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화 〉 제 6화. 서울의 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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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과 안마방이 있다는 거리는 제법 화려하고 밝은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주변의 조명들은 대부분 노란색 불빛이 건물과 가로등에 걸려 있는 형태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거의 LED 등처럼 밝은 덕분일까?
마치 지구에 있는 화려한 도시의 거리처럼 밝고 북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제일 저렴한 곳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갖출 것은 다 갖춘 곳이라 그런지 밤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그 중 1/3정도가 사람이 아닌 이종족이다 보니 엄청 독특한 분위기가 났다.
건물들은 대부분 현대식으로 지어져 있었는데, 몇 개는 독특한 양식으로 만들어진 건물이거나, 혹은 딱 보아도 성인용품을 팔 것처럼 핑크핑크한 분위기가 나는 건물이 보였다.
역시 화란이 이 곳은 술집과 안마방이 있다고 한 것처럼 대부분이 커다란 술집이었고, 중간 중간 안마방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가게들이 보였는데.
간간히 성인용품을 파는 곳이나, 키스방, 귀이개방, 담석방 등등 약간 애로한 서비스가 기대되는 업소들이 보였는데.
대부분 소프트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들이었다.
나이트나 클럽까지 있으면 완벽하게 종로나 대학로 같은 느낌이 날 것 같은데.
화란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나이트클럽처럼 커다란 술집이 보였는데, 거의 주먹 크기만한 보석에서 보랏빛 불빛이 화려하게 쏟아져 나오는 간판과, 붉은색 보석으로 조명을 만든 커다란 입구가 보였다.
"오빠. 여기가 이 동네에서 가장 큰 술집이에요. 한번 들어가보시겠어요?"
외관상으로도 거의 대형 마트 정도 되어 보이는 커다란 크기이다. 내부가 대충 예상이 되지만 .
"그래."
마치 여자친구처럼 완전히 내 옆구리에 자리를 잡은 화란과 함께 술집 입구로 다가가자 입구에 서 있던 건장해 보이는 체격의 도베르만 머리의 수인 둘이 입구를 막아섰다.
"잠시 입장하시기 전에 검문이 있겠습니다."
그러면서 손에 들고 있던 형광색 봉으로 내 몸 위를 스윽 훑었다. 아마 날붙이나 그런 것을 찾는 것 같은데 마치 그 모습이 공항에서 검문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 이상이 없군요. 그럼 입장 하셔도 됩니다."
"오빠. 그냥 간단하게 취기를 확인하는 아티펙트에요."
무얼 검사하는 건지 자세하게는 몰랐는데, 옆에 있는 화란이 설명해주니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갔다.
아마도 만취 상태의 손님은 받지 않겠다 이런 뜻이겠지.
우리 뒤에 다른 손님이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면서 도베르만 수인이 밀어서 열어준 술집 내부로 걸음을 옮겼다.
화악 이라고 해야 할까?
공기자체가 뜨겁고 묵직한 열기가 담긴 술집의 내부에 들어서자 폐가 묵직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다양한 채취와 함께 알싸한 알코올 향이 코 끝을 간지럽혔는데, 내부는 술집보다는 진짜 나이트에 가까울 정도로 중앙 끝자락에 거대한 크기의 무대가 있고, 무대를 기준으로 주변 전체가 테이블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무대에 가까울 수록 원형 테이블이었고, 입구와 외각으로 갈수록 네모난 다인용 테이블이었는데,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외각을 제외한 테이블은 거의다 만석이었고.
높다란 천장 쪽을 올려다 보니 발코니 형식의 2층과 3층 공간도 보였다.
입구에서 좌측과 우측 끝자락에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보이고, 그 옆에는 거대한 바에서 맥주나 양주, 안주 같은 것을 만들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따로 룸 같은 것은 없는 것 같아 보였는데, 대신 주변의 지리. 즉 안마방이나 마사지방 같은 추천 장소를 적어놓은 커다란 약도가 벽에 걸려 있었다.
사고날 시에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도 옆에 적혀 있고, 나름 갖출 것은 다 갖춘 것 같은데.
