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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70화 (170/220)

〈 170화 〉 제 3화. 신을 맞이하다. (7)

* * *

그 후로 아르데나와는 별 이야기가 없었다.

감정공유를 통해서 대화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서로의 감정에 대해 알 수 있었고, 곧 간단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준 뒤에 홀로 감옥에서 빠져나왔다.

처음에는 아르데나를 데리고 집으로 갈까도 생각을 했었는데, 협회에서 아르데나가 해주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솔직히 지금 메타버스의 말을 어느 정도 믿고 따르고 있었지만 100% 신뢰를 할 수는 없었다.

메타버스도 어찌되었든 간에 신이었고, 내가 알고 있는 창조신의 기억에 따르면 신들은 반신을 항상 견제한다. 어느 순간 자신을 밀어내고 신이 될지도 모르기에.

물론 반신이 신이 된다고 무조건 기존의 신을 밀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세계의 영향력 일부를 잡아 먹는 것은 틀림 없었기에 자신의 힘이 약해진다고 볼 수 있었다.

현재 독점으로 지구를 차지하고 있는 메타버스가 과연 자신을 위협하는 용사들을 물러내고 난 뒤에도 나에게 협조적으로 굴까?

그렇기에 아르데나를 데리고 감옥으로 들어가기 직전 감옥 밖에 있는 책상 위에 핸드폰을 올려 놓고 들어갔었다.

지금 메타버스의 분신인 메타쨩은 내가 아르데나와 뭘 했는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일 것이었다.

감옥 문을 나서자 마자 곧바로 복도 책상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을 챙겨들었다.

그러자 곧바로 핸드폰 액정이 자동으로 켜지더니 그 위에 홀로그램으로 메타쨩이 나타났다.

"메타쨩 등장."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메타쨩이 특유의 포즈를 스윽 취하면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응."

"김지호씨! 김지호씨!"

발그레한 얼굴로 경쾌하게 나를 불러오는 메타쨩.

"왜?"

"방금. 그 자칭 신이라는 분하고 무슨 일이 있던 거에요? 핸드폰을 그렇게 두고 다니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가 없다고요!"

"어. 그게 말이지."

확실히 핸드폰이 꺼져 있는 상태였음에도, 가지고 다니는 것만으로 내가 하는 일을 세세하게 알고 있었다.

이러니까 혹시 몰라서 두고 들어간 거지.

"네! 네!"

내 딸들과 있었을 때와는 또 다르게 텐션이 조금 더 높아 보이는 모습에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다가 말았다.

"미궁에서 본 것 같은 얘라서 잠시 개인적으로 면담할 시간을 가졌는데, 맞더라고."

"맞다니요? 미궁은요? 미궁은 어떻게 생겼나요? 메타쨩은 김지호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랍니다."

하이텐션. 확실히 부담스럽게 텐션을 올리면서 물어오는 모습에 순간 안드레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뒤통수를 맞는 건 한번으로 족하지.

메타버스는 심지어 내 권능으로도 어떻게 포섭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추후에 기회가 생기면 아르데나를 통해서 뭔가 방법을 찾아 봐야겠지.

"메타버스에게 들었을텐데? 내 개인적인 이야기는 묻지 않는 걸로."

내 말에 살짝 뜨끔한 표정을 지은 메타버스가 과도한 표정과 제스쳐로 하하하 웃으면서 뒤통수를 긁었다.

"아앗! 맞아요! 그랬었지요. 미안해요. 김지호씨. 히힛."

그런 모습의 메타쨩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복도를 지나자 곧 메타쨩이 사라진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방을 나서자, 문 앞에서 기다린 것으로 보인 내 딸들과 비서실장이 보였다.

"아빠!"

나오자마자 에실리와 보미, 하나 순으로 내게 달려와 안겼다.

"오빠.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내 여동생이 내게 다가오면서 눈을 흘겼다. 그러면서 내게 다가와 스윽 옆구리를 찌르더니 귓가를 손으로 살짝 가렸다.

"오빠. 혹시 그거 하고 나온 거야?"

혹시나 내 딸들이나 비서실장에게 들릴까봐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여동생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

변태 라고 작게 말한 여동생이 내 시선을 살짝 회피하면서 물러났다.

잠시 머쓱함에 머리를 살짝 긁으면서 앞에 서 있는 비서실장에게 다가갔다.

"여기 준비 됐습니다."

내가 다가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은색 카드에 금칠로 무언가 잔뜩 써 있는 카드를 내게 내밀었다.

"협회에서 발급해드릴 수 있는 최고 등급 카드입니다. 필드에서 모든 구역이 출입이 가능하고, 비상시에 협회 긴급 호출까지 할 수 있는 VIP 기능까지 들어 있습니다."

비서실장이 내민 카드를 받아서 정장 상의 앞 주머니에 쏘옥 넣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마나의 힘이 카드를 감싸,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곧바로 분해를 했다.

카드 자체가 빼곡히 적힌 마법진으로 이루어져 있던 탓에 금방 분해를 마친 카드가 내 옷에 스며들었다.

