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제 5화. 에실리 팬클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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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베란다에서 무언가를 손질하던 여동생을 불러 낸 다음 하나가 여동생의 모습을 완벽하게 복제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기억까지 복사했는지 잠시 얼을 타던 하나가 곧 내 여동생하고 똑같은 목소리와 말투로 내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각성자인 내 여동생의 능력인 정비사의 능력까지 완전히 복제 해서 따라하자, 여동생이 두손 두발을 다 들더니 어이없어 했다.
이걸로 검증은 끝났다.
하나는 도플갱어로써 말 그대로 상대방의 모든 것을 복제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후에 보미를 데려다 놓고도 실험을 해 봤는데.
보미또한 복제가 가능했고, 다만 보미를 복제한 후에 여동생을 복제했던 기억이나 능력은 사용하지 못했었다.
그 후에 변신을 푼 직후에도 여동생이나 보미에 대한 기억이나 능력은 사용하지 못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신의 조건도 그냥 한번 스윽 보고 휙 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근래에 접촉했거나 보는 것만으로 상대를 복제 할 수 있을만큼 친밀한 사이가 아니면 어려울 것 같다고도 했다.
이건 나중에 밖에서 다른 이를 만났을 떄 시험해 보면 될 것 같고.
어쨌거나 엄청나게 좋은 능력임과 동시에 한계가 뚜렷해보이는 능력 같았다.
예를 들어서 나 같이 격이 높은 사람으로는 변신이 불가능 했으니까. 아마도 가능했다면 제주도 용사녀를 복제시켜서 같이 싸우게 했을 텐데.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거의 사기같은 능력에 칭찬을 거듭하자, 얼굴이 붉어진 하나가 디저트를 준비하겠다는 핑계를 대면서 주방으로 도망쳐 버렸다.
귀엽기는.
에슬리를 닮은 모습으로 돌아온 하나가 호다닥 주방으로 도망치는 뒷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핸드폰 액정으로 몇가지를 검색했다.
생활계 헌터에 관한 것들을 확인해 보다가 순간 에실리가 자신의 팬클럽이 생활계 헌터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에실리의 팬까페를 검색해보았다.
회원수 만명이 조금 넘는 까페에 슬라임 러버 라는 까페 이름이 보였는데, 메인에 에실리, 하나, 보미 셋이 각자 모델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메인 화면이 보였다.
클릭해서 들어가보니 여러개의 목록창과 게시판이 보였는데, 게시판이 등급제로 나뉘어 있었고, 계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보이는 곳에는 슬라임 걸즈에 관한 게시판이 세 개가 보였는데.
하나는 일정, 또 다른 하나는 후원, 마지막 하나는 슬라임 놀이터였다.
후원을 했던 생활계 헌터의 닉네임 하나와 똑같은 이름의 게시판.
보니까, 까페의 주인이 슬라임 놀이터인 것을 보니 아마도 개인이 쓰거나 가장 높은 등급의 사람들에게만 따로 보내는 공지방 같았다.
후다닥 가입하고 눌러보니 역시나 등급이 모자라서 읽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메타버스를 이용하면 읽을 수 있을 것 같긴 했는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빠. 여기요."
"응. 고마워."
어느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하나가 다시금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내게 냉커피를 타왔다.
후르륵.
달달한 설탕맛과 함께 시원한 냉커피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천천히 눈을 감고 내면에 집중했다.
창조신을 만나고 나서 오르고 나서 조금 바뀐 내면의 세계.
전에는 숲에 초상화들이 주르륵 공중에 걸려 있는 모습 이었다면, 지금은 저택 같은 나만의 공간에 마음이 침착해지는 공간이었다.
깔끔하고 포근한 기운을 느끼면서 이제는 새로이 생겨난 커다란 벽 위에 마치 족보처럼 잔뜩 걸려 있는 초상화들을 바라보았다.
어느정도 심상세계가 정리되어서 그럴까?
전과 달리 초상화들이 깔끔하게 정리 되어서 한 눈에 보이는 느낌이었는데.
나와 관계를 맺은 몬스터 아가씨들의 대표적으로 보이는 이들의 초상화가 1차적으로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고,
그 밑으로 관계는 맺었지만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이들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더욱이 나열되어 있는 모습이 요네와 야리 밑에 나와 관계를 맺은 라미아 아가씨들이 하나씩 초상화로 존재했다.
전에는 다 같이 묶여서 한 초상화에 있던 것과 다른 모습.
더욱이 초상화를 살짝 집중해서 보니, 그 안에 무슨 프로필처럼 아가씨들의 자세한 능력과 이름 성격 같은 것이 나와 있었다.
왠지 모르게 기운을 불어 넣으면 능력 일부를 수정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 당장은 불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에슬리의 초상화 아래에 있는 하나와 보미 에실리의 초상화가 보였는데, 초상화 주변에 번쩍번쩍하는 불빛이 들어와 있어서 정신을 집중해보니.
