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6화 〉 제 6화. 서울의 밤. (5)
* * *
"손님?"
"응. 손님이야. 그것도 VIP."
그 말에 밀레느라 불린 엘프 여성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그런데 풍만하면서 눈부셔 보이는 몸매와 달리 눈빛에 살짝 다크서클이 있었는데, 그것이 묘하게 보기 흉하다는 느낌보다는 퇴폐적인 느낌이 나 뭔가 성숙하면서도 농염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어머."
그러면서 다가온 밀레느란 엘프 여성이 곰방대를 땅바닥에 탁 탁 털고는 내게 다가왔다.
붉은색의 실크로 만들어진 것 같은 개량한 차이나 드레스 같은 느낌의 복장.
다른 이들과 복장과는 좀 더 대담하게 가슴부분이 거의 젖꼭지가 보일 듯 말 듯 하게 파여 있었고, 허벅지 옆에 트임 부분은 좀 더 깊게 파여 있어 안에 입고 있는 검은 가터벨트의 끈이 걸을때마다 슬쩍 슬쩍 드러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겨울에 피는 일흔 아홉 번째 가지의 마사지방을 운영하는 밀레느 라 보이라 입니다."
정중하게 내 앞에 다가와 한쪽 손으로 가슴 부근을 가리면서 살짝 고개를 숙이는 밀레느란 엘프를 다시금 가까이서 바라보았다.
입고 있는 옷과 마찬가지로 몸 또한 관리를 제법 잘 해온 듯 피부가 맑고 깨끗하다 못해 윤이 나는 것 같았고, 길게 늘어뜨린 금발 머리와 맑은 호수처럼 보이는 두 눈동자는 외국인과는 또 다르게 느껴졌다.
더욱이 몸매 또한 기럭지가 쭉 쭉 뻗은데에 비례해서 커다란 가슴이나 엉덩이가 아슬아슬할 정도로 지탱되고 있다고 해야 할까?
더욱이 근육질적인 몸매가 아니라 가녀린 몸매다 보니 여리여리한 느낌도 나고, 자연스럽게 지켜주고 싶은 본능까지 일어나게 할 정도로 여려보였다.
"제 가게로 안내를 해드릴까요?"
그러면서 밀레느가 가르킨 곳에는 좀 전에 멈춰 섰던 자그마한 마사지방 건물이 보였다.
4층 높이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빌라라고 해도 어울릴 정도로 술집 사이에 끼여 있는 건물 입구에는 나뭇가지를 연상케 하는 그림이 그려진 간판과 함께 건물 외부가 덩굴 줄기 같은 것으로 휘감기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괴기스럽기보다는 자연진화적으로 보이는 것이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화란과 밀레느를 앞장 세워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1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피톤치드향이라고 해야 할까? 자연적인 상쾌함과 동시에 머리가 맑개 개이는 느낌이 들었다.
좀 전까지 인위적인 향수 냄새가 즐비하던 술집이나 거리와는 완전히 반대 되는 향과 분위기에 1층에 들어선 후 신발을 벗으라는 밀레느에 말에 따라 운동화를 만들어냈던 마나를 거둬들였다.
그러자 살짝 놀라워하는 밀레느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와 동시에 화란이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왔다.
"언니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나를 다시금 보면서 살짝 미소 짓는 밀레느를 따라 계산대가 있는 카운터로 다가가자, 이내 밀레느가 카운터 안으로 쏘옥 들어가서 계산대 앞에 있던 무언가를 툭 하고 눌렀다.
지잉. 하고 무언가 공기가 가볍게 떨리는 소리와 함께 카운터 테이블 위로 덮개 같은 것이 벗겨지면서 마치 노트북 화면처럼 노트 크기의 모니터가 스윽 카운터 위로 올라왔는데.
그 안에 마사지에 관련된 가격표가 깔끔하게 정리 되어 기록되어 있었다.
"우리 가게는 선결제에요."
밀레느가 카드 리더기를 카운터 테이블에 스윽 올려 놓으며 가격표가 적힌 모니터 옆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보시다시피 마사지 가격은 10만원부터 시작해서 최대 25만원까지 있고, 시간을 늘리시면 그 만큼 액수 또한 늘어나요. 밑에 있는 VIP 서비스는 말 그대로 마무리를 위한 서비스라 보시면 되고."
VIP 옆에 H.P라고 쓰인 단어를 보면서 나름 인간 세상의 문물을 잘 흡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마사지 부근에서 금액이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 건식 마사지와 아로마 마사지 같이 분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마사지, 향기로운 마사지로 되어 있는 것이 달랐다.
"자연의 마사지와 향기로운 마사지의 차이는 뭐지?"
내 말에 밀레느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눈 앞에 액체가 담긴 향수병을 내밀었다.
"자연이 마사지는 일반 피톤치드향으로 만들어진 수액으로 마사지를 하는 것이고, 향기로운 마사지는 수액에 엘프 비전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향수를 첨가하여 하는 마사지입니다."
둘 다 아로마 마사지처럼 수액을 바르는 형식인가?
이건 한 번 체험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겠는데?
"그럼 나는 이거 향기로운 마사지 60분에."
가격이 25만원 최대이다. 거기에.
"VIP 서비스까지 추가하면."
"35만원입니다."
무료 H.P 핸드 플래이의 줄임말인 말 그대로 손으로 대딸 해주는 비용만 무려 10만원이다. 평범한 마사지방 보다는 훨씬 비싼 금액.
보통 지구에 있던 마사지방이 대부분이 마사지와 H.P를 포함한 금액이 10만원대 초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세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더욱이 마사지방 결제에도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이렇게 선결제에 미리 서비스 금액을 포함하는 곳이 있는 방면 서비스는 후불제로 아가씨쪽에서 요청하여 진행하는 곳이 있었다.
