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72화 (172/220)

〈 172화 〉 제 4화. 스트리머 에실리. (2)

* * *

"아빠! 방송 시작할게."

에실리의 쾌활한 목소리와 함께 앞에 있던 모니터 화면에 무언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마우스 커서가 보였다.

모니터 위에 달린 카메라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위치라서 방송에 잡힐 위험은 없었지만, 이거 뒤에서 그냥 구경해도 문제 없는 걸까?

혹시 몰라서 에슬리의 권능을 빌려와 살짝 얼굴 부분을 고쳤다.

원래도 미남이었지만 좀 더 미납답게.

언젠간 TV에서 보았던 외국 스타일의 훈남에 가깝게 얼굴 모양을 고쳤다. 더불어서 머리스타일도 올백 스타일로 넘기는 멋진 헤어스타일로 바꾸고.

"슬하. 슬하. 안녕하심까!"

좀 전까지 내게 하던 귀엽고 앳된 목소리 대신에 약간 근엄하면서도 진지한 소녀의 목소리가 된 에슬리가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했다.

뒤에서 살짝 옆으로 빗겨간 자리라서 모니터의 화면이 에실리에게 가리지 않고 대부분 보였는데, 보아하니 채팅창으로 보이는 모니터 한쪽 면이 쉼없이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좀 더 시야를 집중해서 바라보자, 인간의 동체시력을 뛰어넘은 내 시야에 채팅 내역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슬하!­

­슬하! 오늘도 슬기로운 하루라는 뜻!­

­슬라임 하이 라는 뜻 아니였음?­

­그게 그거지 ㅋㅋㅋ­

­그게 어떻게 그거냐? 완전 다른데 ㅋㅋㅋ­

주르륵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채팅을 보면서 에실리의 모습을 확인했다.

내 앞에서 보여주던 미소와 다르게 무표정한 표정의 에실리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귀여워.­

­ㄱㅇㅇ­

­오오. 에실리... 응? 머리 위에 그건 뭐야?­

문득 채팅 내용 중 갑자기 에실리의 천사링을 확인한 시청자가 질문을 내 뱉자, 갑자기 채팅 내역이 진동이 일어나듯 갑자기 우르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오? 진짜네?­

­저거 소품 아니야?­

­아닌 거 같은데? 뭐야? 뭐야?­

­진짜냐? 저거?"

"에헴. 이건 말이죠. 울 아빠가 해준검미따."

시청자들의 채팅에 한껏 콧대가 오른 에실리가 턱을 치켜 들면서 자신의 천사링을 두 손바닥으로 깃대를 세우듯이 싹싹 밀어올렸다.

귀엽네. 내 딸.

­아빠?­

­에실리 아빠 이세계에 있다고 하지 않음?­

­리얼 어떻게 이세계에 갔냐. 이세계 판타지 소설 주인공도 아니고.­

­근데 다시 지구에 왔다는데? 김리얼?­

꼼지락. 꼼지락하면서 천사링을 만지던 에실리가 핫 하는 소리와 함께 채팅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내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던 모양인데 천사링 때문에 실수로 말해버린 걸 뒤늦게 깨달은 것 같았다.

"이게 아님미따. 오늘은 새로운 컨텐츠 방송을 할검미따!"

마우스를 딸깍거리면서 모니터 화면에 커다란 게임창을 연 에실리가 바닥에 놓여져 있던 길쭉한 모니터를 꺼내 지금 있는 모니터 옆에 세워 놓았다.

그리고 화면을 켜자, 방금 전 화면 한쪽을 빼곡히 채우던 채팅들이 그쪽 모니터로 쓰윽 옮겨져 있었다.

"아빠. 이제 시작할거야?"

잠시 카메라를 끈 에실리가 내쪽을 돌아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마이크도 잠깐 끈 것 같고, 아마 게임이 실행되는 로딩화면 동안 내게 자신이 하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게임 방송이나 그런 걸 한번도 안 본것으로 아는 것 같은데, 내가 지구에 있을 적에는 자주 게임 방송이나 예능 방송을 본 것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자랑하는 딸을 위해서라면 모르는 척도 해줄줄 알아야 좋은 아빠겠지?

"응. 알았어."

고개를 끄덕여주자, 에실리가 방긋 웃으면서 헤드셋을 고쳐썼다.

그러고 보니 몸이 액체인 슬라임이다보니 헤드셋이 미묘하게 계속 흘러내렸는데, 중간중간 그것을 손으로 잡아주는 에실리는 보니 뭔가 해주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가볍게 손에서 마나를 일으켜서 헤드셋이 닿는 부위에 변형을 가하자, 헤드셋의 귀 덮개가 살짝 구부러지더니 볼과 머리에 딱 달라붙었다.

에실리가 느끼지 못하게 마력장으로 쓰윽 덮어 놓은 상태였기에, 잠시 응? 하는 짤막한 의문사와 함께 별다른 점을 못느낀 에실리가 카메라를 다시 키는 모습이 보였다.

곧 방송 송출 화면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창이 커다란 채팅창 화면 밑에 생겨났다.

오, 저걸로 방송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거구나.

방송을 보기만 했지, 방송하는 모습 자체를 본적은 처음이라 조금 신기했다.

