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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43화 (143/220)

〈 143화 〉 제 17화. 영혼의 그릇.(3)

* * *

"너는 뭐지?"

집채만한 크기의 늑대 위에서 태양을 등지고 어떤 한 존재가 안드레아를 향해 물었다.

"나?"

안드레아의 대답과 동시에 나는 그 존재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살짝 공중으로 날아올라 늑대 위에 올라탄 존재를 확인했다.

거대한 덩치에 TV에 나오는 전문 헬스 트레이너보다 훨씬 우락부락한 몸을 가진 녹색의 피부의 존재.

흔히 내가 판타지 영화나 게임에서 보면 나오던 오크를 닮은 존재가 늑대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래. 너 말이다. 너."

돼지처럼 생긴 들창코에, 맷돼지 처럼 튀어나온 거대한 송곳니, 그리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에 봉두난발처럼 검은색 흩날리는 머리카락.

오크라고 생각되는 그 존재가 다시금 안드레아를 내려다 보며 물었다.

"나?... 안드레아."

"이름 말고 너는 무슨 종족이지? 아니 어느 신을 섬기지?"

"신?"

"그래 너를 만든 존재말이다."

어떻게 보면 위압적으로 보이는 행동에도 안드레아는 전혀 주늑드지 않은 표정으로 오크를 올려다보았다.

"모르겠는데?"

"그럴리가 있나? 모든 만물은 신께서 빚어낸 존재이니, 나 또한 그렇게 태어난 존재이거늘."

그러면서 두터운 손을 내민 오크의 팔에는 불 모양의 문신이 거의 팔 전체를 뒤덮듯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것에서 기이하게 신성 같은 것이 느껴졌다.

슬쩍 오크의 곁으로 둥둥 떠서 가까이 다가가보니, 확실히 일반의 문신이 아니라 빛이 흘러나오는 것이 독특했다.

뭐랄까? 은은하게 빛나는 것이 일반의 문신이 아니라 특별한 현상. 즉 신성에 의한 것이라는 게 확실했으니까.

잠시 오크의 팔에 새겨진 문신을 살펴보는 동안. 잠시 고민하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던 안드레아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런 게 없는데?"

안드레아의 말에 오크가 잠시 그런 그녀를 내려다 보다가 이내 안드레아의 머릿결이 휘날릴 정도로 콧방귀를 흥 하고 뀌더니 문신이 새겨진 팔을 안드레아를 향해 내밀었다.

"나는 오크 종족. 투루카다. 오크들 사이에서는 태초의 오크라고 불리지."

"오크... 투루카."

오크라는 종족과 그의 이름을 되새김질 하던 안드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투루카다. 넌... 종족이 없는 것 같으니 그냥 이름인 안드레아라고 불러주마."

그러면서 내민 팔로 악수를 하자는 듯이 투루카가 손을 내밀어 흔들었지만, 그런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자, 투루카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가만히 목각인형 처럼 서 있던 그녀의 손을 낚아챈 뒤 붙잡고 흔들었다.

"이것이 인사다. 서로 손을 내밀고 붙잡은 다음에 흔든다. 너에게 신이 있다면 이런 기본적인 예의는 알려 줬을 텐데. 정말로 신이 없나 보군."

투루카가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붙잡고 흔들자, 안드레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인사..."

"인사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진 않겠지?"

"그 정도는 알아."

퉁명하다고 할수 있을 정도로 뾰루퉁하게 대답하는 안드레아를 보고 투루카가 송곳니가 턱에 삐죽 튀어나올 정도로 미소를 지었다.

물론 바라보는 내게 있어서 그 미소가 뭔가 사악한 악당의 미소처럼 보였지만.

그 후로 시간이 흘렀다.

처음 오크 마을에 도착한 안드레아는 수 많은 오크들이 동물의 뼈 같은 것 따위에서 태어나는 것을 보았으며, 그 뼈와 나무로 만들어진 작대기 위에 파랗게 불타오른느 불씨가 그들을 만든 신의 화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푸른 불꽃.

어마어마한 신성력을 뿜어대던 그 푸른 불꽃은 오크가 늘어날 때마다 점차 약해졌고, 오크들은 그런 신성한 횃불을 성심성의껏 모시며 제사를 지냈고.

어느 순간 부터 뼈와 피의 웅덩이에서 태어나던 오크들이 사라지고, 남 녀로 나뉜 오크들이 직접 교배하여 잉태한 오크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자, 신성력이 가득했던 횃불은 그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그 후에 태초의 오크였던 투루카가 오크의 제사장이 되었고, 신과 유일하게 소통하는 오크로 남게 되었다.

그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던 안드레아는 어느새 10살의 어린 아이에서 18살 쯤 되어보이는 소녀로 자라나 있었다.

"떠나려는 건가?"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것인지 처음 만났을 때 청년 오크 정도 되어보이던 투루카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 오크가 되어 있었다.

"응. 나를 만든 신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날 거야."

오크와 함께한 시간이 수십 년이 흘렀기 때문일까? 안드레아가 마을을 떠난 다는 소식에 수 많은 오크들이 몰려와 그녀를 배웅하였다.

