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화 〉 제 4화. 스트리머 에실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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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했는지 거의 버퍼링이 걸릴 정도로 잠시 홀로그램에 노이즈가 끼었는데, 금새 파지직 하는 신성력과 함께 노이즈가 사라지며 다급한 표정의 메타쨩이 에실리의 방송까지 잠시 오프라인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순식간에 채팅창을 제외한 화면과 마이크가 꺼진 상태. 곧 바로 채팅창이 난리나듯이 우르르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곧 메타쨩이 손가락으로 채팅방 쪽을 삿대질하며 뭔가 외치자, 관리자에 의해 채팅창이 얼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역시 메타버스의 사도라고 해야 하나?
"잠깐만요! 김지호씨! 이건 협약 위반이라구요!"
"협약이라... 대중에게 메타버스에 대한 존재를 말하지 말라는 것도 약속에 있었나?"
"아니...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에요? 울 마더는 믿음으로 이루어진 신이지 칭송받는 신이 아니란 말이에요."
믿음. 칭송.
신이라면 두 가지다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덕목들이지만. 신이라는 개념이 조금 모호하긴 했다.
이세계에서 만났던 창조신 조차 오로지 믿음으로 이루어진 존재였으니까.
반대로 창조신이 창조한 신들의 경우에는 칭송 받는 쪽이라 함이 어울렸지.
그렇기에 안드레아에게 쉽게 제거된 것이기도 하지만.
"뭐 어때? 어차피 상관 없잖아?"
"뭐가 어떠긴요! 어휴... 이제 어쩔 거에요. 이미 한 번 말해버린 이상 누군가는 의심할테고, 이제 용사들도 이 지구에 있는 신이 마더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처음 만났을 때 아이돌 컨셉은 완전히 버렸는지 바락바락 대들듯이 말행는 메타쨩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긴 이미 내가 반신이라는 사실도 말했고, 용사들이 지구의 신을 노리는 걸 알고 있는데, 이럴 때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는 게 낫지 않겠어?"
"도움이라면 이미 헌터들에게 받고 있다고요!... 그리고 지금 이 방송을 보는 백수들은 자금만 충족해주면 되고요!"
메타쨩을 사랑하는 팬들이 보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이야기를 서슴치 않고 하는 녀석을 보면서, 그 모습을 멍하게 보고 있던 에실리를 바라보았다.
"놀랐어?"
내 말에 에실리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마도 에실리 또한 인터넷 방송을 하다 보니 상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메타쨩의 모습만 보아왔을 것이다.
그러다가 저렇게 자본주의에 철저하게 찌들여 있는 메타쨩의 모습을 보니 당황스러운 것이겠지.
"응... 놀랐어. 아빠."
"흥."
어느새 팔짱을 끼고 콧대 높은 여자의 모습을 한 메타쨩을 두고 잠시 할 말을 두고 고르다가 입을 열었다.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니까 이 편이 내가 활동하기에도 편해."
"그래도... 울 마더를 공개하는 건..."
"그리고 메타버스를 만났다고 했지. 아직 신이라는 이야기나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
"그게 그거잖아요. 어차피 울 마더의 이름을 말했으면 당연히 시스템이나 신이라는 이야기가 나올텐데!"
이미 앞서 루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신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는 방송을 통해 알려준 상태였다. 물론 채팅창이 폭주하듯이 활발해졌는데, 일일이 답변해주는 대신에 내 할 이야기만 주욱 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메타버스를 하는 도중에 메타쨩이 나타나며 방송이 중지됐으니, 아마 다시 방송을 시작하면 채팅창이 미쳐 날뛸 것이 틀림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지금 메타쨩을 소환한 핸드폰이 미친듯이 울리는 것을 보니 이미 방송을 넘어서 무언가 이슈가 터진 것 같았다.
"오빠! 어떻게 된 거야?"
그리고 동시에 에실리 방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등장한 내 동생과, 그 뒤로 스리슬쩍 들어오는 하나와 보미.
순식간에 에실리의 방에서 가족모임이 되어버린 모습에 내가 어깨를 으쓱해보이자, 메타쨩이 에휴 하고 한숨을 내 뱉었다.
예전보다 정보가 퍼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 탓인지. 에실리의 방송을 보던 사람들이 죄다 각자 활동하는 게시판에 이번 방송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퍼나른 탓인지.
항상 접속하는 검색 사이트 메인창에 있는 검색어 순위에 에실리 아빠. 반신 김지호. 미궁. 순으로 검색어 순위가 바뀌어 있었다.
이렇게 까지 한다고? 하는 생각에 1위 검색어인 에실리 아빠를 검색하자, 어느새 어마어마한 분량의 핫한 검색어 관련 블로그와 뉴스 기사들이 떴다.
뉴스 기사까지는 조금 의외였는데, 역시나 대부분이 그게 사실일까?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따위의 추측성 기사들만 올라와 있었다.