"자, 그럼 오늘의 게임 컨텐츠는 이검미따. 나 홀로 SSS랭크 임미따."

로딩 화면이 검게 변하면서 동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그림자가 나오면서 침대에서 깨어나는 장면, 흥건한 땀을 훔치는 주인공의 모습과 동시에 핸드폰을 집어드는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핸드폰의 켜자 나타나는 수 없는 메시지의 향연. 대부분이 미납독촉 대출 대부업 등 수 많은 메시지들이 주인공 시야에 들어온다.

오호. 뭔가 영화 같은데?

2D가 아닌 3D로 현실 같은 그래픽의 모습과 연출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화면이 휙 넘어가더니 핸드폰이 놓여 있던 선반에 다양한 독촉장과 알약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빛으로 인해서 자살을 하려거나 했거나 한 것 같은데.

예상대로 다음 화면에 주인공이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 잡으며, 전날 괴로워하며 침대 위에서 약을 먹었던 기억이 나타난다.

그리고 곧바로 주인공이 머리를 터는 모습과 함께 주인공의 눈 앞에 무언가 시스템 창 같은 것이 떠오른다.

보아하니 내가 지구로 넘어와서 보게된 메타버스의 상태창과 비스무리하게 생겼는데, 그 앞에 랭크로 SSS랭크라고 되어 있다.

설마 여기도 랭크 같은 것이 있던가?

기다리다 보니 SSS랭크를 포인트로 변환하면서 그것을 스킬이나 스탯을 찍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래로 주욱 나타났다.

이거 스탯 찍는 것 같은 시스템은 내가 미궁에 있을 적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보다보니 뭔가 내가 겪었던 일과 비슷한 점이 보이니 신기했다. 혹시 지구에서의 각성자들은 이런식으로 스탯이나 스킬을 배우나?

잠시 의문이 들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게임이니 어느정도는 참고하고 나머지는 창작부분이겠지. 그도 그럴것이 스킬까지 포인트로 찍을 수 있다면, 지금 하나와 보미. 그리고 에실리가 각성한 것은 설명할 수 없으니까.

보고 있다 보니 에실리가 열심히 무언가를 얘기하면서 이것저것 찍는 것이 보였다.

스킬을 찍다보니 채팅이 주르륵 올라오면서 잘못찍었니, 망했느니 하는 이야기가 올라오다가 이번에 스탯 쪽으로 가서 스탯을 찍으니 또 잘못찍었니, 망했느니 하는 이야기가 주르륵 올라왔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스트리머가 뭔가 하면 훈수질해대는 시청자는 매 한가지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나도 게임 방송을 좀 오랫동안 지켜본 시청자로써 지금 에실리가 찍는 스킬이나 스탯은 별로 효율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이런것도 솔직히 방송의 재미중 하나 아닐까?

성공이 확실히 정해진 길로만 걷는 것이 아니라 실패가 많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

스탯과 스킬을 다 찍은 에실리가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쿡 쿡 찔러대며 뭐라 뭐라 하자, 또 다시 채팅이 뒤집어졌다.

그리고 무슨 미션인가 뭔가가 모니터에 떠오르면서 차곡 차곡 숫자를 갱신해갔는데, 어느새 그 숫자가 거의 백만원에 가까워졌다.

마지막으로 에실리가 주인공의 성별과 외형까지 고르는 것을 마치자, 화면이 검게 전환되었다.

그리고 곧 다시금 눈을 뜬 주인공 앞에 어떤 소녀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잠시간의 깜박거림과 함께 주인공 앞에 나타난 소녀가 언니라고 외친다. 근데, 이 목소리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목소리 같은데.

곧 부연설명과 함께 스토리가 진행이 되기 시작하는데, 주인공이 연락이 되지 않아 친척동생이 집으로 찾아온 상태였고, 갑자기 그 상황에서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쳤다.

돈을 갚으라 하면서 덩치큰 남자들이 협박을 하듯이 집 안에 들어서는데, 친척동생을 발견한 사채업자들이 새로운 먹잇감이라도 발견한 듯 입맛을 다신다.

그 앞을 가로막는 주인공.

에실리가 주인공의 성별을 여성으로 선택한 탓인지 사채업자들이 그 앞을 가로막은 주인공의 몸을 음란한 시선으로 한번 스윽 훑어보더니 종이 한장을 내민다.

한달 이내에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몸이라도 팔겠다는 계약서.

물론 게임의 연령제한 때문인지 장기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몸을 팔겠다는 그 내용만으로도 어느 정도 상황이 짐작이 되었다.

잠시 후 종이에 지장을 찍고나서 씨익 씨익 대며 화를 내는 주인공.

걱정하는 사촌동생을 두고 안심하라며 등을 토닥여주는 주인공을 마지막으로 헌터로써 여정을 시작하는 게임이 시작되었다.

바로 슬라임 필드 라는 이름이 뜨면서 주인공이 맨몸으로 사냥을 나서는 장면을 시작으로 에실리가 열심히 카메라를 향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면서 게임을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나저나 처음 사냥터가 슬라임 필드라... 에실리도 슬라임인데 괜찮은가 싶어 표정을 보았는데, 오히려 신이 나서 슬라임을 때려 잡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필드의 몬스터는 기존에 이세계에서 살던 지적 능력이 있는 몬스터와는 격이 다르다고 했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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