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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81화 (181/220)

〈 181화 〉 제 5화. 에실리 팬클럽. (4)

* * *

초상화들을 한번 스윽 돌아보고 새로 생긴 권능이 있나 확인해보다가 이내 심상세계에서 빠져나왔다.

지금 하나의 도플갱어 능력 같은 것은 굉장히 탐이 나는 능력이었는데, 당장은 빌려올 수 없는 능력이다 보니 아깝긴 했다.

한번쯤 나도 남성이 아닌 다른 성별로도 변신해보고 싶었는데.

근데 내가 여성을 변신하면 린처럼 변하는 걸까?

순간 내 유전자에서 탄생해 내 쌍둥이 처럼 변한 린이 생각났다.

지금은 못 만나지만 텔레파시 같은 능력이 부과적으로 생겨서 내면의 세계에 들어서면 만날 수도 있었는데.

나중에 만나면 여러가지를 더 물어 봐야 겠다.

지금 권능도 예전보다 더 강화 됐고, 능력의 출력 또한 상향되었으니.

내면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눈을 뜨자, 다시금 에실리의 팬까페 사이트가 보였다.

그리고 잠시 등급이 없어도 볼 수 있는 게시판을 설렁설렁 들여다 보다보니 컴퓨터 방안에 있던 에실리가 쏜살같이 내게 다가왔다.

"아빠. 혹시 팬까페 가입한 거야?"

"응?"

"팬까페에서 아빠 아이디가 보이길래."

"그걸 어떻게 알아?"

"응? 아, 처음에 컴퓨터 쓸 때 민번 때문에 아이디를 만들 수가 없어서 아빠 아이디로 활동을 했었거든."

하면서 슬쩍 눈치를 보는 것이 아마도 내 허락없이 내 아이디를 쓴 것이 양심에 찔렸나 보다.

그나저나 민번이라... 그러고 보니 내 딸들이 지구로 넘어왔을 때 가장 곤란한 것들 중에 하나가 아마 민번이었을 것 같다.

물론 생김새나 종족 또한 문제였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은행이나 무언가에 가입하려고 하면 항상 필요한 것이 민번이었다.

"근데 아빠 팬까페는 왜 가입한 거야?"

"음. 내 딸의 팬클럽 회원들이 어떤사람들인지 궁금해서?"

그 말에 에실리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우움... 우움..."

뭔가 우물쭈물하다가 다시금 자기 방에 호다닥 들어가는 에실리의 뒷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팬까페에 내 아이디가 가입하는 걸 어떻게 안 걸까?

잠시 궁금함에 보던 게시물을 끝까지 다 읽고나서 뒤로 넘어가자 갑자기 핸드폰에 등급이 상향 조정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음?

등급이 슬라임 놀이터 등급으로 올라간 내 정보와 함께 관리자 메시지가 와 있는 것이 보였다.

툭 하고 터치하니 관리자 에실리라는 아이디로 아빠 사랑해요 하고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에실리가 등급을 올려준 걸까?

귀엽기는.

메시지 확인 창을 누르고 나서 궁금했던 가장 밑에 있는 높은 등급의 게시물을 클릭했다.

처음으로는 일정에 관한 게시물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었는데, 빼곡하게 날자별로 슬라임걸즈 활동일지라고 해서 보니까 여기는 다른 까페 인원들이 보는 공간이 아니라.

반대로 에실리가 자신들의 활동내역에 대해서 간략하게 적어 놓은 곳이었다.

보니까 가장 위 최신 글에는 오늘은 필드로 사냥을 나갈 예정이었는데, 아마 나 때문에 긴급 공지라고 올리고 휴무라고 제목이 되어 있었다.

바로 밑에 글을 클릭하니 합정역 필드 오후 2시에 사냥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 밑으로 댓글로 활동을 구경하러 간 사람들이 내 딸들의 사냥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거나 영상을 링크한 댓글들이 보였다.

아무래도 에실리가 방송을 하다보니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는 공간 같았는데.

