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화 〉 제 2화. 서울 지부 헌터 길드. (5)
* * *
"그러면 몬스터들과 연까지 맺으신게 맞으신지요?"
그러면서 내딸들을 바라보는 협회장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 딸들이지."
그러면서 딸들을 바라보자, 나를 향해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허어..."
잠시 놀란듯 한 협회장이 소파에 등을 기대면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여러모로 납득하기 어려운 표정이기는 한데, 사실 나도 이세계로 끌려가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긴 하지.
애초에 내 자식들이 생길지도 전혀 예상 못하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에슬리를 만났을 때. 여차저차 관계를 맺고 분열을 통해 아이들을 낳을 때까지 정말 우연의 일치의 연속이었지.
당시 에슬리는 그렇게 지능이 높은 슬라임도 아니었고, 나도 핵을 통해서 그렇게 아이들이 생겨날지는 몰랐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그 후에 몬스터 아가씨들과 섹스를 하는 것에 조금 유연한 생각을 가지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몬스터와..."
여비사의 얼굴이 살짝 발그레해지는게 내가 상상하는 그건 아니겠지?
"흠... 그러면 혹시 이번에 소환되는 미궁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이 대부분 당신 편인겁니까?"
"그건 잘 모르겠는데."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메타쨩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추가로 떠올렸다.
"일단 나도 궁금한 게 몇가지가 있어서 말이지."
"네. 말씀하시지요."
"이세계에서 소환되었다는 이종족이나 몬스터들이 혹시 서로 척을 지는 경우를 보았어?"
"서로 척을 지다니요?"
"아, 그러니까. 말이지. 그래. 이게 더 빠르겠네. 하나야."
내 말에 옆에서 조용히 인간의 모습으로 녹차를 마시던 하나가 나를 보며 잔을 내려놓았다.
"네. 아빠."
"너희도 헌팅을 하닌다고 했지?"
"맞아요. 저랑 보미가 보통 헌팅을 다니고, 에실리가 헌팅을 보조하는 쪽을 맡고 있어요."
에실리는 헌팅 보조라... 어려서 그런가? 아니면 능력이 다른건가?
"응. 그래. 혹시 슬라임이 서식하는 필드 쪽도 다녀봤어?"
"네. 슬라임 필드는 꽤 많고 초보존이라서 처음 헌터에 등록 했을 때 많이 다녔어요."
"혹시 그 슬라임들과 대화가 되거나 뭔가 공감이 되는 게 있었어?"
내 질문에 하나가 잠시 생각에 빠지듯이 눈을 감았다 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빠. 그 슬라임들은 조금 뭐랄까? 지성이라는 게 없어보였어요. 더욱이 꺼림칙하게 숫자가 계속 늘어나거나 땅 아래에서 계속해서 솟아나는 게 뭔가 확실히 저희랑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 이게 궁금했다.
내가 아는 몬스터가 그 미궁에 있던 몬스터들과 같은 개체인지.
하나가 말하기에는 내가 미궁에서 보았던 그 지성이 있는 몬스터들과 다르게 필드에 흩어져 있는 몬스터는 마치 게임속에 나오는 진짜 몬스터 같은 느낌이었다.
뉴스에서도 그랬고, 메타버스가 몬스터에 대해 알려주기에도 약간 그런 뉘앙스가 심했지.
"이덕수라고 했지?"
"네. 맞습니다. 용사님."
"내가 알고 있는 몬스터라면 내 딸들 같이 움직이고 생각할 수 있는 몬스터들이야. 그런 몬스터로 채워져 있는 것이 미궁이고."
내 말에 협회장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흐음. 사실 처음 이 지구에 몬스터들이 나타났을 때. 대부분이 지성이 없는 그런 괴물들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종족이라 하는 이들이 나타났고, 이세계인들이 등장을 했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협회장이 말을 이었다.
"이종족이라는 이들은 대부분 인간처럼 이족보행을 하며 외형이 괴물이나 짐승을 인간과 반쯤 섞어놓은 외형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것이 바로 용사님의 딸들이었죠."
