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55화 (155/220)

〈 155화 〉 제 1화. 귀환. (7)

* * *

왁자지껄이라는 말이 이럴때 어울릴 단어일까?

순식간에 조용하던 거실이 북적대면서 순식간에 이야기 장이 되어버렸다.

주된 대화는 물론 내가 미궁에 있을 적에 대화였고, 여동생은 처음에 잔소리 이후에 조용히 하고 내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중간중간 슬라임 에실리나 보미가 내 이야기에 끼어들어 질문을 던졌고, 나는 아는 선에서 많은 것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신에 대한거나 마지막에 창조신에 대한 것은 일부 고의적으로 빼놓고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것은 굳이 알필요가 없는 이야기일 뿐더러, 설명하기엔 나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안드레아와 레미의 싸움을 끝으로 내가 미궁보다 먼저 지구로 넘어왔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미궁 소환까지는 앞으로 92일 남아써. 아빠."

하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인터넷으로 확인한 내용이었다.

"그러면 엄마도 그때 같이 오는 거야?"

이번에는 에실리의 말이었다.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변동이 없다면 아마 그럴 것이었다.

다만 차원문을 통해 넘어오는 과정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메타버스에게 물어보는 쪽이 확실할 듯 싶었다.

"그나저나 오빠. 진짜로 이세계로 넘어갔던 거구나."

내 여동생의 안타까운 목소리와 함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고생도 이런 개고생이 없었지.

누구는 거의 전투가 없이 섹스만 해서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섹스가 목숨을 건 섹스였으니 문제였다.

삐끗하면 곧바로 목숨을 잃거나, 아니면 목숨을 잃는게 나을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특히 처음 빨래당할때는 실제적으로만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도 간당간당했었지.

그 때의 생각이 떠오르니 순간 그 때의 위기로 탄생한 눈 앞의 세 딸이 왠지 감개무량하게 느껴졌다.

그 때의 그 빈약했던 권능에서 탄생했던 애들이었음에도 이렇게 잘 자라주었다니.

물론 원해서 낳은 애들은 아니지만, 이제 생각해보면 내 첫 아이들이기도 하면서 내 피를 가장 짙게 이어받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아빠 만나서 너무 쬬아!"

다시금 내 품에 힘껏 안겨오는 에실리의 옆구리를 두 손으로 붙잡아 둥가둥가를 해주었다.

그러자 에실리가 깔깔 웃으면서, 간지러워 한다.

보미와 하나가 살짝 살짝 분위기를 보면서 내 쪽으로 안기려하자, 그 사이를 여동생이 딱 가로 막았다.

"오빠.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응?"

"오빠. 분명 광화문에 불시착했다고 했지?"

"응."

"거기 지금 엄청 난리났단 말이야."

나를 보고 성내듯이 화를 말을 톡 톡 쏘아 붙이던 여동생이 내 옆에 소파 팔걸이에 놓여 있던 리모컨을 집어 들더니 이내 TV를 틀었다.

그러자 곧 바로 TV에서 광화문 관련한 영상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시간대가 뉴스가 나오는 시간이었는지, 광화문에서 벌어진 이세계인과 형사들의 충돌 사건이 함지막하게 실려나오고 있었는데.

이세계인은 인권도 없는지 내 얼굴이 모자이크도 되지 않은 채 큼지막하게 화면에 실려 나오고 있었다.

역시 오리지날 얼굴도 나쁘지 않은 얼굴이다.

집에 오기 전에 변화시켰던 얼굴과 달리 말이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면을 보다보니 동생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 보는 것이 보였다.

흐음...

"보이지 오빠?"

"응. 보고 있어."

"지금 오빠 때문에 난리라고."

"그런거 같네. 메타버스."

[네. 김지호씨.]

"알아서 해결해 줄 수 있지?"

[...네... 네...]

뭔가 서슴치 않다는 듯이 뜸을 들이는 대답소리.

뭐, 서슴치 않으면 어쩔건가? 이제는 내가 갑인데.

"부탁해."

어차피 시스템적으로 헌터들을 꽉 잡고 있는 메타버스였다.

곧 TV에 긴급 뉴스라고 하면서 중후한 남성이 단상 앞으로 나와 무언가 연설을 시작했다.

자막만 나오고 소리는 음소거 모드인지 무어라 무어라 하자, 곧 플래쉬가 사정없이 터지는 동시에 단상에 서 있던 남자가 고개를 한번 스윽 숙였다.

그러고 나서 밑에 자막으로 이세계인이 아니라 특수요원이라고 밝혀져. 라는 짤막한 자막과 함께 내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화면이 다시금 흘러나왔다.

효과 좋은데?

"응?"

잠시 내 시선을 따라 TV를 바라 본 여동생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다가 다시금 나를 쳐다보았다.

"오빠?"

"아, 기다려 봐. 메타버스. 너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되지?"

[...마음대로 하세요.]

