의 모습.

대충 7살이나 됐을까? 짜리몽땅한 팔 다리와 아직 빠지지 않은 젖살 때문에 살짝 통통한 얼굴.

자신의 여동생의 모습을 보던 루산의 시선이 다시금 오두막 가운데에 가만히 서서 은은하게 달빛을 받고 있는 안드레아를 바라보았다.

칠흑의 머리카락이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비정상적으로 작은 동공을 가진 시선이 루산을 향했다.

"꼬맹아. 이름은?"

안드레아가 나를 바라보고 묻는다.

"내... 내 이름은 루산이에요."

자신의 뒤에 있는 루루를 감싸듯이 몸을 가로막은 채 말하는 루산의 모습에 안드레아가 입을 다문채 입꼬리만 살짝 씨익 올린다.

역시나 어떤 감정인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기묘한 웃음.

그러다 문득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나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저쪽 꼬맹이는?"

"...루루에요."

잠시 자신의 동생의 이름을 말하기를 머뭇거리는 루산.

그리고 둘의 이름을 들은 안드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숲에는 어쩐 일로 들어온 거니?"

"그... 아빠가 숲으로 들어간 이후에 나오지를 않아서..."

"아빠? 너희 아빠가 숲에는 왜 들어왔니?"

"우리 아빠는 숲지기거든요. 마녀의 숲 주변을 지키는..."

루산의 말에 안드레아의 작은 동공이 살짝 위로 향했다 내려왔다.

"음. 거짓말은 아닌 것 같고. 숲지기라면. 그래... 옛날에 왕국과 거래 했던 내용이 있었지. 내 숲의 자치권을 인정해주는 대신 숲지기란 녀석을 숲 근방에 파견하는 걸로."

잠시 과거 회상에 빠진 듯이 천천히 말을 늘어뜨리던 안드레아가 순간 여러가지 감정이 담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숲지기는 대를 이어서 숲 근방에 머문다고 했는데, 너희가 그 아이들이구나."

"네..."

루산이 떨떠름 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안드레아의 목각 인형처럼 빼빼 마른 몸매로 손을 바닥을 향해 스윽 휘두르자 그 앞에 나무로 만들어진 나무가 바닥에서 튀어 나왔다.

아까 전 나무 뿌리를 이용해 오두막을 만들 때와 달리 이번에는 검은 빛깔의 하수구 구멍 같은 것이 바닥에 생기며, 그 안에서 튀어나온 것이었다.

"루산이라고 했지?"

"네."

"혹시 몸이 간질간질 거리진 않니?"

아마도 루산이 발현한 마나에 대한 느낌을 묻는 것 같았다.

나도 처음 마나에 대한 것을 느꼈을 때 몸 안에서 무언가 기어 다니는 새로운 감각이 느껴졌으니까.

그러고 보니 시야는 공유하는 것 같은데 감각 같은 것은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네."

"그건 네가 마나를 각성해서 그런단다. 아마도 오랜 시간 이 곳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몸 안에 누적되어서 그렇겠지."

자그마한 동공이 루산의 몸 이곳 저곳을 훑는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손을 살짝 젓자 루산의 몸에 숨어 있던 붉은 마나들이 그녀의 손에 빨려들어갔다.

그 모습이 마치 쏟아진 물감을 손바닥으로 흡수하는 모양새라 특이했다. 나중에 나도 한번 해봄직할 정도로.

"일단 급한대로 폭주하는 마나는 잠재웠지만, 그 양이 많아 그대로 있다간 꼬맹아, 네 마나 하트가 터져서 죽을지도 모른단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내가 느끼는 거였지만, 지금 루산과 루루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양은 거의 아이린과 맘 먹었다.

그것도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마나량. 더욱이 인간의 몸으로는 나올 수 없는 거대한 폭포수 같은 마나량에 나도 안드레아와 마찬가지의 생각을 가졌다.

그러고 보니 루루의 오빠. 즉 루산에 대한 기억이 대부분 잠겨 있듯이 보이지 않았는데.

안드레아가 루루에게 무슨 수를 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내가 반신에 오르면서 내 권능과 루루의 능력이 상향 되면서 그 수가 풀려난 것이겠지.

자신의 붉은 마나를 손바닥으로 거둬들인 안드레아가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루산인 나를 바라보았다.

"어때? 꼬맹아. 내 제자로 들어올래?"