물론 후불제로 운영되는 곳 중에서 일부는 요금을 더 추가해서 H.P 이상의 서비스를 받는 곳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H.P 그리고 탈의 관련하여 추가 요금을 받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후불제로 받는 곳은 일부 바가지를 씌우는 곳도 있어서 경험상 선결제로 가격이 포함되어 있는 곳이 아니면 그다지 이용하지 않았다.
향기로운 냄새가 계속 코 끝을 간질거린다.
뭐라고 해야 할까? 농후한 꽃 향기라고 해야 할가? 달콤하면서도 뇌를 찌를 듯이 상쾌한 냄새가 몸 전체를 다시금 달구는 것 같았다.
거리를 조금 걸으면서 식었던 성욕도 점차 살아나는 느낌이 들어고.
그러다 보니 직장을 다닐 적에 한창 유흥가를 돌아다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일을 끝나고 핸드폰 검색을 통해 업소들을 검색하거나, 직장 상사나 영업 상대와 함께 추천하는 장소나 연결 받은 장소를 가기 직전에 초조하면서도 살짝 긴장되는 그런 흥분감.
눈 앞에 농후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밀레느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VIP 카드를 건넸다.
곧 카드 리더기에 스윽 카드가 긁히면서 결제가 이루어졌다.
"아가씨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하면서 카운터에 있는 버튼 하나를 다시 누르자, 가격표가 적혀 있던 화면이 스윽 다양한 엘프들의 사진이 담긴 사진첩으로 넘어갔다.
"아니면 제가 직접 서비스 해드릴수도 있는데. 가격은 조금 더 붙고요."
"얼마나?"
잠시 사진을 둘러보던 나는 눈 앞에 있는 밀레느 보다 매력적인 엘프 아가씨가 보이지 않아 가격을 불러보았다.
"두배요."
두배면 겨우 70만원이다. 누군가에겐 고작 1시간짜리 마사지 주제에 헉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 일이었다.
돈은 충분하고 오히려 흘러 넘쳤다.
그리고 이왕이면 똑같은 서비스의 마사지를 받는다면 가게 주인에게 받는 게 훨씬 좋겠지.
보통 이런 가게의 주인은 닳고 닳은 실력으로 무장되어 있는 마담이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같은 서비스라도 경험이나 농도가 다를 것이다.
"오빠 저는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줄곧 나를 데리고 다니던 화란이 어느새 대기실 옆에 있는 냉장고 같은 곳에서 무언가 음료를 꺼내 마시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 곳 입구 대기실은 지구의 마사지방과 비슷하게 구조가 되어 있었는데, 나름 손님용 소파도 있었고 냉장고로 보이는 투명한 음료 저장고도 보였다.
"어."
화란을 향해 가볍게 대답한 후에 어느새 카운터 아래에서 자그마한 나무로 된 바구니를 꺼내 카운터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좀 전에 말했던 특별한 향수가 가미된 수액이 담긴 병과 잘 접혀진 수건 세 개,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든 병 하나를 바구니에 담더니 이내 그것을 한쪽 팔에 끼워 넣었다.
"따라오세요."
1층 대기실에서 안쪽으로 나 있는 좁은 길로 걸어가자 노래방처럼 다닥 다닥 붙어 있는 밀실들이 나타났는데, 좌 우로 여섯 개의 방과 길 끝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길 끝에 계단까지 도착한 밀레느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아닌, 그 옆에 나무 뿌리 같은 것으로 뒤덮여 있는 공간 앞에 서서 뭐라 중얼거렸다.
마나라고 하기에는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운이 나무 뿌리에 흡수 되고 나자 나무 뿌리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걷어 올려지며, 자그마한 구멍을 만들어냈다.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살짝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공간.
그 안으로 들어서자 아래로 향하는 계단과 함께 주위에 박혀 있는 주홍빛 마석이 보였다.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태양같은 기운이 스며든 마석.
미궁에서도 한번 본 적이 있는 마석 같은데, 미궁에서 보았던 것과는 크기가 훨씬 작고 뿜어져 나오는 기운또한 작았다.
밀레느를 따라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면서 벽 주위에 덩굴 처럼 뻗어내린 나무 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기운에 전신이 시원한 감각에 휩싸이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쪽으로."
잠시 나무 뿌리를 구경하고 있자니, 다시금 재촉하듯이 나를 부르는 밀레느의 목소리를 따라 지하로 향하는 계단 끝에 있는 문 앞에 도착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고급스러워 보이는 문을 향해 밀레느가 아까 전 희미한 기운을 내뿜자, 문이 자연스럽게 잡아당기듯이 열어지며, 그 내부가 보였다.
핑크색의 조명이 방안을 고급스럽게 비추는 모습과 동시에 딱 성인 남성 한명이 드러눕기 좋게 만들어진 목재로 만들어진 침대.
그리고 세면대로 보이는 것과 나무 줄기로 빚어낸 것 같은 의자 등이 보였는데, 어느새 방 안에 들어선 밀레느가 그 의자 위에 나무로 만들어진 바구니를 올려 놓고는 나무 뿌리로 뒤덮인 천장을 향해 희미안 기운을 내 뿜었다.
그러자 솨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깨끗해 보이는 물이 침대 위로 쏟아져 내리면서 나무 침대가 마치 숨을 쉬듯이 부풀었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마치 물 먹은 솜처럼 나무 침대에 숨이 불어 넣어지자, 밀레느가 서서히 입고 있던 옷을 벗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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