뭔가 포기한거 같은 느낌인데. 뭐, 어차피 내가 반신이 되었다는 것까지 내 딸들과 여동생에게도 말해 놓은 참이었다.

물론 안드레아나 창조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 오빠? 지금 무슨 소리를 지금 하는 거야?"

"잠깐. 메타버스?"

잠시 기다리다보니 갑자기 여동생이 흠칫 거리면서 내가 아닌 자신의 앞을 유심히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상태창.

내 앞에 홀로그램이 나타났을 때 권능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개개인이 적용되는 권능인지 나는 보이지 않고 여동생에게만 보이는 상태창이 있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궁금한게 꽤 많은데, 앞으로 여동생이나 딸들과 함께 지내야 할지도 모르니. 이번 기회에 미리 메타버스를 소개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오... 오빠. 이게 무슨..."

당황한 여동생.

그리고 동시에 세 딸도 무언가를 보고 있는듯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무언가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빠는 대단해..."

"응."

"응."

보미의 말에 하나와 에실리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하지만 동생은 무언가 충격적인 내용이라도 본 듯이 자신의 눈 앞을 손으로 허우적대다가 이내 뭔가 깨달은 듯이 내 쪽을 해괴한 것을 본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진짜... 오빠가 반신이 된 거야?"

"어떻게 보면 신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은 반신이지."

창조신의 기억을 보면서 안드레아가 말했던 육체만 반신이라고 했던 내 영혼의 격은 반신을 뛰어 넘어 거의 신에 가깝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어떤 권능을 가졌고, 어떤 능력을 가진 시점에서 깨닫냐 못 깨닫느냐 차이가 결국 영혼의 격이었으니까.

거의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지금은 뭐, 거의 신이나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신이라는 것이 인간이 알고 있는 그런 만능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음... 그러니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가깝다고 해야하나?

신이라는 것은 그리스 신화의 신들처럼 신이라고 해도 쉽게 죽을수도 있고, 쉽게 다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리스 신화의 신들처럼 그렇게 경박하지도 않고 권능이라는 것이 그리스 신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사기적이니 그것만으로 보자면 다르긴 또 다르구나.

"미친..."

오랫만에 듣는 여동생의 욕설에 피식 웃으면서잠시 내면의 세계에 들어섰다.

조금 전부터 딸들과 조우하면서 내 권능에 새로운 자극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 타이밍에 권능에서 자극이 왔는지 대충은 알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확인을 안 해 볼 수 없기에 재빨리 들어온 상태였다.

스윽. 주위를 둘러보자나와 떨어지는 바람에 흑백으로 물든 수 없이 늘어선 초상화들이 보였다.

멀리 있어 권능이 약해졌다지만, 지금도 어느 정도 능력을 가져와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중첩하거나 백퍼센트까지 끌어내는 것은 무리였지만.

그러다 문득 푸른색의 비너스 같은 몸매를 가진 에슬리의 초상화 아래에 무언가 선이 즈윽 그어지더니 자그마한 초상화 세 개가 그 아래에 나타났다.

그리고 금방 그 안에 지금 내 앞에 있는 딸들인 하나와 보미, 에실리의 사진이 초상화 안에 그려지며, 순식간에 다채로운 색깔로 채워져 나갔다.

마지막으로 초상화 주변에 은빛 테두리가 확 들어차는 것을 목격하는 동시에 서서히 내면의 세계에서 벗어났다.

스윽. 다시금 눈을 뜨자,갑자기 하얀 빛에 뒤덮히기 시작하는 딸들의 모습이 보였다.

장녀인 하나부터 시작해서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보미, 그리고 막내 에실리까지.

완전히 빛에 휩싸이기보다는 자그마한 빛의 입자들이 수 없이 달라붙어 몸 위를 덮는다고 해야하나?

그 모습에 여동생의 입이 쩍 벌어졌다.

순간 주먹을 넣어도 괜찮지 않을까? 할 정도로 떡 벌어진 입 상태에 한 마디 해줄까 하는 찰나에 딸들의 몸을 덮고 있던 빛무리가 찬란하게 빛나더니 이내 딸들의 몸속으로 스윽 흡수 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흡수된 빛들이 몸 안에 있는 핵까지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와아..."

장녀인 하나가 갑자기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이더니, 이내 슬라임의 푸르딩딩한 액체같은 몸이 서서히 인간의 피부처럼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미는 그런 하나와 달리 오히려 푸른색의 슬라임 몸이 점점 다양한 색깔로 바뀌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지막에는 붉은색의 색깔로 몸이 변해버렸다.

마지막으로 에실리는...

윙. 윙.

거리는 뭔가 묘한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금빛 고리가 머리 위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거 분명...

에슬리와 이름을 비슷하게 지어준 에실리.

근데 내 권능 때문에 각성하게 되면서 능력또한 에슬리를 따라간 것 같았다.

엔젤 슬라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천사링.

그것이 에실리 머리 위로 떠올라 찬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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