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76화 (176/220)

〈 176화 〉 제 4화. 스트리머 에실리. (7)

* * *

내가 하기 나름에 따라 적이 될 수도 있고 아군이 될 수도 있다.

실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말이기도 했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일단 용사들 같은 경우에 이미 인류의 적이 된 이상 되돌리기 어려운 관계까지 치닫은 상태였고, 그렇다면 그들과 관계없는 이세계인, 이종족, 그리고 마왕군에 속해 있는 몬스터 아가씨들과 그 외에 몬스터들.

일단 마왕군 소속의 몬스터 아가씨들은 확실히 내가 노력만 하면 충분히 인류의 편에 서줄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마왕이나, 마왕군 간부의 경우에는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그리고 미궁 외에 몬스터. 즉 지구에서 필드라 불리는 곳에 게임에 나오늘 무한 리젠 몬스터 마냥 나타나는 몬스터들 같은 경우는 한 번쯤 만나 보는 게 좋을 것 같았고, 그 외에 이세계인이나 이종족들도 그랬다.

일단 인신인 아르데나가 내 편에 들어온 순간부터 아마 용사의 세력에 속하지 않는 이세계인들은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었고, 이종족들은 안드레아의 기억이 있었으니 그걸 토대로 교류를 해보면 될 것 같았다.

더욱이 시스템을 이용해서 적과 아군을 나누는 메타버스가 일단 같은 편이기도 하니, 적군과 아군을 나누는 기준은 내 마음대로 어느 정도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팩트지.

그러니까 내가 한 말을 거짓 하나 없는 사실이면서 오만 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짝. 짝.­

일반적인 박수와 달리 액체가 찰싹이는 소리와 함께 가볍게 박수를 한 에실리가 내 쪽을 바라보았다가 이내 카메라 쪽을 응시했다.

"그럼 일단 다섯가지 질문은 모두 마쳤씀미따. 그럼 추가적인 질문을 받기 전에 일단 주의 사항을 말씀드리겠씀미따."

모니터에 그림판을 연 에실리가 마우스로 스윽 스윽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일단 채팅은 너무 많아서 보기 힘드니, 30분 동안 후원을 열고 가장 큰 후원의 질문 다섯 가지만 추가로 받겠씀미따."

아까 전 1000만원이란 액수의 후원을 받아 본 후인지 에실리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여동생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내 로또 1등 당첨금으로 캠핑카를 사고, 그 후에 헌터 장비까지 할부로 구입하게 되면서 오히려 빛쟁이가 되었다고 했었지.

그 부분에서 내가 가진 돈으로 좀 해결해 줄까 하다가 말았다.

그래서 그런지 에실리 또한 방송으로 번 돈의 대부분을 할부를 갚는 일에 썼는데, 보아하니 에실리가 열심히 후원창을 확인하고 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열심히구나 내 딸.

­띵똥.­

후원창을 열자마자 무수히 쏟아지는 후원에 에실리가 히쭉 히쭉 웃으면서 나에게 후원 창을 보여주었다.

100만원부터 시작해서 어느새 1000만원까지 늘어난 후원창에는 다양한 질문들이 적혀 있었는데, 걔중 당장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이 몇 개 섞여져 있었다.

"어?..."

에실리가 당황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액수인 1억 짜리 후원에 심상치 않은 아이디.

딱 보아도 대기업이 떠오를 것 같은 삼송맨이라는 후원인의 질문이 눈에 들어왔는데, 질문 내용이 혹시 소속을 어디에 둘 것인지 묻는 질문이었다.

그 후원 이후로 100만원 1000만원을 후원하는 후원글이 싹 사라지고, 잠시 후에 1억이 넘는 금액대의 후원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궁에 정체에 대해 묻는 이부터 시작해서, 혹시 자기네 길드에 소속되지 않겠냐는 글, 혹시 의뢰를 맡아줄 수 없냐는 글.

심지어 따님을 달라는 글까지 장난이라고 치기에는 액수가 억이 넘어가는 후원들이 계속해서 도착했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억소리 나는 후원들의 향연에 서서히 30분이 되어가고, 곧 거실에 있던 여동생과 하나, 보미까지 에실리 방에 들어와서 결과를 궁금해 했다.

어느새 30분이 다 흘러갔을 때 쯤. 에실리의 방송의 시청자가 10만을 훌쩍 넘어 12만명까지 시청하고 있었는데, 여동생에게 물어보니 이 인원이 맥시멈이라 중계방을 통해 에실리의 방송이 곳곳에서 시청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여동생과 보미, 하나가 에실리의 방에 들어온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에실리의 방송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현재 여동생이나 보미, 하나의 지인들에게서 계속해서 연락이 오는 바람에 무슨 일을 벌이나 궁금해서 들어왔다고 했다.

"후원으로 질문을 받고 있어. 가장 큰 금액 다섯 명의 질문을 받기로 했거든."

"미친... 오빠 설마 지금 반신이나 용사니 했던 이야기들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고 있는 거야?"

"응. 맞아."

"쉣."

