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화 〉 제 6화. 서울의 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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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마켓.
눈 앞에 펼쳐진 유원지 같은 커다란 게이트가 존재하는 입구에 인간이 아닌 동물의 모습을 특징을 일부 갖고 있는 이종족의 사람들이 보였다.
핸드폰에서 미리 검색해보았던 블랙마켓.
그러니까 전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공원이 변형되어 새로이 만들어진 필드 개념의 이색 공간이라고 했던가?
가까이 다가가자 뒤틀린 마력이 공간 전체를 뒤 덮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저녁 12시를 넘어가서 그런지 차를 비롯해서 주변은 인도를 걷고 있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는데, 이 곳 공원 주변. 즉 블랙마켓만은 마치 주말 오전의 명동 거리마냥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대충 핸드폰으로 보았을 때 이 곳에 생활계 헌터가 많다고도 들었다.
그리고 슬라임걸즈의 팬카페에 있던 헌터들 중 일부도 이 곳에서 일하고 있었고.
스윽. 블랙마켓의 입구 쪽으로 걸어가자, 동물귀를 달고 있는 이종족 여성과 인간 여성으로 보이는 이들이 내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조금 전까지 저마다 깔깔 거리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다가가자 조금은 분위기가 침착해지더니 이내 영업을 하듯이 내게 다가왔다.
"오빠. 블랙마켓에 놀러 왔어요?"
그러면서 속이 비칠듯 말듯 보이는 검은 원피스를 입은 토끼 귀의 아가씨가 내게 다가와 풍만한 가슴 사이에 내 팔을 끼웠다.
익숙하면서도 뭔가 체계적으로 보이는 움직임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리고 곧 다양한 복장을 입은 여성들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오빠 어떤 일로 왔어요?"
이번에는 딱 보아도 드워프 같이 보이는 자그마한 소녀의 체구에 어른의 인상을 하고 있는 소녀가 제 몸 크기만한 망치를 등에 메고 멜빵 바지를 입은 차림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블랙마켓은 현재 길드에서도 운영을 허락하고 있는 이세계인들의 거대 시장 같은 곳이었다.
물론 치외법권이다보니 쉽게 보기 힘든 물품이나 재료들이 판매되고 있었고, 불법적인 가게들도 많았다.
"그냥 놀러 왔는데?"
"그럼 이쪽으로 와요. 오빠."
딱 보아도 야릇하게 느껴지는 복장을 입은 동물귀 아가씨들이 늘어선 곳으로 나를 끌고 가는 토끼귀 아가씨.
그러고 보니 이 곳이 치외법권 지역이다 보니 유흥가가 당연할 정도로 발달한 곳이었는데. 술집은 기본이고 홍등가, 도박장, 경마장. 등등 다양한 유흥문화가 집결되어 있었다.
더욱이 이종족 아가씨들이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다 보니 인기도 거의 절정급이었다.
전에 한번 길드와 정부에서 합심해서 블랙마켓을 단속해보려고 했는데 필드로 이루어진 이상한 곳이다 보니 단속 자체가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단속을 하겠다 혹은 깽판을 치겠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블랙마켓을 방문하게 되면 텅텅 비어있는 필드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었다.
목적이 없으면 절대로 방문할 수 없으며, 방문자의 의도에 따라 가장 가까운 블랙마켓을 방문하게 되니, 입구에서 만난 이 아가씨들이 내 목적을 대충 유추하는 것은 당연했다.
제작 관련된 가게 대신 딱 보아도 홍등가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향락가의 도시가 눈 앞에 보였으니까.
"자 여기요 오빠."
어느새 나를 홍등가로 인도하는 토끼귀 아가씨를 바라보니 능숙하게 자신의 가슴 골 사이에서 명함으로 보이는 것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저는 매니저 화란이에요."
한자로 花? 이라는이름이 적힌 붉은색의 자그마한 명함을 내미는 토끼귀 아가씨.
그러고 보니 머릿결이 살짝 푸른색을 머금은 은발에다가 눈이 붉고 정수리를 기준으로 양 옆으로 길쭉하게 자라난 토끼귀를 보니까 딱 바니걸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겨나오는 아가씨였다.
"저희 가게는 단란주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원하시면 서비스도 충분히 가능하구요."
그러면서 몽롱해보이는 시선으로 나를 살짝 바라보면서 유혹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일단 이 곳에는 처음이라 길잡이가 필요한데."
대충 이 곳의 사용방법을 인터넷으로 충분하게 검색한 뒤라 그런지 토끼귀 아가씨 화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혹시 오빠 따로 본 사람이 없으면 내가 해줄 수도 있는데."
그러면서 좀 더 내 오른팔을 자신의 가슴 사이에 파 묻고는 내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왔다.
향수 냄새라고 하기에는 약간 풀내음에 가까운 싱그러운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온다.
"그럼 좀 부탁할게."
내 말과 함께 화란이 폴짝 폴짝 뛸듯이 기뻐한다.
그리고 내 팔을 끌어당기듯이 바짝 다가와 붙더니 이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빠. 이 곳이 처음인 것같으니 하나씩 전부 설명해드릴게요."
뽀얗고 부드러운 살결이 옷에 닿으면서 생겨난 감촉이 마나의 파동을 만들어내 직접 내 피부에 닿듯이 감촉이 전달 되었다.
음. 이정도면 인간보다는 조금 더 탄력 있고, 가벼운 느낌.
"이 곳은 블랙마켓에서도 한국에 있는 두 번째 향락가 타운 홍란이에요."
그러면서 소개를 시작한 화란의 입담은 제법 흥미로웠다.