아마도 이미 이루어진 각성으로 인하여 초상화가 활성화 한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까 당분간 능력을 상향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까운 곳에 있어서 내 손이 닿을 수 있다는 안정감과 동시에 마치 속이 더부룩한 것 처럼 더 이상 권능을 불어 넣을 수 없는 상태.
다만 권능을 사용하여 능력을 가져올 수는 있었는데, 나와 관계를 가진 아가씨들과 다르게 100% 능력을 끌어올 수는 없는 것 같았다.
다만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은 가능한데, 이 것 또한 내가 인지해서 강화하는 것 보다 알아서 자동으로 발현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하나가 자신이 인간화 한 것을 제대로 인지를 못한 걸까?
지금은 인지를 해서 그런지 슬쩍 슬쩍 몸매나 얼굴을 자기 스타일대로 조금씩 수정하는 것 같았는데, 이미 완벽한 상태에서 뭘 더 손대고 있는지 잘 이해는 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간에 하나와 보미 에실리의 초상화를 뛰어 넘어 옆을 보자, 다른 에슬리의 아이들이 주르륵 떴는데, 그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그런지 마치 벌집처럼 촘촘하게 작은 초상화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원래의 슬라임처럼 동글동글하게 생긴 슬라임도 보였고, 간간히 상체만 인간처럼 만들어진 아이들도 보였고, 또한 극소수로 에실리처럼 인간형으로 모습이 변형된 아이들도 보였다.
생김새는 에실리랑은 조금 다르게 동글동글한 얼굴 모양을 가진 아이도 있었고, 2등신 게임 캐릭터처럼 짜리몽땅하게 생긴 아이도 있었다.
아마도 미궁에 있겠지?
잠시 미궁이 소환될 시간을 생각하다가 그 옆을 보니 뭔가 이상한 것이 보였다.
에슬리의 아이들과는 쨉도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초상화가 놓여 있었는데, 처음 보는 버섯들의 초상화가 수 없이 걸려 있었다.
설마... 하는 생각에 그 초상화 위에 독보적으로 딱 걸려 있는 초상화를 보니 아이린이었다.
뭐지?
잠시 머리가 띵해졌다.
분명 미궁에 있을 때에 단 한번도 아이린이 임신하는 장면이나 아이를 낳는 모습, 혹은 아이들을 본 적이 없다.
다만 으음...
뭔가 그러니까 아이린은 다른 이들과 달리 섹스를 하고 난 뒤에 정액을 따로 빼는 작업을 했는데, 그게 뭔가 다른 게 있는 건가?
그러다 문득 아이린의 포자 능력과 함께 열심히 정액을 버섯 주둥이 같은 곳에 쏟아 붓던 기억이 떠올랐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하는 의문과 동시에 버섯 포자가 어떻게 버섯으로 피어나는 지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다.
적당한 영양분과 온도 습도가 맞아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버섯.
그리고 아이린이 버섯 왕국을 되살리겠다며 열심히 내 정액을 착취해가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점은 에슬리도 비슷하긴 했는데, 다른점이 있다면 정액이라면 아무대나 있어도 열심히 먹어치우던 에슬리와 달리아이린은 자신의 몸에 일단 들어온 정액 외에는 관심이 별로 없어보였다.
왕국을 되살린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던 아이린. 그러고 보니 내 정액을 이용해서 마나로 변환하거나 왕국을 되살리는데 쓰인다고는 들었는데.
설마 그게 아이들을 낳는 것과 관련이 있던 것일까?
아이린의 밑에 있는 다양한 색깔과 모습의 버섯들.
심지어 몇 몇 버섯에는 인간처럼 얼굴 형태가 스윽 나타나는 아이도 보였다.
귀여운 어린 아이 모습에 거대한 버섯 모자를 눌러쓴 것 같은 느낌이랄까?
포자망 같은 치마를 입고 있는 모습이다 보니까, 조금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근데 설마 이 아이들도 전부 여성체는 아니겠지?
이미 전적이 있는 하나, 보미, 에실리를 떠올리면서 설마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설마하니 내가 딸 부자라니.
다시금 문득 드는 잡념에 고개를 털면서 남은 초상화 밑에 있는 아이들도 살펴보았다.
아라크네인 사린 밑에 있는 거미 모습의 아이들과, 사린을 처음 만났을 때 처럼 거미의 몸통에 여자 아이의 상체가 있는 아이들도 보였다.
물론 아기 상태라 그런지 남자 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구분하기 애매할 정도로 빈약한 가슴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확실히 이목구비는 사린을 닮은 여성체였다.
그 다음은 라미아인 요네와 사린, 그리고 나와 관계를 맺은 수 많은 라미아 아가씨들 밑으로 크기가 제각기인 알 모양의 초상화 들이 있었다.
숫자로 따진다면 에슬리의 슬라임과 비슷할 정도.
그 다음은 거대한 알라우네인 아라아라의 초상화와 그 아래에 있는 자그마한 알라우네인 그아라.
그리고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리치인 루루와 듀라한 세라자드. 그 옆으로는 미노타우르스 걸인 아우라스와 아우렌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나와 거의 하나가 되어버린 린과 이 곳에 와서 관계를 맺은 인간들의 신 아르데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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