화란의 이끌림을 따라 바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일반 술집과 달리 거의 나이트에 가까워 보이는 길죽한 바가 한 눈에 들어왔다.
"오빠. 뭐라도 하나 마시면서 구경할까요?"
그러면서 바에 다가가 계산대에 서서 거의 주변을 관리하는 것 처럼 보이는 한 사자머리의 수인족 남성에게 다가갔다.
복장은 마치 웨이터처럼 단정한 정장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깔끔하게 차려입은 사자 머리의 남성이 화란과 잠시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이내 바에서 걸어나와 내 앞에 마주섰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술집 별들의 요람을 관리하고 있는 관리인 가후로라고 합니다."
상의 주머니 쪽에 달려 있는 이름표를 확인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관리인이라고 해 봤자 별로 할 얘기가 없었기에 대답을 짧게 내 뱉자, 가후로의 눈빛이 작게 번뜩였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시나 보군요. VIP 카드를 갖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마실 것은 제가 따로 추천해 드려도 될까요?"
중후한 목소리와 어울리는 사자 수인의 얼굴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듣기로 네 곳을 전부 들러보시기 위해 관광중이셨다고 하니 알코올보다는 살짝 취기를 올려 체력을 보충해주는 비전주를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가격은 300만원인데 괜찮으신지요?"
"네. 그걸로 주세요."
화란 때와는 다르게 반말 대신 살짝 상대를 존중하는 표현을 하면서 대답을 하자, 가후로가 고개를 45도로 숙인 후에 바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곧 와인바처럼 온갖 술들이 잔뜩 진열된 장에서 내가 잘 아는 양주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특이한 모양의 병을 두 개 정도 꺼내 쉐이커에 붓더니 이내 칵테일처럼 열심히 흔들어 섞기 시작했다.
내가 돌아다니면서 마실거라 그런 것인지 잔 대신 한 눈에 보아도 시원한 냉기처리가 된 것 처럼 보이는 스테인라스 텀블러를 꺼내 그 안에 섞어 놓은 내용물을 조심스럽게 쏟아 내기 시작했다.
그런 후에 마지막으로 그 위에 뚜껑을 덮고 자그마한 마개를 열어 그 위에 유리로 만들어진 것 처럼 보이는 두꺼운 빨대를 꽂아 넣었다.
잠시 후 완성된 술이 들어 있는 텀블러를 내게 가져온 가로후가 내가 내민 VIP 카드를 받고나서 계산대로 돌아갔다.
텀블러를 붙잡자 마자 손 끝에 느껴지는 시원한 감촉. 손이 찰 정도로 냉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부는 살얼음이 낄 정도로 시원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디 한 번 맛을 볼까?
어느새 옆에 다가와 내 반응을 지켜보기 위해 바짝 긴장한 표정의 화란과 동시에 투명한 빨대를 타고 맥주와 양주를 섞은 것 같은 주홍빛의 액체가 입 안으로 수욱 밀고 들어왔다.
달짝지근하면서 포도주처럼 뒷맛이 살짝 톡쏘는 알싸함이 목구멍을 시원하게 휩쓸었다.
그리고 알싸함이 끝날 때 쯤 느껴지는 중후한 곡물의 풍미.
알코올이 아닌 뭐라고 해야 하지? 약주를 마신 것 처럼 몸 안에서 술이 증류되면서 열기를 만들어내 원기를 북돋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자일리톨 껌을 씹은 것 같이 시원한 청량감이 머릿속을 개운하게 해주는 것 같았는데, 원래는 이 청량함 뒤에 약간 취기가 느껴져야 하는 것 같았는데 몸 내부에서 그것을 분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약간의 알코올 정도로는 취기를 느낄 수 없게 된 것 같은데.
뭐, 그냥 몸에 좋은 음료라고 생각하니까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잠깐 이러면 일반 소주나 맥주로는 절대 취할 수 없게 된 건가? 이건 나중에 한번 제대로 체크해 봐야 할 것 같은데.
"나쁘지 않은데."
말 그대로 취기가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지 기능성만 보자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한 말에 화란에 긴장했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그리고 곧 바로 화란이 재빨리 내 곁에서 떨어져서 카드를 결제하고 다가오는 가로후에게 다가가 카드를 받아와 내게 내밀었다.
