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제 16화. 이상한 현상.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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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라는 것은 오묘하다.
비록 반신에 오르면서 권능을 통해 여러 몬스터 아가씨들의 신체적인 특성이나 능력들을 빌려써서 사용은 가능해졌지만, 아직까지 마법에 대한 감각은 오묘했다.
그리고 그런 감각을 채워 주는 것이 지금 눈 앞에 있는 마녀 안드레아였다.
마나라는 것이 몸 안에 새로운 혈액이 개통 되는 것 같은 기분이라면, 마법은 그런 혈액을 뽑아내 자유자재로 외부로 꺼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였다.
지금은 루루와 아이린의 능력을 빌려올 때만 사용이 가능하여 아직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처음 초상화의 권능을 이용해 잠시 마법을 사용해 본 결과
그림. 그래 심상에 떠올리는 이미지를 마나로 이용해 허공에 그려낸다고 해야 하나?
그런 와중에 이세계의 법칙을 뒤틀기 위해 다양한 수식과 변화를 준다.
다만 완전히 물이 없는 곳에는 물을 만들 수 없고, 완전히 빛이 없는 곳에서 빛을 만들 수는 없다.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라도 그것이 완전한 창조라는 기적이 될 수는 없었으니까.
물론 지금 반신에 이르른 나는 그 기적이라는 이적이 가능하다. 그래서 그것이 마법이 아닌 권능이었고.
지금 안드레아가 사용하는 검은 통로. 즉 차원문이라는 것은 그런 권능을 응용한 일종의 편법이 가득한 마법이었다.
그리고 나는 왜 갑자기 루루의 기억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 안드레아가 사용하는 마법 이론에 관한 수업을 듣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이것은 루루의 기억이 내게 필요하다고 권능을 통해 내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현실의 시간?
어차피 과거를 되돌아 보는 것에 현실의 시간은 크게 흐리지 않는다.
찰나의 회상. 그리고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루산의 시점에서의 기억도 찰나일 뿐이었으니까.
여기서 기억하고 배우는 것 대부분은 내 권능으로 가져갈 수 있겠지만.
"여기서 여기로 이어지는 마나의 연결 흐름이 중요하단다."
루루의 몸이 회복되고 난 후에, 마녀 안드레아는 마녀답게 거대 항아리에 영양 죽을 만들어 루산과 루루에게 먹이며 체력을 회복시켰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마나의 폭주 현상을 겪은 루산과 루루를 위해 마나를 다루는 방법과 마법에 대한 기초 이론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반복 되기를 일주일.
"아...안드레아님."
루산은 완전히 안드레아를 스승처럼 따르기 시작했고, 루루 또한 기력을 회복한 후에 자질구레한 잡일들을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안드레아가 마법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루루는 그것을 거절한 채 오로지 육체적인 노동으로 잡일들을 해결해 나갔다.
그 와중에 안드레아에게 배운 기초 마법들을 응용하긴 했지만, 그것이 편리보다는 필요해 의한 기초 마법이므로 육체적인 노동이 줄거나 간소화 되지는 않았다.
루산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안드레아.
그리고 마법적인 재능이 루산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져.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마법을 제외하고는 거의 잡일 담당이 되어버린 루루.
그렇게 셋의 기묘한 동거가 일주일, 이주일, 한달, 일년.
계속해서 루산과 루루가 성장함과 동시에 아무런 외형적인 변화가 없는 안드레아는 오두막과 마녀의 숲을 오가며, 마법을 제외하고도 여러가지 생태와 지식.
둘이서 이 마녀의 숲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정도의 실력까지 키워주었다.
그리고 3년 째 되는 어느날.
운신이 자유로워진 루산과 루루는 그날 또한 마녀의 숲에 우연치 않게 들어온 마물을 상대하고 있었다.
마녀의 숲은 마녀 안드레아의 결계로 인하여 마물도 그렇고 마나를 가지지 못한 인간이나 동물, 식물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혀 있었다.
그 중에 간혹 마나를 가진 마물이나, 영물이 된 동물들이 마녀의 숲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대부분 경고를 해서 쫒아내거나 이렇게 마물의 경우에는 둘이서 사냥을 나섰다.
검은색의 마나를 아지랑이처럼 피우며 마녀의 숲에 들이닥친 거대한 멧돼지.
일명 와일드 보어라 하여 크기가 거의 소의 크기를 한 데에다가 팔 다리가 엄청난 근육으로 뒤덮인 맷돼지 였는데.
영물이 아닌 마물이 되어 마녀의 숲에 거주하는 루산과 루루를 노리고 오두막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저돌적으로 흘러들어온 참이었다.
보편적으로 마물은 내가 이곳에서 만난 몬스터 아가씨들과 다르게 완전히 동물형의 자아가 없는 괴물들이었는데, 대게 판타지 소설에 보면 나오는 동물형 몬스터들이 이쪽에 속했다.
