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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45화 (145/220)

〈 145화 〉 제 17화. 영혼의 그릇.(5)

* * *

그 이후루 안드레아는 하나 하나 아기를 들어올리며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때마다 아기에게 신성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드레아의 반쪽 피부가 지금의 것처럼 좀더 썩어들어가듯이 검붉게 변했다.

처음에 여신상에게 쫒겨 나올때까지만 해도 복숭아빛처럼 약간 검붉은 것처럼 보이던 피부가 그렇게 변질되어가면서 점차 안드레아의 동공이 수축하기 시작했다.

"꺄하하하... 넌... 넌 우라스 란다."

마지막 아기를 들어 올릴때에는 광기와 집착까지 느껴질 정도로 기괴한 표정으로 웃는 안드레아의 모습과 함께, 이번에는 그녀의 반쪽 피부에서 새어나온 어두운 기운이 미노타우르스 아기에게 흡수 되었다.

순간 그 모습에 미노타우르스 부부가 흠칫 거렸지만, 안드레아의 두 손에 들려 있던 미노타우르스는 이내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침착한 모습으로 자신의 이름에 흡족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

"고...고맙습니다."

마지막에 우라스라 이름을 받은 미노타우르스의 뿔이 검붉게 변하고, 눈이 빨갛게 충혈되기 시작한 모습에 약간 떨떠름한 기분이 느껴지는 미노타우르스 걸의 감사 인사와 함께.

다시금 안드레아의 모습이 마치 몸에서 영혼 하나가 빠져 나간 것처럼 김빠진 상태로 변했다.

"아아... 응. 그래."

원래처럼 반쪽짜리 피부가 검붉은 상태에서 살짝 연해진 상태가 된 안드레아가 자신의 피부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마지막에 자신에게 이름을 부여 받은 미노타우르스 아기를 바라보았다.

그랬다가 얼마 안 있어 흥미가 떨어진 것 같이 그 아기를 다른 아기들이 보관된 요람 안에 내려다 놓았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알 수 있었다.

안드레아는 그래.

인간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혹시 태초의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야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그녀는 태초의 인간이나, 마녀 따위가 아니었다.

얼마 후 미궁에 머물면서 아이들의 상태를 지켜보던 안드레아는 드디어 미궁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면서 이름을 받게 된 미노타우르스들도.

처음 만났던 미노타우르스 부부의 느낌처럼, 이름을 받은 미노타우르스와 미노타우르스 걸 아기들은 미궁의 수호자라는 직책에서 벗어나 미궁 밖을 24시간 있어도 문제가 없었다.

"떠나시나요?"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살펴보던 안드레아의 시선에는 마지막 자신의 검은 기운이 스며들어간 검은색 뿔의 미노타우르스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반신.

어쩌면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반신의 경지에 올라 있지 않았을까?

추측일 뿐이지만, 그녀는 그래.

"응. 떠날 거야. 신을 찾아야 되거든."

찾을 수 없는 신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안드레아는 쉼 없이 떠돌아다녔다.

눈 덮인 설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설인들을 만났고, 눈 덮인 산 위에서는 요정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다음 밀림 지역에서는 수인족들을 만났고, 늪지대에서는 리자드맨을, 활화산의 입구에서는 드워프들을 만났다.

그렇게 수십 개의 종족들을 만나며, 가끔은 투루카 같은 태초의 존재를 만나기도 하고, 미노타우르스들처럼 신의 어떠한 이유로 만들어진 종족들도 만났다.

그럴때 마다 안드레아는 그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본래 그것이 신의 능력이라는 것도 모르는 그녀는 반신의 위치에서 힘을 낭비했고, 그 결과 그녀는 처음과 달리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거의 모델 뺨치게 늘씬하게 자라난 키와 목각인형처럼 가녀리면서도 우아함과 기품이 풍겨져나오는 몸매.

그리고 그녀는 속이 비칠듯이 아슬아슬한 하얀 실로 만들어진 원피스를 입은 채 길을 걷고 있었다.

도저히 여행자라고 하기에 너무나 깨끄하고 아름다운 몸으로 여러 종족들을 둘러보며 기적을 일으키고 다니던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신의 대리인이 되어 있었다.

한편에서는 그녀 또한 자신이 신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녀는 여행의 마지막에서 만난 그들을 보고 그런 생각을 접게 되었다.

인간.

그녀의 여행이 너무나도 길었던 것일까? 태초의 오크 투루카의 부족이 거의 원시 시대였다면, 벌써 중세 시대 수준의 성장을 마친 인간들을 거대한 성과 성벽을 지어두고 그녀의 길을 막아세웠다.

이 곳을 넘어야 다시금 그녀가 처음 여행을 시작했던 숲으로 갈 수 있음에 그녀는 별다른 생각 없이 성문에 서서 인간들을 만나게 되었고, 경악헀다.

"이 곳엔 무슨 일로 오셨수?"