"제자?..."

루산의 몸이 움츠러든다. 그러다 뒤에서 느껴지는 루루의 가느다란 숨 소리에 뒤를 바라보았다.

"오빠..."

어느새 살짝 눈을 뜬 루루의 볼에 홍조가 여려있다. 더욱이 숨을 가파르게 쉬는 것에 놀란 루산이 재빨리 손을 이마에 올려보자. 이마가 불덩이다.

불안함 느낌에 사로잡힌 루산의 손이 덜덜 떨린다. 그리고 심장이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두려움. 불안감.

마녀를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한 불안감이 루산의 온 몸을 지배한다.

그리고 곧 루산이 고개를 돌려서 보았을 때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안드레아가 숨이 멎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와 동공을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동공이 커다랗기 때문에 크게 시야를 옮길 때마다 동공이 조금씩 움직이는데 비해 안드레아는 동공이 거의 쌀 한톨 크기였기 때문에 조금만 시선을 옮겨도 동공이 주욱 주욱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영양실조. 그리고 마나 폭주 현상이구나."

마녀의 동공이 루루의 몸 이곳 저곳을 훑더니 이내 통통한 얼굴에 비해 엄청나게 마른 팔 다리를 살펴보고는 뒤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아무 것도 없던 바닥이 다시금 쩌억 하고 갈라지더니 검은 통로가 되어 그 안에서 여행용 핸드백 같은 가죽 가방이 튀어나왔다.

"일단 급한대로 영양실조부터 해결해야겠구나."

가죽 가방을 열자 온갖 색깔의 약초와 육포 같은 마른 고기 덩어리가 안드레아의 손에 집혀서 꺼내져 나왔다.

스윽. 스윽.

그리고 붉은 마나로 물든 안드레아의 손이 그것들을 한 손에 쥐고 꾸욱 짜듯이 주먹을 움켜지자 이내 그것들이 모래처럼 아주 자그마한 가루들로 화해 안드레아의 손가락 사이로 연기처럼 빠져나왔다.

"자, 일단 입부터 벌리렴."

안드레아가 주먹을 쥔 반대쪽 손으로 허공에 검지를 퉁 튕기자, 루루의 입이 최대한의 크기로 쩍 벌어졌다.

당황한 루루의 얼굴 표정이 보였지만, 마치 전신 마취라도 된 마냥 루루의 몸이 굳은 상태로 살짝 덜덜 떨리기만 했다.

"저...저기. 안드레아!"

그 모습에 당황한 루산이 안드레아의 팔을 붙잡았다.

확실히 시선은 안드레아의 팔을 붙잡고 있는데, 감촉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 것이 그저 기억일 뿐이라 그런 것이 확실해졌다.

"꼬맹아. 동생을 죽게 만들 거니?"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안드레아가 날 선 목소리로 말하자, 루산이 다급히 그녀의 팔을 놓았다.

"내가 아무리 마녀라지만 너희 같은 꼬맹이를 그냥 죽게 만들 수는 없지."

곧 모래 같이 잘게 갈려진 약초와 육포 같은 것이 루루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안드레아가 알 수 없는 주문을 작은 목소리로 외자, 곧 루루의 입이 다시금 닫히면서 온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루...루루!"

당황한 루산이 안드레아의 손목을 잡는 대신 루루에게 다가가 두 손으로 루루의 몸을 주물렀다.

"꼬맹아. 거기서 손을 떼렴."

그리고 순간 화들짝 놀란 루산이 뒤로 휙 넘어지듯이 물러남과 동시에 벌겋게 부어오른 자신의 두 손을 확인하는 것이 느껴졌다.

퉁퉁 불어가는 두 손과 하얗게 잡히는 물집.

그리고 그 정도의 열기를 뿜어내는 루루의 몸에서 서서히 수증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더니 이내 삐쩍 말랐던 두 팔과 다리에 살이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추가로 안드레아가 그런 루루의 몸을 지켜보다가 무어라 주문을 외우자 곧 벌겋게 달아올랐던 몸이 원래의 피부로 서서히 돌아오며, 닫혀 있던 루루의 입에서 기침이 토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얀 파우더 같은 것을 입 밖으로 기침과 함께 토해내는 루루의 모습.

그 모습에 안드레아가 다시금 루루와 루산을 처음 만났을 때 처럼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들어내는 것이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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