그러니까 인터넷에서도 한 번 본적이 있는 내용이지만, 이 곳 블랙마켓은 모든 공원들과 연결된 거대한 채널링 필드였다.
한마디로 내가 이 곳 공원을 통해 입장을 했지만, 다른 지역 혹은 다른 나라에서도 내가 지금 있는 이 블랙마켓 필드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단방향 입구다 보니 나가게 되면 내가 입장 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식이지만.
그렇다 보니 이렇게 한국이란 지명이 앞에 붙고, 또 두 번째 향락가라는 채널을 말해주는 식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이 공원 블랙마켓에 입장해서 같은 향락가를 고른다고 해도 첫 번째 타운이 될 수 있고, 두 번째 타운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계속해서 블랙마켓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를 해 주는 화란을 따라서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반원 모양의 공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 도착하자 공터 가운데에 지어진 커다란 건물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는데.
들어보니 이 곳에서 돈을 코인으로 교환하여 이 블랙마켓의 화폐로 사용 할 수 있다고 설명을 하였다.
"오빠 얼마만큼 환전해드릴까요?"
블랙마켓의 또 다른 특징은 입장을 하려면 어느 정도 자금을 갖고 있어야 했다.
그렇기에 돈이 있냐 없냐라는 질문은 이미 패스 된 상태였다.
"대충 이 곳에서 놀려면 얼마 정도 환전 해야 돼?"
내 질문에 화란이 나를 잡아당겨서 건물 뒤에 늘어선 네 개의 길을 보여주었다.
"오빠. 첫 번째 길은 그냥 간단하게 술집하고, 안마방이 있고. 돈은 한 한국돈으로 50만원 정도만 있으면 그럭저럭 즐길 수 있어요."
구체적인 액수까지 말해주는 화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번째 길은 홍등가 라인이에요 여기는 액수에 따라서 놀 수 있는 종류와 금액대가 달라지는데, 최소 1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는 있어야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물론 100만원만 있어도 원나잇은 가능하지만 말이에요."
원나잇이라.
그러고 보니 아까 전까지 집에 있을 때는 성욕이 점차 가라앉는 느낌이었는데, 이 곳에 오니 다시금 들끓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하고 막 해대고 싶진 않았고, 이미 목표도 있는 상태였다.
오기 전 핸드폰으로 확인했던 블랙마켓에 대한 은밀한 소문.
현재 한국 블랙마켓 모든 향락가에 서큐버스가 한명씩 존재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서큐버스들이 향락가의 주인으로써 아주 특별한 손님이 아니면 등장을 안한다는 이야기까지.
물론 이런 이야기들 대부분이 향락가에서 비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담당했던 아가씨에게 얼핏 뜬 소문으로 들은 이야기라는 것이 이 은밀한 소문의 진상이었다.
서큐버스. 그래. 이세계에 존재하는 서큐버스들이 미궁에만 있지는 않을테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드레아인지 루산일지 모르겠지만, 그 둘중 한명이 미궁에 미리 실험용으로 지구로 향하는 차원문을 열었고, 내 세 딸이 그 것에 휘말려서 지구로 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 딸들이 아니라 혹시 다른 이들도 그 차원문에 또 다른 미궁의 누군가가 휩쓸리지 않았을까 싶었다.
애초에 목표가 그 다른 누군가 일수도 있었고, 우연하게 내 딸들이 추가로 걸려든 걸 수도 있지.
그렇다고 계산했을 때 그 차원문에 빨려들어갔을 경우가 가장 큰 것이 그 층에 머무는 몬스터 아가씨거나, 아이린의 말마따라 가끔 다른 층을 돌아다니는 서큐버스가 그 대상 일 수 있겠지.
그렇기에 그것을 확인해보기 위해 블랙마켓을 찾은 이유도 있었다.
곧 생활계 헌터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면, 분명 공격적으로 나와 교미를 원했던 몬스터 아가씨들과 달리 평범한 인간이었기에 평범한 수단으로는 손 쉽게 함락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돈이고, 능력도 능력이겠지만 가끔 인간들은 그런 물질 만능주의에 휩쓸리지 않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만약 서큐버스가 있다면 관계를 맺어서 권능으로 묶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더욱이 미궁 출신의 서큐버스라면 나중에 미궁 공략 때도 조금 더 도움이 되겠지.
"여기 세번째 길은 경마장과 도박장, 그리고 노예 결투장 또한 있는 곳이랍니다? 대충 여기에서 하루종일 노신다고 한다면 최소 금액은 500만원 이상 가지고 계셔야 해요. 입장료부터가 100만원이거든요."
경마장과 도박장 까지는 어느정도 이해 할 수 있었는데, 노예 결투장은 처음 듣는다. 이건 인터넷에서도 못 본 것 같은데.
"노예 결투장은."
"몬스터나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노예를 이용해서 결투장에서 다른 상대와 돈을 걸고 싸움을 붙이는 곳이랍니다. 물론 몬스터나 노예가 없으면 제 3자 관중으로 참가하셔서 배팅도 가능하세요."
한 번 구경가보고 싶은데. 일단 다음 길도 설명을 들어야겠지?
"마지막으로 네 번째 길은 단란주점과 카바레, 룸싸룽이 있는 곳이랍니다."
유흥가 중에서도 거의 최상급이라고 불리는 것들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두번째 홍등가 같은 경우가 말 그대로 여성과 하룻밤을 보내는 유흥이었다면, 네 번째 길에 있는 단란주점, 카바레, 룸싸룽은 그러니까 말 그대로 다양한 여성을 상대로 다양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가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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