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 제 4화. 스트리머 에실리.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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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윽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자, 순식간에 오른쪽 길쭉한 모니터에서 채팅이 우후죽순 올라온다.
좀 전에 에실리가 방송을 할 때 와 달리 대부분이 질문으로 도배된 채팅들.
더욱이 에실리가 켜 놓은 것으로 보이는 도네창에 띵똥하는 소리와 함께 30만원짜리 도네가 올라왔다.
"감싸함미다. 에실리러버님. 30만원 도네 감싸함미따. 아빠. 아빠도 해 줘."
에실리의 부탁에 나는 똑같이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에실리러버님 30만원 도네 감사합니다."
보통은 도네나 후원에 질문사항이나 요청사항이 적혀서 올라올텐데. 그냥 순수하게 돈만 보낸 것인지 딱 거기까지만 말하고 에실리가 다시 방송을 진행하려 하자, 갑자기 도네 창이 띵똥 하고 다시 울려퍼졌다.
금액은 100만원. 순간 골든벨이라도 울린듯이 띵똥 소리 후에 곧바로 화려한 종소리가 울려퍼졌는데, 이번 도네에는 아무것도 없던 전 도네와 달리 질문 사항이 하나 적혀 있었다.
"아앗. 슬라임놀이터님 100만원 후원 감사함미따! 아. 울 아빠한테 궁금한게 있으신 것 같은데. 어디보자아~"
질문 내용은 간단하면서 대답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이세계에서 신을 만났다고 했는데, 그럼 지구에도 신이 있나요?"
에실리가 질문을 읽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아까 전에 메타쨩이 했던 이야기도 있고, 이걸 대답해도 되요? 하고 묻는 눈치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빠?"
"그 질문은 대답하기 좀 어렵네. 아직 지구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신이 있다고 해도 반신인 내가 그걸 바로 알아차리긴 어렵거든."
내 대답이 시원치 않았는지, 채팅방에서 반신과 신에 관련된 이야기가 또 주르륵 올라왔다.
그러다 다시금 화려한 벨 소리와 함께 100만원짜리 도네가 터졌는데, 이번에는 다른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도네 내용의 알람이 끝나기 무섭게 100만원짜리 이상 도네들이 연이어 터지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 주쎼염!"
계속해서 터지는 도네에 재빠르게 도네를 막은 에실리가 순식간에 터진 도네들을 훑어보았다.
나 또한 그 도네들을 대충 훑어보았는데, 두 번째 100만원짜리 도네부터 순식간에 10개가 넘는 도네가 쌓여 있었다.
전부 다 나에 대한 질문들이었는데, 아마 내가 첫 질문에 대답을 해주면서부터 순식간에 쌓인 것 같았다.
"일단 지금 있는 도네는 환불해 드리겠슴미따! 질문은 아까 1시간 전에 투표로 받았던 내용부터 진행하고 추가 질문은 아빠의 의견에 따라 진행하도록 하겠씀미따!"
순식간에 교통정리를 마친 에실리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온 도네들을 하나씩 스윽 스윽 취소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0이 하나 더 달려 있는 1000만원 짜리를 도네를 확인하고선 잠시 손가락을 멈칫했다.
천만원 짜리는 못참쥬?
슬라임 동공 흔들리는 거 처음 봄 ㅋㅋㅋ
에실리 ㄱㅇㅇ
ㄱㅇㅇ
딸깍. 하면서 마지막 1000만원 짜리 도네까지 취소한 에실리가 나를 돌아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채팅창에서 동공이 흔들린다고 해서 표정을 봤는데 거기까지는 아니고, 조금 긴장한 듯이 온 몸이 꼿꼿이 굳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메타버스에게 받은 돈이 있어서 돈 걱정은 하지 말라고 미리 말해주고 싶었는데, 깜박했다.
"아빠... 일단 아까 하던 질문에 이어서 두번째 질문을 하겠슴미따."
아까 전 투표 결과를 다시 불러온 에실리가 천천히 두 번째 질문을 읽었다.
"아빠도 반신이라면 지금 한국에 있는 제주도 용사녀나 미국에 있는 아메리칸 엘프 용사나 러시아에 있는 혹한의 마녀 용사 같은 용사냐는 질문이 있슴미따."
에실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용사로 소환되긴 했었지. 첫 질문에 대한 이야기와 별도로 용사와 반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게."
내 말에 채팅창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밀어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매니저가 다시금 채팅을 동결시키면서 깨끗하게 변했다.
"반신은 신의 사도를 말해. 반대로 신이 없다면 신이 될 수 있는 신의 후보 정도가 된다고 할까?"
처음에 미궁에서 반신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그런 신격을 지닌 영웅들을 말하는 줄 알았다. 그것이 착각이라는 생각을 깨달은 것은 안드레아의 기억 때 부터였고.
"일단 반신의 자격을 얻는 것에는 여러가지의 방법이 있지만, 가장 쉬운 것은 신으로부터 사도로 선택 받는 것. 그리고 신이 되기 위해 그만큼 강해지는 것. 혹은 격을 그만큼 격양시키는 것. 그 외에도 신의 힘을 탐하는 것. 등 등 방법은 여러가지지. 물론 지금 지구에서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손에 꼽지만 말이야."