사진이나 영상이 섞인 댓글이 수십 개가 달려 있는 것을 보니 꽤 대단해 보였다.

마치 연예인들을 응원하러 다니는 진짜 팬클럽을 보는 느낌이랄까?

심지어 그게 내 딸들이라고 생각하니 어깨가 한 껏 치솟는 느낌이 들었다.

에슬리의 아이들 말고 다른 아이들도 지구로 넘어오면 좀 더 규모를 키워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들을 확인하다가 뒤로 가기를 눌러서 다음 목록을 터치했다.

슬라임걸즈 후원.

클릭과 함께 게시물이 주르륵 나열됐는데, 매일 게시물이 있던 활동일지와 달리, 후원은 2일 혹은 3일 텀으로 게시물들의 기간에 텀이 있었는데 게시자 또한 에실리가 아닌 까페 회원들의 아이디로 보이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최근 게시물에는 슬라임 놀이터가 방송 후원이라 하여 좀 전에 내 방송에 후원했던 거액의 금액과 함께 별표 표시가 되어 있었다.

클릭해서 들어가니, 대략 8명의 아이디가 적혀 있었는데, 금액을 동일하게 모아 후원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돈이 꽤 많은가 보네?

아무리 8명이 모은 돈이라고 해도 억대에 달하는 금액을 질문하나에 투척할 정도니.

그 여덟개의 아이디를 기억한 후에 다음 게시물을 클릭했다.

다음 게시물은 슬라임 걸즈가 사냥할 필드를 길드에 문의하여 구매한 후에 기부한 내용과 필드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내용이 있었다.

그 다음은 장비에 대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내역서와 함께 부품을 받아 빙긋 웃고 있는 하나의 사진이 업로드 되어 있었다.

이 때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상태의 모습이었는데, 지금보다는 뭔가 색감이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인간보다는 약간 인형에 가까운 인간 모습인데.

그것이 또 하나의 매력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너무 인간처럼 변한 모습이라, 여차하면 슬라임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라고 오해할 정도였다.

근데, 슬라임일 때도 이정도로 변신할 정도였으니 당연히 각성이 도플갱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격이나 생각하는 것이 또한 아이들 중에서 가장 순하고 인간에 가까운 편이었지.

다음 게시글은 식비를 지원했는지 까페 회원으로 보이는 모자이크 처리된 여성 둘이 슬라임 걸즈와 필드에서 통돼지 바비큐 파티를 하는 사진이 보였다.

와 이건 나도 먹어보고 싶은데.

군침이 돌 정도로 맛깔 나게 보이는 사진을 보면서 잠시 글 작성자를 확인했다.

슬라임 놀이터?

이 까페의 주인이면서 전에 에실리의 방송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블로그의 주인의 아이디.

잠깐 그러면 이 사진에 있는 모자이크 여성 둘 중에 한명이 슬라임 놀이터 인가?

다시금 모자이크 처리된 여성 둘의 사진을 보았다.

한명은 살짝 다부진 몸매에 수녀복을 입고 있는 은색 머리의 여성이었고, 또 다른 여성은 살짝 마른 몸매에 커다란 가슴이 돋 보이는 화려한 외출복을 입은 금발 머리의 여성이었다.

둘 다 키는 170이 좀 넘어보였고, 덕분에 하나와 비슷해 보이는 기럭지를 가지고 있었다.

생활계 헌터라고 했으나 보이는 모습으로 보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다음 게시물을 누르니 어떤 어려 보이는 여성이 멜빵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에실리네 장비를 점검해주고 있었다.

머리를 양쪽으로 딴 모습의 뒷모습이었는데, 특이하게 머리색이 불꽃처럼 붉은색이었다.

앞선 여성 둘도 머리색이 검은색이 아니라 독특하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뭔가 머릿결에서 넘실거리는 기운이 느껴지도록 보였다.