골이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고 있는 여동생을 뒤로 하고, 어느새 30분이 지나 후원창을 마감하고 있는 에실리를 바라보았다.

"아빠. 이거 봐봐."

아까 전 억을 넘어갔을 때부터 대충 보다 말은 후원창에는 십억이 넘어가는 후원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백만원대 금액으로 치열하게 순위 경쟁을 한 상태였다.

마치 경매장이나 다름 없는 그 후원 목록들 중에서 독보적으로 1위를 차지한 후원이 있었는데, 무려 금액이 100억짜리 후원이었다.

"자, 그럼 후원 내역을 공개하겠슴미따!"

에실리의 목소리와 함께 방송 송출용 모니터에 후원에 대한 내용이 주르륵 올라왔는데.

1위의 후원금이 공개되자 뒤에서 지켜보던 여동생이나 보미, 하나의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1위는 150억을 후원해주신 제주도용사녀임미따..."

금액부터 아이디까지 심상치 않은 후원의 주인공의 질문 내용은...

"질문은... 아니고, 도전장?"

그렇다. 아마도 아이디 마냥 진짜 제주도 용사녀가 후원한 내용 같았는데.

"마왕군 용사여. 지금 당장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결투를 치루자. 지난 치욕은 잊지 않고 있다."

뭐냐 이거... 도전장 치고는 좀 급이 낮은 도발 같기도 하고, 결투라니... 혹시 한국말이 서툰 건가?

지금 상황에서는 결투보다는 생사결이 더 어울릴 것 같기는 한데, 금액에 대비해서 엉성한 후원 내용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싫어. 니가 와."

카메라를 향해 한마디를 해 주고 나서 당황해 하는 에실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앗... 질문은 아니지만 아빠가 답변을 해드렸으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씀미따. 150억 후원은 감사함미따."

카메라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인 에실리가 늦을세라 제주도 용사녀가 보낸 후원 금액 수령 버튼을 재빨리 눌렀다.

누가봐도 빛보다 빠른 속도로 수령을 누른 에실리가 해맑게 웃었다.

"그 다음 질문은 38억 4천만원을 후원 해주신 아메리칸보이 님의 질문임미따."

재빠르게 첫 질문을 넘긴 에실리가 두번째 후원창을 모니터에 띄우면서 질문 내용을 읽어나갔다.

"혹시 미국에 올 생각 없슴미까?"

두번째 후원은 아마 미국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질문을 던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미국이다 보니 통이 크긴 큰 모양. 질문에만 38억을 쓰다니.

물론 이건 내가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없어. 미궁이 한국에 있는 한 아마도 한국을 떠날 일은 없을 거야."

깔끔하게 대답해준 후에 에실리를 바라보자 바로 시원하게 후원금 수령 버튼을 누른 후에 흥얼거림과 함께 다음 후원 목록을 모니터에 띄웠다.

"자 다음임미따. 다음은 29억 8000만원을 후원해 주신 아프리카코끼리님임미따. 현재 아프리카가 몬스터들에 의해 점령당했는데, 수복할 수 있게끔 도와주실 수 있슴미까?"

아프리카가 몬스터들에게 점령당했다고?

이 얘기는 처음 듣는다. 아니 애초에 이세계의 차원문이 열리고 나서 이후의 이야기는 대충 뭉뚱그려서 들었을 뿐. 한국 외에 주변 국가에 대한 정세는 거의 듣지 못했었다.

"오빠. 지금 아프리카를 포함해서 수십 개의 작고 큰 나라들이 몬스터를 막지 못하고 다른 나라로 피난가거나 작은 섬 같은 데에 모여 살고 있어."

아프리카라면 대륙에서도 꽤 큰 나라인데, 그 대부분을 몬스터에게 빼았겼다는 말인가?

잠깐 그것보다 여동생도 방송에 나오나? 목소리 뿐이더라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들은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잠시 보류. 바로 대답은 못하지만, 가능하다면 구원은 해줄게."

대답을 마친 후 에실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그 다음 후원 목록을 불러온 에실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음 질문은 20억을 후원해주신 체인져맨님임미따. 어... 본인 맞슴미까?"

체인져맨 이라는 말에 에실리가 당황한 얼굴을 했다.

"누군데?"

"현재 한국 랭킹 1위 각성자야. 완력의 체인져맨이라고."

여동생의 부가 설명에 잠시 생각을 했다. 체인져맨. 한국 랭킹 1위 각성자라... 그럼 세계 랭킹 1위 각성자나 그런 것도 있나?

"체인져맨님 질문은... 혹시 저랑 한판 붙으실 수 있슴미까? 그것도 공식 대련장이라고 부가설명이 붙어있씀미따. 아빠?"

"한국 랭킹 1위 각성자라... 얼마나 쌘지 한 번 붙어봐도 좋을 것 같은데. 일단 지금 당장은 안되고, 대충 나도 바뀐 지구에 적용할 필요가 있으니까 한 일주일 정도 후에라면 상관 없어."

내 대답에 에실리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함미따. 체인져맨님은 나중에 따로 제 게시판에 비밀글을 남겨주세요.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후원 질문임미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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