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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간부에게 소환당해 착취당하고 있다-199화 (199/220)

〈 199화 〉 제 7화 세계수.(2)

* * *

나무줄기로만 만들어진 인영이 내게 다가오면서 서서히 이목구비가 정확히 지기 시작했다.

­안녕.­

묘하게 중성적이면서도 이 지하실 공간이 고요하게 울릴 정도로 묘한 울림이 세계수가 만들어 낸 인영에서 흘러나왔다.

이걸 그냥 세계수라고 불러도 되겠지?

어차피 나와 대화하고자 아마 의지를 가지고 나타난 것 같은데.

딱 상태를 보아하니 오래 유지하기는 그른 듯 점점 나와 가까워지는 가운데 연결된 세계수의 뿌리가 실시간으로 얇아지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가 손목까지 얇아진 뿌리가 곧 뚝 하고 끊어지더니 이내 나무로 만들어진 인영이 된 세계수가 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 모습에 밀리아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밀리아 또한 처음 보는 것으로 보였는데.

밀리아가 당황하여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밀레느가 바닥에 픽하고 쓰러졌다.

역시나 그랬던가?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그게 맞아떨어지니까 뭔가 많이 찝찝하다.

인터넷에서는 엘프들을 정원사, 그리고 세계수를 일종의 수호수로 묘사했고.

밀레느는 세계수를 마력을 공급하는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세계수를 신성하기보다는 가족 혹은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밀레느에게서 세계수에 근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창조신이 벌였던 일을 떠올렸다.

참고로 안드레아가 여행을 떠날 때 분명 세계수를 만났던 기억도 있었다.

저 멀리에서 거의 태초의 엘프라고 생각할 수 있는 녹색 피부의 나무인간 같던 엘프.

비록 대화하거나 접근해 본 것은 아니었으나, 대충 느껴지던 기운이나 그때 보았던 엘프의 모습을 보면 지금의 엘프들은 세계수에게 완전히 속아넘어간 상태였다.

물론 그것이 속아넘어간 것이냐 하면 또 애매한 단어 선택이긴 하지만 속박되었다 혹은 귀속되었다라는 단어 또한 어울리지 않았다.

­지구에서 반신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어느새 내 앞까지 다가온 세계수가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는 나를 살짝 내려다보았다.

목각 인형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외형으로 변한 세계수가 내 몸을 훑어보는 것 같다가 이내 밀레느의 몸에서 빠져나온 정령을 자기 곁으로 불러들였다.

­확실히 내가 만들어 낸 정령하고 다를 바가 없네. 오히려 독립성은 훨씬 높아 보이고.­

잠시 밀레느의 정령을 살펴보던 정령을 툭 하고 밀어내자, 정령이 허공에서 도리질을 치더니 이내 내 쪽으로 날아와 무릎 위에 앉았다.

무슨 정령이라기보다는 애완동물에 가까워 보이는 행동에 잠시 정령을 내려다보았다가 다시금 눈, 코, 입이 없는 완전 통나무 목각 인형 상태로 서 있는 세계수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그랬군."

세계수의 상태를 확인한 나는 서서히 몸에서 마력을 끌어 올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순수한 내 반신으로써의 육체 능력을 끌어올리며, 순식간에 내면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러자 커다란 저택의 1층 공간에 엄청나게 큰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린의 모습이 보였다.

내 모습을 거의 배낀 것 같던 외형에서 완전히 본신의 육체로 돌아온 것인지 붉은 머리에 나보다 머리 두 개는 작아 보이는 신체의 모습으로 누워 있던 린이 서서히 눈을 뜨는 것이 보였다.

타오르는 화염을 동공에 새긴 것 같은 두 개의 붉은 눈동자.

그것이 나를 향할 때 순간 내면의 세계에 있던 2층의 방 하나의 불빛이 확 하고 들어오며, 2층으로 올라가는 Y자 형태의 계단 가운데에 있던 초상화의 벽에서 린의 초상화에 불이 확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초상화 쪽을 보니 초상화에 있는 린의 모습 또한 전의 나를 닮은 여성체의 모습에서 서서히 지금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보였는데, 변화는 과정에서 나를 닮은 여성체의 모습과 지금의 붉은 머리의 모습 두 사람으로 나뉘어 서로 등을 기대어 서 있는 상태 같은 모습이 되었다.

"김지호?"

"어떻게 이제 조금 괜찮아?"

"으응... 아까보다는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아."

대충 밀레느와 보낸 시간이 1시간이 안 되는 시간이니 그 정도 쉰 건가?

물론 내면의 세계에서는 현실 세계의 시간보다 훨씬 느리게 흘러가니 현실 세계의 1시간이라고 치면 이곳의 수십 시간일 수도 있었다.