이 부분은 미리 여동생에게 조금 들어놓았다.
내가 사라지고 나서 몇 개월 후 내 딸들이 우리집에 나타났으며, 어느정도 슬라임의 능력으로 현대문물의 지식을 물처럼 흡수하던 딸들을 내 여동생이 발견했다.
그 당시에 이미 차원문이 열려 이세계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온 당시였고, 우리집에 내 딸들을 확인하러 온 여동생은 화들짝 놀라서 경찰에 신고부터 해버렸다.
그러자 현명했던 내 딸들을 경찰이 오자마자 액체 상태로 변해 집 곳곳에 숨어버렸고, 어리둥절하는 경찰이 수색을 끝내고 집을 나가자, 혼자 남은 여동생이 어리둥절 하는 것을 습격.
다시 경찰에 연락하기 전에 여차저차해서 나와 미궁에 대한 것을 여동생에게 설명시키고 납득시켰다.
물론 처음에 여동생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것은 아니나, 나에 대한 이야기와 미궁에 대한 것. 그리고 얼마 뒤 TV에서 이종족들을 인정하는 뉴스와 함께 시스템이 생겨나면서 내 딸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시스템. 즉 메타버스는 처음에 헌터들에게 각성 등급을 매기는 동시에 헌터들이 사회에 무난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그 후에 이세계인들과 이종족들 같은 경우에도 긴 선별을 통해 아군과 적군을 나눠 놓았다.
물론 용사들이 지구로 침공하면서부터는 대부분을 적군으로 다시 분류해 놓았지만, 이는 메타버스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였다.
"용사님의 딸 같은 경우는 현재 시스템에서 완전 아군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몬스터가 아닌 이종족으로 분류 된 상태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그냥 몬스터라고 알고 있습니다."
"첫 인상이 슬라임이라는 것이 몬스터였으니까, 아무래도 인식개편이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그래도 최근 용사님의 딸 중에 한분인 에실리 양이 인터넷 방송을 해서 그럭저럭 인기는 쌓고 있습니다만."
그 때 협회장의 딸인 비서실장이 슬쩍 앞으로 나왔다.
"저... 에실리 양의 팬입니다."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이더니 내가 아니라 에실리 앞에 가서 빈 종이 한장을 내밀었다.
"싸...싸인좀 가능할까요?"
아하... 아까 얼굴 붉혔던게 아니라 내가 아니라 내 딸 때문이었구나.
오해 할 뻔 했네.
"허허... 제 딸도 에실리양의 팬입니다만. 제 딸만이 아니라 협회 내에도 팬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민머리의 협회장이 다시금 머리에 맺힌 땀을 스윽 닦아냈다.
뭘 저렇게 긴장하지?
음? 아...
조금 전에 정부의 헌터들을 상대하면서 잠시 발산해 놓았던 마나의 발산이 아직까지 진행중이었다.
스윽.
몸 밖으로 흘러나오는 마나를 갈무리하자, 곧 협회장이 휴우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 뱉는 모습이 보였다.
잠깐만, 여동생이나 내 딸들은 괜찮다고 해도, 협회장 딸이라는 비서실장은 괜찮아 보이던데.
제법 강한편인가?
아니 그것보다 내가 얼마나 강한지 잘 측정이 안되네, 권능을 빌려쓰기 전에도 강해진 반신의 몸이라는 건 알겠는데.
이세계 기준. 그러니까 아우렌의 기억을 뒤져봤을 때 이 정도면 그랜드 소드마스터 쯤 되려나?
아니지. 그건 권능을 빌렸을 때고 전체적인 신체나 마나, 마력을 보았을 때는 전체적으로 준수하게 평균 수치로 맞춰져 있으니까.
신체 능력은 소드마스터, 마나량은 9서클 대마법사 수준, 그리고 마력은 뭐 다채롭긴 하지. 인간의 특징인 무질서 성향에 맞춰져 있어서 여러가지 성향으로 손 쉽게 바꿀수도 있고.
