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59화 (159/220)

〈 159화 〉 제 2화. 서울 지부 헌터 길드. (3)

* * *

철컥.

무언가 낌새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순식간에 눈 앞에 있는 남성을 제외한 다섯 명의 남성들이 품 안에서 권총을 꺼내 내 쪽을 겨냥했다.

광화문에서 여자 형사가 꺼내들었던 광선총과는 또 다른 디자인의 권총.

여자 형사의 총이 둥글 둥글한 벌의 몸통을 닮은 광선총 모양이었다면, 이들이 꺼내든 권총은 직각으로 되어 있는 글록 모양의 외형에 마법진이 덩굴처럼 새겨져 있는 특이한 권총이었다.

외형으로 보자면 이쪽이 월등하게 화려하고 멋진데, 마치 액션 판타지 게임의 주인공이 쓰는 마법 총 같이 생겼다.

방아쇠를 따로 당기지 않았지만 총구에 마나가 모이는 것이 보였다.

보라색의 마나. 특이한데?

잠시 권총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구경하고 있자니, 눈 앞에 있던 남자가 의기양양하게 내 앞에 다가와 섰다.

"이제 좀 따라가실 생각이 드십니까?"

"아니."

쿨하게 대답해주자, 눈 앞의 남자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럼 실력행사를 해야겠군요. 다리 부터 쏴!"

순식간에 주변에 퍼져 있던 다섯개의 총구가 내 허벅지 쪽을 겨냥했다.

그리고 총구로 모여 들었던 보라색의 마나가 가느다랗게 실처럼 변하면서 내 쪽으로 픽 하고 쏘아져 나왔다.

출력을 낮춘 건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틱.­

내 허벅지에 닿자마자 연약한 실처럼 비실비실대다가 툭 툭 떨어져나가는 보라색의 마나를 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간지럽지도 않네."

그 말에 순식간에 눈 앞에 있던 남자가 손을 휙 저으며 입을 뗐다.

"최대한으로 발사 해!"

지체 없이 곧바로 권총에 달려 있던 자그마한 레버를 조정해 내 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정부의 요원들을 보니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더욱이 총구에 엄지손가락만큼 모여드는 마나량을 보면 내 여동생 정도 되는 각성자는 한방에 죽일 수 있는 살상무기라는 것도.

보통 총 같은 경우는 초근접상태에서는 먼저 총알이 박히고 나서 총성이 울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실제 군대에서 체험해보았던 일인데, 지금의 마나 권총이라고 해야 하나? 이 경우에는 마나가 울리는 소리가 먼저 울려퍼지고 나서 정확히 한 템포 후에 마나광선이 발사 되었다.

아무리 소리가 먼저 난다고 해도 총은 총.

일반인이라면 보고 피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지만, 나는 가능했다.

그렇다고 이걸 피하냐? 아니. 파리가 몸 위에 앉는 것보다 가벼운 이물감이 드는 느낌과 동시에 피부에 파란 물결이 일었다.

그리고 곧 옷 위를 덮듯이 출렁거리며 마나가 흩어졌다.

마나라는 것은 본디 파장이라는 것도 문제였지만 강도가 차이가 나면 물과 기름 같이 흩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광화문에 있을때에는 미노타우르스 걸의 권능을 불러왔기에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나보다 육체가 강해져 있었지만, 지금 내 본신으로 돌아온 상태에서는 육체가 약해졌지만 몸 내부에 있는 마나는 훨씬 늘어나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마나가 물처럼 내 몸 위에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나는 눈 앞에 있던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약 세걸음만 내 딛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가자 남자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당황해하다가 이내 베테랑 답게 감정을 추스리고선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뽑아냈다.

광선검이라고 해야 어울릴까?

손잡이만 남아있는 곳 위로 보라색의 마나로 이루어진 검날이 스윽 피어올랐다.

마나를 형체화 하는 기술이 발달한 것일까?

순식간에 몸을 움직여 해동 검도에서 보이는 조천세 준비 자세를 했다.

일반 검도나 검술과는 다른, 살짝 무릎을 굽힌 자세로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 채 앞으로 나아가 위에서 아래로 베어낼 듯이 공격적인 검술 자세로 어렸을 적에 검도를 배우면서도 보았던 자세였다.

SF 영화에서나 보았을 법한 마나로 이루어진 광선검을 보다가, 스윽 몸 안에 있던 마나를 외부러 꺼내어 신체 밖으로 둘렀다.

"아빠. 조심해!"

뒤에서 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가볍게 웃어보이며 내부에 꺼내어진 마나의 상태를 확인 했다.

지금 나는 권능으로 인해 다룰 수 있는 마나의 종류가 많아 졌다.

마나는 보통 육안으로 그 색이 구분 될 수도 있고, 혹은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속성에 따라 그 강도와 성향이 달라지곤 했는데.

나 같은 경우는 본래의 마나의 색인 푸른색에 수 많은 색들의 마나가 뒤섞여 회색빛깔로 변해 있는 상태였다.