그녀가 피의 웅덩이에서 탄생하는 것을 보았던 오크도, 그들의 자손으로 직접 뱃속에서 태어난 오크들도.

다 같이 그녀를 배웅하면서 아쉬워 했다.

생김새나 모양은 달라도, 그녀는 투루카의 친구. 어떻게 보면 신이 만든 태초의 무엇인가 였기 때문이었다.

"우리보다 늙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저 세계수에서 태어난 엘프라는 아이들과도 비슷한 것 같지만 또 다르구나."

투루카는 나이를 먹으며 현명해졌다. 그들의 주변에 살고 있는 세계수와 엘프들이란 존재를 알게 되었고, 몇번의 접촉이 있었지만, 결국 최근에는 그 관계가 분쟁까지 변질되어 있었다.

그것은 오크의 신성력이 가득했던 횃불이 사라진 것과 비슷한 시기였기에, 안드레아는 많은 것을 고민하게 되었다.

신을 잃은 이들은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신을 아직도 섬기는 이들은 어떠한가?

오크들은 신을 잃었지만 자유를 얻었고, 그 자유 속에서 신을 섬겼다.

엘프들은 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지만 속박된 삶을 살고 있으며, 맹목적으로 신을 섬긴다.

시간이 더 흐르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관계였지만,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도 목적도 없어져 버린 안드레아는 여행을 택했다.

그녀가 겪었던 모든 기억과 생각과 이념들이 내 마음속에도 자리 잡힌다.

그녀가 했던 고민과 행동들을 보며, 나는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이 자리 잡혔고, 신에 대한 개념과 신을 모시는 이들의 행동들이 뇌리속에 각인 되었다.

이제 나도 어엿한 반신에 올라서일까?

왠지 반신이라는 인턴 사원이 되어서 신이 되면 해야 할 일들을 인수인계 받듯이,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스폰지처럼 흡수했다.

태초의 존재들은 전부 반신이 되었다.

안드레아 처음 만났던 설치류는 맹금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어느순간 숲의 수호자가 되었고, 설치류를 놓쳤던 맹금류는 높디 높은 산에 자리잡아 바람의 지배자가 되었다.

세계수에서 만났던 태초의 녹색 빛깔의 엘프들은 인간들처럼 피부가 살색으로 변하고, 좀 더 인간답게 변했으며.

근육질이었던 투루카는 지혜롭고 총명한 늙은 오크가 되어, 새롭게 태어난 좀 더 작아진 오크들을 통솔했다.

처음 만났을 때 오우거처럼 커다랬던 오크들이 세를 거듭하면서 작고 더 탄탄해진 것이었다.

안드레아는 그 모든 변화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떠날때 오크들에게 몇가지의 물건들을 받고 떠났다.

그녀의 거적대기 같던 흙빛의 로브는 짐승의 가죽으로 잘 만들어진 옷으로 변해 있었고, 등에는 거대한 뱀의 꼬리로 만들어진 역삼각형 모양의 배낭이 매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하염없이 들판을 걸었다.

오크들에게 이미 이 주변에 대해 몇십 년에 걸쳐 설명을 듣고 상황을 듣던 안드레아였기에 이번에는 좀 더 멀리.

오크들이나 엘프들조차 닿지 않았던 곳으로 향하기 위해 걸음을 나섰다.

두둥실.

풍선처럼 떠오르는 몸으로 오크들의 보금자리를 떠나는 안드레아를 따라서 계속해서 들판을 걸었다.

풍요롭던 갈대 밭을 지나, 푸른 목초가 자라난 초원의 지대에 들어서자 전처럼 따스했던 날씨 대신에 약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고산 지대로 곧바로 배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알프스가 이러했던가?

눈 덮인 푸른 산과, 녹색으로 자라난 어마어마한 초원 지대 뒤에 놓인 새하얀 눈덮인 설산.

하늘은 너무나 하얗고 푸르러서 보는 이마저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졌고, 그 아래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기는 안드레아의 걸음도 경쾌해졌다.

처음 여신상이 머물던 신전 같은 곳에서 탈출했을 때와는 너무나 달라진 그녀의 모습과 행색.

그리고 오크들과 함께하면서 기본적인 생명체의 지식과 생존법을 익힌 그녀는 끝없이 펼쳐진 녹색과 하얀색의 배경 속에서 눈빛을 빛냈다.

그런 초원에서 그녀가 처음 발견한 것은 내 판타지 상식에 존재하는 말 그대로 거대한 황소의 모습에 이족보행을 하고 있는 미노타우르스의 모습이었다.

쿵. 쿵. 쿵.

오크와는 또 다른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몸을 하고 있는 미노타우르스들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와 길을 막았다.

"너는 뭐지?"

오크였던 투루카 때와 다르게 그녀의 주변에 둘러싸듯이 모여든 수십의 미노타우르스가 그녀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압박하며 물었다.

"나는 안드레아야."

"이름? 이름이 있단 말인가?"

투루카 때와는 또 다른 반응. 투루카는 종족과 자신을 만든 신에 관심을 보였다면, 미노타우르스는 그녀가 말한 이름에 관심을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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