이 마력량으로 무언가 만들거나 한다면 연금술사의 꿈인 현자의 돌만큼은 아니더라도 유물급 아티팩트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법진이나 마법 도구도 마찬가지고.
"힘을 거둬들이셨군요. 혹시 그 힘이 기본적으로 계속 흘러나오는 힘이였으면 어떻게 하나 싶었습니다. 하하."
"아, 미안."
확실히 여러가지로 지구에서 생활하려면 아는 것과 조절하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조금 전 정부 요원들은 뭐야?"
"아하.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CCTV를 통해서 뒤늦게 확인하는 바람에 대처가 늦어졌는데, 저희 서울 지부 헌터 길드는 정부와 그리 관계가 좋지 않거든요."
"정부와 관계가 좋지 않다고?"
"네. 정부는 이 헌터들과 시스템을 자기네 아래에 두길 원하거든요. 저희 헌터 길드와는 그래서 관계가 좋지 않지요. 시스템이라는게 애초에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헌터라는 직업 또한 정부아래에 들어가기에는 이미 규모도 커졌고. 과거 정부가 했던 일도 있으니까요."
"시스템은 그렇다 쳐도 과거에 했던 일?"
"원래는 이 지경까지 정부와 사이가 나쁜 것이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견원지간이면서도 서로 이해할 것은 이해하고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사이였죠. 그 경계가 무너진 것은 제주도에 용사가 나타나 자신을 신이라고 자칭하면서부터 입니다."
과거에 했던 일에 대해 물었지만 대충 돌려 말하는 협회장을 보면서 뭐, 굳이 꼬치꼬치 캐물을 것 까지는 없다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서울 지부 헌터 길드와 정부가 사이가 나쁘다는 것이 문제지.
"아, 그거라면 알고 있어. 나도 그 제주도를 점령했다는 용사를 이세계에서 본 적이 있거든."
직접 대면 한 것은 아니지만, 한 번은 기억 속에서, 또 한번은 빙의라는 권능을 통해서 만난 적이 있었다.
물론 둘 다 좋은 만남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혹시 그 용사와 아는 관계이십니까?"
"그래 잘 알지. 서로 죽이지 못해서 난리난 사이니까 말이지."
"그렇군요."
담백하게 대답을 해오는 협회장의 얼굴 위로 안심했다는 표정이 지어졌다.
혹시나 시스템에서 내가 이 곳 지구인들 출신이며, 아군 용사라고 말했겠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겠지.
지금 지구에 나타난 용사들은 전부 지구의 신을 없애 자신이 신이 되려하는 존재들이니까
그나저나 안드레아는 그걸 알기 때문에 이 지구로 향하는 차원문을 열었던 걸까?
그것도 루루의 오빠인 루산과 함께 말이지.
잠시 미궁에서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리다가, 안드레아와 루산이 지구로 함께 넘어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드레아는 미궁에 있었으니, 미궁과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컸고, 루산은 글쎄?
창조신의 기억과 안드레아의 기억을 뒤져본 결과 루산이 금단의 힘에 손을 댄 것 까지 기억해 냈다.
그것이 심지어 영혼을 여섯 개로 나누어 내는 권능이라는 사실까지.
식스 소울이라고 했지?
본디 외우주의 신인 구미호의 권능이었는데, 또 다른 지구에서 소환된 용사의 권능이었던 것을 금단의 힘으로 빼앗았기 때문에 아홉개의 영혼이 아닌 여섯개의 영혼으로 권능이 약해졌다고 들었다.
안드레아에게서 받은 사도의 권능과 빼앗은 여섯 개의 영혼이라는 권능까지.
어쩌면 앞으로 상대하기에 가장 까다롭고 귀찮은 존재일지도 몰랐다.
목숨도 여섯개에다가 여차하면 차원문으로 도망치거나 나를 차원문 안에 밀어넣을 수도 있는 놈이었으니까.
반대로 안드레아는 내가 힘만 조금 더 키우면 상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궁에서 못만나보았던 마왕이나 다른 존재들도 한번 만나봐야겠지.
내 권능은 싸워서 강해지는 그런 종류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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