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화 〉 제 6화. 서울의 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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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지구에 있을 적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유흥업소나 가게를 드나드는 것이 퍽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친구와 다닐 때는 어울리는 수단 중 하나였고, 지갑이 가벼워지는 하나의 원인이었기에 크게 즐거워 하진 않았다.
다만 호기심을 채워주는 동시에 활발하던 내 성욕을 충족시키는 하나의 수단이었기에 불만까지는 없었다.
다만 즐겁나?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업소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대게 업소는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의 감정 보다는 서로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지는 행위.
물론 나중에 고급 업소를 다니면서 감정으로 교감하는 경우가 생겨났지만 그 때 당시는 아니었다.
그리고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그 업소를 다니는 일이 직장 업부의 연장선이 되고, 인맥 유지에 하나의 수단이 되었을 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상황을 즐기기 시작했다.
즐거움이라는 감정도 그 때 생겨났던 것 같다.
성욕이란 것은 어떻게 보면 식욕과도 비슷했다.
처음에 정말 고급 음식점에서 수십 만원대에 달하는 고급 음식을 먹기 전에는 몇 백원 짜리 과자나 사탕에도 감동하는 것이 인간의 미각이다.
그리고 그 감동은 만족으로 이루어지고, 앞서 말한 고급 음식점에서 식사를 해보기 전까지는 대체로 만족한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몇 만원 짜리 간식, 몇십 만원짜리 음식을 먹게 되는 순간 부터는 사람은 식욕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말 그대로 식에 대한 욕망에 깨어나면서 좀 더 좋은 음식 좀 더 좋은 음료를 마시기를 원하게 되고, 그것이 일상이 되는 순간 그것이 대체된 만족한 삶으로 변하게 된다.
그것은 성욕 또한 마찬가지였다.
처음 친구들과 호기심으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다니게 된 업소는 어느 순간 만족스러운 삶의 일부가 되었고.
그것이 직장 일의 연장이 되는 순간 고급 업소는 삶의 커다란 지분을 갖게 되었다.
감정 없이 서로의 체온을 나누던 행위는 어느 순간 감정을 갖게 되고.
그저 해치우면 된다는 식으로 정열적으로 소모하던 에너지 또한 극락의 일부를 엿보는 만족감으로 뒤 바뀌어 있었다.
"10억 치만 환전 하자."
잠시 자신의 가슴 골사이에 넣었던 내 팔마저 놓을 정도로 깜짝 놀란 화란이 토끼 귀를 부르르 떨더니 재빨리 내 팔을 붙잡았다.
"오...오빠? 10억이요?"
당황했는지 토끼 귀에 이어 팔 까지 부르르 떠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10억."
예전이라면 억은 뭐야 10만원만 넘어도 부들거렸을 나였지만, 지금은 메타버스에게 받은 5000억 치의 헌터 코인이 있었기에 이제는 크게 의미가 없어진 액수였다.
근데, 잠깐 코인을 빼려면 핸드폰이 있어야 하는데...
집에 두고 왔잖아?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내가 당황을 하자, 나를 보고 당황했었던 화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오빠? 혹시?"
"음... 지갑을 두고 온 것 같은데."
"응? 그럴 리가 없는데?"
돌연 화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돈이 부족한 건 아니고 오빠?"
"아니. 돈은 충분히 있어. 10억 정도는 우습게 쓸 정도로."
내 말에 다시금 화란이 부르르 떨면서 나를 잡아먹을 듯이 바라보았다.
화난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미궁에서 보던 아가씨들의 포식자 같은 눈빛이랄까?
"그럼. 오빠. 지갑 말고 혹시 돈이 될 만한 무얼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
그녀의 말에 천천히 생각을 해보았다.
돈이 될 만한 것.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애초에 내가 돈이 없었으면 이 블랙마켓에 들어오지 못했을 테니까.
블랙마켓은 불순한 목적을 가지는 이들의 출입을 거부하는 동시에 돈이 없는 자들 또한 입장을 제한 한다.
만약 내가 빈털터리였다 하면 아마 이런 홍등가나 제작자가 있는 공간이 아니라 돈이 없는 자들을 위한 용병 길드나, 노역소 같은 곳으로 가게 됐겠지.
참고로 블랙 마켓 또한 완전하게 개발이 끝난 구역이 아니다 보니 이렇게 건물을 올리거나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있는 블랙마켓 또한 있었다.
그 곳에서 일하는 인부들도 있었고, 용병 길드를 통해 불법적인 의뢰를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런 공간을 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지금 내게는 이 곳에서 즐길 만한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고, 그렇기에 나도 지금까지 헌터 코인을 갖고 있다고만 생각했지 핸드폰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가적인 생각은 못했던 것이었다.
단순하게 내 몸에서 메타쨩을 떨어뜨릴 생각만 했지...
그러다 순간 헌터 카드가 떠올랐다.
내 마나에 흡수해서 다시금 재탄생시킨 헌터 카드. 메타쨩을 떨어뜨리기 위해 개조했던 카드가 그제야 생각났다.
