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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56화 (156/220)

〈 156화 〉 제 1화. 귀환. (8)

* * *

[김지호씨. 핸드폰에 제 단말 기계를 하나 넣어 놓았으니.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너는?"

[신이되면서 다중처리 장치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동시 병렬 처리를 할 수가 없어져서, 저도 분할 업무를 맡고 있거든요. 지금 그 쪽으로 잠시 문제가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언제 오는데?"

[일단 단말 기계라는게 결국 저랑 동일한 사념 개체 중 하나니까. 그쪽으로 말하면 충분히 대화가 될거에요.]

이해가 잘 되진 않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갑자기 각성한 세 딸과 여동생이 각자 흥분하여 무언가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픽 하고 사라진 메타버스의 사념과 함께 말해두었던 대로 충전이 어느정도 완료된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다들 잠시..."

갑자기 각성을 마친 딸들이 저마다 자신의 모습과 자매의 모습에 놀라서 뭐라뭐라 하고 있을 때.

천천히 부팅을 마친 핸드폰 액정 위에 파지직 하는 스파크와 함께 홀로그램 같은 것이 팟 하고 튀어 올랐다.

"어?"

놀라는 여동생의 모습과 함께 잠시 흩어졌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는 세 딸의 모습.

핸드폰 액정 위에 홀로그램 처럼 나타난 어떤 여인의 모습.

가상세계의 신이라고 하더니 등장조차 범상치 않은 모습이었는데, 갑자기 핸드폰 위를 보던 에실리가 내 품에서 살짝 떨어져 나가면서 핸드폰 액정 위로 얼굴을 가까이 댔다.

"메타쨩?"

"아앗... 맞네! 메타쨩!"

뒤늦게 이름이 떠올랐다는 듯이 삿대질까지 하며 핸드폰 액정 위에 나타난 메타버스의 모습을 보고 외치는 여동생의 커다란 목소리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곧 홀로그램 창에 3D 피규화 되어 나타난 메타버스가 화려한 손짓으로 활기차게 모델 포즈를 딱 취하면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안녕. 김지호씨. 난 메타쨩이라고 해."

앞과 옆에서 유명한 연예인을 보듯이 우와 우와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가상 아이돌 같은 건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세계로 끌려가기 전에도 가상 아이돌 같은 것이 인기였으니까.

근데, 신인데 직접 아이돌로 활동하는 걸까?

"안녕. 여러분 난 메타쨩이라고 해."

메타버스의 기계음 같은 목소리 대신 귀엽고 활기찬 여성에 가까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나를 등 쥐고 몸을 빙글 둘러 세우더니 내 여동생과 내 세 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이 퍽 연예인이 유세 활동을 하는 것 같아서 독특했다.

그러다 스윽 눈치를 보던 메타쨩이 다시금 뒤로 휙 돌아서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메타버스님의 1% 정도의 사념의 조각이기도 해."

방긋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메타쨩이란 홀로그램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념의 조각이라는게 뭐야?"

"음... 그거에 대해 설명하려면 긴데, 어떻게 자세히 설명 해 줘? 아니면 간단하게 추려서?"

"간단하게."

"음... 그러니까. 컴퓨터를 기준으로 CPU 점유율이라고 보면 돼. 본체인 메타버스가 8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면 그 밑에 사념의 조각들은 1%씩 약 20% 정도의 권능을 가지고 있어."

"그러니까. 본체는 메타버스이고, 분신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되나?"

"음... 정답. 게임에서 보이는 분신 시스템 같은거라고 보면 돼. 대신 본체만큼 약간의 능력치를 가진?"

"말투가 다른 건?"

"그건. 사념의 조각마다 개성이 달라서 그래. 그러니까 인간도 여러 감정과 가끔 이중 인격? 그런걸 가지고 있잖아? 그런 개념이라고 보면 돼."

사무적인 대화체였던 메타버스와 달리 쾌활하고 붙임성 있게 말해오는 메타쨩에게서 약간 뭐랄까? 강아지 같은 느낌도 났는데.

잘 보니 기계처럼 만들어진 동물 귀가 머리 위에 달려 있는 것이 확실히 그런 류의 성격일까? 라는 의심이 들었다.

"대신 메타버스와 달리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생각할 수도 있어. 다만 방송 시간에는 잠시 사라져야 하지만 말이야."

"방송?"

"응. 개인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하거든. 거기서 시스템을 운영할 자금을 일부 거둬들이고 있어."

"자...잠깐. 진짜 메타쨩이야?"

순간 에실리가 내 품에 파고들면서 메타쨩과 시선을 맞췄다.

"응. 모두의 아이돌 메타쨩이야."

"으으..."

나와 다시 만났을 때와는 달리 부끄러운 감정과 반가운 마음이 뒤섞인 부끄러운 표정.

아, 내 딸이라지만 너무 귀여운데?

손을 정수리에 올려 머리를 스윽 스윽 쓰다듬자, 약간 뽀득뽀득한 느낌과 함께 살짝 에실리의 머리가 기우뚱 기우뚱 거린다.

그러고 보니 인간이 아니다 보니 머리카락의 모형은 있지만 통채로 슬라임 점액질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무언가 물컹물컹한 거대 젤리를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그게 기분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뭐랄까? 촉감도 촉감이지만 내 손에 따라서 뽀잉 뽀잉 튕겨져 나가듯이 머리가 흔들리는 것을 보니 뭐랄까?

