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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58화 (158/220)

〈 158화 〉 제 2화. 서울 지부 헌터 길드. (2)

* * *

지잉.

레이저를 쏘는 소리라고 해야 할까? 약간 머리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길드 입구를 막고 있던 거대한 차폐문 같이 생긴 것이 아가리를 벌리듯이 쩌억 벌어지며 열렸다.

평범한 주차장이라고 하기엔 엄청나게 방호에 신경쓴 것 같은 모습에 감탄을 하는 동안, 여동생이 운전한 차량이 서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번쩍 하는 불빛이 점멸하는 동시에 차량 주변에 마나 폭풍이 이더니, 어느새 운전석 너머로 보이는 유리창 너머의 배경이 변해 있었다.

천장에 달려 있는 불빛으로 일부의 공간에만 불이 들어오고 지붕이 낮은 주차장.

더욱이 수 없이 많은 정체불명의 기둥들이 촘촘하게 바둑판 형식으로 박혀 있었는데, 전부 G7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주차공간의 위치를 말하는 것 같았다.

익숙하다는 듯이 다시 운전대를 붙잡은 여동생이 G7이라고 적혀 있는 기둥 옆에 차를 주차하자, 곧 기둥이 반짝 거리더니 이내 마나가 쏟아져 나와 차량을 뒤 덮기 시작했다.

운전대에서 손을 놓는 여동생의 모습과 동시에 차량이 자동으로 움직이더니 기둥 옆에 바짝 주차 되면서, 자동으로 마나로 이루어진 무형의 막이 주변을 뒤 덮었다.

오호...

바닥에 주차라인이 그려져 않고 기둥만 잔뜩 있길래 무슨 용도인가 했는데, 주차라인을 대신해서 무형의 막을 씌워주는 거구나.

자동차의 엔진이 꺼지자, 곧 여동생이 운전대에서 벗어나 내쪽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차 안 내부 곳곳에 흩어져 있던 내 딸들도 모여들었는데, 저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라서 뭐랄까?

굉장히 독특하게 보였다.

막내인 에실리는 하늘하늘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둘째인 보미는 긴팔 바지와 긴팔 져지인 붉은색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딱 나이에 어울리게 입은 모양새.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변한 하나가 대학생 분위기 나는 하얀색 셔츠에 청색 청바지를 입고 스윽 나타났다.

셋 다 대충 이 캠핑카 내에 있는 공간에 숨어있다 나타났는데, 이 캠핑카 내부가 내 집 반만한 크기에 작지만 높이가 낮은 2층까지가 있어서, 방금 같이 흩어져 숨으면 딱히 찾으러 다니지 않는 이상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웠다.

에실리는 캠핑카에 꼬리 쪽에 있는 자그마한 방에서, 보미는 높이가 낮은 2층에서, 하나는 캠핑카 반을 차지하는 또 다른 공간에서 나타났는데, 저마다 이 캠핑카 안에서 머무는 공간 같았다.

"아빠. 내려요."

하나의 말과 동시에 여동생이 먼저 차안에서 훌쩍 뛰어 내렸다.

"응."

소파에서 일어나 바로 옆에 있던 미닫이 문을 스윽 밀어 연 다음 조금 높이가 있는 높이를 살짝 뛰어서 밖으로 내리자, 곧 딸들이 이어서 폴짝 폴짝 차 안에서 뛰어내렸다.

물론 슬라임이기에 인간처럼 둔착한 착지음 대신 조용한 신발 소리만 허공에 탁 탁 울려퍼졌다.

천천히 딸들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에 이어 자동차의 미닫이 문을 마지막에 내린 하나가 닫는 모습을 본 후,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하의 밀폐된 공간.

예전에 들렸던 대형 마트의 지하 주차장 보다 좀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공간에서 주변의 인기척들이 느껴졌다.

이 곳을 들린 손님이라기보다 뭔가 목적을 가지고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의 분위기.

서서히 조여들듯 몰려오는 인기척에 스윽 주변을 둘러보다가, 앞서 걸어 나가려는 여동생을 붙잡았다.

"잠깐만."

내 모습에 당황한 여동생이 뭐? 라고 말하려는 것을 손으로 뒤덮어 막은 후에 내 뒤로 잡아당겼다.

그리고 내 딸들 또한 내 뒤로 오라고 손짓 한 후에 서서히 다가오는 인기척에 맞서 자동차를 등지고 섰다.

자동차와 내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딸들과 여동생.

"안녕하십니까?"

주위를 포위하듯이 다가오던 인기척이 여섯.

그리고 정면에 조심스럽게 다가오던 남성이 투명했던 모습을 드러내며 내 쪽을 향해 인사를 건네왔다.

정중하게 인사를 해오는 것 같지만 온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마나가 날카롭게 서 있다.

양을 보자면 용사가 보냈던 선봉대는 커녕 처음 쳐들어왔던 용사의 부하보다 훨씬 약해 보였다.

하지만 방심하면 안되지. 나는 몰라도 내 여동생이나 내 딸들은 나 같이 강하지가 않다.

"누구시죠?"

스윽 여동생이 고개를 내밀어 앞의 사람을 확인했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빠. 길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말 그대로 길드 사람이었다면 이런식으로 접근하지도 않았겠지.