혹시 헌터카드의 원래 기능에도 헌터 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지 않을까?
재빨리 헌터카드를 만들어낸 뒤에 화란에게 내밀었다.
"혹시 헌터카드로도 결제 가능해?"
"어머."
내가 내민 카드를 바라본 화란의 눈빛이 좀 더 반짝거렸다.
"고위 헌터셨군요. 당연하죠. 저희 환전 센터에서는 헌터 코인도 취급한답니다."
바니걸 복장을 입은 화란이 좀 더 도톰한 가슴을 내밀고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카드를 받아 든 채 환전소 건물로 향했다.
"전부다 코인으로 진짜 전환해 드리면 되죠? 오빠?"
꼬리가 길면 살랑살랑일정도로 동그란 토끼 꼬리가 파들파들 떨린다.
그러고 보니 뒤에서 보니까 바니걸 복장보다는 수영복에 가까울 정도로 노출도가 높아 보였는데 토끼 귀나 꼬리만 빼면 영락 없는 사람의 모습이다.
"어."
가볍게 대답 한 후에 환전소에 가서 코인을 교환하는 화란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인터넷에서 보았을 때 블랙마켓에서 최고로 돈을 많이 썼다는 사람을 봤을 때 대충 몇 백만원 수준이었는데 10억 정도면 대충 이 곳의 모든 곳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하룻밤에 10억이라니 말도 안되는 수준의 사치지만.
잠시 기다리다 보니 화란이 활짝 웃으면서 환전소에서 카드 한장을 받아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오빠. 보통은 코인으로 받는데 액수가 크다 보니 환전소에서 VIP 카드를 발급해 줬어요."
그러면서 내게 다가와 건네주었던 헌터 카드와 동시에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카드 한장을 내밀었다.
포인트 카드 같은 걸까?
화란이 내민 카드를 받자, 곧 화란이 다시금 내 팔을 자신의 가슴 사이에 꼬옥 끼워넣고는 내게 바짝 달라 붙었다.
"오빠. 오늘 에스코트는 제가 해드릴게요. 어디부터 가고 싶으세요?"
이왕이면 서큐버스를 만날 확률이 큰 네 번째 길로 가고 싶었는데, 시간이나 금전 여유가 충분했기에 이 곳 저 곳 돌아보고 싶어졌다.
"첫번째 길 부터 네번째 길 까지 전부 가보고 싶은데."
"어머. 오빠. 전부다 들려보려면 하루로는 부족할 텐데."
"네번째 길 말고는 전부 맛만 볼거니까. 하루로는 어려울까?"
적어도 아침에는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기에 화란에게 묻자 화란이 잠시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 할 것 같아요. 오빠. 대신 두번째 길은 그럼 코스가 한정 될 것 같은데."
어차피 내 목적지는 결국 네번째 길이다.
단란주점과 룸싸룽, 카바레가 있는 곳.
미묘하게 같은 곳이 아니냐 하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겠는데, 이용해보면 내부나 즐기는 유흥거리가 조금씩 다르다.
가본 사람만 알겠지만, 그리고 같은 이름의 가게라고 내부도 똑같지도 않다.
물론 이 곳 블랙마켓의 유흥가가 지구에 있는 유흥가와 똑같이 되어 있다는 가정하에 그렇겠지만.
아마도 많이 다르겠지?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딱 보아도 이 곳의 전기는 없고 마나로 만들어진 불빛으로 그것이 대체 되어 있었고, 그렇다면 안에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몇 가지 화려한 연출장치나 조명들도 없을 것이었다.
마실거나 먹을 거는 어떨지 또 기대가 되긴 하는데.
"오빠. 그럼 첫번째 길부터 가기로 해요."
하면서 나를 끌어당기듯이 화란이 첫번째 길로 향했다.
"오빠 여기는 대충 간단한 술집하고 안마방이 있는데. 맨 끝자락에 가면 와인 바와 마사지방도 있어요."
처음에 설명할 때는 없었던 끝자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화란이 자신의 얼굴을 내 팔에 바짝 붙였다.
화란을 따라 걷다보니 좀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허공에 나타나듯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나처럼 길잡이를 붙이고 첫번째 길로 오는 남성과 여성들.
물론 성비로 따지자면 남자가 7이면 여자가 3정도 됐는데, 이 곳이 이색적인 유흥가라고 생각하면 그럴 것 같았다.
아마도 블랙마켓 특성상 여기까지 도착할때까지도 또 별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던 것 같았다.
첫번째 길의 입구 쪽을 바라보니 지구에서 보면 평범한 시장 입구처럼 보이는 입구와 달리 입구에는 화려한 복장을 입은 다양한 종족의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이 바짝 달라붙은 화란을 따라 입구쪽으로 들어가니호객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종족의 남성과 여성들, 그리고 길잡이가 없이 들어온 손님들이 그들을 따라 각자 길을 떠나는 것이 보였다.
길잡이가 있는 이들은 길잡이를 따라 그대로 거리에 들어섰고, 나 또한 화란을 따라 입구를 지나 거리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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