도개자가 내려가 있는 성문, 보초병 또한 한 명 밖에 없는 한산한 분위기의 성문 앞에 도달한 그녀는 자신과 똑 닮은 살색 피부에 팔 다리를 가진 인간 병사를 바라보며, 자그마한 동공을 파르르 떨었다.

"닮았어..."

곧바로 자신의 팔 다리를 내려다 보며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져 보는 안드레아의 행동에 조금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병사가 수상한 사람을 보는 듯 이맛살을 구겼다.

"보아하니 이 지방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가까이 다가오던 병사가 순간 그녀와 시신을 마주하자 온 몸을 가볍게 떨었다.

분명 사람을 똑 닮은 모습이지만, 눈의 반이상 차지하여야 할 동공이 좁쌀 만큼 자그마했고, 새하얀 대리석 같은 피부와 대조되는 반쪽의 검붉은 색의 피부.

어떻게 보면 화상을 입은 자국 같지만, 그것과 달리 생물학적으로 뭔가 기묘할 정도로 거북함을 느낀 병사가 순간 들고 있던 창의 손아귀를 굳건하게 쥐면서 신중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접근했다.

"사람이오?"

그녀는 잠시 그와 자신의 다른점을 비교해보다가 이내, 지금까지 마주했던 다른 종족들보다 가장 자신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선 그들이 지은 것으로 보이는 성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태어났던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신전 같은 건물. 그리고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석상들과 비교하면 이들은 칠흙빛깔의 투박한 성과, 내부로 조형물이 보였지만 그것마저도 지금까지 만났던 다른 종족들과 확실히 다른 차별점을 두고 있었다.

"사람이라는 게 당신 같은 존재를 지칭하는 말입니까?"

여행을 다니면서 그녀는 성장했고, 그리고 인사 뿐이 모르던 그녀는 예의라는 것을 배웠고, 그 외에도 수많은 지식과 견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오."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안드레아의 모습에 신경질적으로 변한 그가 인상을 팍 쓰면서, 조심스럽게 다른 손으로 성벽에 매달려 있던 줄을 잡아당겼다.

­댕. 댕. 댕.­

그리고 곧 성벽 주변에 울리는 요란스러운 종소리와 함께 성벽 위와 그 근처에서 또 다른 병사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한스?"

성벽에서 부리나케 뛰쳐나온 병사 셋 중에 하나가 재빨리 한스 뒤에 붙어서며 물었다.

"저거... 인간이 아닌 것 같아."

그 말에 다른 한스를 불렀던 병사 하나가 이마와 코를 가리던 투구의 덮개를 살짝 벗어서 안드레아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와 동시에 그 병사 뒤에 붙은 한스와 두 병사또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쥐고 있는 창대를 비스듬히 겨눈 상태로 안드레아에게 다가갔다.

"그렇지?"

안드레아가 잠시 흥분해서 주변을 살펴보는 동안 가까이 다가간 병사가 스윽 안드레아를 훑어보았다.

"모...모르겠네."

그 말에 뭉쳐 있던 네 병사가 좀 더 서로 밀착하면서 침음을 삼켰다.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을 훑어보던 안드레아가 자그마한 동공을 휙 돌려 네 병사를 바라보았다.

"앗. 어느사이에 네 사람이나 되었군요?"

"으엇... 억!"

그 말과 뭔가 괴기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는 것 같은 안드레아의 표정에 한 병사가 지레 겁을 잡아먹고 뒤로 벌러덩 넘어지자, 덩달아 나머지 세 병사도 서로 움직임에 걸려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고 있던 안드레아가 넌지시 말을 내 뱉었다.

"아닌가?"

그리고 표정을 알 수 없는 섬뜻한 미소에 네 병사가 일어날 생각도 못한 채 제자리에서 벌벌 떨었다.

안드레아는 여러 병사의 호위와 함께 성문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왕국이라고 보기엔 조금 자그마한 왕성과 성문 안으로 드러난 내성의 마을 구조는 제법 단촐했다.

방금 전 안드레아가 나타났을 때 나타났던 병사가 최소한의 수비 규모 였는지, 마을 안에 들어서자 수십 채에 달하는 집과 인적이 드문 마을의 길이 나타났는데.

병사들의 안내에 따라 마을 안 대신에 성벽 근처에 있던 초소 건물로 보이는 곳으로 안드레아는 이동했다.

병사들 보다 머리 하나는 커 보이는 키 때문인지 초소 문에 들어설 때 살짝 고개를 수그렸던 안드레아는 내부에 보이는 원목으로 만들어진 탁자와 의자를 보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엘프들 보다 투박하며, 드워프들 보다 정교함이 부족한 그런 가구들을 보면서 안드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또한 기술을 익혔다면 이 정도였을 것이라는 생각.

그러자 자신을 이리로 데려온 사람들이라는 것이 자신의 종족이 맞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제는 이 미묘한 표정만 보아도 안드레아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지금 안드레아가 상상하는 것들을 추리할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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