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 제 2화. 서울 지부 헌터 길드.
* * *
탈 때에는 잘 몰랐는데, 타고 나니까 내부가 굉장히 넓은 캠핑카였다.
겉에서 볼 때는 그저 연예인 벤 정도로 되나 보다 싶었는데, 내부는 겉에서 보았을 때 보다 최소 다섯 배는 커보였다.
"오빠 놀랍지? 이거 내부 공간을 마법처리해서 넓힌 캠핑카야. 진짜 캠핑카보다는 좀 더 싸고, 벤 가격보다는 좀 더 비싼 마법 캠핑카야."
마법 캠핑카?
혹시나 해서 기운을 감지해보니 차 내부에 마법진 같은 것이 그려져 있고, 그곳에서 전류가 흘러들어가 차 내부 전체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확실히 공간확장 마법이 적용 된 것 같았다. 이런한 마법의 기운을... 그래.
요네가 가지고 다니던 마법주머니에서 흘러나오던 마나의 파동과 비슷하다.
물론 흘러나오는 마나의 양이나 정교함이 차원이 달랐지만.
"마법 캠핑카라..."
확실히 공간은 캠핑카라고 불릴만하다. 다만 요네가 가지고 다니던 마법주머니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의 기술이지만.
그나저나 지구에서도 이런 마법진을 활용한 기술이 자리잡을 정도라면 확실히 지구가 변하긴 변한 거구나.
근데 이런건 어떻게 산 거지? 딱 보아도 비싸보이는데.
"근데. 이런 차는 또 어떻게 산 거야? 굉장히 비싸보이는데."
참고로 내가 이세계로 끌려가기 전의 내 여동생은 백수였다. 참고로 부모님또한 돌아가셔서 계시지 않은지 오래였고.
그래서 동생이 부모님이 살던 집을 쓰고 있었고, 내가 주는 용돈으로 백수 생활을 연명하고 있었던 도중이었다.
내가 사라진 사이에 취직이라도 한 걸까?
아니 아무리 취직을 했다고 해도 2년 사이에 이런 차를 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잠깐.
순간 내 비어있는 지갑. 사라진 로또 용지가 생각났다. 그리고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집.
"지나야? 이 차는 무슨 돈으로 산 거야?"
다시 한번 돈의 출처에 대해서 묻자, 돌연 내 주변에 있던 세 딸이 슥슥 다른 곳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내 딸이라 그런지 나만큼 눈치가 빠른 것 같다.
아니지 에슬리를 닮은 걸까?
"지.나.야?"
이름 한글자 한글자를 곱씹으며 말하자, 여동생이 곧바로 탈주각을 잡는지 뒤로 슬쩍 물러선다.
"오..오빠. 갑자기 집 안에 두고온 물건이 생각나서."
"말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봐. 화 안낼테니까."
내 말에 여동생이 살짝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 오빠가 사라지고 나서, 오빠 물건을 정리하는데 로또가 나오더라고."
"그래서?"
"으음... 그러니까. 오빠. 오해하지 말고 들어."
"응."
"오빠가 사라지고나서 1달 정도 됐나? 그때 차원문이 열리면서 농부은행 본사가 날아가 버렸거든. 그래서 그때 로또 당첨금이 한달동안 마지막 지급이라고 해서..."
"그래서 내 지갑에 있던 로또 당첨금을 수령받았다?"
"응."
그래도 아예 날려버린 것 보단 나은걸까?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생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메타버스가 아니었다면 아마 여동생에게 큰소리를 내 뱉었을지도 모르지만.
로또 대신에 가상화폐를 얻었으니까...
잠깐 그런데 아직 가상화폐도 확인 안해봤는데.
핸드폰에서 메타쨩이 갑자기 등장하는 바람에 깜박했네.
"괜찮아. 그것보다 내가 알기로 당첨금이 거의 30억 가까이 됐었는데, 그걸 다 쓴 거야?"
"아니. 다 쓰지는 않았고..."
"그럼?"
"거의 다 쓰긴 했는데."
"그걸?"
"응. 자..잠깐만. 오빠. 그렇다고 막 쓴 건 절대 아니야."
당연히 그렇겠지. 30억이면 적은 돈도 아니고, 서울에서 아파트 하나를 사고도 몇십년은 일안하고 먹고 살 수 있는 돈이다.
음... 지금은 또 시세가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몰라도. 절대로 적은 돈이 아니다.
동생과 대화를 하면서 들고 있던 핸드폰의 액정을 톡 톡 건드리자, 그 안에서 메타쨩이 수욱 튀어나왔다.
"안녕. 모두의 아이돌 메타쨩이라고 해."
마치 정해진 인사멘트라도 되는 마냥 익숙하게 내 뱉는 자기소개와 함께 메타쨩이 다시금 나타났다.
"메타쨩. 내 지갑에 가상화폐가 얼만큼 있는지 확인 할 수 있어?"
내 말에 메타쨩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메타쨩은 못하는 게 없다고!"
그러면서 핸드폰에 손을 수욱 집어넣더니 이내 자신의 앞에 하나의 홀로그램창을 쓰윽 띄워서 내게 내밀어보였다.
큼지막한 글씨로 내 가상화폐 지갑 바코드와 함께 보유 가상화폐 헌터코인 5000개 라고 적혀 있었다.
