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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50화 (150/220)

〈 150화 〉 제 1화. 귀환. (2)

* * *

철퍽.

충격을 덜어내기 위해 발바닥을 슬라임의 신체를 불러오자,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단번에 광화문 사거리를 뛰어넘어 경희궁 입구에 몸이 착지했다.

날아오는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내 쪽을 스윽 쳐다보는 것이 보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를 보듯이 스윽 보았다가 고개를 돌렸다.

내가 알던 지구의 상식대로라면 이미 난리가 났어도 골백번은 났어야 하는데, 오히려 내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보였다.

뭐지?

혹시 지구로 온다고 생각했는데, 지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날아온 것일까?

주변을 살펴보았다.

무언가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은 주위의 배경.

건물들도 크게 변하거나 사람들의 복장 또한 크게 바뀐게 없어보였다.

다만 일반 도로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복장이 전보다는 과감하고 패셔니해졌다는 점?

경희궁이 있는 큰 도로변으로 걸어나와 주변을 살펴보고 있자, 몇 몇 사람들이 시선을 마주치더니 이내 불쾌한 표정을 짓고 지나간다.

음...

검은 정장의 회사원 차림이라 별 문제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면 내 얼굴이?

잠시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만지작거리다가 슬라임의 능력을 사용해서 살짝 이목구비를 만져댔다.

초기? 의 내 얼굴보다 좀 더 코도 높이고 눈도 큼지막하게 만들어서 연예인 뺨치게 끔 커스텀을 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날 바라보던 시선이 조금 좋은 쪽으로 누그러들었다.

역시 세상은 외모지상주위인가?

슬프지만 셀프 성형을 마친 얼굴로 도로를 천천히 걸었다.

얼굴도 바꿔 놓았으니, 아까 그 형사들을 만나거나, 아까 전 광화문에서 내 모습을 촬영하던 이들이 보아도 나라고 쉽게 짐작하지는 못하겠지.

집에 돌아가면 원래대로 얼굴을 바꿔야겠다.

그나저나 당분간 밖에 돌아다닐 때는 어쩔 수 없이 성형을 해야겠네.

천천히 서대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주위 배경을 계속해서 둘러보았다.

내 기억속에 서대문과 광화문을 비교했을 때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건물이 조금 바뀐 것 같은 느낌과 사람들의 분위기가 바뀐 것. 그리고 간혹 너무나 튈 정도로 독특한 옷을 입은 이들도 보였는데, 그쪽으로는 사람들도 간간히 시선을 주는 걸로 보아, 그냥 그 사람들이 독특하게 입고 다니는 것 같았다.

핸드폰이라도 있으면 뭐라도 검색해볼텐데...

이 근방에는 PC방도 없던 기억이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뒤져보다가 지갑이나 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집에가면 키도 없는데... 그건 뭐 어떻게든 해결 하면 되겠지만.

몇 가지의 방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이내 서대문 사거리에 도착하고나서야 이세계로 빨려들어가기 전과 달리 크게 바뀐 것이 보였다.

여기에 분명 우체국이 있던 자리 같은데...

거대한 우체국 건물이 있던 자리. 1층에는 햄버거 가게가 있고, 맞은편이 회사들이 많아서 사람이 한창 북적대던 그 곳에 알 수 없는 용도의 거대한 탑이 세워져 있었다.

남산 타워 같은 탑이라고 해야하나?

거대한 피뢰침 같이 생긴 탑.

판타지 세계나 중세시개에 나오는 그런 탑이 아니라, 확실하게 현대의 방식으로 지어진 특이하게 생긴 탑이었다.

다만 간간히 문양이라고 해야하나? 외벽에 그려진 문양 같은 것이 현대의 배경에 안맞게 독특했다.

"호오."

독특한 문양을 따라 스윽 눈을 흘기다보니, 무언가 반짝하고 외부로 흐르는 모습이 보였다.

마나의 흐름.

분명 루루의 기억속에서 보았던 안드레아의 마법 수업에서 보았던 마법진 같은 느낌이랄까?

근데 그려진 방법이나 규모를 보면 또 마법진은 아니다.

특이하다. 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뭔가 기묘한 마나의 흐름. 강제적으로 붙잡는 마나의 흐름도 흐름이었지만, 무언가를 보호하듯이 탑의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는 것도 신기했다.

좀 더 가까이 걸어가다 보니, 점타 탑의 크기가 커졌다.

그러고 보니 미궁은 어떻게 된 걸까?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해서 지구로 돌아오게 된 걸까?

마지막에 분명 그러니까...

기억이 또렷하지 않다.

왜지?

안드레아가 내 적이고 루루의 오빠인 루슈 또한 내 적이며, 이상한 현상이라는 권능으로 무언가를 한 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 외에 기억은 뒤죽박죽이다.

우욱...

