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 제 1화. 귀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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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어찌 됐든 간에 결과적으로 내 슬라임 세 딸이 지구로 먼저 넘어온 것 같다.
날자는 대충 보아도 내가 사라진 시점에서 얼마 되지 않은 것 같고.
지금 내 집이 이렇게 된 것에는 이 슬라임 딸들의 영향이 있던 것 같다.
그나저나 헌터니 차원문이니 하여, 지구는 무슨 현대 판타지 소설처럼 바뀐 것 같고.
그 와중에 내 세 딸이 잘 적응하여 잘 살아가고 있기는 한 것 같은데.
보니까 이와중에 인터넷 방송에 헌터일 까지 했던 것 같다.
슬라임걸즈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다양한 기사가 떠올랐는데, 걔 중 맴버에 대한 이야기나 이세계의 이종족에 대한 이야기도 간간히 끼어 있었다.
일단 1년 전 차원문이 생겨나고 헌터가 나타난 이후, 우호적인 이세계인들과 이종족들이 나타났고, 함께 잘 어우러지다가 근 한달 전쯤, 이세계의 용사들이 나타나면서 시스템이 우호적인 이세계인들과 이종족들까지 적대적 세력으로 설정했다고 했지?
그 전에는 시스템은 우호적인 이세계인들과 이종족들은 우호적인 아군으로 표기했던 것 같다.
이 시스템이라는 것은 뭐 안 봐도 뻔하지만, 메타버스가 펼치는 권능중에 하나겠지.
근데 그 와중에 이 슬라임걸즈를 비롯한 길드에 속해 있는 몇 몇 이종족들은 적대세력에서 제외 되어 또 논란이 있었던 것 같다.
서울 길드였나?
보통 길드는 지역 단위로 묶여져 있고, 그 안에 클랜, 그리고 그룹으로 세분화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전부다 영어 단위로 되어 있는게 좀 특이한데,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다보니 미국에 맞춰서 랭크나 규모가 정해진 것 같다.
아니면 시스템인 메타버스가 그렇게 규정했거나...
그건 좀 너무 간 생각인가?
슬라임걸즈를 계속 검색하다보니 세 명의 내 딸과 매니저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는데, 매니저를 따로 검색해보니 내가 아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김지나.
내 친 여동생의 이름이다.
어째서 내 딸 들과 함께 슬라임걸즈라는 그룹의 매니저로 있는지 모르겠는데, 확실한 건 매니저 또한 헌터여야만 소속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헌터... 내 여동생이 헌터가 됐단 말이지?
아까 전 헌터에 검색했을 때 보니, 지구의 대부분의 인간이 차원문이 열리면서 각성을 했다고 나와 있었다.
그 분류에 대해서는 초능력을 사용하는 능력자, 신체적인 능력이 초인급으로 변한 기사, 그리고 마나를 이용해 초월적인 마법을 사용하는 이들을 마법사.
이 세가지의 능력을 가진 이들 중에서 일반인의 범주를 뛰어넘는 자들이 다시 헌터로 분류 되었다.
즉 각성자라고 모두 헌터가 아니고, 각성자 중에 5% 정도 되는 인원만이 헌터로 활동중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외에 빌런이라 불리는 악당들도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뭐 논외로 치고.
헌터는 보통 차원문을 통해서 들어온 이세계의 몬스터를 때려잡는다.
간혹 던전이나 필드형 던전을 공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거의 길드나 클랜 단위로 이루어지고, 그룹의 경우는 평범하게 필드의 몬스터를 때려잡는다.
슬라임걸즈도 일단 길드 소속이지만 그룹으로 활동하니까.
필드에서 몬스터를 때려 잡는다는 소리인데.
몬스터랑 미궁에 있던 몬스터랑은 또 다른 건가?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이세계에 있을때 미궁 밖으로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김지호씨. 지금 가지고 계신 지갑으로 가상화폐를 이동했어요.]
"오오... 그래? 마침 물어볼게 있어서 기다리고 있던 중인데."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잘 모르겠는건 직접 모르면 그만이지.
"혹시 슬라임걸즈라고 알아?"
[아, 그거라면 알고 있어요. 김지호씨... 의 딸 들 맞지요?]
"응. 맞는 거 같아."
[네. 알고 있어요. 그래서 특별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는 걸요.]
"아 그거에 대해서 물어볼 게 있는데."
[네. 말씀하세요.]
"내가 이세계에 끌려가고 나서 차원문이 열렸다고 했잖아?"
[네. 맞아요.]
"그걸 너는 침략이라고 말하고 있고, 그거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말해 줄 수 있어?"
[네. 알았어요. 그러니까 김지호씨를 비롯하여 지구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이세계로 끌려 갔어요. 이에 대해서는 제가 신으로 태어난 이후 알게 된 상황이었고, 그 이후로 옛신께서 당신에 대한 존재에 대해 알려주었어요.]
"옛신이라면 삼신할매 맞지?"
[네. 맞아요. 당신이 이세계에 소환 당한 것을 알고, 그쪽 세계의 신이 부재중인 순간을 틈 타 용사라는 가명으로 사도로 임명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이세계의 상황과 지구에 닥칠 위기에 대해 제게 알려주셨어요.]
