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화 〉 제 5화. 에실리 팬클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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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끝내고 난 후에 간단하게 대화를 나눴다.
현재 내 딸들과 여동생은 길드가 없이 자그마한 클랜을 만들어 운영중이었다. 이름은 슬라임 걸즈.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인 클랜명인 만큼, 인터넷에서 제법 유명한 클랜이었다. 실력을 떠나서 인간이 아닌 슬라임들이 만든 클랜이었기에 유명한 탓도 있었지만.
방송인 에실리도 있었고, 하나나 보미의 특성도 유별났기 때문에 제법 인지도 있는 클랜이었다.
핸드폰을 계속 들여다 보니, 어느새 홀로그램 창으로 튀어나온 메타쨩이 계속 눈에 걸렸는데.
어느 순간 부터는 팔짱을 끼고 토라진 것처럼 행동하면서 흥 하고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자꾸 이런식으로 막무가내로 활동하시면 저도 도움을 못드려요!"
메타버스가 계획해 놓았던 것들 일부가 어그러진 것인지 아까부터 그것에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해 왔는데, 뭐, 그거에 대한 것은 미리 생각해 놓은 것이 있었다.
"뭐가 문젠데?"
"지금 방송으로 했던 그 모든 것이 문제에요. 특히 지금 마더가 만든 가짜 헌터 자격증은 어쩌구요."
아마도 좀 전에 협회에서 만들었던 자격증을 말하는 것 같았는데, 협회장이 만든 헌터 자격증에는 지금의 내 얼굴과 조금 다른 모습의 얼굴이 사진으로 찍혀 있었다.
"응?"
그건 메타쨩도 생각을 못했는지 내가 내민 헌터 자격증을 보더니 이내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헌터 자격증은 따로 써먹을 거야. 어차피 지금 내 본 얼굴로 대놓고 밖에 돌아다닐 생각은 없으니까."
그러면서 슬라임의 능력을 빌려 얼굴의 골격을 살짝 바꾸자, 메타쨩이 헐 이라는 소리를 내 뱉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도 얼굴을 변형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한 탓이겠지.
슬쩍 웃어주면서 원래의 본 얼굴로 돌아왔다. 집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밖에서는 변형된 얼굴로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이미 본 얼굴로는 판을 크게 벌려 놨으니까.
"기...김지호씨. 다 생각이 있으셨군요."
갑자기 노이즈가 끼듯이 말을 더듬는 메타쨩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 일단 아까 전 행동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겠습니다."
꾸벅 하고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메타쨩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알았어."
그리고선 허리를 펴는 메타쨩에게서 시선을 떼서 다시 핸드폰 액정에 검색하고 있던 내용들을 이어서 확인했다.
스윽 내가 터지하는 핸드폰 액정을 따라 마치 날아오듯이 내 손가락 위에 안착한 메타쨩이 내가 검색하고 있는 내용들을 확인했다.
"혹시 궁금하신게 있으면 저한테 물어보셔도 되는데."
"이해가 안되는 내용이 있으면 물어볼게."
그러면서 계속해서 궁금했던 점을 검색하고 읽어내려갔다.
메타버스의 권능이라면 이미 내가 검색하고 있는 것이나, 내용들을 알고 있을 텐데도 집요하게 도와주겠다는 메타쨩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의심스러운 점이 들었으나, 이내 생각을 거두었다.
일단 메타버스가 만약에 내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하고 있더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더욱이 실질적인 육체가 없는 메타버스의 경우 섹스를 통해서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권능을 가진 나로써는 거의 극 상성에 가까운 관계였다.
육체가 없는데 섹스를 어떻게 해?
이건 일단 나중에 방법을 찾아 봐야 겠다.
마치 자그마한 요정처럼 내 손가락 크기의 메타쨩이 내 손가락과 핸드폰 주위를 빙글 빙글 돌면서 날아다니다가 이내 갑자기 일이 생겼다면서 사라져버렸다.
솔직히 정말로 사라진 건지 아니면 몰래 지켜보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눈에 거슬리는 게 없어지다보니 핸드폰을 보기가 편해졌다.
헌터에 관한 것과 필드 사냥터에 관한 것, 그리고 에실리의 방송 후에 벌어진 일들을 눈 여겨 보면서 하나가 타온 카페라떼를 맛있게 마셨다.
"그러고 보니 아빠."
어느새 앞치마를 벗고 평상복으로 보이는 하얀 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내 옆에 다소곳이 앉은 하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응? 왜."
엄마인 에슬리를 거의 빼닮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 그리고 인간의 몸을 빌려와서 그런지 육감적인 몸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기. 그 이번에 아빠를 통해서 각성하고 난 다음. 인간폼으로 변신하는 것이 엄청 자유로워졌는데."
그러면서 긴 생머리를 한쪽 손으로 스윽 스윽 매만지면서 말해오는데, 약간 쭈뼛쭈뼛하고 물어오는 것이 귀엽게 보였다.
생각해보니 하나도 그렇고 보미나 에실리도 보이는 것과 달리 태어난지는 2년이 좀 넘은 아이들이었다.
행동하는 것이나 배움이 빠른 것은 나나 에슬리의 지식을 이어받아서 그런 것이라고 해도 정체성은 두살짜리 아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끔 에실리같이 독특한 행동을 하는 것이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보미가 딱 두살짜리 아이의 이미지에 맞게 행동한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혹시 이것도 엄마의 능력 중 하나에요?"
에슬리는 나와 만나기 전에 그저 슬라임이었다.
물론 평범한 슬라임이 아니라, 슬라임 퀸이라고 해야하나? 슬라임들의 집합체였고, 에슬리의 언니가 마왕군의 간부이자, 도플갱어로 진화한 슬라임이었다.