확실히 이것에 대해 연구해 보거나 계산해 보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대충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린과 이렇게 마주하고 나니 왠지 이제서야 이곳에서 내가 혼자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궁에서는 항상 그랬는데, 지구로 와서는 비록 내 딸들과 여동생이 있었지만 채워지지 않았던 감각.

그것이 충족되자 돌연 그녀와의 유대감이 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핫?"

린 또한 무언가 알 수 없는 느낌을 받은 것인지 얼굴이 돌연 붉어지더니 덮고 있던 이불을 콧등까지 끌어올리며 부끄러워하는 눈빛을 내게 보냈다.

"그 갑자기... 그때의 기억이."

그러면서 이불을 덮은 상태로 몸을 꼼지락꼼지락 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이불 위로도 도드라진 그녀의 몸매가 꿀렁꿀렁 이는 것이 보였다.

딴 건 몰라도 가슴은 밀레느만큼 커다란 것 같았는데.

무릎을 세웠는데도 그 절반 크기의 가슴 굴곡이 있는 걸 보면.

잠시 이불 밑의 그녀의 몸매를 떠올리다가 돌연 지금 현실 세계에서 점차 세계수가 내 곁에 가까워지는 것을 깨달으면서 재빨리 린이 누워 있는 침대 곁으로 다가 갔다.

"린. 너의 도움이 필요해."

지금의 내면의 세계가 성장했듯이 권능 또한 성장했는지, 내 권능이 지금이라면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 속삭였다.

그녀를 내면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소환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그것과 달리 지금 당장 권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그녀의 잠재 능력까지 끌어당겨 쓸 수 있는 그러한 방법이.

"내... 내 도움이?"

"그래."

내가 그녀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그녀 또한 침대 밑에 숨겨두었던 한쪽 손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과 내 손이 맞닿는 순간. 내명의 세계가 우리 둘을 기준으로 쪼그라드는 것 같은 느낌과 동시에 내면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강제적으로 자아가 빠져나왔다.

­김지호?­

내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린의 목소리.

마치 린이 머물고 있던 마갑을 얻었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느낌의 방식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전에는 멀리서 웅웅 거리는 것같이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면. 지금은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같이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

순간 내 신체 전체적으로 검은 마력이 물 흐르듯이 넘쳐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 반신으로 인하여 초월적인 신체 능력이 느껴지던 것과 달리 신체 능력을 초월하는 것같이 느껴지는 풍부한 마력.

기존의 마력이 전부 검은 마력으로 전환되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특이하게도 내 오른쪽에 있는 뉴불알에서 느껴지던 기운도 뭔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건 나중에 알아봐야 하겠지만, 지금은 일단 내 몸에서 넘쳐나는 검은 마력을 몸 밖으로 발산하면서 그것을 두텁게 몸 주위를 덮었다.

그러자 내게 다가오던 세계수가 멈칫거리더니 다가오던 것을 멈췄다.

­너... 그 기운은.­

아마도 내 생각이겠지만, 검은 마력. 즉 마신의 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검은 마력은 세계수와 상극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마신의 힘 자체가 모든 신들과 마력과 충돌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린을 통해 알게 됐지만, 그것과 달리 세계수와는 상성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하게 세계수를 압박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예시로 지금 천장에 있던 세계수의 뿌리와 벽을 뒤 덮던 줄기들이 빠른 속도로 지하실을 벗어나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마신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당황한 세계수의 목소리.

아마도 방금 전 내가 반신에 비하여 힘이 부족해 보이는 것을 보고는 접근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아니었다.

지금이라면 세계수를 압도하고도 남을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 추가 되었고, 세계수의 의도는 이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준신이었던 세계수는 지구로 넘어와서 크게 힘을 잃어 버렸다.

안드레아로 인하여 세계가 파괴되며 근원력을 잃어 버렸고, 때 마침 지구에서 기생충처럼 겨우 목숨을 부지해 살아가는 도중에 한눈에 보아도 호구처럼 보이는 연약한 반신인 나를 발견한 것이겠지.

그래서 빨대 한번 꼽아보겠다고 지금, 이 타이밍에 등장한 것이 틀림없었다.

밀레느를 통해서 정말로 반신이라는 것을 알기도 했을 것이고.

방금 전 내 정액을 흡수하면서 힘을 잠시 회복한 것 같기도 했으니, 지금이 제일 적당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까 전 정령을 통해 내 몸 안에 강제적으로 세계수의 씨앗을 심어 넣은 것이었고.

이 씨앗을 기반으로 내 몸을 장악하려던 것이었겠지.

물론 지금은 그 반대로 내가 세계수의 씨앗을 불알에 가둬 놓은 상태로 권능으로 반대로 집어삼킨 상태였다.

반대로 세계수가 나를 압박하기 위해 심어 놓은 힘이 반대로 내 것이 되어 버렸단 소리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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