스윽 그림자처럼 다가온 남자가 날카로운 기세로 내게 접근하더니 스윽 내 얼굴을 훑어보았다.

"듣기로는 서울 지부 헌터 길드의 극비요원이라는데. 아무리 그래도 당신 같은 얼굴은 처음 봐서 말입니다."

내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던 남자는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국정원 요원 처럼 검은 정장에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30대 남성의 모습이었는데, 아마도 헌터인지 넘실대는 마나가 내 몸 주변을 콕 콕 찌르듯이 자극해왔다.

이 따위 마나 같은 건 그냥 어깨 튕기기만 해도 터져나가겠지만, 일단은 권능으로 알라우네였던 아라아라의 능력을 가져왔다.

그리고 곧 향긋한 풀내음과 함께 내 주변에 투명한 녹색 잎사귀 모양의 막이 피어나 나를 비롯한 딸과 여동생의 주변을 뒤 덮었다.

이로써 방어는 어느정도 완성.

"야. 김지나. 저 사람 누군지 알아?"

내 질문에 내 등 뒤에 숨어있던 여동생이 스윽 고개를 내밀어 다시금 앞에 있던 남자를 확인 한 후에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길드 사람은 아니고, 여동생도 모르는 사람이라...

내 딸들을 향해 시선을 주자, 내 딸들 또한 고개를 젓는다.

"넌 누구지?"

"제가 먼저 질문 했습니다만?"

"뭐래? 날 처음 봤다고 했지 누구냐고 물어보진 않았잖아? 병신이야?"

내 말에 남자의 입가가 살짝 씰룩하면서 기분 나쁜 감정을 드러냈다가 이내 감췄다.

"말이 험하시군요. 저는 정부 헌터 감시반 소속 팀장 김형욱입니다."

일부러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험한 말을 뱉었는데도, 금새 감정이 차분해지는 것으로 보아, 이런 일을 자주 도맡아 하는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이런 일에 익숙하다는 것은 깨름칙한 거지.

몸 안에 있던 아라아라의 권능을 제외하고 모든 권능을 해제했다.

지금까지 편하고자 권능을 마음대로 사용하긴 했는데, 반신에 오른 육체 자체를 제대로 테스트를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테스트를 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오빠!"

다급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안색이 헬쑥한 여동생이 내 귀를 잡아당기더기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기 시작했다.

"정부 소속 헌터야... 길드와는 존재나 운영자체가 완전히 다른 이들이야. 뭐라고 해야하지? 강압 경찰이라고 해야하나? 원래는 범죄자들 잡는 부서였는데, 최근에 엄청 성장한 길드를 견제하면서 최근에 굉장히 트러블이 많아."

길드와 트러블이 많다라...

그럼 광화문 광장에서 한바탕 한 내가 딱 물어뜯기 좋은 존재로 보이겠지.

그나저나 여기 길드 건물 아니었나? 정부 소속 헌터들이 이렇게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되나?

"지나. 그럼 혹시 길드 소속 헌터랑 정부 소속 헌터랑은 사이가 나쁜 게 맞지?"

"응. 엄청 않좋아. 특히 정부에서 대놓고 서울 지부 길드에 악담을 퍼 붓는 상황까지 왔거든."

오호라. 그럼 더더욱 이 길드 건물에 정부 소속 헌터가 들어올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주차장까지 따라왔다라...

이거 말로 쉽게 풀릴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잠시 여동생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하나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아빠. 우리도 싸울 수 있어요."

"응. 맞아."

이미 싸울 것이란 것을 가장이라고 한 듯이 말해오는 딸들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너희는 나설 필요가 없어. 아빠가 알아서 다 해결할테니까."

권능을 싹 지운 상태로 다시금 딸들과 여동생을 등지고, 눈 앞에 있는 정부 소속의 헌터인 남자를 향해 앞으로 한걸음 나아갔다.

"그래서요?"

일부로 날을 세우며 말하자, 남자의 눈썹이 씰룩 거렸다.

"아아, 오해는 마시기를,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 다만 길드 소속이라는 게 의심되시니 정부 소속 산하 기관에서 검사를 한번 받아보시죠."

"정부 소속 산하 기관?"

"네. 남산에 있습니다. 비밀안전은 꼭 지켜주시니 와서 소속만 확인해주시면 됩니다."

소속만 확인이라. 그게 가능한가? 애초에 시스템 자체가 내 편인데.

혹시 광화문에서 보았던 그 형사가 쓰던 능력 같은걸로 검사하려는 걸까?

그렇다면 불가능했다. 시스템도 지금 내 몸 상태가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하는 것 같은데,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내 몸을 알아보려는 순간 곧바로 능력이 튕겨져 나갈 것이 뻔했다.

반신이라는 것 자체가 그런 존재였다.

그렇기에 강자존 약자멸이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몬스터 걸 아가씨들도 내가 반신에 오르는 순간 바짝 긴장한 거였지.

지금 눈 앞에 있는 헌터들? 내가 미궁에서 만났던 가장 약한 존재인 버섯 공주 아이린보다 약해보였다.

"싫다면?"

"강제로 데려가야죠."

동시에 기둥 뒤에 숨어 있던 다른 다섯 명의 헌터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전부 검은 정장에 온 몸에 날카로운 마나를 숨긴 이들. 물론 날카롭기가 샤프심보다 덜하다는 게 문제였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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