블로그 글은 대부분 에실리의 방송의 편집내용이나 영상 장면을 일부 링크를 해서 예상혹은 추측성 글을 써 놓은 상태였는데. 가장 위에 있는 슬라임 놀이터라는 블로거의 글이 가장 그럴듯 하게 내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다.
거실로 나와서 소파에 앉아 냉커피를 주욱 들이키고 있자니,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나를 향해서 계속 설교하듯이 그러면 안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내 뱉고 있는 메타쨩의 모습이 보였다.
주절주절 거리는 것이 무슨 시어머니 잔소리도 아니고, 끝 없이 하면 안되는 이유를 거의 수 백가지 예시를 들면서 설명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진저리 나서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그만두고 싶어질 정도였다.
뭐, 물론 그렇다고 정말 그만둘 생각은 없었으니까. 가볍게 메타쨩의 말을 무시하면서 토스트를 구워온 하나에게 엄지척을 날려주면서 바삭바삭한 토스트를 입에 한가득 물었다.
바삭.
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버터향과 바삭한 빵의 식감. 그리고 그 안에 넣은 차가운 슬라이스 햄과 양배추의 느낌이 사각거리는 것이 진짜 눈물 날 정도로 맛있었다.
지구로 와서 오랜만에 하는 간편한 식사라 그런지, 딱히 원하는 음식이 없었음에도 그저 지구에서 나는 식재료로 이루어진 무언가를 먹는 다는 느낌이 신선하고 그립게 느껴졌다.
분명 실질적으로 미궁에 갇혀 있던 시간은 2년이라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로 실질적인 미궁의 체류 시간은 한달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성장한 시간이 수백년이 넘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그 수백년을 크게 변함없이 버텨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지.
물론 그 동안의 기간동안 자세하게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었다. 필요한 지식, 필요한 인과관계만이 남아서 머릿속에 재정립 되었을 뿐.
그 사이에 느꼈던 감정이나 소소한 일상은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린지 오래였다.
"아빠. 더 구워 드려요?"
어느새 앞치마를 하고 다소곳하게 물어오는 하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하나는 보미나 에실리와 다르게 인간에 가깝게 변했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에슬리의 언니인. 그 도플갱어 때와 느낌이 비슷한 것 같았다.
"응."
"계란 후라이도 되는데, 같이 끼워 드릴까요?"
계란 후라이라... 입맛을 다시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하나가 활짝 웃으면서 토스트가 담겨져 있던 접시를 가지고 부엌으로 돌아갔다.
그러면 대충 에실리는 에슬리의 천사의 특성으로 진화한거고, 하나는 악마인 도플갱어로... 보미는 그럼 그냥 슬라임 자체에서 진화만 한 건가?
조금 있다가 보미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하고, 남은 토스트를 냠 하고 입 안에 쑤셔 넣자, 어느새 말을 끝낸 메타쨩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듣고 있는 거에요? 김지호씨?"
"응. 듣고 있어."
남은 토스트를 씹어 삼킨 후에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정도로 집요하게 굴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아빠."
그리고 잠시 자신의 방에서 방송을 다시 켜서 상황을 대충 수습한 것으로 보이는 에실리가 문을 살짝 열은 채로 나를 향해 손짓을 했다.
"다시 방송 준비 됐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 손을 탁 탁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얘기 똑바로 들은 거 맞죠? 김지호씨? 김지호씨???"
핸드폰은 거실에 둔 채로 그대로 에실리의 방으로 향하자, 당황한 메타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어. 메타버스 얘기는 대충만 할게."
"아니이...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요! 제 말 제대로 들은 거 맞아요?"
그 말에 귀를 후비적거리며 에실리의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메타쨩의 목소리와 함께 거실에서 기름 튀기는 소리가 차르르 들렸다.
탁.
에실리의 방 문을 닫은 채 다시금 자리에 돌아가 카메라를 향해 무언가를 계속 이야기 하고 있는 에실리에게 다가갔다.
"아까는 방쏭 사고였씀미따. 그럼 아까에 이어서 다씨 아빠를 모시겠씀미따."
그 말과 함께 에실리가 자신의 옆에 있는 의자를 탁 탁 두들기며 나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에실리의 시선을 따라 가까이에 놓여 있는 의자에 탁 하고 착석하니, 묘하게 기분 좋아보이는 에실리의 모습이 보였다.
아까 전 메타쨩의 정체를 알고 당황해 했던 표정과는 다르게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
참고로 에슬리도 그렇지만, 슬라임들은 굉장히 기쁘면 마치 진동이 울리듯이 몸이 미묘하게 파르르 떨린다.
이는 핵이 웅웅 거리면서 울리는 현상이 슬라임 채액에 울려퍼지면서, 벌어지는 현상 중 하나였는데.
에슬리의 말로는 슬라임이 굉장히 기쁘거나 절정 상태에 이르면 이렇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에실리는 전자에 속하는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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