그러다가 용사와의 전투 후 후유증으로 인해 자아를 잃어가고 있었고, 그 와중에 나를 만났던 것이었다.
원래는 영양분 공급을 위해서 빨래 용도로 사용하려던 나였지만, 용사로 각성하면서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에슬리는 몸을 완전히 회복하고 원래의 슬라임 상태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후에는 계속해서 나와의 관계를 통해 나중에는 엔젤 슬라임으로 진화하였고, 도플갱어로 진화한 지금의 하나는 어떻게 보면 에슬리와 반대로 성장해버린 타입이라고 볼 수 있다.
에슬리에게 듣기로 엔젤 슬라임은 말그대로 성속성의 슬라임이고, 도플갱어는 악속성 슬라임이라고 했으니까.
근데 그러고 보면 조금 이상한데?
성격으로 보자면 하나 또한 에실리처럼 엔젤 슬라임으로 각성을 했어야 했는데, 왜 악속성인 도플갱어로 각성했을까?
각성이 랜덤이거나 아니면 뭔가 내가 모르는 특수한 뭔가가 있는 걸까?
"음. 엄마보다는 이모를 닮았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모요?"
"응."
그러고 보니 에슬리에게 그 언니에 대한 이름을 물어보질 않았네. 하도 복수하겠다고 생각만 해서 그런지 이름 따위 알 것 뭐야? 라는 식으로 생각했던 것이 지금의 말문을 턱하니 막히게 했다.
"에슬리의 언니인 네 이모가 도플갱어거든."
"도플...갱어요?"
자신이 어떤 슬라임으로 진화했는지도 모르는 것 같이 하나가 두 눈을 깜빡였다.
"응. 도플갱어. 아마도 각성하면서 도플갱어로 변화 한 것 같은데. 혹시 지금 인간 상태를 유지하는데에 부담되거나 하는 점이 있어?"
"으음... 아니요. 근데 이 상태는 아빠가 오기 전에도 바깥에서는 이렇게 하고 다녔는데."
아마도 자기 상태를 정확히 파악을 못하는 것 같았다.
"지금은?"
"음... 어머?"
자신의 몸을 돌아보던 하나도 이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자신의 몸을 이모저모 살펴보았다.
"그러고 보니 제 의지와 다르게 인간의 상태를 유지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슬라임의 생리야 나도 자세히 모르기에 하나가 어떤 느낌으로 얘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에 와서야 자기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았다.
"그 상태에서 날 보고 혹시 나로 변신하겠다고 한번 생각 해봐."
내 말에 나를 깜빡거리는 두 눈으로 쳐다보던 하나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네. 아빠."
그러자 곧 온 몸이 흐물흐물한 푸른 액체 처럼 변하기 시작한 하나의 모습이 이내 곧 수축하다가 이내 펑퍼짐하게 퍼지듯이 늘어나더니 이내 내 모습과 비슷한 액체 형태로 몸이 변했다.
그런 직후에 서서히 완성된 형태의 내 모습에서 천천히 색이 변하면서 곧 피부색과 함께 내 모습을 순식간에 변했다.
거울로 볼 때에는 몰랐는데, 지구에서 미궁으로 떠나기 전보다 훨씬 골격이 다부지고, 얼굴 이목구비도 또렷해진 내 모습.
이 정도면 훈남을 떠나서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외모였다.
내 모습을 따라한 하나의 모습을 보며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동안 변신을 마친 하나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어머 라고 하더니 자리에 일어나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확실히 도플갱어라 그런지 움직임이나 행동 하나 하나 나와 비슷하게 움직이면서 살펴보는 하나를 보면서 혹시나 능력이나 습관 또한 베낄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하나야. 혹시 나로 변한 다음 외모 말고도 또 다른 게 변한 게 없어?"
내 말에 자신의 몸을 살펴보던 하나가 그제야 내 모습과 영 어울리지 않는 자세로 입술 아래에 손가락을 대면서 입술을 내밀었다.
"음... 잠시만요. 알아볼게요."
그러더니 생각에 잠기듯이 눈을 감고 있던 하나가 서서히 눈을 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아빠의 기억 일부가 떠올라요. 다는 아니고... 이 곳에 와서 저와 함께 있던 기억들이 아빠의 시점으로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애매하다는 듯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하는 하나의 모습을 보면서, 설마하니 변신한 상대의 기억을 볼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건 평범한 사람인 여동생을 두고 테스트를 해 봐야겠는데.
"그리고 아빠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들이 머릿속에 떠올라요. 근데 떠오르기만 하고 따라 할 수 는 없을 것 같아요. 아니 따라 할 수가 없어요. 뭔가가 빠진 느낌이라서."
도플갱어.
그러니까 내가 알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에서 나오는 도플갱어는 보통 자신이 본 사람의 모습과 능력을 베껴서 사용했다.
걔 중에서는 기억은 물론 습관이나 행동까지 완벽하게 따라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하나가 각성한 도플갱어의 능력은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어떤 소설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베낀 도플갱어를 죽였을 때 가지고 있던 물건까지 그대로 복사 되어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지.
더욱이 도플갱어는 보통 상위 개념의 악마에다가 상대방의 능력을 고대로 베껴쓴다는 설정 때문인지, 소설이나 만화에서 주인공의 한계를 돌파 시킬 때 자주 사용하는 몬스터 이기도 했다.
지금의 하나가 내 기억과 능력을 베끼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하나의 도플갱어의 역량이 얼마 안되서 그러거나 아니면 내 격이 너무 높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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