그리고 특이점이라면 영물은 자체적으로 자연에서 기운을 얻어 인간과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지식과 자아가 성장한 녀석들이었고.
마물은 반대로 악한 기운이나, 부정적인 기운에 침식 되어 자아를 잃고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증오하고 공격하는 상태가 된 녀석들이었다.
루산과 루루가 안드레아에게 3년 동안 많은 것을 배우는 동안 나도 덩달아 그런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꽤나 상황 파악이 여유로워진 참이었다.
비록 내 몸이 아니고 내 능력이 아니더라도, 보고 배우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기연이라면 기연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
사악.
루산의 몸에서 뻗어나온 마나가 마력으로 가공 되어 일순간 허공을 가르는 바람의 회초리가 되어 마물이 된 와일드 보어를 가격한다.
촤악.
바람의 회초리가 닿는 부분의 살갖이 찢겨나가며, 와일드 보어가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털면서 루산에게 돌진해 온다.
다음 마법을 위해 루산이 손가락을 허공에 젓는 동안, 보조 마법의 수식을 완성한 루루가 바닥에 두 손을 내려놓고 마나를 불어 넣자, 자그마한 장벽이 생기며 와일드 보어의 돌진을 1차적으로 막는다.
쾅!
산산조각 나는 돌의 장벽과 동시에 거칠게 머리를 터는 와일드 보어.
그리고 주문을 마친 루산의 마력과 함께 가공된 마나의 수식언이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불덩이.
말 그대로 배구공 크기의 커다란 불덩이가 와일드 보어의 머리에 부딪힌다.
그리고 거대한 맷돼지의 머리에 불이 달라 붙어 불의 투구라도 쓴마냥 거칠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꾸에에엑!"
비명을 토하며 와일드 보어가 바닥에 머리를 쳐박고 불을 끄기 위해 온 몸을 바닥에 비빈다.
곧바로 루산의 커다란 불덩이가 2차적으로 그런 와일드 보어의 몸통에 닿자, 화르륵 하고 처음하고 다르게 거대한 산불처럼 온몸에 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불꽃의 색깔이 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며 와일드 보어의 몸이 허물어진다.
깔끔하게 마법으로 마무리를 한 루산이 불이 꺼질 때까지 잠시 지켜보자, 어느새 지금의 모습만큼 거의 자라난 루루가 자리에서 방방 뛰면서 신나했다.
"오빠. 우리가 또 해냈어."
라기에는 거의 루산 혼자 해낸 것이었지만, 루산은 그런 루루를 향해 손을 내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어린아이 취급하는 루산의 태도에 루루의 입술이 삐죽거리는 것이 보였지만, 곧 이내 풀어지더니 히히 하고 웃는다.
그러고 보니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루산의 몸에 빙의한 상태로 그저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보니 슬슬 몸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근질 거리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현실로 돌아가면 나도 안드레아에게서 배운 지식대로 마법을 펼쳐보고 싶었다.
근데. 이 기억은 언제 쯤 끝나는 걸까?
지금까지 보았던 아라아라나 아우렌의 기억과 달리 그저 중요한 장면만 스윽 스윽 보여주는 것과 달리 마치 가상현실을 체험하듯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과거의 회상.
잠시 딴 생각에 빠져 있던 찰나에 어느새 와일드 보어에게서 타오르던 불길이 스르륵 잡히고 남은 마나의 일부가 루산의 손아귀로 돌아왔다.
"오빠. 근데 저기 와일드 보어 시체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 같은데."
그 말에 루산이 겉 모습이 검게 다 타버린 와일드 보어쪽을 바라보았다.
빗자루처럼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게 이어지던 갈기털도 전부 다 타버린 자국 그 위로 붉게 그을린 살점. 그 위로 뭔가 반짝 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러네?"
루산이 천천히 와일드 보어 곁으로 다가갔다. 그을린 살점의 냄새 때문인지 살짝 루산의 인상이 찌그러지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곧 도착한 와일드 보어 앞에서 루산의 눈동자가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충격적인 것을 발견 한 것 같은 모양새.
루산의 시야속에 보이는 와일드 보어의 등허리쪽을 바라보니 무언가 반짝이는 것의 정체가 보였다.
부러진 화살 촉 처럼 보이는 자국.
자루는 이미 부러지다 못해 자국만이 남아 있는 세모난 화살 촉의 반짝임에 루산이 재빨리 다가갔다.
그리고 바람의 마법으로 감싼 두 손으로 와일드 보어의 등 허리 쪽을 양옆으로 찢어내듯이 잡아당기자, 두부처럼 부드럽게 찢어지는 살점과 동시에 검게 그을린 혈액이 터져 나오며 갈고리 같이 끝이 살짝 휜 화살 촉의 모습을 드러냈다.
잔뜩 동요하는 감정으로 두 팔이 떨리는 루산의 몸 동작.
"이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