헌터코인이라... 새로 생긴 코인인가 보네.
내가 지구에 있을 적만 해도 빗코인이 최고였고, 하나당 거의 몇천만원이었던 것 같은데.
"어..."
메타쨩이 내민 홀로그램창을 보고 있던 여동생이 갑자기 입이 떡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거도 빗코인 처럼 하나에 몇천만원 하는 코인인가?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에 내게 다가온 여동생이 어깨를 툭 툭 두들겼다.
"오...오빠. 이거 헌터 코인 맞지?"
"응. 이쪽 지구의 신인 메타버스가 내게 보상이라고 준 건데."
"이 돈이면 헌터 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왜 이 헌터 코인 하나에 얼만데?"
"1억..."
"뭐? 1억?"
헌터 코인 하나에 1억이면... 5000개면 5000억.
홀리.
갑자기 한순간에 벼락부자가 되어 버렸다.
여동생이 캠핑카의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하러 간 사이에 나는 잠시 메타쨩에게 궁금한 것을 계속해서 물어보았다.
"그러니까. 2년 전 내가 사라지고 난 뒤에 한달이 지난 뒤에 차원문이 열리면서 가상화폐를 비롯해서 경제가 한번 무너졌었다는 얘기네."
"응. 맞아. 그리고 메타쨩이 태어나기 1년 전까지 가상화폐는 거의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어. 그러다가 길드를 기준으로 헌터코인을 발행하면서 다시금 가상화폐가 활성화 되긴 했는데. 아직 원래의 시세는 찾지 못했어."
그러면서 메타쨩이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니. 한 때 1억을 간다던 빗코인이 십만원 대까지 추락했던 기록이 보였다.
물론 지금도 예전 시세는 못찾고 백만원대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니 한강 간 사람이 수도 없을 거라 생각 됐다.
"물론 그건 모든 화폐 또한 소실되고 전소된 탓이기도 해."
불타고 무너진 은행들. 그리고 일시적인 경제 붕괴로 인하여 화폐가치 급락했다가, 헌터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다시 떡상하게 된 상황까지.
메타쨩이 일사분란하게 기사들과 영상들을 내게 보여주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 한국 화폐가 미국 화폐로 얼만지 알아?"
"모르지."
"300원에 1달라야."
"응? 300원에 1달라라고?"
"응. 그리고 엔화로 비교하면 1엔에 1원이고."
미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몰라도, 차원문이 열리는 동안 경제도 나처럼 대격변을 겪은 것 같았다.
잠시 국제 환율 시세에 대해 설명을 듣던 나는 곧 이어 헌터 코인이 어디에 쓰이는지 물어보았다.
"일단. 한국돈으로 정확히 1억으로 환전할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헌터 용품이나 경매장에 참가할 수도 있어."
"헌터 용품이나 경매장?"
"응. 헌터 용품은 대게 회복용 소모품과 전투 보조용 소모품, 그리고 장비로 나뉘는데. 그것을 길드에서 구매하거나, 혹은 경매장에서 마석이나 아티팩트라 불리는 것들을 살 수 있어. 물론 그것들은 전부 현금이 아니라 헌터 코인으로만 거래가 가능하고."
회복용 소모품과 전투 보조용 소모품이라...
무언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데, 장비는 어느정도 감이 잡혔다.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 보면 나오는 그런 독특한 무기나 방어구 같은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경매장 또한 어느 정도 이해가 갔는데, 걔중 아티팩트보다 마석이라는 것에 신경이 쓰였다.
"마석은 뭐야?"
"응. 일단 차원문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은 죽을 때 대부분 마석이라는 것을 토해내는데, 이 마석이라는 게 현재 석유나 전기 대용품으로 쓰일 수 있어서. 언제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는 배터리 같은 에너지로 쓰이거든."
"응."
"그리고 가끔은 마석으로 자신의 특성을 강화하거나 장비를 강화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일반 마석이 아니라 경매장에 나오는 특별한 마석들만 가능해."
듣는 것으로 완벽하게 이해는 어려웠지만, 어느정도 판타지 소설에서 접한 지식이 있는 터라 이해는 갔다.
물론 그것이 현실이 되니까 뭔가 엄청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장비나 마석 같은 것은 지금 길드에 들렸을 때 한번쯤 확인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세계에 있을때 미궁에서만 있어서 마석이라는 것을 보긴 봤었는데, 그거랑은 뭔가 조금 다른 개념의 물건인 것 같았다.
미궁에 있을때에는 마석이라는 게 말 그대로 마나 덩어리로 이루어진 수정 같은 것이었는데, 지구에서 말하는 마석은 그거랑 조금 다른 느낌?
그런데 아까 경매장에 나오는 특별한 마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혹시 그것이 내가 보았던 그 마석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오빠. 거의 다 왔어."
헌터 길드가 있는 서대문 사거리까지 거리가 얼마 안 되서 그럴까? 한 5분 정도 대화 한 것 같은데, 어느새 차량이 아까 보았던 거대한 남산 타워 같은 건물 그 정면에 있는 거대한 통로 앞에 서 있었다.
가끔씩 만화나 영화 같은 것에 미래 SF 컨트롤 타워 같은 것으로 나오는 것처럼 독특하게 생긴 외형의 거대한 탑의 모습.
그것이 서울 지부 헌터 길드의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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