기억을 떠올리려 하자 속이 울렁거린다. 안드레아의 기억을 엿본 탓일까? 그 때의 기억과 동시에 이세계를 만든 창조신의 기억의 파편이 머릿속을 뒤흔든다.

그리고 무언가 계속 머릿속을 침식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서대문 사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사람이 별로 없는 골목길로 접어든 다음 머리를 살짝 털었다.

그러자 뭔가 파직하고 머릿속을 침투하는 느낌이 들었다.

[노...놀랍군요.]

뭐랄까? 기계음이 섞인 어떤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눈 앞에 무언가 홀로그램 창 같은 것이 파지직 하고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이거 어디서 분명 본 것 같은 현상인데...

목소리는 완전히 처음 듣는 목소리다.

"누구지?..."

[저는 지구의 신. 메타버스에요.]

"메타...버스?"

메타버스면... 그 한창 지구에서 열을 올리던 무슨 가상 세계 같은 거를 말하는 단어아니였나?

[네. 메타버스. 인간들의 염원으로 탄생한 새로운 신이에요.]

미친...

아니지.

나는 이세계에서 창조신을 만나면서 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과정을 얼핏 보았다.

메타버스... 메타버스라...

그것도 하나의 신이 될 수 있는 걸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지구는 이세계인들에게 침공당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를 도와서 이세계의 침공을 막아주세요.]

이게 무슨 개소리지?

이세계인들에게 침공당하고 있다니?

그러고 보니 광화문에서도 나를 보고 이세계인이 아니냐 하고 외쳤던 형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뭔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목소리를 살짝 죽이면서 골목길에 지나가는 사람을 피해 좀 더 으슥한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혹시나 혼잣말을 하는 걸 들으면 미친놈 보듯이 할 게 뻔하니까.

[그러지 않으면 지구는 멸망합니다.]

"..."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구가 멸망할 수 있으니 나보고 도와달라니. 이게 무슨 개 뚱딴지 같은 소리냐.

이세계. 그것도 미궁에서 겨우 살아서 어떻게 돌아오자마자 지구가 멸망한다니?

[당신은 이세계에 용사로 불려 갔으니 알 거 아니에요. 이세계의 존재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위험하다라?

위험한 걸까?

내가 미궁으로 소환되고 나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분명 목숨이 위험한 경우는 있었다.

처음 슬라임에게 끌려가 빨래라는 이유로 탈탈 털리고, 자지 용사니 뭐니 하면서 이리저리 털리고 다니고...

생각해보니 엄청나게 파란만장한 일대기 였구나.

"내가 알고 있는 지구의 지식으로 총이나 대포 같은 것이라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 같은데."

[마나라는 이질적인 힘 때문에 과학만으로 해결 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마나? 마나가 문제가 될 수 있나?"

[네. 총이나 대포 같은 것들은 물리적 충격에 의해 피해가 발생 되는 것인데, 마나의 힘은 대부분 기본적인 물리적 충격을 줄여주니까요.]

물리적 충격을 줄여준다라?

[지구와 이세계의 행성이라는 물질 값 자체가 달라요. 당신은 이세계에서 소환 했기 때문에 그 물질값을 소환으로 통하여 변환 받았지만, 지금의 이세계인들은 그 물질값이 적용되지 않은 상태로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마나를 가진 이세계인들은 전부 기본적으로 총에서 자유롭다는 거에요. 물론 폭탄 같은 경우는 다르지만, 탄의 회전값이 마나에 닿는 순간 물질값의 변질로 인하여 회전력과 위력이 절감 된다는 말이에요.]

길게 설명을 해오는 메타버스라는 신의 말에 살짝 머리가 어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이세계인들에게는 총이 안통한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아예 타격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세계인 기준으로 총은 그냥 돌팔매질 수준으로 바뀐다고 해야하나? 그것도 마지막에 변질되는 순간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마나 감도가 높은 인간들의 경우는 매트릭스 처럼 총알까지 피한단 말이에요.]

열심히 마나라는 이질적인 힘에 대해서 설명해오는 메타버스라는 신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어느새 커다란 아파트 단지가 눈 앞에 펼쳐졌다.

분명 지구에 있을 때는 없던 건물 같았는데.

더욱이 아파트의 형태가 굉장히 독특했다.

어렸을 적에 보았던 엑스포에 보았던 미래형 건물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모양으로 지어져 있는 건물들이었는데, 유리창 마저 무슨 코발트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 독특해보였다.

"지금이 몇 년도지?"

분명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지구의 년도는 2042년.

설마 아니겠지만, 1년이 지나진 않았겠지?

1년이 지나면 내 로또는...

순간적으로 로또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다리가 바빠졌다.

[지금은 2043년이에요. 김지호씨. 당신이 이세계로 끌려간지 1년이 지났어요.]

미친...

로또 당첨금 수령 기간이 1년 아니었나?

좆 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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