덕분에 살짝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가로후가 내 쪽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300만원 짜리 치고는 느껴지는 원기 회복량이 제법 되서 그럴까? 살짝 정량 증가 효과도 있는 것인지 몸이 살짝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컵을 든 상태로 천천히 내용물을 음미하면서 술집 내부를 좀 더 구경하였다.
다양한 동물 모양의 특징을 가진 수인족들과 간혹 엘프나 드워프로 보이는 이종족들도 보였고, 다양한 외모를 가진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곳이 한국지부임에도 한국인간 받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받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면 블랙마켓이 순수하게 해당 국가를 상대로 장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조금 복잡한 사정이 존재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1,2층을 구경하고 난 후 3층에 올라가려 할 때 나를 저지하는 한 명의 수인족을 보면서 깨달았다.
말하기로 3층은 정치인들이나 기업 관련 중요 인물이 아니면 올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VIP카드를 갖고 있다고 해도 말이지.
뭐, 정치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편이 아니라 다시금 1층을 내려가서 커다란 무대를 바라보았다.
나이트와 다르게 무대 위에서는 여러 개의 강철로 만들어진 봉과 그것을 기준으로 폴댄스를 추고 있는 바니걸 복장의 수인족 여성들이 보였다.
시간대마다 무대가 변하는 식으로 되어 있는지 무대 아래에 시간대별 무대 이벤트를 간략하게 적어놓은 시간표가 적혀 있었는데.
지금부터 약 2시간 정도는 서로 다른 종족과 춤으로 이루어진 폴댄스 무대였기에 잠시 호기심에 폴댄스를 바라보던 나는 금방 질려버렸다.
중간중간 무대 위에 팁을 던질 때마다 폴댄스를 추는 아가씨들의 복장이 좀 더 대담하게 바뀌는 것 외에는 별로 구경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이것도 유흥이라면 유흥이겠지만.
좀 더 술집 내부를 돌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 나는 폴댄스에 잠시 빠져 있는 화란을 살짝 툭 툭 건들인 후 에 술집에서 빠져나왔다.
나가기 전에 빈 잔은 입구에서 반납했고, 취기 대신 살짝 몸이 달아오른 나는 이 기분이 가라앉기 전에 화란을 따라 거리를 끝까지 걸어갔다.
중간 중간 술에 취한 이들이 안마방이나 키스방 같은 곳을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화란이 말했던 마사지방과 와인 바가 보이기 시작했다.
노란 불빛이 가득했던 거리들이 분홍이나 보랏빛의 조명으로 뒤덮여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거리의 끝자락에는 딱 보아도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많아 보였다.
물론 여성들이 해당 업소의 종업원이 아니라 손님들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덕분이랄까?
깔끔하면서도 와일드한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수인족 남성들이 와인 바로 여성들을 인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중간 중간 엘프로 보이는 여성들이 마사지방이라고 적힌 자그마한 가게로 남성들을 꼬득여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고.
근데 엘프라.
술집에서도 보긴 봤었는데, 확실히 소설이나 만화처럼 인간의 미의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해야 하나?
티 하나 없이 깔끔해보이는 연한 살색의 피부에 가녀리면서도 풍만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 차이나 드레스풍의 옷을 입은 엘프들의 모습을 보니까 뭔가 한 번 체험해보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마사지방이 유흥업소라고 해서 온전히 유흥에 맞춰진 업소는 아니고 1차 적인 목표가 마사지에 있는 만큼 건전한 곳도 있었기에.
엘프가 해주는 마사지가 어떤 것인지 상상을 해보았다가 이내 어느새 발걸음이 마사지방 앞에 멈춰 있는 것이 보였다.
"오빠. 마사지방을 이용할 거면 여기가 가장 좋아요."
"안녕. 화란."
"응. 안녕. 밀레느."
내 생각을 읽은 것인지 내 눈 앞에 풍만하면서도 기럭지가 쭉 쭉 뻗은 미인 엘프가 곰방대를 입에 문 채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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