그 다음 게시물도 처음 보는 여성이 보미와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과 동시에 같은 모양의 강철 글러브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뭔가 손등 부근에 화려한 문양의 마법진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특수한 능력이 발현되는 글러브 같아 보였는데.

그러고 보니 세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싸움을 하는지 보질 못했었네.

에실리는 엔젤 슬라임으로 변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에슬리와 비슷하다면 치료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격투가나 몽크 같은 느낌이 들 것 같고.

보미는 글러브를 낀 것으로 보니까 격투가인가?

그러면 에실리랑 포지션이 겹치는 것 같은데.

아니지 이게 무슨 게임이나 그런 것도 아니고 살짝 겹칠수도 있는거고, 또 보는 것과 달리 다른 능력일 수도 있지.

툭. 툭.

근데 계속해서 게시물을 읽어가던 도중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왜 다 여성이지?

내가 실수로 놓친 게 아니라면 폰에 보이는 한 페이지가 전부다 까페 회원들이 여성이었다.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아빠. 뭐하세요?"

어느새 설거지를 마치고 앞치마를 벗은 하나가 내 옆에 다소곳이 다가와 앉으며 물었다.

"어, 그게 말이지. 너희 팬까페를 보고 있었는데."

"저희 팬까페요?"

"응."

잠시 왜 까페 가장 높은 등급에 있는 게시물에 여성들만 보이냐 라고 물어볼까 하다가, 이내 말을 말았다.

괜히 왜 여성만 있냐 하고 물었다가 괜히 게시물이 아니라 왜 여성들만 쳐다보고 있냐 하고 되물을까봐 말이다.

아직 만난지 하루 밖에 안됐는데 괜히 오해 살 질문은 삼가는게 좋겠지.

"아, 아빠 그러고 보니 내일 저희 필드에 사냥 갈건데 같이 가실래요?"

"필드에?"

마침 내일 한번 밖으로 나가볼까 했는데.

"네. 신당동 쪽에 코볼트 필드가 있는데, 아까 전에 길드에 들렀을 때 미리 사냥 등록을 해놨거든요."

그러면서 하나가 청바지에서 자신의 폰을 꺼내서 내 쪽으로 내밀었다.

내가 쓰는 스마트폰 보다 조금 크고 세련되 보이는 핸드폰이었는데, 최신 기종인지 아니면 헌터들이 쓰는 따로 전용 핸드폰인지.

폰에 알 수 없는 단추들이 옆면에 달려 있었는데, 미세한 톱니바퀴 같은 것을 하나가 손가락으로 드륵 밀어 올리자, 곧 핸드폰 액정에 떠올랐던 화면이 홀로그램창 처럼 허공에 스윽 떠올랐다.

대충 노트북 크기 쯤 되어 보이는 커다란 홀로그램창에 신당동 필드로 보이는 지역이 표시됐는데, 하나가 핸드폰에 달려 있는 톱니바퀴를 다시금 살짝 돌리자 지역이 확대 되었다.

"아빠. 여기가 신당동 필드에요. 코볼트 숲이라고도 불리는 곳인데, 한 블럭 정도 되는 크기인데 실제로 들어가면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어서 꽤 커다란 필드에요."

겉 사진으로 보자하니 청구역이라고 적혀 있는 사거리의 한 블럭 전체가 거대한 장벽으로 가려져 있고, 규모는 말 그대로 도시 블럭 하나 정도 크기로 보였다.

"공간 확장 마법이 블럭 하나에 통채로 걸려 있다고?"

"아, 음... 확실하게 공간 확장 마법은 아니고, 뭐라 해야하지? 일종의 필드 생성 현상 중에 하나인데, 보통 이렇게 외부에 생기는 필드 중에 일부는 이렇게 보이는 것보다 내부로 들어가면 수십 배는 넓어지는 공간이 있어요. 그런 곳을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다고 하는데."

그러니까 마법이 아니라 하나의 이상 현상이군.

갑자기 안드레아와 루산의 기억이 떠오르는데.

지구에 뭔 짓을 한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단 말이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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