"그럼 혹시 지금도 삼신할매와도 연락이 되는 거야?"
[아니요. 이세계에 소환되었던 용사들이 차원문을 넘어오기 시작하면서 연락이 끊겼어요. 그리고 그 넘어온 용사들은 지구의 인류를 향해 적대선언을 한 상태이고, 그에 맞춰서 그들을 따르는 이세계인들과 이종족들이 인류를 학살하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네. 그 전까지 차원문이 열렸을 때는 몬스터라고 자아가 없는 몬스터들을 위주로 토벌하고 그 차원문을 통해서 흘러들어온 이세계인들과 이종족들은 말이 통하는 선에서 인류가 알아서 선택할 수 있게끔 했어요. 그런데 이세계로 소환되었던 용사가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모든 이세계인들과 이종족들이 아군과 적을 구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일단 전부 적대 세력으로 규정한 상태이구요.]
"그 상황에서 우호적이었던 이세계인들과 이종족들과도 마찰이 있던거고?"
[네. 맞아요. 아직도 선별 중이긴 한데, 길드에 속해 있는 이종족들이나 이세계인들 같은 경우는 일단 아군으로 설정해 놓은 상태에요.]
메타버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제주도를 점령했다는 그 이정혜양이라는 이세계의 용사는 아마 내가 알고 있는 그 여자 용사가 맞는 것 같았다.
왕국에 소환당해 마왕을 빈사 상태로 몰아간 후 왕국을 전복시킨 후에 제국을 침략한 여자 용사.
심지어 나와는 악연으로 묶여 있는 상태였다.
미궁에 있던 나를 권능으로 죽이려 했고, 심지어 자신의 부하들과 병력들까지 미궁에 투입시켜 나를 죽이려 했다.
"이세계에서 귀환한 용사들에 대해서 알려 줄 수 있어?"
[아, 그거라면 김지호씨가 아셔야 할 게 몇 가지 있어요.]
"응. 뭔데?"
[일단 열린 차원문에도 종류가 있답니다.]
"종류라니? 뭐 필드형이나 던전이거나 이런 식?"
[네. 그것도 종류에 하나긴 한데, 아직 인류에게는 알리지 않은 사실이지만, 이 차원문은 한 세계에서 열린 차원문이 아니에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김지호씨가 소환되었던 이세계 말고도, 다른 이세계가 존재한다는 말이에요.]
"응?"
메타버스의 말은 장황했다.
그러니까 지구라는 별은 하나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멀티버스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만화나 소설에서 본 것 같은데. 그것과 관련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던 메타버스는 그 와중에 신들이 선택과 집중을 위해 떠난 지구들을 모아 연결했는데.
그것이 세컨드 멀티 지구라는 이야기를 했다.
신이 없는 지구들은 대부분 수명이 정해져 있었고, 그를 타계하기 위해서는 지금 나와 대화중이던 새로운 신을 출몰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충족된 것이 내가 머물던 이 지구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세계에 소환되었던 용사들은 그 세컨드 멀티 지구에서 소환되었던 인간들이었고, 그들의 지구는 현재 신이 없기 때문에 이세계에서 반신에 자리에 오름과 동시에 신이 되기 위해 이 지구를 침공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니까 그들이 신이 되어 자신이 살던 지구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 곳의 지구는 수명이 다해 언젠간 멸망을 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다행히 내가 머물던 이 지구는 새로운 신이 탄생함에 따라 수명의 한계에서 벗어났지만, 덕분에 새로운 신이라는 자리 하나를 위해 모든 세컨드 멀티 지구의 침공을 받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냐고 멀티버스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내가 이세계에서 인간들의 소환했다는 용사들이 서로 다른 지구에서 소환된 용사들이고, 그렇기에 다짜고짜 나를 보자마자 죽이려고 하던 여자 용사를 떠올리면 뭔가 말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같은 지구에서 소환된 용사인데 보자마자 죽이려 한다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
[아마 그들도 이세계에서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는 아마 제가 탄생한지는 몰랐을 거에요. 몇 몇 이세계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은 신이 되기 위해 이세계에서 신을 찾아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러다가 이 곳 지구에 신이 탄생했고, 너를 죽이고 신의 자리를 빼앗아 자신의 지구로 돌아가려 한다. 이 말이지?"
[맞아요.]
정말이지 골치가 아프게 되었다.
솔직히 멀티버스니, 세컨드 멀티 지구니 뭔가 허황된 말처럼 느껴졌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지구를 침공하여 인류를 적대하는 용사들을 보면 그럴싸한 이유로 들리기도 했다.
자신이 신이 되지 못하면 원래 살던 지구가 멸망할 거라니.
그걸 위해 다른 지구를 침공한다라...
어째서 그들이 이세계에서 자신을 소환한 인간 신을 배신하면서까지 신을 찾아다녔는지 알 것 같았다.
근데 아쉽게도 안드레아의 계획으로 인해 이세계에 남은 신들은 없었지. 심지어 창조신 조차 안드레아에게 죽음을 맞이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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