귀엽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살짝 살짝 머리가 흔들릴 때마다 머리 위에 떠 있는 천사링도 각도에 따라 스윽 스윽 움직였는데.

그러고 보니 에슬리와 마찬가지로 엔젤 슬라임으로 각성한거면 치료술도 사용할 수 있겠네?

물론 슬라임이다 보니 자신의 점액질을 이용해서 치료하는 거였지만. 포션으로 만들면 그 효율이 대폭 올라갔었지?

"아빠 어지러워."

열심히 머리를 쓰다듬은 탓인지, 에실리가 머리를 살짝 털어댔다.

그래서 손을 딱 떼니까. 곧바로 메타쨩이 있는 홀로그램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허공에 부웅 하고 휘둘리는 에실리의 손.

"오잉."

홀로그램인 탓일까? 에실리의 손이 휙 지나갈 때 잠시 모습이 허공에 흩어졌다가 다시금 원래의 몸으로 돌아오는 메타쨩.

"미안. 메타쨩은 모두의 아이돌이라 만지거나 소유할 수 없다고."

그러면서 살짝 허리를 수그리며 깜찍한 포즈로 에실리를 향해 윙크를 날린다.

확실하게 내가 지금까지 대화하던 메타버스와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나저나 이 메타쨩이라는 얘가 메타버스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지?

왠지 데리고 다니기에는 뭔가 이목이 확 쏠릴 것 같은데 말이지.

특히 이미 여동생이나 내 세 딸은 입술을 달싹 거리며 뭔가 잔뜩 물어보고 싶은 눈치고.

"핸드폰을 통해서만 나타날 수 있는 거야?"

"아뇨. 메타짱은 컴퓨터 혹은 헌터 어플 혹은 상태창으로도 나타날 수 있어요. 대신 상태창 같은 경우에는 어느정도 제한이 있지만요."

말하는 도중에도 입술을 달싹 거리는 딸들과 여동생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퍼포먼스까지 보인다.

"저...저기 아빠?"

에실리와 다르게 조심스럽게 내 앞에 다가와 허리를 숙이는 하나와 보미.

더욱이 하나는 사람의 피부를 갖게 된 탓인지 확실히 인간인지 슬라임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겉모습이 확 달라져 있었다.

여고생 정도의 나이에 조금 성숙해보이는 이미지의 장발 머리를 보자면 마치 내가 중학생때 엄마 손에 이끌려 갔던 교회에서 보았던 친절한 교회 누나 같은 느낌이 났다.

"아빠는 메타쨩이 누군지 모르지?"

"응? 말하기론 메타버스의 사념..."

"아니. 그거 말고 메타쨩 말이야. 메타쨩."

흥분한 목소리의 보미가 내 말을 치고 들어오며 잘랐다.

그러고 보니 내 세 딸 생긴 이미지와 똑같이 성격이 다들 다른 것 같았다.

하나는 차분하면서 여성스럽다면, 보미는 뭔가 급하고 성질이 있어 보였고, 에실리는... 그냥 얘지. 덤으로 막내다 보니 귀엽기도 하고.

"잘 모르겠는데."

"지금 가장 유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상 아이돌이란 말이야. TV에서도 몇 번 나왔다고."

"오호..."

제법 유명한 아이돌인 것 같았다. 근데 그게 뭐 어쨌냐만은.

저렇게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오는 딸들의 모습을 보자면 대충이라도 호응을 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대단하네."

내 말에 이제야 알겠냐고 킁 하고 콧김을 내 뱉는 보미의 모습과 함께 이어서 시선이 메타쨩을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메타버스가 장사 수완이 좋은 것 같았다.

아니 애초에 가상현실의 신이니, 기계적인 면이 있어서 그런 식의 계산이 빠삭한가 싶었는데.

엔터테이먼트 사업이라는게 계산으로만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 알기 때문에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계산된 행동과 통계적인 수치에 따라서 움직이긴 하겠지만.

어찌되었든간에 가상 아이돌.

만만치 않은 사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것을 성공시켰다는 것은 확실히 메타버스가 사회와 인간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나한테 그렇게 무조건 적으로 숙이고 제안을 해 왔던 걸까?

이건 혹시 모르니, 좀 조심해 둬야 할 것 같은데. 안드레아의 경우도 있고.

원래 사냥이 끝난 후에 사냥개는 처분 당하는 법이니까.

"김지호씨. 메타버스가 전달할 내용이 있다고 했어."

"응. 말해."

"일단 길드에 각성자로 등록해놨으니, 잠깐 길드에 들려서 헌터 카드와 기본 장비들을 지급받으래."

"카드? 장비? 그냥 길드에서 여기로 보내주면 안 되나?"

"안 돼. 거기에는 나를 상시 소환 할 수 있는 장치도 있단 말이야."

그 말에 여동생과 세 딸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말은 안하고 있지만 당장이라도 다녀오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분위기.

잠깐. 좀 전까지는 나를 만나서 엄청나게 반가워 했으면서 고작 이런 가상아이돌 캐릭터 하나에...

라고 하기에는 눈빛이 너무 매서웠기 때문에 결국 되찾은 지갑과 핸드폰을 챙기고, 집을 빠져나와 여동생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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