속성이나 강도는 따로 권능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강제되지 않았지만 이런 마나의 색 자체를 처음 보는 정부의 인물들은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검은색 정장 위로 회색 빛깔의 마나가 덧 씌워지자, 곧 눈 앞에 있던 남성이 재빨르게 한쪽 다리를 놀려서 내게 다가오더니 검을 그대로 내 뻗어 내 어깨를 사선으로 베어왔다.

­툭.­

두터운 패딩 위에 풍선방망이를 어깨에 내려치는 것 같은 감촉과 함께 나는 가볍게 손을 뻗어 남자의 목을 틀어 쥐었다.

"컥!"

순식간에 내 손아귀에 붙잡혀 올라가는 남자의 모습과 함께, 내 주변을 둘러싸던 다른 정부 요원들이 계속 발사하던 권총을 집어 넣고 마찬가지로 허리춤에서 광선검을 꺼내들더니 내 쪽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남자가 내게 인질이 잡혀 있는 상황인데도 이렇게 저돌적이라...

인기가 없던 녀석일까?

가볍게 마나를 두른 상태로 발을 쿵 하고 구르자, 발 아래로 거미줄 처럼 뻗어나간 마나의 실이 다섯 명의 정부 요원의 발치로 뻗어나가 곧 덩굴처럼 발 아래에서 몸 위로 마나의 줄기가 휘감겨 올라갔다.

"윽!"

"아악!"

사방에서 터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다섯 명의 요원이 동시에 마나로 이루어진 덩굴에 휩싸여 몸이 선채로 구겨졌다.

팔 다리가 부러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기묘한 자세로 꺾인 다섯 명의 정부 요원을 스윽 바라 본 후에 눈 앞에 붙잡혀 있는 팀장을 바라보았다.

죽여도 되나?

이세계로 끌려간 후에 겪었던 기억이나, 그 후의 다른 이들의 기억을 엿 보거나 흡수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살심을 자극했다.

죽여도 될 거 같은데, 라는 기억과 결과가 현실세계에 있던 고작 30년이 좀 넘는 기억들을 압박한다.

본능은 가소로운 벌레를 눌러 죽이듯이 죽이고 싶은데, 아주 작은 망설임이 계속해서 발목을 붙잡는다.

본능과 귀찮음을 감수하고서 눈을 살짝 감았다 떼면서 뒤에 있는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지나야, 죽여도 되냐?"

"아니. 절대 안돼! 오빠!"

여동생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도리질 치는 것을 보며,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가 이내, 고개를 털었다.

팀장의 목을 한 손으로 붙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폰을 꺼내 엄지손가락으로 액정을 툭 툭 두들기자, 메타쨩이 나타났다.

"죽이면 무슨 문제가 벌어지지?"

내 말에 전보다 훨씬 투명한 이미지로 나타난 메타쨩이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스윽 둘러보더니, 팀장 쪽에 시선이 머무르더니 조용히 두 손을 교차시키면서 고개를 저었다.

말은 일부러 하지 않는 것 같았고, 투명한 이미지로 나타난 것은 주변에 보이지 않으려고 무언가 수를 쓴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간에 현지인과 지구를 담당하는 신의 사도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보니, 갑자기 모든 게 귀찮아졌다.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 한 초상화 앞에 섰다.

다시금 눈을 뜨자, 내 권능으로 인해 주변이 뿌옇게 변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안개 속에서 두 눈을 까뒤집고 기절하듯이 잠들어 있는 팀장의 모습과, 다섯 정부 요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정수리 위에 피어난 자그마한 버섯을 머리안에 집어 넣듯이 살짝 푹 하고 찍어 누르자, 다시금 버섯이 머릿속으로 사라지며 주변에 흩어졌던 안개가 내 몸으로 빨려 들어왔다.

아이린이 가지고 있던 수면 버섯을 이용한 것이었는데, 좀 더 강력해져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깨어나지 않는 수면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강제적으로 깨우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적으로 몸 안에 빨려들어간 포자를 회수하거나, 포자를 제거하는 방법인데.

글쎄? 지금 지구의 기술로 가능할까?

피식 웃으면서 아라아라의 능력으로 보호받고 있는 딸들과 여동생 곁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상황을 보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내가 딸들과 여동생의 곁으로 다가가고 나자, 지하장 구석에 있던 투명한 부스 안에 있던 엘리베이터 안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보는 것과 달리 엘리베이터 안도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는 것 같이, 생긴 것과 달리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내려 쏜살같이 달려왔는데, 곧바로 잠들어 있던 정부 요원들을 조심스럽게 포박했다.

그리고 곧 민머리의 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와 내 쪽에 와 고개를 숙였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 곳 서울 지부 헌터 길드의 길드장 이덕수입니다."

길드장이면 여기서 최고 직책이 아닌가?

살짝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이마에 난 땀을 손수건으로 훔치며 사람 좋게 웃어 보이는 길드장의 악수를 넌지시 받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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