이제부터 내가 원할때 아무때나 카드를 만들어서 사용 할 수 있겠군.

"저. 협회 등록은 해드렸습니다만, 혹시 또 필요하신 게 있으실까요?"

그 말에 나는 감옥이 있는 뒤를 바라보았다.

"당장 필요한 것은 없고. 이 감옥 안에 있는 신이라고 하는 이종족 말이야."

"네."

"내가 아는 지인이니까. 건들지 말고 그냥 냅둬. 아니. 왠만하면 아무도 접근 자체를 안했으면 좋겠어."

내 말에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사실 이들한테는 신이라고 말해줄까 싶었다가, 메타버스가 생각나서 그만 두었다.

이들 또한 메타버스의 말을 듣는 이들이다. 물론 완전히 메타버스의 수족이 아니더라고 해도, 물어보면 답변은 해주겠지. 그러니 그럴 빌미조차 없게 만드는 것이 좋았다.

잠시 딸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보니 비서실장의 부러워 하는 눈빛이 보였는데, 그 시선을 담담히 받아내면서 말을 꺼냈다.

"이제 나갈 수 있게 안내 좀 해 줘."

이세계로 오고 나서 계속해서 반말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반말이 익숙한 것은 아니었다.

창조신의 기억이나 다른 이들의 기억을 오랫동안 보고 경험하면서 부담이 덜해진 것이지 익숙하다는 감정 보다는 반말을 내 뱉으면서도 간혹 이게 맞나 할 때가 있었다.

물론 격이나 내 능력이 이 곳에 있는 모든 존재에게 반말을 해도 될 정도로 뛰어난 것은 맞았지만. 뭐라고 해야 하지?

지구에서 살았던 기간이 길었던 만큼 지구에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내 다른 가치관과 부딪히는 느낌?

"아빠?"

어느새 내 앞에 다가온 에실리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지금은 길드 건물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차량 안이었다. 아무리 차량 내부가 마법진으로 인하여 흔들림이나 진동이 없는 상태라고 이동 중에 저렇게 서서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할텐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량의 급정거로 인하여 살짝 내부가 흔들리자, 그 미묘한 흔들림에도 몸이 출렁이면서 에실리가 내쪽으로 쏠리듯이 넘어졌다.

"꺄핫!"

소파에 앉아 있던 내 몸 위에 몸을 던지듯이 넘어진 에실리가 내 얼굴에 뺨을 문지르며 순수하게 기뻐했다.

딸을 키운다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뭔가 부드럽고 말캉한 느낌의 에실리의 피부에 피식 하고 웃었다.

"아빠! 뭐하고 있어요?"

굉장히 기뻐보이는 에실리가 머리 위에 달린 천사링을 반짝이며 물어왔다.

"글쎄.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까 고민중이었는데."

"으응? 아빠. 이제 같이 사는 거 아니에요?"

"같이 살지."

지금 한창 운전중인 여동생에게 들었는데, 지금의 집은 여동생을 뺀 내 세 딸이 생활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내 침대가 있던 큰방에는 킹 사이즈 침대가 놓여 있던 것이었고.

컴퓨터 방은 현재 에실리가 방송을 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었고, 하나가 살림을 도 맡아서 관리하고 보미는 대체로 집에서 빈둥대면서 거실을 차지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빠. 이거 드세요."

차 안에 있던 자그마한 거실 같은 공간에서 사과를 깎아 접시에 담아 온 하나가 내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

토끼 모양으로 앙증맞게 깎은 사과의 모습과 그 위에 꽂혀 있는 이쑤시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사과를 집어 입에 물었다.

아삭.

얼마만에 먹는 지구의 음식인가?

그리고 그게 사과라니... 여러가지로 감회가 새롭다.

순식간에 이쑤시개에 꽂혀 있던 사과를 하나 해치우고 나니 옆에 앉은 하나가 조신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 활짝 웃었다.

에실리와 다르게 각성하면서 완전 인간의 모습을 갖춘 하나는 자신의 엄마인 에슬리를 매우 닮아 있었는데, 푸른 액체인 에슬리와 달리 살색의 피부와 검은 머리를 가졌다 보니 뭐랄까? 엄청 예쁜 딸을 둔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이 정도면 내가 TV에서 간혹 보던 유명한 연예인보다 훨씬 예쁜 얼굴이었다. 나중에 모델이나 연예인을 시켜도 퍽 어울릴 정도로.

하나가 소파에서 일어나 내 품에 녹아들듯이 안겨있는 에실리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선 주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보아하니 사과 말고도 무언가 음식을 만드는 것 같았는데, 기대가 될 정도로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었다.

"아빠.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에실리가 칭얼거리는 목소리로 올려다 보며 말했다.

확실히 내 세 딸은 전부 엄마인 에슬리를 닮은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걔중 하나가 완벽한 미모를 가졌다면, 에실리는 에슬리를 귀엽게 압축한 모습이랄까?

그렇기에 확실히 조금 장성한 딸의 느낌이 나는 하나와 달리 에실리는 확실히 어린 딸의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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