잠시 반신에 대한 설명을 마친 나는 용사에 대한 것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일단 지금 지구에 있는 용사라는 자들은 이세계에 있던 인신에게 선택 받아 소환된 자들이야. 원래라면 반신이 아니라 용사로써 그 쓰임새가 다해야 했지만, 지금은 각자 목적을 위해 폭주하는 중이랄까? 용사들이 반신이 된 경위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신의 힘을 탐하는 것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해."
그도 그럴게 마신은 분명 마왕을 물리친 여자 용사. 제주도 용사녀가 반신이 된 이유에 대해 알지 못했으니까. 아마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반신에 오른 것은 아닐거라 생각 됐다.
더욱이 안드레아의 기억에서도 용사들을 어떻게 반신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과정이 없었다.
그 이유는 루산이 모든 것을 진행 했기 떄문이었다.
그리고 루산 또한 안드레아의 계획에 놀아났던 것에 불과했다.
용사들이 신이 되기 위해 안달이 났던 만큼 루산 또한 신이 되길 원했다.
그것은 전부...
"아빠. 끝났으면 세번째 질문으로 넘어가도 돼?"
에실리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던 것을 멈췄다.
"응. 그러렴."
"응. 아빠. 세번째 질문은 미궁에 진짜로 마왕이 있슴미까? 라는 질문이야."
마왕이라... 그러고 보니 미궁 전체를 다 돌아보지도 못했다. 고작 1/5 정도 뒤져보았다고 해야하나? 심지어 마왕은 지구로 전이될 때 잠깐 본 것 말고는 한번 도 본적이 없었다.
오히려 마왕군의 간부인 에슬리의 언니 조차 처음 소환됐을 때 딱 한번 빼고는 본적이 없었지.
더욱이 소환당하자마자 착취까지 당했으니까.
말 그대로 마왕군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말았다고 해야 할까?
"확실히 있지. 근데 나도 실제로 본 것은 지구로 전이 될 때 딱 한번 뿐이라 어떤 마왕이라고는 대답하기 힘드네. 다만 간부에 대해선 알려 줄 수 있는데. 좀 많이 무섭더라고. 혹시 그 간부에 대해서 좀 알려 줄까?"
오히려 카메라를 보고 물었지만, 얼어버린 채팅창에서 대답이 나올리는 만무했다.
"아니 됐어. 아빠. 질문은 마왕이 있냐 없냐 였으니까."
에실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채팅창이 얼려져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무시무시한 속도로 추가 적인 질문이 쏟아질 테였으나, 뭐 이건 나중에 풀어도 되는 이야기니까. 더욱이 19금에 근접한 내용이기도 하고.
"네번째 질문임미따! 아빠. 얼마나 강한지 궁금하다고 하는데?"
조금 애매한 질문이기도 한데, 나도 사실 지금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측정이 어려울 정도였다.
사실 반신에 오르면서 일단 내 주 권능이 전투 관련된 권능이 아니기에 일반의 반신과 붙는 다면 글쎄?
제주도 용사녀가 수하로 소드 마스터들을 두고 있던 것을 생각하면, 최소 지금의 나는 권능이 없다고 해도 소드 마스터 이상급의 무력을 갖고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이 또한 제대로 테스트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대충 그렇다는 거다. 지금의 내 상태로 전에 만났던 소드 마스터와 싸운다면.
미노타우르스걸인 아우라스의 권능을 불러왔던 그 때와 비교해도 거의 밀리지 않을 정도로 싸울 자신이 있었다.
"대충 이세계의 기준으로 보자면 소드 마스터는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
내 말에 에실리가 카메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함미따. 그 다음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질문!"
마지막 질문이라 그런지 에실리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세계에 있는 자들은 전부 우리들의 적임미까?"
그 말에 잠시 두 눈을 감았다.
굉장히 민감한 질문이면서,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이었다.
나는 이세계에 소환 되었지만 오로지 미궁에서만 머물었다.
그렇기에 바깥에 돌아가는 정세는 붙잡은 용사의 부하나, 제국의 공주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아우라스에게서도 약간의 정세를 들을 수 있었지만, 실시간으로 바삐 돌아가는 정세에 관한 것은 제국군의 기억에서 빼낸 것들이 가장 정확했다.
일단 미궁. 즉 마왕군은 이세계에서도 인류의 적이었다.
다만 그것이 이 지구에 와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인류의 적이냐? 라고 한다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나도 마왕군이라고 할 수 있고, 에실리나 보미, 하나 같은 경우도 마왕군 소속으로 묶을 수 있는 세력이었다.
근데 이 지구에 와서 인류와 척을 지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다만 이세계에서 소환된 이세계인이나, 이종족 같은 경우엔 다르겠지만, 이 곳 지구에서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세계에 있던 이세계인이나 이종족들이 용사와 손을 잡고 지구를 공격하고 있으니, 그들이 지구인의 기준으로 적이라면 적이라고 볼 수 있었지. 마왕군은 아니었다.
근데, 미궁이 광화문에 나타나고 마왕이 눈을 뜬다면. 그 때도 마찬가지일까?
물론 미궁에서 내가 만났던 아가씨들 같은 경우에는 다르겠지만, 마왕이나 마왕군 간부 혹은, 내가 만나지 못한 마왕군의 아가씨들 같은 경우는 모르겠다는 것이 정확했다.
대충 생각이 정리 된 나는 입을 열었다.
"그건 아마도 내가 하기 나름이 아닐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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